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이어 역외진출'.. 지역 신문에 공동성명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지난해 창원경상대병원 개원에 이어 창원산학캠퍼스 설립 등 경상대의 잇따른 창원 진출에 창원대가 반발에 나섰다. 창원대는 경상대의 행보를 ‘역외진출’이라고 규정, 경남 소재 두 국립대 사이에 영역다툼이 벌어진 양상이다. 2014년 당시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창원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의 주관대학으로 선정된 경상대는 지난달 교육부의 공식설립 인가를 받아 내년 2학기부터 창원산학캠퍼스의 문을 연다. 창원대는 경상대 산학캠퍼스에서 운영 예정인 학과가 기계융합공학과 기계항공학부 등 창원대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메카트닉스대학와 중복된다며 창원 진출 중지를 촉구했다. 25년 전 창원대의 의대설립 계획을 무산시켰던 경상대가 창원에 대학병원을 개원한 데 이어 또다시 긴장상태를 보였다. 

지난 18일 창원대는 지역신문에 ‘경상대의 창원 진출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는 광고를 내고 경상대의 창원 소재 대학병원 설립과 창원산학융합지구에 일부 학과를 설치하는 등 창원 진출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창원대 교수회와 총학생회 총동창회 공무원직장협의회 전국국공립대노조 창원대지부 등 5개단체는 “진주 경상대의 창원진출 행위는 지역국립대의 설립근거를 흔드는 행위”라며 “지역국립대의 역외진출은 대학은 물론 지역 간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함에도 경상대의 사례는 그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상대가 창원산학캠퍼스를 만들고 중복되거나 유사한 학과를 진출시키는 것은 지역발전에 일조하기보단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창원경상대병원 개원에 이은 창원산학캠퍼스 설립 등 경상대의 잇따른 창원 진출에 창원대가 반발에 나섰다. 창원대는 경상대의 행보를 두고 ‘역외진출’이라고 규정, 경남 소재 두 국립대 사이에 영역다툼이 벌어진 양상이다. /사진=창원대 제공

<창원대 “경상대 역외진출 부적절” vs 경상대 “역외진출 말도 안 돼, 무대응”>
창원대가 강경한 입장을 보인 이유는 지난해 경상대의 창원경상대병원 개원에 이은 최근 경상대 제4캠퍼스인 창원산학캠퍼스가 교육부의 설립 인가 때문이다. 지난달 9일 경상대는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창원산학캠퍼스’에 대한 교육부의 정식 설립인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창원산학캠퍼스는 창원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산학융합형 대학을 운영해 산업체 맞춤형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문제는 산학캠퍼스 편제가 학부, 대학원 기계융합공학과와 대학원 기계항공공학부 등 창원대가 주력하는 메카트로닉스대학 기계공학부 등의 과정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창원대가 경상대의 진출을 두고 ‘역외진출’이라고 규정한 배경이다. 창원대 한 관계자는 “창원대는 창원공단의 수요에 맞춰 기계와 관련한 메카트로닉스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며 “총동창회 측에서 최근 경상대가 창원산학융합지구에 일부 학과를 설치 인가보도를 보고 대학에 크게 항의한 것으로 안다”며 학내 분위기를 전했다.  

창원대는 경상대의 창원경상대병원 설립으로 인해 이미 한 차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다. 성명을 통해 “창원대의 의대설립을 그렇게도 반대했던 대학이 정작 창원에 대학병원을 세우고 창원에 진출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경상대가 그 동안 창원대의 주요 정책과 사업을 방해한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대학본부 차원에서 대학 구성원, 동문, 지역사회의 여론을 수렴해 경상대의 부당한 발목잡기와 무리한 창원진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최근 재시동을 걸고 있는 창원대의 의대설립계획에 대한 경상대의 견제를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25년 전 의대 유치를 추진했던 창원대는 당시 경상대의 적극적 반대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1990년대 중반 경상대는 창원대의 국책공대 설립과 산업의과대학 설립에 대해 중앙일간지에 광고를 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창원대의 이 같은 반발에 대해 경상대는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상대 이상경 총장은 간부회의를 열어 ‘해당 사안에 대한 창구는 총장과 기획처로 단일화하고 공식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대 한 관계자는 “경상대병원은 창원시에서 원해 공모를 통해 설립한 것”이라며 “창원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도 경상대뿐 아니라 경남대와 마산대가 함께 참여하고 있고 창원대가 참여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역외진출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경상대의 권역은 경남 전체이기 때문에 ‘역외진출’은 어불성설이라고 전했다. 

