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연대 대립 치열해지나’.. 정시확대/수능최저폐지 '입맛맞추기 수포'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연세대가 대학별고사 교육과정 위반으로 인해 내려진 모집정지 처분에 불복, 교육부와 행정소송을 벌인 결과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 인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대 관계자는 17일 “모집정지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 인용됐다. 모집정지 처분의 효력이 중단된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교육부는 2016학년과 2017학년의 2년 연속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선 대학별고사 출제를 이유로 연대 서울 본교(이하 연대)에 34명, 원주 분교(이하 연대(원주)에 1명의 모집정지 처분을 내렸던 상황. 이번 가처분 인용으로 연대는 2019학년 계획한 정원내 기준 3430명의 인원을 전부 선발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가처분이 인용됐지만 연대 입장에선 한숨을 돌린 것일 뿐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모집정지 처분의 효력이 정지됐을 뿐 교육과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최종 결정이 나온 것은 아닌 때문이다. 본안소송으로 볼 수 있는 ‘모집정지 취소’ 소송 결과에 따라 가처분 인용의 효력은 달라진다. 만약 본안소송에서 연대가 패소하면, 가처분 인용의 효력은 사라지고 중단됐던 모집정지의 효력은 살아난다. 

이번 판정에 대한 교육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공교육정상화법에 규정된 교육과정 위반 판정절차가 대학의 개선 노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근본적 문제점을 들어 가처분 인용의 타당성을 높게 사는가 하면, 사교육 유발이란 이유로 논술이 축소 대상 전형으로 낙인 찍히는 데 ‘주범’ 역할을 한 연대의 교육과정 위반에는 더욱 강화된 처벌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다. 가처분이 인용됨에 따라 공교육정상화법에 규정된 모집정지 처분이 앞으로는 시기를 달리해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제시된다. 

이번 가처분 인용에 대해 연대는 마냥 환호할 수 없는 형국이다. 교육부의 ‘정시확대’ 주문에 적극 호응, 2020학년 정시확대와 수능최저 전면폐지 조치까지 선보이며 봉합하려 했던 교육부와의 갈등과 대립이 회복불가의 극한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하여 연속된 교육과정 위반과 특기자 중심 전형구조 등으로 인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선정이 어려울 것이란 평가는 여전히 유효하다. 한 교육 전문가는 “연대는 최근 내놓은 2020학년 전형계획으로 인해 큰 비판을 받았다. 수능최저 폐지, 정시확대는 그간 정부정책과 ‘엇박자’를 보여온 기존의 모습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었지만, 모집정지 처분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겉으로는 교육부 주문에 적극 호응하는 표리부동의 태도가 더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서울대 고려대가 학종을 중심으로 대입전형을 대폭 개선하는 와중에 연대가 특기자를 위시해 대학 입맛에 맞는 대입전형을 꾸준히 밀어붙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배경에는 특목고 출신과 높은 입결의 수험생들을 포기할 수 없는 심산이 깔려있었다고 봐야 한다. 일반고나 불리한 여건인 지방 수험생들을 무시해온 처사”라며 “이번 가처분이 인용됐지만 오히려 연대는 좌불안석일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탈락이 유력한 가운데 기껏 2020학년 전형계획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려던 것이 대립양상으로 다시금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기껏 들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셈”이라고 말했다. 

연세대가 2년 연속 교육과정 위반 판정에 불복,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소송을 법원이 인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0학년 정시확대, 수능최저 전면폐지의 큰 변화를 단행하며 교육부와의 갈등봉합에 나선 것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연세대 제공

<연세대 행정소송 승리.. 본안소송 지켜봐야>
법원이 지난달 9일과 20일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연대가 제기한 ‘모집정지 취소’ 소송과 ‘모집정지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 가운데 가처분 소송을 인용한 사실이 17일 확인됐다. 대학가에서 가처분 인용 소식이 일부 흘러나온 가운데 연대 관계자가 “모집정지 처분에 대한 가처분 소송이 인용됐다. 모집정지 처분의 효력이 중단된 것”이라고 밝혀 사실 여부가 확인된 상황이다. 

일단 연대는 기존 계획했던 2019학년 모집인원을 전부 선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가처분이 인용됨에 따라 교육부가 연대에 내렸던 모집정지 처분의 효력이 정지됐기 때문이다. 연대가 지난해 4월말 발표한 2019학년 전형계획의 모집인원은 3430명. 본래는 34명 모집정지 처분으로 3396명만 모집 가능했지만, 가처분의 효력이 살아있는 이상 3430명을 전부 모집할 수 있다. 

