[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베리타스알파가 고교별 서울대 합격현황을 조사해 작성한 ‘서울대 합격 톱100’ 기사가 나가면 매년 “영재학교도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됩니다. 영재학교 진학을 고민하고 있어 대입 실적이 궁금한데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는 학부모들과 수험생들의 한탄입니다. 하지만 영재학교에서는 ‘고교 서열화’ 등을 이유로 모두 공식적으로 대입 실적을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8개교가 모두 협의한 사항이라 어느 학교에서만 개별로 공개할 수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학교 선택에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는 대입 현황을 모르는 채로 전국 8개 영재학교 중 한 곳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이종호 과기부 장관께선 과연 알고 계십니까. 

그럼 영재학교가 원서접수 한 달 전에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모집요강을 공개하는 건 알고 계십니까.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던 기출문항은 모범답안이나 가이드라인 없이 단순 ‘문제지’만 공개해 결국 학생들이 문제지를 들고 학원으로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아시는지요. 특히 과기부 산하의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원서접수 이후 신입학 경쟁률조차 공개하지 않아 수요자들이 입시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한 학교당 매년 수 십억원의 국가 세금이 투입되는 영재학교의 운영실태가 이렇게 감춰져도 되는 건지 의문이 듭니다. 총선을 앞두고 이렇게 깜깜이로 운영되는 영재학교를 더 늘리겠다는 선심공약들이 난무하면서 답답한 마음이 큽니다.  

그동안 영재학교의 행태를 보면 한마디로 고압적인 행정편의주의로 요약됩니다. 비싼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가 고교서열화라는 진보정권의 혁신학교가 들만한 핑계로 실적공개를 거부해왔습니다. 대입 결과 비공개.. 과연 누구를 위한 조치일까요. ‘고교 서열화’라는 이름 뒤에 비교당하기 싫다는 학교 당국자들의 편의주의 내지 이기심이 숨어 있는 건 아닐지요. 영재학교는 혁신학교가 아닙니다. 최고 선발효과를 가진 전국8개 영재학교에 진학하려면 적어도 실적이라도 알아야 하는 게 상식 아닐까요. 그런 걸 수요자들의 학교 선택권이라고 하지요. 재학생의 100%가 대학에 진학한다는 점에서 대입 결과는 현실적으로 교육 성과의 지표라고 받아들여 집니다. ‘서울대에 몇 명 갔는지’만으로 평가받고 싶지 않다면 졸업생들이 서울대 외 주로 어떤 대학에, 어떤 계열로 진학했는지를 모두 보여주면 됩니다. 대학이 목표가 돼선 안 된다고 설득하려면 졸업생이 대학 외 어떤 진로로 나갔는지도 투명하게 보여주면 됩니다. 감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대입 결과, 입학 전형, 경쟁률 등 수요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만한 정보들이 모두 베일에 쌓여 있어서 영재학교는 ‘그들만의 리그’라 불립니다. 그들은 사교육을 통해 암암리에 전해지는 정보를 많이 취득할 수 있는 사람들이겠지요. 학원가에서는 영재학교별 대입 결과도, 입학 통계도, 경쟁률도 모두 떠돌고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확인할 수 있는 게 그것 뿐이니 일단 믿고 볼 수 밖에요. 초등학교부터 몸에 배인 사교육 관성은 영재학교에 진학해서도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교육 관성은 그대로 의대진학 분위기로 이어지면서 수시는 물론 반복학습에 유리한 정시까지 대비를 유도하는 상황을 만들지요. 영재학교 운영의 아킬레스 건으로 부상한 의대 진학 문제의 본질입니다. 

아픈 구석이겠지만 영재학교의 의대 진학 실태 역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8개 영재학교가 모두 장학금 회수, 시상실적 삭제 등의 방안을 도입했지만 영재학교의 의약계열 진학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강득구(더불어민주) 의원실에 따르면 영재학교에서 의약계열로 진학하는 사례가 2021학년 62명, 2022학년 73명, 2023학년 83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졸업생 수 대비 비율로 따져보면 7.5%→8.8%→10.3%의 상승세입니다. 학교 차원의 노력만으론 의대광풍을 막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어느 학교에서 정시 진학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지, 의약계열 진학자는 몇 명인지 등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야 합니다. 실효성이 있는 대책은 정확한 정보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영재학교가 실적 비공개에 나선 배경을 전문가들은 의대실적 공개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합니다. 설립목적에 반한 운영이 드러나는 만큼 당연히 잘못을 바로 잡아야할 문제이지 쉬쉬하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더구나 올해 흐름은 영재학교의 의대진학이 폭등할 유인요인들을 던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의대 2000명 증원 그리고 의과학과 설립붐입니다. 이제 최고의 선발효과를 갖고 국가가 이공계영재 조기육성을 위해 예산을 투척해온 영재학교는 의예과와 의과학과 양성의 최대기관으로 부상할 듯합니다. 예산은 과기부에서 대고 보건복지부쪽 인재양성을 하는 셈이 되겠지요. 주무장관도 보건복지부로 바꿔야 할까요. 영재학교 주무장관으로서 수요자들을 무시하고 현실을 외면하는 영재학교의 행태를 이제  멈추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진=베리타스알파 DB
사진=베리타스알파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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