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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 확산' 재지정평가 거부까지..서울자사고 집단반발 공식화

기사승인 2019.03.27  00: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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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재지정평가를 받아야 하는 서울지역 자사고들이 운영성과보고서 제출을 거부하며 집단반발을 공식화했다. 올해와 내년 재지정평가를 받는 서울소재 모든 자사고 22개교가 운영성과평가보고서를 교육청에 제출하지 않는다고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했다. 이날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소속 학교장들은 “서울지역 자사고들은 더 이상 대화 노력은 무의미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현 상태에서 일체의 운영성과평가보고서 제출을 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자사고들은 서울교육청이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채 기준점수를 상향하고 평가지표를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았다. 5년 단위로 이뤄지는 평가를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대비해왔던 만큼 갑작스럽게 기준을 강화한 것이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평가기준을 변경할 예정이었다면 자사고들에게 개선할 방안을 사전에 알리는 것이 재지정평가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평가지표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인 김철경 대광고 교장은 기자회견에서 “13개자사고를 대상으로 실시하려는 운영성과평가는 ‘자사고 죽이기’라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일 뿐”이라며 “지금과 같은 기준의 평가는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가장 큰 논란이 되는 지표는 사회통합대상자와 관련된 지표다. 지난 평가보다 배점이 오른 데다 단순히 충원율을 정량적으로 판단하는 방식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국영수 비율이 50% 미만이어야 만점인 ‘기초과목 편성의 적정성’ 지표는 자의적인 기준으로 자사고들의 운영자율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원 1인당 학생수 비율’ 역시 자사고 입장에서 교사를 증원하거나 학생 정원을 감축해야만 개선될 수 있기 때문에 해결이 어렵다. 어떤 방법을 택하던 간에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해 이를 가급적 억제하는 방향으로 학교를 운영해온 방침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교육청 재량지표의 배점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올해 자사고재지정평가를 받는 서울지역의 자사고는 모두 13곳이다. 전국단위 자사고인 하나고를 비롯해 경희고 동성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이화여고 중동고 중앙고 한가람고 한대부고 등 광역자사고 12개교가 포함된다. 내년엔 나머지 9곳의 평가가 실시된다. 재지정평가 대상인 자사고들은 자체적으로 작성한 운영성과평가보고서를 서울교육청에 제출해야 한다. 교육청이 보고서를 토대로 자사고에 대한 서면평가와 현장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자사고들이 운영성과보고서 제출을 거부한다면 재지정평가의 첫 단계부터 차질을 빚는 셈이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평가대상인 자사고들을 대상으로 제출기한인 29일까지 계속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그렇지만 끝까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고교에 대해서는 행정명령을 내린 뒤 평가보고서 없이 재지정평가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지정평가를 받아야 하는 서울지역 자사고들이 운영성과보고서 제출을 거부하며 집단반발을 공식화했다. 올해와 내년 재지정평가를 받는 서울소재 모든 자사고 22개교가 운영성과평가보고서를 교육청에 제출하지 않는다고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불통’이 키운 갈등.. ‘사전예고 없는 기준변경은 부당’>
자사고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은 서울교육청의 ‘불통’이다. 재지정평가 기준점을 상향하고 평가지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인 결정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모든 평가에 있어 평가계획을 미리 예고해 대비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그럼에도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지난 5년간 엄연히 ‘자율성’이 보장된 자사고 학교운영을 자신의 입맛대로 평가하려 한다. 자사고들이 대비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지역 자사고들의 지정취소 기준은 60점에서 70점으로 오른 상황이다. 충분한 협의 없이 교육당국이 기준점수를 높인 데 이어 평가지표들까지 불리하게 수정되면서 다수의 자사고 관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자사고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학부모/학생 학교 만족도의 평가비중을 낮추고 사실상 학생 모집이 불가능한 사회통합전형 충원율 등의 배점을 늘렸다”며 “나아가 자사고들의 특장점인 인성/진로 등 다양한 프로그램 편성과 운영에 대한 배점을 낮추고 우수사례에 대해 부여하던 가산점 항목은 아예 없앴다. 행정상의 사소한 실수에도 크게 점수를 깎는 감사 지적사항 감점은 5점에서 12점으로 대폭 확대했으며, 교육청의 주관이 크게 개입될 수 있는 정성평가의 비중도 늘었다”고 전했다.

