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편향 정치인의 교육진입 막아 엇박자 줄여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금 대두됐다. 교육감의 정치 이념에 따라 교육정책이 지역마다 다르고 중앙정부와 엇박자를 만들며 수요자를 정책 혼선의 피해자로 만드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장기 교육정책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국가교육회의 실질적 운영과 나아가 정권초월 교육위원회의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전제 아래 교육감 직선제부터 폐지 해야한다는 내용이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는 27일 교육감 직선제 폐지 등을 담은 교육혁신안을 당에 제안했다. 

직선제 폐지의 근거로 교육감 선거가 유권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정 노조에 의해 좌우되거나 이념적으로 편향된 정치인들이 교육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혁신위원회는 “교육감은 무엇보다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행정을 올바로 이끄는 교육전문가를 선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교육감 선거가 교육감 후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는 점도 짚었다. 혁신위원회는 “직선제는 광역/기초 단체장 선출 등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돼 교육감 후보의 능력과 자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행정 이원화도 문제다. 교육감뿐만 아니라 시/도지사 역시 교육행정에 관여할 수 있어 두 주체 간 책임공방이 생기는 등 비효율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의 취지는 교육 자치권 보장이었지만 지방자치제도가 견실하게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는 교육시스템 역시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 획일적으로 운영된다면서 교육감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대안으로는 교육감 선출 방식을 광역자치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나 임명제 등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혁신위원회는 이날 교육감 직선제 폐지 외에도 사시 부활, 대입 정시 확대 및 수시 축소, 학종 개선, 수능 상대평가 유지, 사학 자율성 강화, 전교조 합법화 반대 등을 주장했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교육감의 정치 성향에 따라 교육정책이 뒤바뀌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육감 이념 성향 따른 교육정책 엇박자>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수요자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교육정책의 연속성 문제다. 이념적 성향에 따라 정책을 뒤집어 엎는 것은 물론 중앙정부와의 엇박자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수요자를 피해자로 몰았기 때문이다. 교육감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엇박자를 보인 경우도 있었다. 서울 지역이 가장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직선제 이후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하고 당선무효가 되거나, 보궐선거에 당선돼 남은 임기를 채운 교육감들 사이에 성향이 달라지면서 역점을 둔 정책에 입장차가 뚜렷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혁신학교 정책과 자사고 정책이 대표적이다.

자사고 정책은 당초 보수성향 교육감 주도로 운영된 경우다. 이후 진보성향의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자사고 지정취소의 기반이 된 운영평가를 실시하면서 평가지표를 두 차례 걸쳐 수정/추가해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에 대한 지정취소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교육부는 조 교육감의 행정행위를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판단, 지정취소에 대한 직권을 취소하면서 6개교가 일시적으로 자사고 지위를 회복했지만 서울교육청의 교육부에 대한 기관소송 제기로까지 이어졌다. 교육부는 서울교육청이 지표를 두 차례 수정한 것과 직권취소 처분에도 지정취소를 강행하려 한 것을 고려해 특목/자사고 운영평가 표준안을 만들고 지정취소와 관련해 교육부장관과 해야 하는 ‘협의’를 ‘동의’로 수정하는 등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정비하기도 했다. 

혁신학교는 진보성향 교육감이 주도한 경우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경기교육감 재임 시절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최근에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혁신학교의 학력저하 문제를 옹호하려다 비난여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성적향상 정도가 자율고보다 높다는 주장이었지만 근거가 된 자료는 혁신고의 학업성취도를 자공고와 자사고를 합한 개념인 자율고와 비교하는 ‘꼼수’를 쓴 데다 자료 자체의 유의확률, 즉 자료의 오류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무리수임을 많은 언론에서 지적 받았다. 

 ‘공교육 정상화’ ‘일반고 살리기’ 등의 슬로건으로 혁신학교를 지정해 확대해왔지만 학력저하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곽상도(자유한국)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초학력미달에 해당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이 11.9%에 달해, 전국 고교 평균 4.5%와 큰 격차를 보였다. 보수성향 교육감과 시민단체의 비판에도 확대를 고수해 논란은 증폭됐다. 

도리어 혁신학교로 지정되지 못한 일반 학교들과의 형평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감사결과 교육과정 혁신 명목으로 지원한 예산이 혁신학교 취지와 무관한 사업에 지원되거나 학교기본운영비 지출항목에 부적절하게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재 시설비 인건비 등에 필요이상으로 비용을 과다 지출하는 문제점도 노출됐다. 교사연수 및 워크숍 등 교사 관련 운영비 과다 지출, 행정보조인력 기준이상 채용으로 인한 인건비 과다 지출, 운영비 집행 금지 품목에 해당하는 물품구입과 대여비용 등의 운영비 집행 등이 적발됐다. 

