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본부 “논술 신설, 서울대 대입전형과 대치”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서울대가 대입전형에 논술을 다시 도입한다는 것은 과연 사실일까. 서울대 인문대 중장기발전계획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언론사는 ‘[단독] 한국학과 개설, 논술 부활 추진... 서울대 인문대 확 바뀐다’의 제목으로 서울대가 논술 도입을 추진하고 한국학 전공을 개설한다며 ‘단독’을 붙여 강조했다. 과연 사실일까.

서울대 홍보팀과 입학본부는 모두 “안건이 대학본부에 상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는 의미다. 특히 논술 신설의 경우 대입전형을 설계하는 입학본부와도 논의된 바 없었으며 애초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을 선발한다는 서울대 입학본부의 방향성과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입학본부 관계자는 “대학(단과대학)도 자체보고서를 내는데 그렇게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내용으로 안다. 하지만 입학전형과는 무관하고 입학본부와 상호 교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며 “특히 서울대 입학본부가 준비하고 있는 입학전형 개선방안과도 맞지 않다.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도 있는데 전형이 늘어나면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학교교육 위주의 서울대 전형과도 맞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대가 논술전형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실일까. /사진=서울대 제공
서울대가 논술전형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실일까. /사진=서울대 제공

<입학본부 “서울대 논술 신설 사실상 어려워”>
이번 서울대 논술 신설 관련 논란은 인문대 중장기발전계획위원회에서 언급된 내용이 언론보도를 거치면서 확대됐다. 서울대 측 설명에 따르면 각 대학(단과대학) 교수들이 모여 대학 발전을 위해 논의를 하고는 하는데 그런 아이디어 중 하나로 한국학 전공(한국학과) 개설과 논술시험 재도입 등이 제시됐을 뿐이다. 서울대 홍보팀 관계자는 “입학전형 변경 안건이 대학본부에 상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전했다. ‘논술 신설’이라는 것은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는 것이다.

심지어 대입전형을 설계하는 입학본부와도 논의되지 않았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단독’이라는 기사로 올라와서 확인해 보니 인문대가 자체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이나 인문대의 미래를 고민하는 연구를 수행한 것인데 거기서 검토된 내용 중 하나가 논술 도입이었다. 아마 학생들이 ‘쓰기’가 약해지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 하지만 현 서울대 입학전형과는 무관하고 입학본부와 상호 교감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특히 논술전형은 고교 생활을 중요히 여기는 서울대의 입학전형 특성과도 대치된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서울대의 경우 ‘학종 본산’으로 불리며 대입 수시 전형을 학종 한 가지로만 운영하는 등 학생의 고교 생활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입학전형을 운영해오고 있다. 특히 정시에서도 2023학년부터 학생부를 반영하면서 공교육 기여에 앞장섰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대학별고사인 논술고사의 경우 학생의 고교 시절 확인이 어려워 고교 3년간 학교 생활에 충실한 학생을 선발한다는 서울대의 인재상을 확인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입학본부 관계자는 “사실 아직까지는 논술이 공교육만으로 대비가 가능하냐 여부를 두고 말이 많다. 거기에 학교 교육 위주라는 서울대 입학전형과 대치된다. 더 나아가 서울대 입학본부가 준비하고 있는 입학전형 개선방안과도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전형 신설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도 있는데 전형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도 하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학생부 축소 영향 대학 논술전형 증가세.. 2024학년 3개교, 2025학년 4개교 신설>
서울대는 2011학년 특기자전형을 끝으로 수시에서 논술고사를 진행한 바 없다. 마지막 논술고사는 2014학년 정시 일반전형에서 진행한 논술고사다. 당시 수능과 더불어 논술고사와 학생부를 함께 살피며 전형요소 중 하나로 활용했으나 변별력 문제로 폐지됐다. 이후 서울대는 논술고사를 운영한 바 없다.

하지만 논술전형은 최근 확대세를 띠고 있다. 교육부가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을 통해 대학별고사를 운영하는 대학에 불이익을 주고 있지만 학생부가 축소되면서 학생 평가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정시 확대를 강제한 공정성 강화 방안 이후 정시는 N수생과 교육특구가 독식하는 구조로 고착화했고 수시 역시 학생부 축소로 내신이 좋은 학생들의 전유물로 변하면서 우수인재 확보의 다양성이 퇴색하고 있다. 이에 대학은 학생 선발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우수 인재 선발을 위해 논술전형을 운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2024대입에서 동덕여대 삼육대 한신대가 논술전형을 신설한 데 이어 2025대입에선 고려대 상명대 신한대 을지대 등 4개교가 논술전형을 신설한다. 대학은 학생 입장에서 선택권을 넓히는 전형 다각화 차원과 논술전형의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되어 왔던 점을 이유로 꼽았다. 특히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로 학생부 평가마저 어려워지면서 수학능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전형이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고대 커뮤니케이션팀은 “논술 재도입 배경에는 학생부 기재 내용이 대폭 축소되면서 학생부를 기반으로 하는 교과전형과 학종에서의 변별력을 확보하는 게 매우 어려워졌고 기존 학생부/면접/수능을 위주로 하는 전형 외에 새로운 전형의 도입 필요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교과/학종/논술/수능으로 대입전형을 다각화해 수험생에게 더 많은 지원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논술전형에 대한 시각이 많이 달라진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논술전형을 사교육 유발 전형이라고 비판하며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논술전형 축소를 유도해왔지만 최근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와 가이드북 등 참고자료가 많아지면서 사회적인 분위기가 바뀐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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