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등 의대열풍 바탕 대입이 사교육 전반 뒤흔들어’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올해도 자사고를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언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교육부 보도자료엔 실리지 않은 ‘자사고 희망 학생’ 데이터’ ‘자사고/외고 준비생 사교육비, 평균보다 1.6배 더 쓴다’ ‘킬러문항 없애고, 자사고 외고 살리면서.. 작년 ‘사교육비’ 27조원 썼다’ 등 최근 언론 일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사교육비 증가를 만든 주범이라고 몰아갔다. 정부의 자사고 존치 정책이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주장이다. 매년 반복되는 일방적인 사교육비 통계 해석이다. 과연 타당할까.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입장에서는 억울한 상황이다. 사교육비 지출의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보면 고입과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다. 정시40%를 기반으로 의대열풍으로 쏠린 대입이 사교육비 폭증의 근본 원인이라는 얘기다. 특히 정시40% 강제 이후 의대와 서울대 등 상위대학에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가 증가하면서 초중고 전반의 사교육비가 늘어나고 심지어 유치원 의대반까지 생겨나는 데다 직장인들의 의대반까지 생겨나는 상황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런 맥락에서 최근 영재학교 과고의 의대진학 배제방침이 두드러지면서 자사고 그리고 교육특구 일반고로 의대진학 희망자들이 몰리면서 생기는 현상일 뿐 자사고 입시 자체가 사교육의 목적인 듯 몰아가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얘기다. 의대 진학이라는 분명한 대입 목표를 가지고 사교육을 받았음에도 이들이 의학계열 진학률이 높은 자사고에 진학을 희망한다면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사교육 수요자’로 몰아가는 방식이다.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의대 진학 희망자가 많은 집단 순으로 사교육비가 더 많이 집계될 것이다. 일반고 중에서도 서울 강남3구나 대구 수성구 등의 교육특구의 사교육비만 따로 구분해서 보면 자사고를 훨씬 능가할 게 분명하다. 사교육비를 고교 유형 탓으로 몰아가는 건 사교육 수요층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분석이다. 실질적인 사교육비 대책 마련을 위해 이런 의미 없고 단편적인 통계 해석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고입만 보면 사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운영하면서 사교육 유발 요인이 거의 없는 상태다. 전형에 포함되는 것은 내신 성적과 면접뿐이며 외고와 국제고는 내신 성적 중에서도 영어과목만 적용한다. 특히 전국 자사고의 절반인 서울 자사고 16개교는 내신 성적마저 배제하고 추첨과 면접으로만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한 학교 관계자는 “과거 초등학교 어학연수가 필수였던 외고 영어면접 같은 고입 체제가 사교육 유발 요소이지 자기주도학습을 운영하는 현 체제는 사교육유발요인이 거의 없다고 본다. 오히려 언론에서 ‘자사고 희망자는 사교육을 많이 받는다’고 몰아가면서 수요자들에게 고입을 위해선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자사고와 영재학교의 사교육비 추이만 비교해 보더라도 고입보단 대입에 사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는 다르게 영재학교는 신입생 선발에서 지필평가를 실시하는 만큼 사교육 유발 효과가 가장 큰데, 오히려 영재학교보다 자사고의 사교육비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중학생 기준 자사고 희망자의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7.4% 올랐지만, 과고/영재학교 희망자의 사교육비 증감율은 4.5%에 그쳤다. 사교육 참여율 역시 자사고는 1.3%가 늘었지만, 과고/영재학교는 0.2%만 늘었다. 교육열이 높은 학생들 가운데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영재학교보단 자사고를 희망하는 사교육 수요층이 많아진 결과다.

올해도 자사고 진학 ‘희망자’ 사교육비를 두고 언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반복되는 자사고 사교육비 통계 해석은 과연 타당할까.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올해도 자사고 진학 ‘희망자’ 사교육비를 두고 언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반복되는 자사고 사교육비 통계 해석은 과연 타당할까. /사진=베리타스알파DB

<사상 최대 사교육비 27.1조원.. 원인이 ‘고교 유형 탓’?>
사상 최대 사교육비를 기록한 것의 원인이 자사고 외고 등을 존치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또 다시 나왔다. 14일 교육부의 사교육비 통계 발표 이후 언론에서는 “국가통계포털에서 ‘진학희망 고등학교 유형별 학생 사교육비와 참여율’ 원자료를 확인해보니 ‘자사고 희망 중학생’의 경우 사교육 참여율은 86.7%로 전년 대비 1.3%p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고 희망 중학생’이 75.8%로 전년 대비 1.0%p 줄어든 것과는 정반대 현상을 보였다”고 밝히며 고입 경쟁을 해소하지 못한 게 사교육비 증가세를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올해 교육부가 자사고 희망자 사교육비를 보도자료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불리한 국가통계를 숨겼다”는 의심도 제기했다. 