정황상 연대(원주)에 대한 모집정지 가처분도 인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행정소송을 제기할 당시 서울 본교와 원주 분교를 합쳐 총 35명 모집정지에 대한 취소를 요청한 때문이다. 관계자는 “원주캠 관련 사항까진 확실히 알지 못한다”라며 말을 아꼈지만, 법원이 굳이 본교와 분교의 처분을 달리할 이유는 없는 상황이다. 

연대(원주)에 내려졌던 모집정지 처분이 효력을 잃으면 전국 의대 입시에도 소소한 변화가 발생한다. 공교롭게도 모집정지 처분의 대상이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극명히 높은 의대였던 때문이다. 연대(원주)는 기존 1명의 모집정지 처분으로 91명 모집이 유력했지만, 이번 가처분 인용으로 계획했던 92명 모집을 다시금 노릴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의전원들의 대거 의대 전환과 그에 따른 학사편입학 종료시점 도래로 예년 대비 크게 늘어난 2927명의 2019학년 의대 입시 모집규모는 2928명으로 한층 더 늘어나게 된다. 

물론 2019학년 연대가 실제로 계획한 모집인원을 선발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집행정지 가처분’은 인용됐지만, 본안소송으로 봐야 하는 ‘모집정지 취소’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만약 모집정지 취소 소송에서 연대가 패소하면, 가처분의 효력은 사라지며 모집정지가 다시금 유효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연대 관계자는 “가처분이 받아들여졌지만, 2019학년 모집인원을 계획대로 선발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본안소송 결과에 따라 가처분의 효력은 달라진다. 본안소송에서 지면 모집정지 처분을 다시금 이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육부 입장에선 이번 가처분 인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미비한 대입개편안을 내놔 ‘해체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정, 고등교육법에 따른 제재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대학이 ‘맞불’을 놓고 법원이 이를 인정하는 구도가 되버린 때문이다. 실제 교육부는 가처분 인용에 대한 대응방침을 아직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17일 오후 “이제 관련 내용을 보고하는 단계”라며 “가처분이 인용된 것은 맞지만 아직 할 말이 없다”고 대답을 피했다.  

이번 가처분 인용으로 기껏 연대가 ‘봉합’에 나섰던 교육부와의 대립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게 대학가의 관측이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탈락이 유력하단 사실이 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지시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난달 있었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설명회에서 발표된 부정 사례는 누가 들어도 연대라고 인식할 정도였다. 2020학년 전형계획 입력 마감 시점에 임박해 교육부 차관이 갑작스레 정시확대를 주문, 누가 봐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연세대가 갑작스레 정시확대와 수능최저 전면폐지를 담은 전형계획을 발표한 것은 교육부와의 갈등을 풀어보려는 시도란 게 정설”이라며 “하지만 이번 가처분 인용으로 다시금 교육부와 연대는 서로에게 날을 세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육부 입장에선 연대를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 입맛에 맞춘 2020학년 전형계획을 기반으로 노렸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역시 그간의 특기자선발과 정시중심 전형구조, 2년연속 교육과정 위반 등을 이유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사업의 지원액이 딱 맞아떨어졌던 탓에 연대 재선정은 중간평가 탈락 때부터 정해진 것이란 소문이 파다한 가운데 한 해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단 이유로 연대를 사업에 포함시키는 경우 대학가로부터 비판이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연세대 소송 왜? 교육과정 2년 연속 위반 불복>
연대에 내려진 모집정지 처분은 대학별고사 교육과정 위반 판정에서 기인한다. 현재 대학들이 입시에서 활용하는 면접/논술 등의 대학별고사는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입시가 모두 종료된 후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따지도록 돼 있다. 인성면접이나 예체능 실기 등을 제외한 교과 기반 면접/논술은 전부 위반 판정 대상이다.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이뤄진 것은 2년째다.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정하는 근거인 공교육정상화법은 2014년 발효됐지만 바로 다음해인 2015학년 입시에선 위반 판정 도구인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한 때문이다. 처음 접하는 내용에 대학들이 우왕좌왕한 결과 분량과 양식이 천차만별인 보고서가 태반이었다. 이에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산하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이 워크샵 등 각고의 노력을 들이면서 2016학년부터 위반 판정이 가능한 수준의 보고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018학년 대입전형에 대한 보고서는 지난달 말에나 나왔기에 지금까지 나온 판정결과는 2016학년과 2017학년의 2년 뿐이다. 

