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경화 기자] 입시전략은 본인이 갖고 있는 경쟁력을 잘 활용하기 위한 것이 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입시전략을 구상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은 입시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라 조언한다. 단순히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만 갖고서는 제대로 된 입시전략을 수립할 수 없다. 수험생 본인 또는 가족의 기대치와 현실적인 가능성 사이에서 분명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재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과 올해로 대입을 결정하고 싶은 학생의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간단한 일은 아니다. 여러 가지 상황적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현실적 조건들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고, 대부분의 경우 수험생 가족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학생 본인은 목표를 위해 한 번 더 도전할 용의가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도 있고, 학생 본인은 충분히 현실적인 선택에 만족하는 반면 가족은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여러 상황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활용하는 지원대학의 '마지노선'을 설정해두는 방법은 딱히 유용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실적인 가능성과 기대치 사이의 차이가 지나치게 큰 학생도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많은 실패의 경험만을 껴안고 우울한 표정으로 재수 생활에 돌입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재수를 결정하게 되더라도 그것이 '실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선택'과 '도전'에 따른 결과임을 선명하게 남겨둘 필요가 있다.

막연하게 '이 정도는 합격하겠지'라는, 적당히 지원해 '합격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낙관적인 지원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도전 자체를 경험으로 불합격해도 내년에 또 도전하겠다는 마음이거나, 재수는 절대 하지 않도록 반드시 합격하겠다거나 하는 두 가지 방향 중 결정해야 한다. 전자의 방향을 정한 학생이라도 당연히 성심성의껏 준비할 것이다. 지금의 노력이 다음 도전의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김 소장의 조언에 따라 2019수시 '합격조준' 입시전략을 살펴본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내 수능경쟁력' 분명히 파악>
우선 본인의 '수능경쟁력'을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모든 입시전략 수립의 기준은 '수능성적'이기 때문이다.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이 수시 지원의 준거가 되기도 하지만, '정시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곧 본인의 최종합격대학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최소 3~6월 동안 치러진 모의고사 성적을 바탕으로 자신의 수능경쟁력을 점검해야 한다. 현 단계에서는 6월모평결과를 중심으로 고민하되, 성적의 흐름에 집중해야 한다. 6월의 결과에 지나치게 기뻐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본인의 성적추이를 점검하면서, 9월모평을 지나 실제 수능에서 얻게 될 본인의 점수를 넓게라도 추정해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과 목표와의 차이를 확인해봐야 한다. 합격이 목표라면 목표를 소폭 수정해야 할 상황도 있을 것이다. 목표와의 차이가 크지 않아 도달 가능한 거리라면 앞으로의 학습에 충분한 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능경쟁력이 모든 입시전략의 기준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면서, 본인 수능경쟁력의 향상 유지 하락 등 여러 시나리오를 가상한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놓고 9평 가채점 이후 한 가지를 선택해 원서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수능경쟁력 높고, 학생부경쟁력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
학생부경쟁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하나는 내신경쟁력이고 하나는 비교과경쟁력이다. 정시수능전형으로 합격할 수 있는 대학이 학생부교과전형으로 합격할 수 있는 대학보다 상위대학이라면 내신경쟁력을 활용할 이유가 없다. 불안한 마음에 지원했는데 합격한다면 본인의 경쟁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입시결과가 된다. 소위 '수시납치'라 표현하는 사례다. 수능에서 본인이 예상할 수 없을 만큼 급격히 성적이 향상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수시납치는 자신의 경쟁력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수능경쟁력이 다른 경쟁력보다 높은 경우 정시를 목표로 수능공부를 꾸준히 하되, 논술전형 위주의 상향지원으로 수시원서지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술지원 대학은 수능최저가 까다롭고 수능성적 여하에 따라 논술응시를 결정할 수 있도록 수능이후 논술고사 일정이 있는 대학이 적절하다.

적성고사 전형도 큰 틀에서 이와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적성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들의 경우 알고 보니 본인의 교과/비교과 경쟁력을 활용해 합격할 가능성도 있는 대학인 경우가 종종 있다. 중위권 대학들의 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은 합격자들의 평균성적과 추가합격자들의 성적 차이가 심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내신/수능이 3~5등급대인 학생들의 경우 적성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폭넓게 생각해야 한다.

