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붙인 사회통합 무리수’.. ‘정치적 여건 고려’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상산고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다. 교육부는 7월26일 오후2시 전북교육청의 상산고에 대해선 부동의로, 경기교육청의 안산동산고와 자발적 전환 신청을 한 군산중앙고에 대해선 동의로 결정했다. 브리핑에 나선 박백범 차관은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이 상산고를 포함한 자립형사립고에서 출발한 자사고의 사회통합대상자 선발비율을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량지표로 평가한 것은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선택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현실적으로 상산고의 일반고 전환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교육부가 자사고 지정취소를 동의할 경우 상산고의 행정소송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사회통합대상자 선발비율 감점 과정에서 불리해진 데다 다른 쟁점들도 법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행정소송 끝에 상산고의 일반고 전환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교육부가 선제적으로 부동의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정치적 계산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붙은 사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를 주도한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입지가 자녀유학 등을 통해 급격하게 악화된 여론의 변화에 주목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이 신청한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신청에 대해 부동의 의견을 밝히며 “전북교육청의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 지표가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고 평가적정성도 부족하다 판단하여 부동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브리핑 중인 박백범 교육부 차관. /사진=교육부 제공

<‘기사회생’ 상산고.. ‘사회통합지표 정량평가 위법’>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의 ‘사회통합 대상자 선발’ 지표가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이라고 판단해 상산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신청을 부동의했다고 26일 밝혔다. 법적으로 의무사항이 아닌 사회통합 선발비율을 정량적으로 감점한 것이 부당하다는 상산고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박 차관은 “지난 1월15일 전국 시도교육청 담당자들이 회의를 한 결과 정량평가를 하지 않는 대신 정성지표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사회통합 선발 학생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 운영 적정성, 프로그램 참여비율, 교육부의 재정지원 관련 적정성 등이다. 유독 전북교육청만 정량평가를 통해 구체적 수치를 달성했는지 여부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사회통합관련 지표를 재지정평가에 포함시킨 것도 결정적이었다. 박 차관은 “전북교육청은 2013년 12월24일에 교육부의 일반고 교육력 강화방안에 사회통합전형 선발비율 확대를 권장하는 공문을 상산고에 발송했지만 ‘일반고만 해당’이라는 문구를 포함시키면서 자사고인 상산고에 정확히 안내하지 않았다. 전북교육청은 실수인지, 다른 의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자사고인 상산고가 주의 깊게 보지 않을 빌미를 준 셈”이라며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고입전형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사회통합전용 대상자 선발비율을 상산고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명시했고, 상산고가 제출한 3%를 계속 승인해왔다. 상산고의 입장에서는 정량평가 기준이 10%로 설정될 것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평가적정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기준점수의 일방적인 상향과 재지정평가 절차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박 차관은 “전북교육청은 타 지역과 달리 10점 상향된 80점을 평가기준으로 설정했지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자사고 재지정평가 권한은 시도교육감에 있다. 평가기준점 설정도 교육감의 권한의 하나로 포함된다”며 “재지정평가 절차를 살펴보면 평가계획 안내, 평가결과 통보, 청문, 교육부 동의신청 등의 과정에서 특별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평가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전북교육청은 교육부의 결정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향후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 역시 내비쳤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은 실망이라는 단어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을 던졌다. 함께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시대정신과 보다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자 했던 그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며 “정부와 교육부는 더 이상 교육개혁이란 말을 담지 않길 바란다. 부동의 결정으로 교육부는 중요한 신뢰파트너를 잃은 것이다. 향후 법적대응에 대해선 법률적 검토를 거친 후에 전하겠다”고 말했다.

<‘현실적 판단’ 내린 교육부.. ‘행정소송 불리한 상황’>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상반된 결정을 교육부가 내린 배경엔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전북교육청의 재지정평가 절차가 적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부도 평가절차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사회통합지표를 통한 감점이 법률에 어긋난다는 점을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상산고가 법적대응을 할 경우 불리하게 작용될 부분인 셈이다. 지정취소 기준점수를 다른 교육청들보다 높인 것도 충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상산고가 제기했던 ‘감사 등 지적/규정위반 사례’ 지표의 부당한 감점 의혹도 있었다. 전문가들이 일반고 전환을 밀어붙여도 행정소송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높아 교육부가 부동의했다고 보는 이유다.