문제는 연대가 단 두 차례 치러진 위반 판정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는 데 있다. 2016학년의 경우 12개대학, 2017학년의 경우 11개대학이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았는데, 연대는 서울 본교와 원주 분교가 모두 2년 연속 위반 판정을 받은 상황이다. 전국에 있는 200여 개 대학 가운데 이처럼 2년 연속 교육과정 밖에서 대학별고사를 출제한 대학은 연대 연대(원주) 울산대의 3개교 뿐이다. 이들 대학은 각각 규모엔 차이가 있지만, 2년 연속 교육과정 위반으로 인해 모두 모집정지 처분이 내려진 상태다. 공교육정상화법은 2년 연속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 적발 시 제재조치로 모집정지를 규정한다. 

결국 이번에 인용된 가처분 등의 소송은 연대가 모집정지 처분에 불복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지난해 8월 교육부로부터 위반통보를 받던 시점부터 이의를 제기하며 재심의를 요청하는 등 판정에 보여온 강한 반발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교육부가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모집정지 처분을 내리고, 올해 3월 이를 최종 확정짓자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소송에 나선 상황이다. 

연대가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지닌 한계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위반 판정은 대학이 아무리 개선 노력을 들이더라도 반영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최근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시작되면서 대학들은 출제에 온통 신경을 쏟고 있다. 출제 교수들을 대상으로 바뀐 교육과정을 강의하는 것은 예삿일이다. 출제장에 교사/학생들을 동행해 난이도를 조정하고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사전체크하는 대학들이 부지기수”라며 “문제는 아무리 이렇게 노력해도 교육과정 위반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교육과정의 해석 기준이 모호해 부지불식 간에 위반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등은 문제가 어려워서 발생하는 일이라고 얘기하지만, 문제를 아무리 쉽게 내더라도 교육과정 위반을 원천 차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용어사용을 비롯해 풀이과정에서의 자그마한 응용조차도 전부 위반 판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대학들이 위반 판정에 대해 가지는 불만과 억울함은 크다. 연대가 교육부 판정에 불복하는 것도 그만큼 억울한 면이 많단 얘기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모집정지로 인해 생기는 재정 공백을 의식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최근 대학들이 겪는 재정난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물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동결이 사실상 강제되는 상황에서 현 정부는 그간 등록금 역할을 해온 입학금을 무턱대고 폐지하라고 강요하는 데 더해 면밀한 분석 없이 일단 ‘내리고 보자’는 인기끌기 식 전형료 인하 정책까지 펼치며 대학을 압박하고 있다. 대학들이 괜히 재정지원사업에 목을 매는 것이 아닌 상황”이라며 “모집정지 처분이 나오는 경우 해당 인원들이 낼 등록금은 고스란히 재정공백으로 이어진다. 연대 평균 1년 수업료인 900만원을 기준으로 34명의 모집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통상적인 4년의 재학기간 기준 12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 당장 10억 안팎이 주어지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 대학들의 희비를 가르는 상황에서 모집정지 처분에 초연한 모습을 보이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육정상화법 제재 시기 달라질까.. 수요자 피해 전가 지적도>
이번 가처분 인용으로 인해 향후 공교육정상화법에 근거한 교육과정 위반판정 제재 시기가 달라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현재는 전년도 입시를 기반으로 교육과정 위반을 판정, 바로 차년도 입시에 모집정지를 적용하지만, 차후로는 모집정지 처분이 늦춰질 수 있단 것이다. 

모집정지 처분이 다소 늦춰져야 한단 주장은 가처분 인용 전부터 제기됐다. 공교육정상화법이 2년 연속 교육과정 위반 시 모집정지를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시기까지 면밀히 정하고 있진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 방식은 2018학년 입시를 기반으로 올해 교육과정 위반판정이 나올 시 당장 내년 치러지는 2020학년 입시를 제재하는 형태였지만, 제재 시기를 2021학년 내지 2022학년까지 늦추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요자 중심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모집정지 처분은 다소 늦춰져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이 저지른 잘못이 수요자들에게 전가되는 것처럼 비춰지는 때문이다. 대학별고사 위반 판정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대학의 잘못인데 모집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수험생들도 덩달아 좁아진 문호로 인해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때문에 법률에 근거한 모집정지 처분이 대입 사전예고제의 예외사항이지만, 수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고려해 최소 2년 이상의 텀을 두고 시행돼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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