<수능경쟁력과 학생부경쟁력이 비슷한 경우>
수능경쟁력과 학생부경쟁력 사이의 우월을 판단하기가 어려운 경우, 전제해야 할 것은 현 시점에서 교과성적을 급격하게 향상하거나 비교과활동의 내역을 갑자기 풍부하게 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보통 두 가지 방향으로 고민해볼 수 있다.

- 수능경쟁력 높여 부족한 학생부경쟁력 보완
수능최저가 없고 교과성적만을 반영하는 한양대 학생부교과전형은 인문계열 합격자의 최종 평균 내신 커트라인이 1.2등급을 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전형요소를 보지 않는 만큼 교과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대거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까다로운 수능최저를 요구하는 다른 대학 교과전형의 경우, 최상위 학과인 의예과라 하더라도 합격자평균내신컷이 1.5등급을 넘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두 경쟁력의 우열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당장 수능공부에 매진하는 것이 현명하다. 수시합격에 실패하더라도 정시까지 도전해볼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 다른 전형요소의 경쟁력 향상 통해 부족한 학생부경쟁력 보완
학종 중에는 서류뿐 아니라, 면접 등 다른 전형요소가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전형방법이 '1단계 서류100, 2단계 서류+면접'으로 동일하다 하더라도, 1단계 선발배수가 많아 2단계 면접변별력이 높은 전형들도 있다. 본인이 면접경쟁력을 높인다면 부족한 학생부경쟁력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자기소개서에 공을 충분히 들이는 것도 전략의 일환이다. 일괄선발인 전형에서 100% 합격을 장담하기에는 모호하지만, 1단계 N배수 선발에는 확실히 들 자신이 있다면 당락을 가르는 2단계 전형요소에 대한 준비도 고려해볼만하다.

<수능경쟁력보다 학생부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
수능경쟁력보다 학생부경쟁력이 높은 경우, 수시합격에 실패하고 정시로 지원하고자 한다면 추후 수능경쟁력이 향상됐다 해도 정시지원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수시에서 입시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한 입시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합격가능성이 높은 수시전형을 찾아 면밀히 분석해 학교가 원하는 항목을 보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제 와서 학생부를 크게 변화시킬 수는 없으니, 3년의 교과/비교과 활동을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학종이라도 다 같은 학종이 아니기에 대학별 인재상이나 커리큘럼 등에 따라 평가요소가 다르고 평가하는 방식도 다르며 선호하는 학생도 다르다. 차이를 민감하게 찾아내 섬세한 전략을 구성해야 한다. 대학의 주요 평가항목 중 학생부에 드러나지 않은 내용을 자소서나 면접 등을 통해 보여줄 방법에 대해 강구해야 한다. 동일한 수준의 대학이라도 어떤 대학에는 합격하고 어떤 대학에는 불합격할 수도 있으므로 원서 한 장 한 장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수능은 주요전형의 수능최저를 충족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데, 영역별 점수차가 큰 편이라면 전략 과목을 중심으로 공부할 수도 있지만, 비전략과목에 대한 학습을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경쟁력이 목표대학과 차이가 큰 경우>
이런 경우라면, 지금은 입시전략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학습계획을 고민해야 한다. 입시는 실력에 우선하지 않고, 역량을 뛰어넘는 전략은 가능할 수 없다. 수능까지 3개월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중하위권 학생이라면 적잖은 성적 향상도 기대해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중하위권 학생은 모든 과목을 잘하려 들기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효과가 높을 수 있다. 상위대학의 경우 전 영역에서 고르게 높은 성적을 받는 것이 중요하므로 특정 과목에서 펑크가 나지 않도록 성적 전체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중하위권의 경우 정시에서 네 개 영역을 모두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고, 영역별 반영비율을 극명하게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전체적인 성적 향상은 이뤘다 하더라도 실제 원서를 쓰기에는 뚜렷한 변별력이 없는 성적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나머지 과목은 60점수준이지만 국어가 80점수준이라면 국어의 반영비율이 높은 대학만을 전략적으로 지원할 여지가 생기는 식이다. 다만 모든 과목이 70점수준인 경우 수능점수의 단순 합은 높더라도 대학별 환산점수는 낮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여력이 된다면 한 개 영역이 아니라 두 개 정도의 영역에 집중해 정시전형을 준비하는 것이 선택의 폭은 물론 성공의 확률도 높일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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