평가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교육당국의 충분한 소통이 없었던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교육청이 평가를 실시하기 직전 전격적으로 기준이 변경된 사실을 발표하면서 자사고들이 충분히 대비할 수 없도록 평가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평가의 취지가 교육/경영활동의 개선이나 교육수요자들을 위한 정보공개라는 점에 비춰볼 때 교육당국의 행태가 독단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의 교장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교장단과 단 한 차례의 면담도, 단 일분의 대화도 갖지 않은 채 자사고들에게 일방적으로 굴복을 강요하고 있다. 운영성과평가가 파탄에 이른 책임은 모든 소통과 대화를 거부한 교육감에게 있다”고 밝혔다.

학교장들은 조 교육감이 자사고교장단의 면담 요구를 모조리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평가지표를 학교들에 하달했다고도 덧붙였다. 서울교육청이 업무가 집중되는 3월에 평가대상인 학교들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하며 사실상 평가보고서까지 제출하도록 압박했다는 점도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 관계자도 “교육청이 밝힌 것처럼 자사고가 설립 취지에 맞게 학교를 운영하게 하고 교육 경쟁력을 높이려 했다면 5년 전 합의를 통해 기준을 마련하고 따르도록 했어야 한다”며 “그런데 그간 종전 기준에 맞춰 학교를 운영하고 준비해 온 자사고 앞에 협의도 없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새 기준을 지난해 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폐지수순’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불통’ 논란에 대해 서울교육청은 법령에 따른 정당한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반응이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평가대상인 자사고에 설명하기 위해 세 차례의 교감회의와 한 번의 교장회의를 소집했으나 자사고들는 응하지 않았다. 운영성과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서울자사고학교장연합회의 입장표명은 정당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청이 밝힌 내용에 대해 한 자사고의 교감은 “교육청이 제안한 회의에 교장단이 참석하지 않았던 것은 맞다. 교육청 소속의 장학사나 실무자들이 협의를 진행하고자 해 평가기준의 변경을 실질적으로 논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사고 교장단은 지속적으로 정책의 결정 권한이 있는 조희연 교육감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한 번도 교육감이 직접 나오지 않은 채 사전 예고도 없이 부당하게 기준변경이 이뤄진 것이다”고 반박했다. 

<‘불합리한’ 재지정평가.. ‘평가지표 재검토해야’>
서울자사고들은 평가지표의 재검토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일부지표의 배점이 변경되면서 자사고들에게 불리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뿐 아니라 상산고와 안산동산고 등 학교 관계자들의 집단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다른 지역에서도 평가지표가 문제 있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재지정평가 표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부지표의 변화가 있었다. 자사고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점수를 받기 쉬웠던 재정/시설여건 학교만족도 교원전문성 등의 배점이 줄고,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지표들의 배점이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논란을 불러온 사회통합대상자 관련 지표의 경우 자사고들의 꾸준한 문제제기로 강원교육청과 울산교육청 등 일부에서 평가기준이 다시 변경되기도 했다. 교육청 재량지표가 확대된 부분도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교육감들의 영향력을 확대시킨 변화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회통합대상자와 관련된 지표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함께 마련한 표준안에선 총 3개의 사회통합관련 지표가 있었다. 사회통합 대상자의 ▲선발노력(4점)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8점) ▲1인당 재정지원 현황(2점) 등 총 14점이다. 특히 3점에서 4점으로 배점이 오른 선발노력에 대한 반발이 가장 큰 상황이다. 선발노력의 판단기준을 단순히 충원율로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지정평가에 따르면 자사고들은 사회통합 의무선발대상자를 연평균 20%이상 충원해야 만점이 가능한 ‘매우우수’ 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수치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불만이 현장에서 제기된다. 