다만 교육전문가들은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의 사교육비가 높다’는 통계를 ‘자사고가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해석하는 것 자체에 오류가 있다고 분석했다. 자사고 외고의 지원자 풀 자체가 의대 혹은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대학 진학을 겨냥한 ‘수월성 교육’의 수요로 인해 몰린 학생인 만큼 통상 사교육에 대한 열망도 더 높은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일반고에 있었더라도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했을 만한 학생이 한 고교유형에 몰려 있으니 고교유형별로 따진 사교육비 수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간 문재인 정권에서 사교육비 통계에 자사고 희망자의 사교육비를 내세운 게 오히려 왜곡된 해석을 정치적 이념에 맞춰 부각시켰다는 시선도 많다.

즉 사교육은 자사고 특목고의 존재 여부에 달려있지 않다는 것이다. 설령 자사고와 특목고가 모두 일반고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강남 8학군의 ‘좋은’ 일반고에 진학하거나 우수한 대입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초 지식을 쌓기 위해 일찌감치 사교육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자사고 외고의 수월성 교육이 불가하도록 만든다면 이들이 결국 일반고 상위권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일반고 상하위권을 나눠 일반고 상위권이 사교육비를 더 많이 쓴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교육 유발의 근본적 원인?.. 고입 아닌 ‘대입’>
사교육이 유발된 근본적인 원인은 고입이 아닌 대입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실적으로 초중고 교육의 최대 종착지가 대입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행해지는 모든 사교육은 ‘대입의 선행’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수요자들에게 있어서 고입이나 고교 내신경쟁 자체만으로는 사교육 유발 요인이 되지 않는다. 자사고와 특목고 역시 대입에서 유리하기 위해 진학하는 것이고, 진학 후 내신경쟁 역시 대입전형을 제외하곤 의미가 사라진다. 사교육 유발의 원인을 자사고 특목고 자체에서 찾는 게 설득력이 없는 이유다. 

자사고 외고 진학을 이유로 사교육비가 늘어난 것이라면 폐지가 추진됐던 문재인 정부 내내 사교육비가 줄어야 했지만 오히려 사교육비는 늘어났다. 실제로 자사고와 특목고가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된다는 방침이 2019년 확정되자, 고입 경쟁률은 2020학년에서 2021학년으로 넘어가며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통계청의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2만3000원(6%) 증가했다. 중학생 사교육비는 39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5만원(14.6%) 증가했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32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9만3000원(39.4%) 증가했다. 

사교육비가 사상 최대치를 매년 경신해온 것은 고입 대비를 위해서라기보단 정시 확대 정책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정시는 반복 학습이 유리한 특성상 사교육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고소득군 수험생에게 유리한 경향이 있다. 과거에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정시를 통해 ‘개천에서 용 나는’ 식이 가능했지만 수능이 거듭될수록 점차 기형적인 문제의 출제, 킬러문항 등으로 인해 고액 사교육의 영향력이 더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2022학년에 도입된 통합형 수능이다. 선택과목에 따른 문이과 유불리가 발생하면서 문과생이 수능최저 충족 문제를 겪은 데다 이과생이 문과 모집단위에 교차지원하는 ‘이과 침공’이 전면적으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통합형 수능 대비를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인을 현장에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수학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수학 한 줄 세우기’로 대학에 진학하는 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 사교육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특목고 가겠다고 수학 사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인 2023년엔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사교육비의 증가세를 멈출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의대열풍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2028대입개편에서 의대입시 반복 무한 재도전이 가능한 정시40%를 굳혔고, 특히 지난해 수능 150일 전엔 킬러문항 배제 논란이 입시의 불확실성을 키우며 학생,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자극한 것도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입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자사고의 탄탄한 진학 체계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사교육 수요층 사이에서 자사고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크다. 

<고입 ‘자기주도학습전형’.. 사교육 유발요인 없어>
실제로는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가 유발하는 사교육 요인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충분히 전형 대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외고 국제고는 1단계에서 내신+출결, 2단계에서는 1단계+면접으로 선발한다. 자사고 중 절반에 달하는 서울 자사고의 경우 1단계에서 내신 성적과 관계없이 추첨 선발한 후 2단계 면접을 실시한다. 서울 이외 방식의 자사고와 일반고는 1단계에서 내신+출결, 2단계에서 1단계+면접으로 선발한다. 

