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정원 대비 고대 1위..'졸업생/응시자 잣대 법무장관 출신교 배려?'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최근 전면 공개된 로스쿨별 변호사시험(변시) 합격 순위에 논란이 무성하다.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야 하는데 법무부가 졸업생이 ‘보다 의미 있는 통계 자료’라는 입장을 밝혀 순위가 왜곡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자료를 공개한 법무부가 연세대가 1위인 ‘졸업생’ 대비 누적 합격률을 내세우자 고려대 로스쿨이 ‘입학정원’ 기준 전국 1위라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리며 '반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연대 법대 출신으로 연대 로스쿨 교수를 지낸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모교’를 배려해 벌어진 일 아니냐는 시선도 팽배하다. 

논란의 원인은 간단하다. 기준에 따라 순위가 크게 뒤바뀌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수치인 변시 합격자 수와 달리 로스쿨별 합격률 순위는 ▲입학정원 ▲졸업생(석사학위 취득 인원) ▲응시인원의 3개 잣대 중 어느 것을 활용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게 된다. 입학 후 3년 만에 변시에 합격한 ‘스트레이트’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7기 입학생들의 합격률 순위도 존재한다. 어느 잣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로스쿨 순위는 뒤바뀐다. 

가장 설득력있어 보이는 잣대는 고대가 내세운 입학정원 기준이다. 로스쿨이 통제 가능한 응시인원이나 졸업생 기준 순위보단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합격률을 따지는 것이 더 정확한 실질 경쟁력을 나타내는 때문이다. 수요자들이 ‘재시’를 염두에 두고 로스쿨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볼 때 ‘스트레이트 합격률’이 차라리 응시인원이나 졸업생 기준 순위보다는 의미가 높다는 게 중론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고등법원이 공개 대상으로 결정한 정보는 로스쿨별 변시 응시자 수와 합격자 수, 합격률이었다. 굳이 법무부가 공개할 필요도 없는 졸업생 기준 합격률을 내놔 논란을 키운 형국”이라며 “가장 의미 있는 자료는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이라고 봐야 한다. 단순 응시자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잘못됐다. 입학정원보다 졸업생/응시자 수가 적은 것은 로스쿨 차원에서 합격 가능성이 낮은 학생들에게 졸업/응시를 허용하지 않거나 중도 탈락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졸업/응시 기준으로 순위를 따지게 되면 중도탈락이 적고 정원 대부분이 변시에 응시할 만큼 좋은 교육을 수행한 로스쿨만 불이익을 떠안게 된다. 법무부가 앞장서 로스쿨들에게 ‘꼼수’를 조장하는 셈이다. 이미 수요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의대 국시 합격률처럼 변시 합격률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조치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공개된 변시 합격률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법무부가 졸업생 기준 응시율이 '보다 의미있는 통계'라는 입장을 밝히자 고대가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을 따져야 한다며 반박에 나선 상황이다. /사진=중앙대 제공

<고려대 로스쿨 ‘반발’.. 입학정원 기준 ‘전국 1위’>
최근 고려대 로스쿨은 홈페이지를 통해 “로스쿨별 조정이 불가능한 확정적 숫자인 입학정원 기준”이라며 ‘변호사 시험 누적 합격률 전국 1위’ ‘제7기 합격률 주요대학 중 1위’란 공지를 띄웠다. 로스쿨마다 정해진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보면 지금까지 변시를 치른 7개 기수의 누적 합격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것이다. 

고대의 이번 발표는 법무부가 최근 내놓은 변시 합격률 순위에 대한 반박으로 읽힌다. 법무부는 대한변협과 벌인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패소, 로스쿨별 변시 합격률을 공개하면서 “변호사 시험 제도의 도입취지와 응시기간을 규정한 취지 등을 고려했을 때 보다 의미 있는 통계자료”란 이유로 “각 학교의 기수별 석사학위 취득자 대비 누적합격률도 함께 공개한다”고 밝혔다. 석사학위 취득자는 3년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을 마치고 졸업한 인원을 뜻한다. 

법무부는 졸업생 기준이야말로 실제 변호사 자격 취득 확률을 추정할 수 있는 지표란 입장이다. 현재 변호사시험은 무제한 응시로 인한 국가인력 낭비, 응시인원 누적으로 인한 합격률 저하 방지 등의 이유로 석사학위 취득일로부터 5년 5회까지만 응시할 수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거쳐 석사학위를 취득한 자를 기준으로 합격률을 따지는 것이 합당하다는 이유다. 