실제로 전북교육청이 단독으로 기준점수를 교육부 표준안보다 높인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교육부도 기준점 설정에 대해 재량권을 과도하게 부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차관은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법무법인에 해석을 의뢰한 결과도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보통 ‘재량범위를 벗어났다’는 판단을 위해선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며 “기준점 상향 관련에서는 정책 수혜자인 학생 학부모 이해관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인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북교육청의 기준점수는 재량권 범위라고 봤다. 그러나 향후에도 무한정 점수를 상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대상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시기의 지적사례로 부당한 감점이 있었다는 상산고의 주장도 행정소송의 쟁점으로 꼽혔다. 상산고 박삼옥 교장은 전북교육청이 대상기간이 아닌 2013학년에 실시했던 감사내용을 재지정평가에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2014년 2월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학교운영에 대한 감사결과로 부당한 감점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올해 상산고에 대한 재지정평가의 대상기간은 2014학년부터 2018학년까지였다. 상산고 관계자는 2013학년 감사 지적사항을 1기와 2기 자사고평가에 모두 활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 내부적으로 지정취소에 동의할 경우 대비해야 하는 상산고의 행정소송에서 불리하다는 판단이 섰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은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선택으로 보인다. 적법성을 강조하며 안산동산고의 지정취소를 동의한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의 사회통합 선발비율 지표가 교육감의 재량권을 넘어섰다고 설명했지만, 경기교육청 재량지표에 대해선 평가기준 설정 등의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다고 밝혔다. 상산고의 사례가 법적으로 확실하게 문제가 된다고 본 것”이라며 “교육부는 지정취소를 동의할 경우 이어질 자사고들의 행정소송의 결과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상산고의 경우 교육부가 인정한 사회통합 선발비율 이외의 다른 사안들도 충분히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교육부가 행정소송에서 승산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사전에 부동의 결정을 내린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역풍 피하려는 ‘정치적 계산’.. ‘무리수 반복’ 김승환 고립>
상산고만 부동의 결정이 나온 배경엔 정치적 고려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그동안 상산고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상산고의 지정취소 요청을 부동의한 표면적인 이유는 위법성 여부였다. 교육부 권고사항을 근거로 사회통합지표를 평가에 포함시킨 것이 법령에 어긋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상은 애초부터 형평성에 대한 비판이 거셌던 만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섣부르게 상산고의 일반고 전환에 동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에서도 집단적인 요구가 나온 데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여러 차례 구설에 휘말리며 궁지에 몰린 영향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무리수’가 될 수 있는 결정을 피한 것으로 해석된다.

형평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던 점이 교육부에겐 가장 큰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올해 재지정평가를 하는 시/도교육청 11곳 가운데 전북교육청만 유일하게 기준점을 80점으로 올렸다. 다른 10개교육청들은 교육부의 권고대로 70점을 설정했다. 결과적으로 70점대를 맞은 전국의 다른 자사고들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79.61점을 얻은 상산고는 탈락하면서 논란이 컸다. 사회통합지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평가기준이 교육청마다 달라지면서 같은 고교유형 사이에서 사실상 ‘다른 평가’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산고는 4점 만점인 사회통합 선발비율 지표에서 1.6점을 받았다. 반면 재지정평가를 통과했던 현대청운고는 같은 항목에서 3.2점이었다. 상산고와 달리 교육청이 정성평가를 반영해 점수를 매겼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7월18일 여야 국회의원 151명이 상산고의 자사고 유지를 요구했다. 정운천(바른미래) 의원 교육부에 전달한 ‘상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부동의 요구서’에 국회의원 151명이 서명했다. 국회 재적의원 수인 297명의 절반을 넘긴 결과다. 정 의원은 부담을 느껴 서명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전북교육청의 평가방식이 불공정했다는 점을 공감했던 여당 의원들이 더 있었다고 전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여당을 포함해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 의원 10명이 있었던 점도 교육부의 선택을 좌우했을 수 있다. 향후 국회에서 공조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한 만큼 전북지역의 연고가 강한 민주평화당 의원들과 타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김승환 전북교육감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교육부가 행보를 맞추는 것을 피했다는 시각도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김승환 교육감은 궁지에 몰렸다. 아들이 영국유학을 돕는 사립교육기관 B칼리지를 거쳐 케임브리지대학에 진학한 것이 밝혀지면서 비난 여론이 높은 데 더해 최근 공무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유죄로 확정됐다. 그런 상황에서 교육부도 법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평가를 진행한 김 교육감에게 힘을 실어주기 곤란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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