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대학들이 마음 졸이며 술렁였던 2주간이었습니다. ‘찍히면 문 닫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대학가를 떨게 만든 대학기본역량진단 1단계 평가결과 때문입니다. 정원감축의 칼날을 피할 ‘예비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은 일반대 120곳과 전문대 87곳으로 총 207곳이었습니다. 반면 일반대 40곳과 전문대 46곳 등 86개대학은 정원 2만명을 감축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8월말 확정된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평가결과에 따라 정원감축은 물론 재정지원에서도 배제되기 때문에 대학 관계자들의 촉각이 곤두세워진 상태입니다. 평가 후폭풍으로 사의를 밝힌 대학 총장도 나왔습니다. 배재대 김영호 총장이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진다며 지난달 22일 사의를 표명했고 일주일 뒤, 덕성여대 이원복 총장도 직위를 내려놓았습니다. 덕성여대는 전국 7개여대 가운데 유일하게 예비자율개선대학 명단에 들지 못했습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명칭이 바뀌기 전인 대학구조개혁평가 시절에도 논란이 됐던 ‘지방대 죽이기’는 이번에도 지면을 오르내렸습니다. 올해는 ‘전문대 죽이기’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특히 올해 평가는 ‘지방 최대사립’으로 명성이 높던 광주의 조선대가 명단에서 제외되는가 하면, 가톨릭관동대와 연세대(원주) 인제대 등 선호도 높은 의대를 보유한 대학마저 예비자율개선대학에 들지 못하면서 파장이 일었습니다.

지방대는 지방대대로, 전문대는 전문대대로 평가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평가의 공정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학령인구 감소가 예고된 상황에서 정원감축을 더 이상 미룰 순 없습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졸자 중 대학 진학 희망자와 재수생 등을 고려한 입학자원 수는 2020년 47명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2020학년 대학 모집정원인 48만5318명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대학에 가고 싶은 사람보다 대입 정원이 더 많은 셈입니다. 대입보다 3년 앞선 고입에서는 학령인구 절벽이 이미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올해는 중3학생 수가 소폭 늘었지만 지난해만 하더라도 중3학생 수가 7만명, 2년 전과 비교해 13만명 가까이 줄었습니다. 학생을 직접 선발해야 하는 특목고나 자사고에서는 이미 대부분의 고교에서 입학 경쟁률이 하락했을 뿐 아니라 미달을 기록한 고교들도 속출했습니다.

캠퍼스 하나에 수많은 일자리와 지역경제가 달려있는 만큼 대학의 구조개혁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후죽순 늘어난 대학이 어느새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상태가 되어 버린 듯합니다. 영어로는 ‘Too Big to Fail’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대규모 학령인구의 감소를 앞둔 지금,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버니 샌더스가 금융위기를 자초한 대형은행들에 던진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그들이 파산하기에 너무 크다면, 존재하기에도 너무 큰 것(If they are too big to fail, then they are too big to exist.)”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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