실제로 서울지역 자사고들은 의무적으로 정원내 모집인원의 20%를 사회통합으로 선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매년 미달을 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기피성향이 뚜렷해 개선을 위한 뾰족한 방안도 찾기 어렵다는 게 자사고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게다가 학령인구 감소로 문제가 보다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장을 외면한 채 정량적 평가만을 판단기준으로 삼는 평가기준을 오히려 강화한 교육당국의 방침을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영수 비율이 50% 미만이어야 만점인 ‘기초과목 편성의 적정성’ 지표는 자의적인 기준으로 자사고들의 운영자율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형령에 따라 자사고가 ‘학교 또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고등학교’로 규정됐고, 관련된 시행규칙에도 재지정평가의 기준과 상충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2015년 이전까지는 기초교과의 편성비율을 50%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교육과정과 관련된 교육부의 고시들에서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에 불과했었다고 자사고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따라서 2015개정교육과정을 통해 편성비율에 대한 항목이 고시됐다고 해도 상위법령에서 규정된 자사고의 교육과정 운영 자율권과 상충되는 부분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었던 만큼 의무사항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재지정평가에서 기초과목 편성비율을 정한 평가지표의 배점이 상향조정된 것이 다분히 자의적이라는 지적이다. 

평가지표 가운데 ‘교원 1인당 학생수 비율’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사고 입장에서 교원 1인당 학생 수 비율을 낮추는 방법은 교사를 증원하거나 학생 정원을 감축하는 두 가지 방법뿐이기 때문이다. 두 방법 모두 학생과 학부모들의 등록금 가중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단순 비율을 척도로 적용하는 것은 등록금 인상을 가급적 억제하는 방향으로 학교를 경영하도록 권장하는 것과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중동고 오세목 교장은 “자사고가 일반고의 법정 교원수인 학급당 약 2.0명 수준으로 수업을 운영할 경우 교원 1인당 학생수는 17.5명이다. 재지정평가에서 만점으로 요구하는 교원 1인당 학생수 14명 미만으로 유지하던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과원교사’를 교육당국이 수용해 줄 것인지 먼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청 재량지표의 배점 확대에 대한 자사고들의 반발도 크다.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지표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어 형평성의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점이 10점에서 12점으로 늘어났지만 평가기준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서울교육청은 2014년 평가에선 가산점과 감점의 폭을 5점으로 해 평가했었다. 그렇지만 올해 평가에서는 우수사례에 대한 가산점은 폐지하고 감점을 최대 12점까지 확대하면서 자사고들에게 상당히 불리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장학 또는 감사에서 ‘주의’ ‘경고’ 조치 대상인 교원 1인당 0.5점에서 2점을 감점한다는 기준에 따르면 여러 명의 교사가 관련된 경우 1건만 지적된 상황에서도 최대 12점까지 감점될 수 있다. 중대한 사안으로 인한 감사 처분보다 경미한 지적을 다수의 교원이 범할 경우 감점폭이 더 큰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평가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불신 자초한 조희연.. ‘일관성 상실한 교육감 행보’>
서울자사고 교장들의 강경한 태도는 서울교육청에 대한 불신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조희연 교육감이 2022년까지 외고 자사고 최소 5곳을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입장을 번복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조 교육감은 2기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31개 대과제와 106개 세부과제를 담은 '혁신미래교육 백서’를 발표했다. 백서에는 대표공약인 자사고 폐지 정책이 담겼다. 2019년 1곳, 2020년 2곳, 2021년 1곳, 2022년 1곳 등 임기내 최소 5곳의 외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국제중 2곳의 일반중 전환도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관련 법령의 개정을 추진하면서 운영성과평가를 통한 지정취소도 진행한다는 방침이 논란이 됐다. 평가기준에 미달한 학교는 재지정을 취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대목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당시 조 교육감은 “평가지표 보완이 거의 완료됐다”며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재학생들이 받는 피해를 줄일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직후 비판이 일었다. 서울의 외고 자사고 대부분이 평가를 앞둔 상황에서 교육청이 ‘탈락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평가 공정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곧바로 “탈락 학교 수를 미리 정해놓고 평가하겠다는 것이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번지자 몇 시간만에 교육청은 설명자료를 내고 ‘4년간 총 5개교 일반고 전환’은 목표치가 아닌 ‘예측치’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기자회견 당시 ‘평가와 자발적 전환신청을 모두 포함한 목표치’라고 설명했지만 비판이 제기되자 뒤늦게 ‘자발적 전환신청만 고려한 것’이라고 말을 바꾼 셈이다. 