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추세..사후승인 등 도입취지 무색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대입 3년예고제의 실효성 논란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전형계획으로 불리는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심의건수가 2015년 2045건에서 2016년 2886건으로 늘어날 뿐만 아니라 대부분 변경승인결정이 내려져,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은혜 의원(더민주)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의 최근 3년간 ‘대학입학전형 실무위원회 회의결과’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형계획 심의건수는 2015년 2045건에서 2016년 2886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계획 변경 요청은 거의 다 받아들여져 2015년의 경우 심의대상 2045건 중 73.3%인 1498건이 변경승인됐으며, 2016년은 2886건 중 87.9%인 2536건이 변경승인됐다.

매년 전형계획 수정이 반복되면서 3년예고제의 도입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올해 국감 자료에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예년의 변경사유가 대부분 ‘모집정원 변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변경된 모집정원 적용을 1년 늦추는 방식으로 수정사례를 줄여나가는 대안도 제시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전형계획 발표를 지금보다 앞당기기 어려운 대학의 현실을 고려해, 우선 손볼 수 있는 부분부터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예외규정을 통해 전형계획 수정이 남발되지 않도록 엄격한 적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각 대학이 대입전형의 큰 틀을 담아 발표하는 입학전형 시행계획이 매년 수천 건씩 변경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과 학부모가 대입의 구체적 방법을 미리 알수있도록 한다는 '3년예고제'의 도입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예외규정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전형계획 변경사례, 2015년 1498건→2016년 2536건 ‘대폭 증가’>
매년 4월말 발표되는 전형계획이 변경된 사례가 매년 수천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은혜 의원(더민주)이 대교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대학입학전형 실무위원회 회의결과’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형계획 변경승인이 이뤄진 경우는 2015년 1498건에 이어 2016년 2536건으로 껑충 뛰었다. 본인이 치르게 될 입시를 2년6개월 전부터 알 수 있도록 한 ‘대입 3년예고제’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입 3년예고제는 학생과 학부모가 입시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이다. 대학입시가 대학별/학과별로 다르고 일반전형, 특별전형, 수시, 정시 등으로 나뉘어져 있어 복잡하기 때문에 최소한 1년10개월 전에는 구체적 모집방법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5에 근거해 대교협은 신입생 입학 2년6개월 전까지 대학입학전형의 기본적 사항을 규정한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을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각 대학은 대교협이 발표한 기본사항에 근거해 모집인원과 선발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이하 전형계획)을 입학 1년10개월 전까지 공개해야 한다.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대학들이 당초 발표한 전형계획을 최대한 수정하지 말아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마구잡이 수정’이 가능해진 이유는 2014년 4월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된 탓이라는 분석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3조에서 ‘관계법령의 제정/개정/폐지’가 있거나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 전형계획을 대교협 승인을 통해 변경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변경 건수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변경승인이 기준 없이 이뤄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2015년 3월 실시한 대학입학전형 실무위원회 회의에서는 2015학년도 신입생 선발과 관련한 전형계획 변경을 11건 승인했다. 이 중 2건은 사후 승인을 신청했고, 나머지 9건은 9월전형을 승인요청했다. 같은 해 4월에도 2015학년 9월전형에 대해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달된 정원을 외국인 또는 재외국민 전형으로 채우기 위해 신청한 경우였다. 

다음연도 신입생을 선발하는 전형계획을 하반기에 신청한 경우도 많았다. 2015년의 경우 2016학년에 선발하는 신입생의 입시계획을 2015년 10월에 총 39건 승인했다. 2016년에도 8월 27건, 11월 23건, 12월 5건을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부터 다음해 수시전형이 시작되고 정시가 매년 12월말~1월초에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전예고’의 의미가 무색해진 셈이다. 

대교협이 발표한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에는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으로 인한 변경은 입학년도 전년 5월말까지 심의/조정이 완료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은혜 의원은 “대학들이 법에 의해 자신들이 구성한 협의체에서 마련한 기본사항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모집정원 변경’ 다수..대학구조개혁평가/정부재정지원사업 영향>
올해 국감을 통해 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전형계획 변경 사유가 제시되지 않았지만, 재작년 국감 등을 통해 공개된 사례들을 보면 전형계획 변경 사유 대부분은 입학정원 감소/변경이었다. 2015년 4월16일 개최된 대입전형 실무위원회 2차 심의에서 다룬 변경심의 569건 중 434건이 모집단위별 입학정원 감소/변경 사유였다. 2015년 5월19일 열린 3차 회의에서 다룬 703건도 대부분 모집단위별 입학정원의 감소나 변경을 이유로 들었다. 결국 전형계획 변경이 잦은 가장 큰 이유는 모집인원 변경인 셈이다. 전형방법에 해당하는 수능최저 유무, 대학별고사 실시 유무, 학생부-대학별 고사 반영비율 등을 변경하는 경우는 사실상 전무하다.

