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별 차이 무시한 단순합산 맹점 드러나’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교육부 주도로 대입 전형료 인하 밀어붙이기가 현실화됐지만, 정작 수요자들이 느끼는 체감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수험생이 몰리는 학종 논술 등 주요전형의 인하율은 낮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요자의 실질적 부담 경감에서는 오히려 멀어졌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의 주도 아래 교육부가 무리하게 급속 추진하면서 ‘보여주기 식’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형별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총 인하율을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는 분석이다.

교육부가 노웅래(더민주) 의원에 제출한 25개 주요대학(2018학년 3만명 이상 지원)의 전형료 인하 현황에 따르면 학종과 논술의 전형료 인하율이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서울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를 제외한 상위14개대학을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정원내 기준 학종/논술의 평균 인하율은 8%에 그쳤다. 당초 교육부가 전형료 인하의 성과로 홍보했던 1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성과 부풀리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부가 전형별 차이를 무시한 채 총 인하율 기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꼼수’를 유발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학종/논술의 인하율이 낮았음에도 총 인하율이 높았던 이유는 고른기회 예체능계열 등 통상의 수험생들이 지원하기 힘든 전형 위주로 전형료가 인하된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마다, 전형마다 내릴 수 있는 마지노선이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인하하라는 방침은 결국 대학더러 ‘꼼수’를 부리라고 종용한 셈”이라면서 “총 인하율에 매몰된 인하 방향이 과연 바람직한지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주도로 대입 전형료 인하 밀어붙이기가 현실화됐지만, 정작 수요자들이 느끼는 체감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들이 몰리는 학종/논술의 인하율은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때문이다. 총 인하율에만 매몰돼 정작 수험생의 실질적인 혜택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주요전형 전형료 인하율 10%도 못 미쳐>
교육부가 노웅래 의원에 제출한 25개대학(2017학년 입시에서 3만명 이상 지원)의 2018 대입전형료 인하 시행계획에 따르면 통상 수험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학종/논술(이하 주요전형)의 인하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종의 경우 아예 전형료를 내리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서울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를 제외한 상위14개대학을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정원내 기준 학종/논술의 평균 인하율은 8%에 그쳤다. 교육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전형료 인하 지시에 따라 급속 추진하면서, 전형별 차이를 무시한 ‘보여주기 식’ 행정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교육부가 ‘전형료 인하’의 성과라고 밝힌 내용이 실상 부풀리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인하계획에 따르면 상위14개대학(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건국대 동국대 홍익대 이화여대 인하대 단국대) 전체 전형의 총 인하율은 17.2%지만, 주요 전형으로 한정할 경우 8%에 그쳤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중대(1.8%) 인하대(2.6%) 서강대(2.7%) 외대(3.7%) 성대(3.8%) 홍대(4.6%) 연대(4.7%) 이대(6.7%) 한대(9.1%) 경희대(10.4%) 고대(12.5%) 동대(14%) 단대(14.3%) 건대(14.6%) 순으로 인하율이 낮았다.

가장 많은 수험생이 몰리는 논술전형을 살펴 보면 홍대의 인하율이 5%로 가장 낮았다. 인하금액은 3000원으로, 기존 6만원에서 올해 5만7000원으로 인하했다. 동대 경희대 이대 연대 성대 외대 서강대 인하대 중대는 모두 기존 6만5000원에서 5000원 인하한 6만원으로 책정해 7.7%의 인하율이었다. 이어 한대 8.3%(6만→5만5000원), 건대 단대 각 14.3%(7만→6만) 순으로 인하율이 낮았다.

올해 수시에서 비중을 대폭 늘려, 입시의 중심으로 떠오른 학종의 경우 전형료를 아예 인하하지 않은 대학의 경우도 다수 눈에 띄었다. 연대 학종(활동우수형), 성대 성균인재/글로벌인재(면접미실시 모집단위), 외대 학생부종합, 서강대 학종(자기주도)/학종(일반), 인하대 인하미래인재/학교생활우수자, 중대 SW인재/다빈치형인재/탐구형인재는 모두 전형료를 인하하지 않았다.