이 같은 자기주도학습전형은 2010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외고 등 고교 체제 개편 세부 실행계획’을 발표하며 2011학년 입시부터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에 도입됐다. 고교 입시 제도를 바꿔 사교육 유발요인을 없애겠다는 게 목표였다. 세부 내용은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 △교과 지식 묻는 구술면접 금지, 경시대회 및 인증시험 배제 △외고 국제고는 영어 내신만 반영하면서 면접 △고입 사교육 영향평가 등이다. 당시 교과부는 자료를 통해 “사교육을 받을 필요 없이 입학할 수 있도록 고교 입시가 전면 개편된다”며 “자기주도학습과 독서 강화를 통해 중학교의 학습문화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입시에 있어서 과도한 사교육 유발요인을 최소화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과거 사교육 주범으로 꼽히던 외고와 국제고의 입학전형은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전환된 후 탈바꿈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외고 입학전형에는 TOEFL TOEIC TEPS TESL TOSEL PELT HSK JLPT 등 각종 인증시험 점수나 교내외 각종 대회, 자격증, 고난도의 구술면접과 듣기평가가 전형에 반영됐었다. 다만 “듣기평가와 구술면접이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판에 따라 입시에서 듣기평가와 구술면접을 보지 않기로 했다”며 내신 성적에 더욱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학생이 학교 교육에 더욱 열중하게 되고 중학교 교사의 위상도 높아져 중학교 교육이 내실화할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내신 성적 향상을 위한 사교육의 원인은 특정 학교의 입학전형에 있지 않다. 자사고 외고뿐 아니라 일반고의 입시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내신 사교육 여부를 각 학교의 전형평가에 반영하게 된다면 전형운영 실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조치가 불가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입 전형평가와 같은 맥락에 있는 대학 선행학습 영향평가가 고교 내신 성적을 반영하고 있음에도 내신 대비 사교육 여부를 평가하지 않는 이유다. 대학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는 대학이 전년 실시한 대학별 고사의 출제내용과 평가기준이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났는지를 분석해 낸 보고서다. 대학별 고사는 논술 등 필답고사, 면접 및 구술고사, 실기고사, 교직 적인성검사 등이 해당된다. 교과 외 문제가 출제되는 서류 기반 면접의 경우 선행학습 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자사고보다 낮은 영재학교 사교육 증가율?.. ‘궁극적 대입 영향력 입증’>
반면 과고 영재학교 입시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 달리 지필평가를 실시하면서 사교육 유발 요인을 포함하고 있다. 그동안 상위 교육과정 문제 출제, 선다형이나 단답형 위주의 지식평가, 과다한 문항 수 등으로 인해 사전 시험 준비가 필수로 여겨지자 전년 기출문제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아직 실효성이 미미한 상황이다. 기출문제를 홈페이지에 공지하고는 있으나 모두 출제의도 문제분석 등의 해설 없이 단순히 ‘문제지’만 공개하는 데 그쳐 중학생 스스로 대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고 영재학교의 사교육비 증가율은 사교육 유발 요인이 거의 없는 자사고보다 낮다. 사교육비를 뒤흔드는 결정적 요인이 고입에 있는게 아니라는 의미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중학생 기준 지난해 자사고 희망자의 사교육비는 1인당 평균 74.8만원으로 전년 대비 7.4%가 증가했다. 반면 과고 영재학교의 사교육비는 70만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사교육 참여율 역시 자사고는 86.7%로 전년 대비 1.3%가 상승했지만, 과고 영재학교는 83.8%로 전년 대비 0.2% 상승에 머물렀다. 

자사고 희망자의 사교육비가 급증한 이유는 대입 이슈인 ‘의대 열풍’과 직결된다. 교육열이 높은 학생들 사이에서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사례가 늘었고, 현 대입 체제에서 의대 진학에 가장 유리한 고교가 자사고로 판단되면서 사교육 수요층이 자사고 진학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영재학교 과고의 경우에는 의대 진학이 불리하면서 사교육 수요층 사이에서 인기가 하락했을 수 있다. 실제로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은 2023학년 전체의 6.8%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으나, 과고 영재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은 3%로 전년 대비 11.8% 줄었다. 결국 희망 고교 유형에 따른 사교육비는 대입의 영향력과 직결된다고 봐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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