정원변동에 따른 전형계획 변경이 가능했던 이유는 시행령의 예외규정 때문이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5 제4항은 전형계획의 변경 불가를 선언하면서도 단서규정을 통해 ‘관계 법령의 제정/개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고등교육법이 말하는 ‘대통령령’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뜻한다. 시행령은 예외 사유로 ▲관계 법령의 제정/개정/폐지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개편/정원조정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의 변경 ▲시정/변경 명령을 통한 정원감축/학과폐지/모집정지 등의 행정처분 ▲다른 법령에서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정한 경우를 인정하고 있다.

모집정원이 변경된 원인으로는 정부재정지원사업과 대학구조개혁평가가 거론된다. 모두 모집정원을 변동시키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대학의 정원을 선제적으로 감축한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대학들을 A등급부터 E등급까지로 평가한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들은 B등급 4%, C등급 7%, D등급 10%, E등급 15%의 정원을 감축해야만 한다. A등급의 경우 자율감축이 권고되며, 평가에서 제외된 대학들은 7%를 감축하도록 강제됐다.

정원감축과 재정지원을 맞바꾸는 형태(CK사업)이거나 사업의 성질상 모집정원이 변동되는 구조(프라임 사업)인 경우 역시 전형계획 변경으로 이어진다. CK사업은 대학이 강점분야를 특성화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사회의 수요와 특성을 고려해 강점분야 중심의 대학 특성화 기반을 조성해 대학 체질개선을 유도하는 목적이다. 대규모 재정지원이 시행되는 대신 정원감축을 강제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모집인원을 감축한 경우가 많았다. 

프라임사업의 경우 향후 산업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공계열을 확대하고,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여타 계열을 축소하는 목적이다. 모집정원의 변동이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사업이기는 하지만, 선정 대학 수가 많지 않아 전형계획 변경 건수에 큰 영향력을 지니지는 못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CK사업이 지난해 재선정/신규선정된 58개대학을 포함, 총 104개대학에 달하는 것과 달리 프라임사업은 21개대학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3년예고제’ 실효성 논란..개선 요구 해마다 대두>
현행 ‘3년예고제’는 2013년 2월 ‘서울대 보고서’로 불리는 ‘입학사정관제 안정화를 위한 대입 3년 사전예고제 연구’에서 처음 언급됐다. 당시 보고서는 대입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사전예고제를 더욱 강화해 3년예고제로 자리잡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2013년 발표된 ‘대입전형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통해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기존에는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1년6개월 전, 전형계획을 1년3개월 전 예고하도록 했지만 3년예고제 도입 이후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2년6개월 전, 전형계획을 1년10개월 전 발표하도록 하면서 대입 예측 가능성을 높이도록 했다. 

하지만 ‘대입전형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이 내놓은 방안이 실질적인 ‘3년예고제’에 미치지 못하는 반쪽자리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았다. 당초 서울대 보고서에는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3년6개월 전 발표하고, 전형계획을 3년 전 발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형계획을 고2 4월 말이 돼서야 발표하는 ‘1년10개월 예고제’에 그쳤기 때문이다. 서울대 보고서 원안대로였다면, 수험생들은 고교에 입학하는 고1 3월이면 자신이 고3때 지원할 대학의 전형방법을 알 수 있었지만 이보다 한참 늦어진 셈이다. 

당초 도입 취지를 살리는 실질적인 3년예고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유은혜 의원은 교육부 장관이 매 입학연도의 3년6개월 전까지 대학입학전형에 관한 기본계획을 공표하도록 한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앞서 정부 대입정책의 큰 틀을 미리 발표해 중3때부터 예측 가능성을 주겠다는 목적이다. 

다만 대학가에서는 지금보다 더 발표시기를 앞당기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입학 관계자는 “현행 3년예고제보다 전형계획/모집요강 발표 시점을 더욱 앞당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수시 원서접수 이후부터 대학별고사를 비롯한 평가, 합격자 발표, 충원합격 발표 등 전형일정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2월에 대입전형일정을 마친 후 3월부터 차년 전형계획과 금년 모집요강을 준비해 4월말까지 발표하는 현 일정도 숨 돌릴 틈이 없는 편이다. 현실적으로 발표시점을 앞당기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대학의 현실을 고려해, 발표시기를 앞당기기 어렵다면, 변경 예외사항의 적용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사업으로 인한 정원변동이 생기는 경우, 실제 적용을 1년 늦춰 전형계획에서 먼저 반영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단순히 정원변동이 아닌 학과폐지인 경우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맹점이 존재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입학 1년 후면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을 학과에 어느 수험생이 지원하겠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교육계 관계자는 “발표시기를 무조건 앞당기기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현재 상황에서 손볼 수 있는 부분부터 점진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모집정원 등 변경사항 적용을 1년 늦출 수 있는 부분은 늦추는 등의 방식으로, 되도록 전형계획 수정을 줄여가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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