학종 전형료를 인하한 대학 역시 대체로 인하 폭이 적은 편이었다. 홍대 학생부종합이 3000원(7만→6만7000원)으로 가장 적었고, 성대 글로벌인재(면접실시 모집단위), 연대 학종(면접형), 이대 미래인재, 한대 학생부종합 동대 학교장추천인재가 각 5000원을 인하했다. 동대 불교추천인재의 경우 지난해 8만5000원에서 2만2000원 인하한 6만3000원으로 인하금액이 가장 컸지만, 전형명에서 드러나듯 주지스님 등의 추천이 필요해 통상의 수험생이 지원하기는 힘든 전형이다. 지난해 지원현황을 살펴봐도 92명 모집에 505명이 지원해 타 학종 대비 지원자 수가 적은 편이다.

학종의 경우 전형 특성 상 전형료를 많이 인하하기 어렵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류, 면접 등을 정성평가해 타 전형 대비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기 때문이다.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비용을 낮추기는 어려웠으리라는 분석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수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많은 수험생들이 몰리는 전형이지만 인건비 등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전형료를 크게 건드리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고른기회 성격의 전형이나 특성화고졸재직자 등 소수의 지원자가 몰리는 전형의 경우 인하율이 컸다. 전형료 인하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인원 역시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단대 취업자와 특성화고졸재직자의 경우 기존 7만원의 전형료에서 무려 6만5000원을 인하해 5000원의 전형료를 책정했다. 취업자는 지난해 9명 모집에 24명이 지원했고, 특성화고졸재직자는 정원외 전형으로 150명 모집에 131명이 지원한 전형이다.

다른 대학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이대 정시 기회균형(농어촌학생/특성화고교졸업자) 5만원(10만원→5만원) 고대 기회균등 3만원(9만원→6만원) 경희대 고른기회 2만5천원(10만원→7만5000원) 동국대 특성화고졸업자/국가보훈대상자/농어촌학생/기초생활수급자및차상위계층 2만5000원(8만5000원→6만) 등 통상의 수험생들이 지원하기 힘든 전형에서 전형료 인하 수준이 높았던 셈이다.

<전형 차이 무시한 단순 합산.. 맹점 드러내>
결과적으로 대학별 인하율은 15% 수준으로 통일된 모양새다. 건대 14.5%, 성대 14.9%, 외대 한대 각 15%, 중대 15.2%, 서강대 15.3%, 경희대 15.4%, 고대 이대 각 15.8%, 동대 15.9%, 홍대 16.6%, 연대 16.9%, 단대 25.6%, 인하대 26.7% 순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대학들에 내린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하율을 맞출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7월 중 대학들에 ‘대학 입학전형료 투명성 제고(인하) 추진계획’을 내려 보내면서 ‘대입전형료 인하 시행계획 제출서식’의 형식에 맞춰 제출하도록 했다. 해당 서식에는 25.1%의 인하율을 예시로 들었다. 교육부는 “예시일 뿐”이라는 입장이었지만, 내년 고교교육기여대학 지원사업의 평가지표로 반영된다는 공지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대학들은 강제사항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 대학 입학팀장은 “교육부로부터 ‘두 자리 수는 돼야 하지 않겠냐’는 반응이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우리대학만 튈 경우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학간 수준을 맞추는 작업이 이뤄질 듯하다”고 말했다. 결국 교육부의 요구대로 두 자리 수의 인하율이 맞춰진 셈이다.

총 인하율은 비슷한 수준으로 통일된 반면 전형별 차이가 컸던 데는 인하율을 단순 합산으로 계산하도록 한 맹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전형별 지원자 차이를 무시한 채 단순히 총 인하금액을 합산해 전체 인하율을 계산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학종/논술의 전형료는 적게 내리고 상대적으로 지원자가 적은 기회균형 등 특별전형의 전형료를 대폭 내리는 방식으로 인하율을 맞춘 셈이다.