교육청은 설명자료를 통해 “평가를 통한 일반학교 전환은 오기(誤記)”라며 “성과 목표는 자발적인 학교신청에 의한 전환만을 예측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5개교라는 예측치의 구체적인 근거는 없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자사고 위주로 전환 신청을 기대하는 분위기”라면서도 “(목표치에 대한) 구체적인 산정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해명에 급급했던 조 교육감은 올해초 여러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 재지정평가 결과에 따라 일반고 전환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입장을 다시 드러냈다. 2017년 서울외고 세화여고 등 5개교 재평가 결과 공개 당시 “평가를 통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경로는 타당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했던 스스로의 발언마저 뒤집은 셈이다. 일관성 없는 교육감의 행보가 평가대상인 자사고들의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교총의 한 관계자는 “더 이상 교육법정주의를 훼손하고 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 자사고 정책은 시/도교육감이 좌지우지해선 안되며 수월성 교육과 미래 교육환경에 부응한 고교체제 구축이라는 거시적 관점을 갖고 국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방적 폐지’ 재고해야.. ‘공교육 롤모델’ 역할>
자사고 폐지를 겨냥하고 있는 정부정책의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역행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특목자사고가 일반고들의 학교운영에 있어 벤치마킹할 수 있는 롤모델 역할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등성’의 가치만 강조한 정책은 공교육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논리로 더 이상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거꾸로 자사고가 사교육으로 흐를 수 있는 수요를 공교육에 붙잡아두는 역할을 한다는 반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반고 롤모델’ 역할을 하는 특목고와 자사고들도 있는 만큼 폐지를 밀어붙이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로 출발한 특목고와 자사고 가운데 특별한 성과를 내는 학교들이 나타나면서 다른 일반고들의 벤치마킹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교총 관계자는 “자사고는 2002년부터 평준화 교육을 보완하고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에 따라 도입됐으며 이후 정부들도 계승해왔다”면서 “창의성과 자율성 등이 부각되는 미래교육 환경을 감안할 때 앞으로는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을 조화롭게 추구해나가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와 일부 시/도교육감들이 일방적으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키려고 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사고 입시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이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현재의 자사고 입시에서 지필평가나 교과지식 질문이 금지되면서 전형준비를 위한 사교육 유발요인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발방식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사교육이 침범할 여지는 사라진다. 실제로 서울지역 광역단위 자사고들은 1단계에서 정원의 1.5배수를 추첨으로 선발하며, 2단계에서는 면접으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내신성적을 따지지 않고 일단 지원하면 추첨 대상이 되는 구조다. 특히 내신과 관련된 제한도 없어 내신 9등급이라 하더라도 지원만 하면 추첨을 통과해 입학할 수 있는 구조다. 

오히려 입학이후 사교육을 차단하는 효과가 높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특성화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와 만족도가 높아 학생들이 별도의 사교육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특목고와 자사고를 없애 모든 학생들을 일반고로 배정시키면 전반적인 학습 분위기가 높아진다는 주장이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제기된다. 한 고교 교사는 “특목 자사고가 없어지면 일반고에 긍정적인 효과가 유발된다는 주장은 현장을 모르고 하는 얘기에 불과하다. 전국의 특목 자사고를 전부 없앤다 하더라도 일반고에 배정되는 인원은 한 반, 한 두명 선에 그친다. 이 정도로 학습 분위기가 나아질 리 없다. 오히려 학생들 간 학업수준 격차가 커져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만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학급 전체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손수람 기자 sooram@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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