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33건.. '검증시스템 부재 탓'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수능 70%연계 정책이 적용되는 EBS 수능연계교재의 오류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간 이후에는 수험생 교사 등 수요자들의 신고에만 의지할 뿐인 오류검증 시스템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반적인 참고서와는 사뭇 다른 무게감을 지닌 수능 연계교재인 만큼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오류 내용을 신속히 알릴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높다.

11일 강효상(자유한국) 의원이 EBS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EBS 연계교재의 오류는 총 882건이다. 올해도 6월까지 133건의 오류가 이미 발생했다. 5년6개월 동안 1000건이 넘는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오류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란 점이다. 2012년만 하더라도 112건이던 EBS 교재 오류는 2013년 151건, 2014년 159건을 거쳐 2015년 232건으로 크게 늘었고, 2016년에도 228건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불과 4년 새 2배 이상 오류가 늘어났으며, 교재당 오류 정정건수도 2012년 1.8건에서 2016년 4.4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오류 발생 유형을 보더라도 문제의 심각성은 높았다. 2013년에는 단순 오탈자나 맞춤법이 위배된 ‘단순오류’가 77건으로 가장 많았고, 2014년에도 단순오류가 88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2016년에는 단순오류가 69건에 그친 데 반해 ‘내용오류’가 102건으로 크게 늘었다. 한 해 전인 2015년 내용오류 52건과 비교해보면 거의 2배 가까이 내용오류가 늘어난 셈이었다. 내용 오류는 연계교재 내용이 잘못된 것으로 수험생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달할 수 있어 파급력이 크다.

비율로 보면 내용오류의 문제는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었다. 전체 오류 중 내용오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0%(56건)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13년 30.5%(46건), 2014년 29.6%(47건), 2015년 22.4%(52건)로 감소 추세였지만, 2016년 44.7%(102건)가 됐고 올해도 42.1%(56건)로 만만찮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올해 내용오류가 가장 많이 발생한 영역은 20건의 과학탐구였다. 뒤를 이어 사회탐구 15건, 국어 14건, 수학 4건, 제2외국어 3건 순이었다. 특히 문제가 심각했던 것은 사탐 동아시아사 영역으로 송첸캄포왕이 토욕혼을 공격해 멸망시켰다는 잘못된 내용이 본문 28쪽의 기본 설명뿐만 아니라 10쪽과 12쪽의 문제해설까지 세 차례나 담겨있었다.

현재 수능은 EBS 70% 연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초에는 30% 수준으로 연계를 시작했지만, 이후 온라인강의 등 사교육의 기승, 공교육 붕괴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70%까지 연계율이 높아진 상태다. 비율이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70%를 넘는 연계율을 기록하기도 한다. 2017 수능에서도 영어의 경우 73.3%, 국어의 경우 71.1%의 연계율을 보였다. 사탐도 70.6%로 연계율이 다소 높은 편이었다.

수능연계의 핵심인 연계교재의 수는 상당한 수준이다. 2016 수능에서 수험생 부담을 줄이겠단 목적으로 연계교재의 수를 다소 줄이고, 2017수능부터는 국어가 수준별 출제에서 통합출제로 변경되면서 교재 수가 다소 줄긴 했지만, 한국사가 필수응시영역으로 자리잡는 등의 변화가 있는 데다 절대적인 수치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기준 국어 수학(가/나) 영어 한국사 등 주요 4개과목의 연계 교재는 총 15권이며, 사탐(9과목) 과탐(8과목) 직탐(10과목) 제2외국어/한문(9과목)까지 포함하면 전부 87권이나 된다. 교재에 더해 강의도 연계 대상에 포함된다.

연계교재는 현재 대입에서 막강한 위용을 자랑하는 중이다. 고교 현장에서 교과서가 아닌 EBS교재를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질 정도다. 때문에 EBS 연계 교재의 내용오류는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란 게 현장의 반응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내용 오류가 발견되는 부분이 수능에 직접적으로 출제되지는 않는다. 출제위원/검토위원 등이 문제 출제과정에서 오류 사실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EBS 교재 내용이 틀릴 것이라곤 생각지 못하는 학생들이 잘못된 지식을 쌓고 이와 연계된 내용이 출제되는 과정에서 문제를 잘못 해결하는 일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검수 과정부터 더욱 치밀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계교재 오류가 다량 발생하는 이유로는 검증시스템의 부실함이 거론된다. 강 의원은 “EBS는 현재 출간된 교재 오류에 대한 별도의 검증시스템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오직 수험생 교사 등 외부에서의 신고로만 오류를 정정한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오류 신고는 1만1400여 건으로 집계됐다. 수능은 매우 중요한 시험인 만큼 EBS 교재가 정확해야 한다. 철저한 검수과정을 거쳐 교재 오류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재 내용이 잘못된 경우 수험생들에게 통보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춰야 한단 지적도 뒤따랐다. 현재 EBS는 교재 내용이 잘못된 경우 정오표 등을 발표해 내용을 바로잡고 있다. 하지만, 수험생이나 교사들이 정오표 내용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는 이상 잘못된 내용을 그대로 학습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단 이야기다. 강 의원은 EBS에 오류 발견 시 수험생들에게 신속/정확히 알릴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물론 EBS는 현재 충분한 검증시스템을 갖췄단 입장이다. 한 EBS 관계자는 "현재 교재 출간 전 사전 검수 시스템이 마련돼있다. 교재 작성이 완료된 후 검수진을 꾸려 상세히 오류를 잡아내고 있으며 그럼에도 발견하지 못한 오류는 차후 교재 이용자들로부터 정정신청을 받고 내용을 고쳐 정오표를 발표하고 있다. 신청된 정정내용이 올바른 것인지 확인하고 교재 필진들과 다시금 협의를 거쳐 정오표를 내야 하는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최선의 검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다만, 교육계에선 EBS가 경각심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능 연계교재의 중요성이 상당히 높은 배경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평가원이 있는 이상 잘못된 EBS 교재 내용이 수능에 실릴 리는 없다. 하지만 만약 오류내용이 그대로 수능에 출제된다고 생각해보라. 누가 이 사태를 책임지겠는가. 수험생들이 잘못된 내용을 배운다는 점에 있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EBS 교재는 수능에 연계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참고서와는 궤를 달리한다. 경각심을 높여야 하는 시점이다. 현실적으로 사전검수만이 방법이라면 검수진을 더욱 늘리거나 2차, 3차에 걸쳐 검수를 진행하는 등의 추가절차가 필요해 보인다. 교재 수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 아님에도 오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특히 그 중에서도 심각한 내용오류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은 안일한 EBS의 상황대처 때문으로 보인다. 수능 연계교재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재의 모습을 봐선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꼬집었다.

더욱 체계적인 검증시스템이 신속히 갖춰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향후 연계율이 축소될 예정이란 점이다. 사고력 측정 등을 목적으로 하는 수능의 본질과 특정 교재의 연계가 적절치 못하단 비판의 목소리가 높고, 교과서가 아닌 EBS 교재 중심 수업이란 부작용 등의 비판 역시 유효한 때문이다. 교육부도 8월말 대입수능 개편 1년 유예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EBS 수능 연계는 현 중3이 수능을 볼 때부터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EBS가 도서벽지나 읍/면 단위 학생들의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공교육 파행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됐다. 내년 2월 2021 수능 시행계획 발표 시 EBS 연계율도 확정해 발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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