<창원대, 산업의과대학 설립 재시동> 
창원대는 지난달 9일 그간 경남 지역사회와 대학이 숙원인 산업의과대학 설립을 두고 현 최해범 총장 임기 내에 결실을 맺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창원대는 1992년 의대신설 신청을 시작으로 꾸준히 의대 신설 의사를 밝혀왔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최근 서남대가 폐교 수순을 밝으면서 산업의대 유치가 탄력을 받았다. 기존 서남대 의대 정원인 49명이 다른 대학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아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드러났다. 

창원대는 2015년 최 총장의 취임 이후 같은 해 9월 교육부에 ‘산업의과대학 설립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최종 승인은 받지 못했다. 계획서는 모집정원의 50명의 학제 6년 과정으로 자연과학대학 2년제 산업의예과와 산업의과대학 4년제 산업의학과를 편성한다는 방안이 담겼다. 최근에는 총장을 포함한 학내 구성원들과 창원시, 지역 국회의원, 경남도의회, 교육청 상공계 의료단체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산업의과대학 설립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의대 설립의 구심점을 확보하고 보다 적극적인 의대 유치활동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창원대는 창원시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전국 9개 도시 가운데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과 의대 치대 약대 한의대 등 의료인력 양성기관이 전무한 유일한 도시라는 점을 당위성으로 제시했다. 인구 150만명 규모의 강원이 의대 4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구 340만 명의 대전/충남에 의대 5곳이 있는 반면, 비슷한 규모의 경남에는 경상대 의대가 유일해 의료 인프라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단순히 의대가 아닌 ‘산업의대’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창원을 비롯한 경남지역의 특수성 때문이다. 경남은 창원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대형 조선소가 있는 거제 등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지만 전문 산재의료기관이 전무한 상황이다. 창원 인근인 인구 53만 명의 김해시도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건립을 주장해왔다. 창원대는 산업의대를 유치해 인접한 지역의 의료수요까지도 흡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창원대 의대설립 난색>
창원대의 부푼 꿈과 달리 의료계는 창원대의 의대 설립계획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올해 초 윤한홍 의원(당시 새누리당)이 ‘창원산업의료대학 및 창원산업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하자 의료계는 난색을 표했다. 법률안은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간 산업의료기관에서 의무복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학비는 전액장학금으로 면제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창원지역은 제조업 종사자 수 전국 2위, 제조업 관련 종사자 비율 전국 1위, 전체산업 중 제조업 비중 54.3%에 달하는 대표적 산업공단지역으로 산업의료 수요가 높다고 주장, 창원대와 동일한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법률안에는 의료 인프라 확충보다 지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정치적 셈법이 깔려있다며 비판했다. 의협은 “현재 병원과 병상은 지역에 관계없이 공급과잉 상태”라며 “창원지역도 병원이나 병상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병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기존의 병원들이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 양질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의대 신설은 지역 의료인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창원지역 의료인력의 보수, 의료시설, 근무환경 등 근무 여건에 대한 개선이나 인센티브 없이는 어떤 교육체계를 도입하더라도 의사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원지역에는 의대는 없지만 지난해 창원경상대병원(701병상)이 개원했고 성균관대 부속 삼성창원병원(744병상)이 새 본관을 지으며 인프라를 확충했다. 이외에도 한양대의료원 한마음병원 창원파티마병원 등 400병상을 상회하는 대형병원들이 밀집해있다. 의협은 “지역의대를 신설한다고 해도 해당 지역 의대 졸업자가 지역에서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수도권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만 가속화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대 삼성창원병원은 지난 8일 상급 종합병원 지정 신청을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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