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모집 특성화고 간 이중지원 우려도”.. 시도별 제각각인 전형 일정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전기 특성화고의 이중지원 사례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21일 한 매체에 따르면 올해 전국단위 특성화고인 한국디미고에 지원한 수험생 중 이중지원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고교 입시에서는 전기고 간 이중지원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불합격 이후 다른 전기고에 다시 한 번 지원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공평하게 주어진 지원기회를 누군가는 한 번 더 사용했다는 사실에 수요자들은 공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이 사태의 책임을 오로지 이중지원을 확인하지 않은 ‘학교’나 불법 이중지원을 행한 ‘학생’의 양심에 물어야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학교나 개인이 아닌 시스템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중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학생이 알았는지 몰랐는지 여부보다 이유 불문 이중지원이 가능한 현 고입 시스템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고입 시스템이 워낙 복잡하다. 물론 알고도 이중지원을 행했다면 비판을 피할 수 없겠지만, 고입 일정이 모두 제각각이기도 하고 전기고와 후기고를 나눈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모르고 중복지원을 한 사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일반 학부모를 대상으로 전기고 유형과 후기고 유형에 어떤 학교가 포함되는지 나눠보라고 했을 때 정확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시스템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적발된 사례 외에도 전기고의 이중지원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는 학교와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이중지원자를 적발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 역시 교육기관이 아닌 한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특히 시도교육청별로 특성화고의 전형일정이 크게 차이나다 보니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특성화고의 경우 이중지원이 발생할 수 있어 면밀히 확인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11월말 치러지는 경기 지역 특성화고 일반전형에서 불합격한 학생이 12월초 진행되는 서울 지역 특성화고 일반전형에 또 다시 지원하는 식이다. 한 학부모는 “마이스터고처럼 전국 특성화고의 모집일정을 통일했으면 좋겠다. 헷갈릴 수 있는 여지를 아예 없애자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올해 전국단위 특성화고인 한국디미고에 지원한 수험생 중 이중지원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지원 사례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올해 전국단위 특성화고인 한국디미고에 지원한 수험생 중 이중지원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지원 사례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과고 떨어지고 IT특성화고?’.. 전기고 이중지원자 적발>
전기고 입시에서 그간 이중지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한 매체에 따르면 올해 전국단위 특성화고인 한국디미고에 지원한 수험생 중 이중지원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과고 등의 타 전기고에 지원했던 수험생이 한국디미고에도 연달아 지원한 사례가 적발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학교나 교육청의 자체조사가 아닌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교육부는 현재 시스템상으론 이중지원을 학교나 교육청 차원에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제야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뒷북 대책’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올해 한국디미고 이중지원자로 적발된 2명은 현재 모두 불합격 처리된 상황이다. 

현 고입에서는 전기고 간 이중지원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단 1회의 지원기회만을 부여해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모든 고입 수험생들은 전국 과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중 단 1곳만 지원할 수 있다. 8월 중 실시하는 과고에 지원했다면, 이후 불합격했더라도 10월에 실시하는 마이스터고나 11월에 실시하는 IT특성화고 입시에는 지원할 수 없는 식이다. 다만 전기고 간 전형일정이 다르다는 점을 악용해 일각에서는 과고에 떨어진 후 IT특성화고에 지원하는 등의 이중지원을 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학원은 ‘적발되지 않고 입학한 사례가 많다’면서 이 같은 이중지원을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들은 이중합격 사례가 사실로 드러나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해당 논란이 제기된 커뮤니티에서는 “악용하고자 하면 가능한 시스템이라니, 이런 허점이 이제야 드러난 것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결국 고입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됐다. 한 학부모는 “디미고 한 곳의 문제라기보다 전체적인 시스템의 문제”라면서 “고입 시스템 자체에 이중지원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언제든지 파고들 여지를 주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전기고와 마찬가지로 후기고 역시 이중지원을 강력히 금지하고 있다. 다만 후기고의 경우 17개 시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고입업무지원시스템’을 활용해 지원자와 합격자 현황을 공유, 이중지원 여부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기고는 이중지원 여부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고 단순히 예방을 위해 단위학교별로 학교장의 책임 하에 이중지원 금지 이행 확인을 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합격자 소속교로 이중지원 여부에 대한 확인과 회신 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등의 방식이다. 

한국디미고(한국디지털미디어고)는 한국최초로 설립된 전국단위 IT 분야 특성화고다. 지난해 치러진 2023대입만 해도 서울대 8명, KAIST 4명, 지스트 1명, UNIST 1명이 진학할 정도로 대입 성과가 우수해 영재학교나 과고를 노리는 수험생들에게 또 하나의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그만큼 경쟁률도 매년 높다. 올해는 모집인원 122명에 574명이 지원해 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만큼 과고 20개교의 평균 경쟁률인 3.49대1보다도 크게 웃돈다. 

<혼란스러운 고입 체제.. 과고→특성화고 ‘불가’, 마이스터고→특성화고 ‘가능’>
현 고입 체제는 크게 전기고와 후기고로 나뉜다. 다만 전기고와 후기고로 나눈 기준이 분명하지 않아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고는 과고 예고 체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등이 해당되고, 후기고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반고가 포함된다. 영재학교의 경우 전기와 후기고에 모두 포함되지 않는다. 특차 성격의 입시를 진행하고 있어 전기 고교보다 앞서 전형이 진행된다.

수험생은 전기고에서 한 번, 후기고에서 한 번의 지원기회를 갖게 된다. 전기고에서 탈락한다면 후기고에 지원할 수 있지만, 전기고에서 합격했을 시에는 후기고에 지원할 수 없다. 특차 성격의 영재학교에 지원한 경우 합불 여부와 무관하게 과고 등의 전기고에 지원할 수 있다. 다만 과고에 지원한 학생은 합불과 무관하게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에 지원할 수 없다. 

전기고 중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경우 이중지원의 예외가 인정된다. 10월에 시작되는 마이스터고 입시에서 탈락한 학생이라면 11월에 시작되는 특성화고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특성화고 중에서도 일종의 특기자전형인 특별전형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경우에는 다른 특성화고의 일반전형에 다시 지원할 수 있다.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특별전형, 특성화고 일반전형 순으로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전기고의 경우 전형일정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체적인 틀만 봐도 과고는 8월에 입시가 시작되지만, 마이스터고는 10월, 특성화고는 11~12월에 전형이 진행된다. 시도교육청별로도 전형일정의 격차가 크다. 전국모집을 실시하는 마이스터고는 올해 기준 10월16일부터 19일까지로 원서접수 일정이 통일됐지만, 특성화고는 전국모집을 실시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정이 제각각이다. 수도권 특성화고만 살펴보더라도 특별전형 원서접수 기간은 올해 기준 경기는 11월6일부터 8일까지, 서울은 11월24일부터 27일까지, 인천은 11월27일로 3주가량 차이가 난다. 일반전형 일정으로 보면 경기는 11월20일부터 원서를 접수하고 27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다만 서울은 경기에서 합격자를 발표한 이후인 12월1일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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