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시선.. 의협반발 극복 관건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국립공공의료대(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법률안이 발의된다. 법률 제정으로 이어질 경우 빠르면 2022년 개교할 예정이다. 전북도는 도내 국회의원을 주축으로 20여 명의 의원이 국립공공의료 대학원 설립근거 법률안을 공동발의했다고 21일 밝혔다. 한 교육전문가는 “법률안 발의가 곧장 설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전북지역 공공의대 설립을 염원하는 지역의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법률안은 공공의대 설립목적과 형태, 대학원 운영방법, 공공의료 인력 양성과 지원 등을 담았다. ▲국가는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해 입학금, 수업료, 교재비 등 교육경비 지원 ▲ 국립공공의료 대학원을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부여받은 사람에 대해 10년간 의무복무 ▲ 의무복무 기관 배치절차·근무지역 변경절차 등 세부내용을 명시했다.

의전원 설립을 두고 시선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교육부가 의료계를 논의에서 제외한 데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공공의대 설립이 공공인력 양성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반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노조)은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며 의협을 정면 비판한 상황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공공의대 설립 실현에 관심이 쏠린다. 

남원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을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의료계 패싱' 등 논란을 딛고 설립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가천대 제공

<공공의대 설립 본격화.. ‘의전원’ 체제로 가닥>
공공의대 설립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교육부가 열었던 제2차 국가특수법인 대학설립 심의위에서 압도적인 찬성결과가 나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본격적인 설립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서남대 의대 폐교로 시작된 논의이기 때문에 정원은 서남의대와 같은 49명이 유력한 상황이다. 

입학생들은 국립중앙의료원과 전북지역공공병원 등 전국 협력병원에서 순환교육을 받고, 의료 취약지역이나 공공의료가 필요한 기관에서 일정기간 이상의 의무복무를 거치게 된다. 의무복무 기간은 유사제도인 일본의 자치의대와 동일한 9년 또는 그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하지 않다.

공공의대 체제는 4년제인 ‘의전원’ 체제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6년제 의대 학부모집에 비해 교육기간이 짧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기재부 목소리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엇갈린 시선.. 의협 ‘강력 대응’ 시사>
공공의대 설립을 두고 시선은 엇갈린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의협은 “공공의대 설립을 저지하기 위한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8월2일 성명서를 통해 밝힌 상태다. 공공의료 발전과 의료서비스 접근성 확대 등의 중요한 문제가 걸린 공공의대 설립 문제를 교육부가 졸속으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 때문이다. 

의협은 의료계를 논의에서 제외한 점, 비공식적으로 논의를 진행한 점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의대 설립은 의료계가 주축이 돼 추진해야 하지만, 교육부는 위원 추천을 요청하지도 않고 어떤 의견도 구하지 않았다”며 “2차 위원회를 밀실에서 비공식적으로 진행하고 의견서 전달조차 거부한 것은 의학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태”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효율성’ 문제도 거론했다. “국립의대와 부속병원을 설립/운영하는데 3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된다. 병원 설립을 제외하고도 1744억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개교 후 15년 이상 기다려야 효과가 나타나는 장기정책이기도 하다. 보다 효율적인 방안을 제안한 의료계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의협은 지적했다.

공공보건의료 양성 정책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의협은 “의료소외지역 주민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기존 국립의대나 공공의료기관을 적극 활용해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 정책을 마련하고 의료 취약지의 근무환경을 개선해 수도권에 집중된 의료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이라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두고 천문학적인 세금을 낭비하며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발상”이라고 했다.

반면 보건노조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공공의대 설립은 공공의료에 종사할 인력을 국가가 책임지고 양성하겠다는 공공의료 강화정책의 신호탄이다. 우리나라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역사적 분기점"이라며 "공공의대 설립으로 공공의료 공백과 지역의료 격차 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8월6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보건노조는 의협의 주장을 ‘이기주의’라고 평가했다. OECD 보건통계나 간호사가 의사를 대신하는 진료보조 상황 등을 볼 때 의사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사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의대 설립을 막아서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라는 게 보건노조의 주장이다. 

<찬반 엇갈리는 이유는>
공공의료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국내 의료인력이 수도권 등에 크게 집중돼 의료취약지가 다수 발생한다는 근거를 든다. 하지만 공공의대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의 경우 공공의대가 공공의료 인력 양성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기존 국립의대를 활용해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국립대라고 해서 공공의료에 대한 소명을 가진 인재들이 입학하는 게 아니다. 졸업 후에는 인기전공을 선택하거나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국립의대에서 공공의료인력을 키워내기란 불가능”이라며 “국립의대에 일정인원을 할당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도 나돌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라고 본다. 공공의료에 대한 소명을 지닌 학생들만 모아놓더라도 이탈자가 나올 판국에 장학금만으로 공공의료에 대한 생각을 갖게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입에 미칠 영향은>
공공의대가 개교하면 국내 의대는 40개교에서 41개교 체제로 바뀐다. 원래 의대는 41개교였지만 서남대가 작년 모집정지 처분을 받은 이후 올해 완전폐교되면서 40개교로 줄어든 상태다. 

공공의대가 대입에서 가질 위상은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다만, 6년제 학부모집 의대로 설립될 시 선호도가 크게 낮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한 대입전문가는 “의대가 현재 자연계열 입시에서 가지는 위상은 다른 대학/학과들과 궤를 달리한다. 최상위 치대와 선호도 낮은 의대를 동시합격 하는 경우 의대를 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며, 국내 최고대학인 서울대에 붙더라도 의대를 택하는 수험생들이 상당수 나오고 있다. 비록 졸업 후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악조건이 있지만, 수험생들의 관심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의대들에 크게 뒤지지 않는 선호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공공의대가 현재 논의대로 4년제 의전원으로 세워지면 대입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의대 진학을 위해 생명과학 등을 선택하는 수험생들이 다소 생기겠지만 그 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다수 의대가 의전원을 택했던 시절에는 생명과학 등의 인기가 크게 올랐지만, 49명 정원의 의전원 설립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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