자료 제공 주체인 법무부가 ‘의미있다’는 해석까지 담아 합격률을 제시하자 언론도 대부분 이를 따랐다. 입학정원 기준 잣대가 더 실질적 잣대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왔지만, 어디까지나 ‘메인’은 졸업생 기준 순위였다. 졸업생 기준 순위에서 1위는 연세대며, 2위 서울대, 3위 고려대, 4위 아주대, 5위 성균관대 순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고대가 주장하는 ‘입학정원’ 기준으로 따지면 순위는 달라진다. 입학정원 기준 변시 합격률을 보면 1위는 고려대며, 2위 서울대, 3위 연세대, 4위 성균관대, 5위 아주대 순이 된다. 2위 서울대만 제자리를 지킬 뿐 나머지 톱5 대학들은 전부 순위가 바뀐다. 

같은 대학들이 자리만 뒤바꾼 톱5 밖까지 보면 차이가 더 크다. 졸업생 대비 순위에서 12위인 영남대는 입학정원 대비 순위에선 6위로 올라서며, 10위인 이화여대는 7위로 순위가 높아진다. 중앙대도 11위에서 9위로 올라선다. 반면, 경희대는 6위에서 8위, 인하대는 7위에서 11위로 몇 계단 내려앉는다. 

<순위 차이 왜 발생하나.. 중도탈락, ‘꼼수’ 탓>
이처럼 두 순위 사이에 차이가 큰 것은 최초 입학한 학생들의 졸업 비율이 로스쿨별로 상이한 때문이다. 법무부가 발표한 7기까지의 입학정원과 누적 졸업생을 바탕으로 로스쿨별 졸업비율을 따져보면, 영남대가 490명의 입학정원 가운데 474명이 졸업, 가장 높은 96.7%의 졸업비율을 보인 가운데 이대 95.9%(671명/700명), 고대 95.5%(802명/840명), 중대 95.1%(333명/350명)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연대는 93.6%(786명/840명)로 순위에서 언급된 대학들 중 가장 졸업비율이 낮은 편이었다. 

졸업비율이 낮다는 것은 결코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지표다. 반수나 학업 중도포기 등의 중도 탈락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는 점에서다. 입학생들을 고스란히 졸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한 대학은 졸업생 대비 순위에서 불이익을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 한 로스쿨 관계자는 “학생들이 중도에 탈락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쏟고 있는데, 이런 노력들이 반영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입학정원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야 중도 탈락자가 생기지 않도록 로스쿨들이 장학금 정책 등에 더 신경을 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졸업비율은 ‘꼼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모의고사 성적 등을 토대로 미리부터 변시 합격률이 낮을 것으로 보이는 학생들을 졸업시키지 않는 방법이 활용되고 있는 때문이다. 한 로스쿨 관계자는 “로스쿨마다 방침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졸업요건을 갖추고 별 다른 문제가 없다면 졸업을 허용하지만, 일부 로스쿨은 모의고사 성적 등을 토대로 변시 합격률이 낮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에게 졸업을 시키지 않는 ‘꼼수’를 쓰곤 한다. 3년의 교육과정이 잘 이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 대학들은 지금처럼 졸업생 기준 순위를 매기면 ‘꼼수’를 쓴 대학들에 비해 아무래도 합격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고대가 이번에 반박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 

대학가에서는 법무부가 굳이 졸업자 합격률을 공개한 이유를 알기 어렵단 반응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법무부가 자료 공개 과정에서 온갖 이유를 들어 졸업생 합격률을 주된 지표로 공개했지만, 근거가 빈약하다. 정보공개청구소송 패소에 따라 공개해야 할 자료는 응시자 수와 합격자 수, 합격률이었지, 졸업생 수가 아니었다. 장관이 모교를 배려했다는 소문이 사실상 정설처럼 나도는 상황"이라며 "이왕 법원의 결정사항보다 범위를 넓혀 공개를 하려거든 정말 수험생들이 실질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정보들을 내놨어야 한다. 각 로스쿨의 응시횟수별 재시 인원, 변시 응시자격 박탈자 등의 정보들은 감춰둔 채 졸업생 합격률을 내놓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법무부가 이번처럼 ‘졸업생’ 기준 순위에만 초점을 두면 변시 합격률이 의도와는 달리 무의미해질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이미 별다른 지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의대 국시 합격률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현재 의대 입학에 있어 국시 합격률은 별다른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의대들이 자체 유급 제도 등을 강하게 운영, 국시 합격 가능성이 낮은 학생들은 시험에 응시조차 못하게 막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째 100% 합격 등의 허울좋은 구호들이 넘쳐나면서 수요자들로부터는 완전히 외면받는 지표가 된 지 오래”라며 “변시 합격률도 지금처럼 졸업생 기준으로 줄 세워지면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마다 강한 유급제도를 운영하게 될 것이고 교육을 잘 하지 못한 인원들은 ‘모수’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실질과는 다른 경쟁력 순위가 나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로스쿨의 정확한 평가를 위해 객관적인 합격률을 공개한다는 이번 정보공개 취지 역시 무의미하게 바뀌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의미에서 졸업과 마찬가지로 통제 가능한 수치인 응시자 수 대비 합격률도 의미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특히 졸업 후 5년 내 5회까지 응시할 수 있는 변시의 특성 상 대입의 재수 격인 ‘재시’ 수험생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은 실질 경쟁력과 거리가 멀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졸업생과 응시자 수를 비교해 ‘재시’에 나선 인원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재시’ ‘삼시’ 등 응시횟수 구분이 불가능하고 5번의 시험에서 전부 불합격한 인원 등을 알 수 없단 수요자들이 참고할만한 대상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응시자 기준 순위는 1위 서울대(84.4%), 2위 연대(83%), 3위 아주대(80.6%), 4위 고대(78.7%), 5위 성대(74.3%) 순서다. 