합리적인 전형료 표준안이 채 만들어지기도 전에 비율만을 기준으로 진행된 탓에 성급한 추진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형간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 합산으로 인하율을 맞추도록 해 ‘꼼수’를 유도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예를 들어 논술 5만원, 고른기회 10만원의 전형료를 받아온 대학의 경우 논술/고른기회 각 1만원을 인하한 대학과, 논술은 그대로 두고 고른기회 2만원을 인하한 대학의 인하율이 동일해진다. 이 경우 대학 입장에서는 지원자 수가 많은 논술의 전형료를 인하하는 대신 고른기회의 전형료를 줄이는 것이 전형료 수입 면에서 이익인 셈이다.

논술의 인하율이 낮은 이유는 지원자 수를 고려한 대학들의 자구책이라는 것이 교육계의 시각이다. 지원자가 많은 전형의 전형료를 인하할수록 전형료 수입 타격이 크기 때문에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전형의 전형료를 더 인하하는 방식으로 총 인하율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논술은 자신의 평소 실력보다 상향 지원하는 경우가 많고, 학생부 성적과 상관없이 논술만 잘 보면 합격할 수 있는 구조인 탓에 허수 지원을 비롯한 많은 지원자가 몰린다.

전국 197개대학 기준으로 살펴봐도 논술의 인하율이 가장 낮았다. 교육부가 8월 밝힌 전국 대학 전형료 인하 현황에 따르면 논술의 인하율은 10.07%로 가장 낮았던 반면, 학생부교과의 인하폭은 16.8%로 가장 컸다. 교과의 경우 지난해 입결 등으로 합격선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 허수 지원이 덜한 편이다. 특히 교과는 수시 전형 중 가장 전형료가 싼 편에 속해 같은 금액을 인하하더라도 높은 인하율로 나타났다. 교과는 학생부교과 성적 100% 일괄합산만으로 선발하는 간명한 방식인 경우가 많아 전형료가 싼 편이다. 지난해 상위17개대학 기준 전형료는 특기자(9만7500원) 학종(7만5535원) 논술(6만5000원) 교과(5만2272원) 순이었다.

수요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전형료 인하를 위해서는 지원 경향을 고려한 대책을 내놨어야 한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제대로 된 분석 없이 무턱대고 지시하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언뜻 보기에는 전형료를 많이 인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수험생/학부모가 지원할 때 체감할 인하율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요자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가게 할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인하율 맹점.. 대학별 실질 전형방식 차이 고려 못해>
인하율만을 기준으로 매긴 탓에, 이미 전형료를 적정한 수준으로 인하해온 ‘착한 대학’만 손해를 입는다는 지적도 크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미 합리적인 수준의 전형료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을 나쁜 대학으로 모는 일”이라 반발하며, “그간 대학이 들여온 노력은 고려하지 않고 예외 없이 전형료를 인하하라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 교육 전문가도 “사업과 연계한다면 비율이든, 금액이든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결국 모든 대학이 같은 수준으로 전형료를 인하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바로잡아야 할 대학들 사이에 끼어서 이미 잘 하고 있는 대학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수입/지출에 관한 규정을 구체화한 전형료 표준안을 내년 3월까지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일부 대학에 대한 실태조사도 실시한다. 대학이 인건비와 홍보비를 적정한 수준으로 지출했는지 점검하고 산정기준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표준안이 대학별로 다른 사정을 제대로 고려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전형의 외형은 동일하더라도 실질적인 운영방식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서류평가와 면접에 이르는 과정에서 투입되는 평가자 수, 교차평가 횟수 등은 대학마다 차이가 존재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우리는 서류평가와 면접에 이르는 과정까지 한 수험생에 대해 다수의 평가자가 다단계 교차평가를 실시함으로써 공정성을 담보하려고 노력한다. 입학업무를 전담하는 전임사정관뿐만 아니라, 교수들로 구성된 위촉사정관까지 더하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똑같이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이라도 1차 채점만 하는 대학도 있는 반면, 2차 3차의 과정을 거쳐 신중을 기하는 대학이 있을 수도 있다. 면접도 마찬가지로 면접관이 두 사람일수도, 세 사람일 수도 있다”면서 “대학별 선발 철학에 따라 전형 방식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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