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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한의사 배재원의 건강한 공부] 공부와 스트레스

기사승인 2018.12.21  1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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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름없이 열심히 하지만 슬럼프가 아닌가 싶게 공부가 잘 안될 때가 있다. 원인이 될만한 특별한 몸의 이상이나 환경의 변화를 찾기도 어렵다. 이럴 때는 가뜩이나 부족한 잠을 더 줄이고, 다른 교재나 새로운 학원을 찾기에 앞서 스트레스 문제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과 호르몬의 작용을 통해 건강한 두뇌를 오염시킨다. 임계점을 넘은 스트레스는 인지기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뇌가 의존하고 있는 신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뇌를 위축시키는 구조적인 변화까지 일으킨다. 생생하고 활기차며 맑았던 머리는 오간 데 없고, 어딘가 구석에 처박아버리고 싶은 오래된 컴퓨터처럼 사고의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고 예전처럼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뉴런 사이의 활발한 작용을 통해 발휘되는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성은 언감생심이다. 한마디로 스트레스와 공부는 상극이다. 공부의 주인공인 뇌가 좋지 않은 상태로 공부에 들이는 노력과 시간을 늘려봐야 헛수고에 그치고 만다. PC와 핸드폰의 좋은 성능을 유지하려면 주기적으로 바이러스를 체크하고 메모리를 청소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공부를 잘 하려면 스트레스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최적화 작업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동경대 의대 본과 재학 중 단 한번의 도전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유명해진 코우노 겐토는 자신의 저서 ‘심플한 공부법’에서 공부 효율을 신속히 올릴 수 있는 여러 가지 비결 가운데 스트레스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첫째로 손꼽았다.

우리는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936년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 낸 헝가리 출신 내분비학자 Hans Selye 박사는 'Complete freedom from stress is death'라고 단언했다. 바꿔 말하면 삶과 생활이 계속되는 한 스트레스는 완벽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치 빛과 그림자, 동전의 양면처럼 생존과 스트레스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완벽히 없애거나 받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스트레스를 줄이세요.’처럼 무의미한 말도 없는 셈이다. 차라리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고 적응하려는 노력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의 효과적인 관리는 스트레스를 구체화하는 데서 시작한다. 뭐든지 정체가 불분명하고 막연할 때 상대하기 어려운 법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지금 나를 괴롭히는 스트레스를 종이 위에 글로 적어보는 것이다. 단 30분이면 충분하다. 크든 작든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는 것들의 목록을 작성한다. 해결이 불가능한 스트레스는 빨리 포기하고 순응하는 것이 상책이다. 해결 가능한 문제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 가능한 것인지, 도움을 받아 손쉽게 빨리 해결하는 편이 더 나은 것인지 분류한다. 실행 가능한 해결책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몇 가지를 간추려 적어본다. 머리 속을 맴돌 때는 무척 많게 느껴지던 스트레스도 막상 정리해보면 생각보다 적어 놀랄 수 있다. 특히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경쟁에서 비롯되는 불안과 부족한 수면 문제라는 공통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한번 정리된 스트레스는 다음 번에 반복이 되더라도 쉽게 헤어나올 수 있을 뿐 아니라 경험이 축적되어 갈수록 더 좋은 해결책이 떠오른다. ‘적을 알고 나를 알고 있을 때’ 이후 싸움의 결과는 모두 알고 있는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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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스트레스의 원인을 이성적으로 분석한다. 스트레스는 보통 부정적인 감정의 형태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감정은 주로 결과물이다. 스트레스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감정적으로 반응하기에 앞서 이성적으로 원인을 따져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 고치려 하지 않고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힘들다’라는 결과에만 매달린다면 스트레스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어떤 병에 걸려 심하게 아플 때, 병에 걸린 상태를 원망하거나 통증에 대한 괴로움만 호소하고 있으면 빨리 나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신속히 검사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해야 아픈 기간을 줄이고 후유증없이 회복할 수 있다. 졸음과 수면 부족을 탓하기에 앞서 비효율적이고 무의미하게 흘려 보내는 시간을 아껴 더 잘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역설적으로 충분히 잘 때 공부에 필요한 시간이 더 절약된다. 힘든 현실에 대한 불평 불만을 늘 입에 달고 지내봐야 바뀌는 것은 없다. 부정적인 기분과 습관은 성공에 방해만 될 뿐이다. 악순환을 한 번 끊어 선순환의 궤도에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하는 학생에게 가장 효율적인 스트레스 해소는 운동과 잠이다. 공부로 생긴 뇌의 피로는 숨이 차도록 땀을 흘리며 운동할 때 회복이 빠르다. 심박수를 끌어올렸다가 안정되면서 긴장과 불안감이 함께 녹아 없어진다. 운동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이 커진다. 장시간 끄떡없이 공부할 수 있는 체력은 덤으로 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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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하는 등의 靜적인 방법도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靜적인 상태로 오래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몸을 많이 움직일 수 있는 動적인 해법이 추천된다. 반대로 운동 선수는 중요한 시합 직전에 흔히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숨을 고른다.

불안감으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공부가 손에 안 잡힐 때에는 억지로 공부를 지속하기 보다 일단 한잠 자는 편이 좋다. 자고 나면 머리가 재부팅되는 느낌이 들면서 머리 속이 깨끗해지고 스트레스는 잊혀진다. 이 때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면 더 능률적인 공부가 가능하다. 인지과학 이론에 따르면 기억의 저장과 보존은 대부분 잠을 자는 동안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의 긍정적 기능을 극대화한다. 스트레스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Eustress’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효율과 성취도를 높이는 등 좋은 영향을 주는 스트레스를 나타낼 때 쓰이는 용어다. 공부가 잘 되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낼 때는 바로 적당한 긴장감이 있을 때다. 시험 날이 많이 남아있고, 개학이 아직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끼면 아무래도 공부와 숙제를 열심히 하기 어렵다. 내적 외적으로 느슨한 상황에서는 편안함을 느끼는 대신 집중력과 효율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흐트러짐을 막아주는 적당한 긴장과 시간에 쫓기는 초조함, 어느 정도의 승부욕과 경쟁의식 등은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사용하듯이 긍정적 스트레스와 부정적 스트레스의 균형을 맞추어 완급을 조절하면 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이루어진 자율신경 역시 긴장과 이완이 적절하게 조화될 때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千人所指 無病而死’라고 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병이 없는 사람조차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손을 벗어난 스트레스는 공부의 적으로 돌변한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고 주도적으로 통제할 뿐 아니라 오히려 성장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비범함을 보여준 경우가 많다. 순풍에 돛단배는 누가 올라타도 잘 나간다. 훌륭한 요트 선수는 거꾸로 부는 바람을 이용해 앞으로 전진하는 법을 안다. 공부라는 망망대해에서 누구나 스트레스라는 역풍과 마주친다. 다른 배가 멈추거나 뒤로 밀려날 때 혼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가장 먼저 항구에 도착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원/한의원 배재원 원장 medi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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