물론 일각에선 낮은 졸업 비율을 마냥 부정적으로 바라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차츰 법적 다툼이 늘어나는 사회상을 볼 때 미래의 법조인을 길러내는 로스쿨의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봐야 한다. 엄격한 학내 기준을 둬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졸업자격을 주지 않는 것이 마냥 ‘꼼수’로 매도되선 곤란하다. 뒤집어 얘기하면 로스쿨에서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밟지 않은 학생들에게 무턱대고 졸업자격을 부여하란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일부 대학들이 변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졸업을 통제하는 등의 행동을 하고 있지만, 이는 별도의 개선사항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순위, ‘스트레이트 합격률’.. '최단기간' 변호사 확률 '의미'>
변시 합격률을 기반으로 구할 수 있는 또 다른 순위로는 ‘양적 순위’인 합격자 수 기준 순위와 7기 기준 ‘스트레이트 합격률’ 순위가 있다. 이 중 합격자 수 순위는 활용도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입학정원이 많게는 150명에서 적게는 40명까지 대학별로 차이가 크다 보니 단순 숫자로는 경쟁력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은 때문이다. 사법시험의 경우 전공학점 이수 등의 조건이 있긴 했지만 법대 외에도 문호를 개방했기에 합격자 수를 기반으로 대학 경쟁력을 판단하는 데 의미가 있었지만, 변시는 로스쿨을 기준으로만 치러지는 시험이기에 정원 차이를 극복하기란 불가능하다. 

반면 스트레이트 합격률은 수요자들이 참고할만한 의미가 있단 평가다. 모든 수험생이 원하는 ‘최단기간’을 들여 변호사가 되는 비율을 알 수 있는 자료인 때문이다. 법무부가 공식적으로 제공한 자료는 아니지만 제공된 자료를 기반으로 해석하면, 2015학년 입학한 7기 입학생 가운데 3년의 교육과정만 밟고 ‘스트레이트’로 변호사가 된 인원을 파악할 수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로스쿨 선택 과정에서 ‘재시’를 고려하는 인원은 없다. 목표는 결국 3년의 교육과정 이후 바로 변호사가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스트레이트 합격률은 입학 후 3년만에 변호사가 될 확률을 간접적으로나마 추정할 수 있는 지표란 점에서 의미가 높다”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 합격률도 이번 논란처럼 입학정원과 졸업생의 기준을 각각 적용해볼 수 있다.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중대가 50명 정원 중 39명이 합격해 78%로 가장 스트레이트 합격률이 높다. 반면, 졸업생을 기준으로 하면 117명의 졸업자 중 110명이 합격한 서울대의 스트레이트 합격률이 94%로 가장 높게 나온다. 서울대는 150명의 입학정원 중 117명만 3년의 교육과정 이후 졸업한 반면, 중대는 50명의 정원 중 대다수인 48명이 졸업에 성공해 순위가 크게 달라진 형국이다. 

두 대학 외로 범위를 넓히면 가장 최근의 교육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스트레이트 합격률은 누적 합격률과 다소 순위 차이가 있는 편이었다. 입학정원 대비로는 고대 서울대 연대 서강대 영남대 경희대 성대 등의 순으로 스트레이트 합격률이 높았고, 졸업생 대비로는 서울대 고대 연대 서강대 경희대 아주대 중대 성대 순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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