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최근 포스텍의 10년간 1조2000억원 투자약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학가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국내대학 중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인데다, 세계 유수 대학들과 비교해봐도 단일 규모로 보면  전례가 드문 일이기 때문입니다. 포스텍이 투자 받은 1조2000억원은 포스텍 학교법인이 8000억원을 지원하고, 최근 교육부 글로컬대학에 선정돼 정부와 경북도가 각각1000억원을 지원합니다. 나머지 2000억원은 기부금을 통해 마련할 계획인데 확정이 안된 기부금을 제외하고 봐도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이미 확보한 셈입니다. 

포스텍은 이 투자금으로 교육과 투자, 인프라,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세계적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루는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투자금은 인재 초빙에 투자하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세계적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인재를 길러낼 우수교수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포스텍 측은 “AI 시대에 세계 정상급 대학과 경쟁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수”라며 투자 배경을 밝혔습니다. 실제 2014년 THE 세계 대학 순위에서 60위에 오른 포스텍은 2024년 149위로 주저앉았습니다. 정부의 등록금 규제 등 손발이 꽁꽁 묶인 상황에 10년새 대학 경쟁력이 후퇴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대학이 직접 나선 것이지요. 

다른 대학들도 세계대학순위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국내 1위인 서울대는 44위에서 62위, 국내 연구중심대학의 맏형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56위에서 83위로 밀려났습니다. 반면 싱가포르국립대(NUS)는 26위였지만, 19위로 세계20위권 내에 진입했습니다. 한때 KAIST와 포스텍을 벤치마킹했던 싱가포르난양공과대(NTU)는 76위에서 32위로 도약했습니다. 

김성근 포스텍 총장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투자 없이 대학 경쟁력 상승을 바라는 것은 기적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며 “우리 대학들은 사실상 영양실조 상태다. 연간 대학 등록금이 영어 유치원보다 싸다는 것이 말이 되나. 이런 대학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영양실조에 걸린 축구 선수를 월드컵에 내보내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포스텍을 제외한 다른 대학은 대학 인프라 혁신 등 투자는 고사하고 당장 생존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16년째 동결된 등록금으로 인해 재정이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2009년 교육부가 사실상 등록금 동결을 지시한 이후 재정난은 매년 악화해 신임 교수 채용은 물론이고, 기존 교수들에게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곳도 비일비재합니다.  

심지어는 이런 대학가의 어려운 상황에 학생들이 오히려 등록금을 인상하자고 나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근 열린 서강대 등심위에서 대학이 16년째 등록금 동결을 결정하자, 학생위원이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이를 반대한 것입니다. A학생위원은 “등록금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한다”며 “학생들도 좋은 교수님들께 우수한 교육 환경에서 수업을 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만 이런 대학들의 힘든 사정을 모르는 것인지, 알고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올해도 16년째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대학 등록금 인상 상한선이 고물가 여파로 13년만에 5%수준으로 오르자 극심한 재정난을 견디지 못한 대부분의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할 것이라고 예견됐습니다. 이에 교육부는 이례적으로 전화에 공문까지 돌리며 등록금 동결기조에 동참하길 요구하며 사실상 등록금 동결을 강제하고 나섰습니다. 대학들은 교육부가 각종 대학교육사업 권한을 쥐고 있는 탓에 올해도 ‘울며 겨자먹기’로 동결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었지요. 

대학들의 경쟁력 향상은 국가 미래를 위해 더없이 중요한 일입니다. 서강대 학생위원들도 아는 얘기지요. 세계 주요국은 미래를 위해 천문학적 돈을 대학에 투입하고 있는데 국내 대학은 오히려 경쟁력이 50년 전보다 후퇴하고 있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요.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1980년 눈부신 성장으로 대한민국의 기적을 일궈냈던 건 과거의 영광일 뿐일까요. 국내에서 챗GPT같은 혁신적인 기술이나 구글, 애플, 엔비디아 같은 초혁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시총 1조달러 클럽이 나오는 건 불가능한 일인 걸까요. 

문득 드는 의문 하나. 과연 교육부는 국가의 미래를 염두에 둔 적이 있기는 할까요.  늘 현 정권의 편에서 재원을 휘둘러 대는 교육부에게 대학등록금은 늘 동결해야할 대상이고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사교육이 늘든 말든 정시40%는 깨선 안되는 마지노선이라고 모른 척 해야 하고.. 관료는 영혼이 없어 현정권에만 충성하는지 모르지만 미래 세대나 역사의 입장에서 보면 교육부는 폐지해야 할 부서인 게 분명해 보입니다. 

/사진=베리타스알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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