<초중등교육 권한 교육청으로 이양..민선교육감 권한 비대 우려>
문제는 앞으로 민선교육감의 권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관련 권한을 각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에 이양하고 고등/평생/직업교육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육의 정치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5월 한국교육학회가 ‘교육분권화와 자치’를 주제로 연 포럼에서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가 지적되기도 했다. 이날 역시 정치적 요소의 개입 문제가 지적됐다. 정치적 선호에 따라 후보자를 택하고, 극단적 정책을 주장하는 교육감 후보가 당선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민의를 왜곡하고 대의제 민주주의를 침해한다고 봤다. 교육부 시/도지사 지방의회와의 정치적 갈등도 문제다. 학생인권 무상급식 교육복지 등 공약을 중심으로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은 결국 교육정책의 빈번한 수정/폐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의 자주성 훼손 문제도 만만치 않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을 뿐만 아니라 교육감선거가 정당과 관계가 없다는 사실, 교육감 후보자의 인물/정책에 대해 모르는 선거인 투표로 교육감을 선출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선거비용 문제도 있다. 정당의 지원/조직/자금 없이 선거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고 시/도지사보다 많은 선거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선거비용은 유능한 후보자의 진입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또한 각종 비리와 불법으로 이어져 임기 중에 교육감을 그만두는 사태로까지 발전하기도 했다. 

기호효과 개선을 위해 도입한 순환제 투표용지 방식은 선거운동이 불가능한 위헌적 제도라는 점, 유치원 초/중등학교를 관장해야 하는 교육감 업무와 관련 없는 대학원 경력자는 전문성과 거리가 있다는 점 등도 문제점으로 제시됐다. 

<연이은 비리..회의론 부상>
애초 연이은 비리 사건들이 교육감 폐지론에 불을 지폈다. 김복만 울산교육감은 학교시설 공사 관련업체로부터 3억 원 가량을 받은 혐의가 적발됐다. 현재 1심에서 징역 9년이 선고된 상황이다. 앞서 2010년에는 교육감 선거 때 선거 인쇄물과 플래카드 비용을 실제 계약금보다 부풀려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 선거비용 2620만원을 과다보전 받은 혐의로 2015년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비판이 본격적으로 부상한 것은 이청연 인천교육감이 구속되면서부터다. 이 교육감은 수억 원대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월9일 법정구속됐다. 인천의 학교 법인 소속 고교 2곳의 신축 이전공사 시공권을 넘기는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총 3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2014년 교육감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선거홍보물 제작업자와 유세차량업자에게 계약을 대가로 1얼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챙긴 혐의도 있었다. 

비리 문제가 끊이지 않는 데는 과도한 선거비용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교육감 후보는 정당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없으나 시도지사와 동일한 법정비용이 필요하다.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선 그만한 ‘돈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거공영제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선거비용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2010년 서울교육감 선거 후보자 7명 중 3명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효표의 15% 이상 득표할 경우 선거비용 전액, 10%이상 득표할 경우 절반까지 선거 비용을 국가로부터 보전 받을 수 있지만 10% 미만이면 이미 사용한 선거운동 비용은 일절 보장받지 못한다. 이 같은 구조는 현장경험이 두터운 교육계 인사들을 배제하고 자금 운용이 용이한 정치적 인사의 진입을 유도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감 직선제 대안은>
‘교육분권화와 자치’ 포럼에서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교육감 직선제 개선안을 두 가지 제시했다. 우선 교육위원회를 부활시켜 교육위원을 주민직선제로 뽑고 교육감은 간선제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교육위 부활은 현재 브레이크 없는 제왕적 성격의 민선교육감의 견제장치를 마련한다는 목적이다. 교육위를 합의제 집행기관으로 운영해 교육위원의 자격은 교육/교육행정 경력자로 한정하는 방안이다. 경력은 유초중등교육 및 교육행정경력만을 인정해 최소 경력연수는 10년으로 설정해 전문성을 요구해야 한다고 봤다. 교육감 간선제는 교육위원 중 교육감(위원장)을 선임하는 방안이나 교육감 선거인단이 교육위원 중 교육감을 선출하는 방안, 시/도의회가 교육위원 중에서 선출하는 방법 등이다. 제한적으로 주민직선제를 도입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학부모, 교직원, 교육청 직원 등 교육관계자에 한정한 직선제로 바꾸는 것이다. 다만 동시 지방선거와 분리해 실시할 경우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이 있고 선거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교육위를 부활시키되 교육위원은 교육/교육행정 경력자를 주민직선의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방안도 있다. 현재 의회의 한 상임위에 머물러 순수 정치인들로 구성된 교육위보다는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봤다. 송 교수는 “교육계 내부에서도 직선제에 대한 반론이 증가한 것은 직선제의 당사자인 교육감들의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면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은 교육공약을 내세웠고, 무리하게 공약을 추진하며, 지지 세력에 대한 보은/특혜/정실 인사를 반복함으로써 교육계 인사들로 하여금 교육감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갖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교육감 선출제도 변천사>
교육자치제가 출범하게 된 것은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다. 1991년 이전은 교육위원회의 추천과 문교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었고 이후 선거제 방식으로 바뀌었다. 1991년 교육자치법 제정 당시는 교육위원회 위원들의 간접선거로, 1997년은 학교운영위원회와 교원단체 선거인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해 간접선거로 선출됐다. 이후 2000년 학교운영위원 전원으로 구성된 간접선거로 선거인의 범위가 확대됐다가 2007년 이후 현행인 지역주민들에 의한 직접선거로 운영 중이다.  

현재의 주민직선제는 2007년 1월1일 시행된 교육자치법에 근거한다. 2006년 5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최종적으로 5건을 통합 조정해 교육위 대안으로 제안한 후 2006년 12월7일 본회의에서 원안가결됐다. 주민 직선으로 인한 선출직 교육감은 임명직이 아닌 이유로 더욱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한편, 선출직으로서의 권한으로 인해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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