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수능체제 간 엇박자 우려 목소리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내년부터 초중고에서 사용할 새 검/인정 교과서가 공개됐다. 교육부는 9월20일부터 새 검/인정 교과서 전시를 시작해 10월말까지 각 학교의 교과서 선정 절차를 진행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공개된 교과서는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신설된 통합사회/통합과학이 반영된 첫 교과서다. 교육부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중학교 때까지 배운 내용을 바탕(70~80%)으로 쉽게 구성해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고 밝혔다.  

내년 고1부터 통합사회/통합과학이 본격적으로 현장에 도입되지만 해당 학생들이 수능을 치르게 되는 2021 수능에서는 반영되지 않아 현장에서 소홀히 다뤄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도 존재한다. ‘졸속’ 논란을 겪은 수능개편을 1년 유예하면서 수능은 현행 2009개정교육과정대로 치르게 된 때문이다. 수능 개편이 유예되면서 새 교육과정 도입도 1년 미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과정과 수능체제의 엇박자로 내년 고1만 혼란이 가중된다는 비판이다. 수능에 반영되지 않아 수업 현장에서 파행을 겪을 우려도 있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수능에서 반영하지 않는 대신 2021 대입 학생부위주전형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육과정-수능체제 간 엇박자의 부작용 해결을 위한 고육책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수능과목으로 다루는 것만큼 효용이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학년 공통과목인 탓에 ‘1학년 때만 신경 쓰면 되는 과목’ 정도로 치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교육과정 취지의 핵심을 담은 과목인 만큼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다.

교육부가 19일 밝힌 바에 따르면 새 교과서에 담긴 통합사회는 중학교 사회/도덕 학습 내용의 약 70~80%를 반영하고 중학교에서 배운 용어와 개념을 활용했다. 탐구활동 등에 창의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 해결력, 의사 결정력, 의사소통/협업 능력, 정보 활용 능력 등의 교과역량을 명기해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사회과학 용어와 이론 등에 대한 단순 개념 설명의 비중을 줄이고 핵심 개념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거나 사회 현상을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서술도 늘었다. 학습성찰과 동료평가 방안 등을 명시해 평가와 학습을 연계하고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도록 했다. 

통합과학 역시 중학교 학습 내용을 70~80% 반영했다. 학생 참여와 탐구 활동을 강화해 과학적 기초 개념과 자연현상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토의/토론, 프로젝트 등 다양한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를 제공해 교실 수업 개선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신설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담긴 교과서가 공개됐다. 새 교과서는 내년부터 현장에 적용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통합사회/통합과학, 교과/학종 반영..해결책 될까>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2015개정교육과정의 도입에 따라 신설된 과목으로 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교육과정의 취지를 담고 있다. 내년 고1부터 개정교육과정으로 수업하게 됨에 따라 수능개편도 함께 논의됐다. 하지만 수능 개편안이 졸속 개편안 논란을 겪으며 1년 유예되자 교육과정과 수능체제간 엇박자가 발생하게 됐다. 

교육부는 이같은 문제를 학생부위주 전형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상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수능에 반영되지 않아, 교육부가 이를 학종/교과 등에 반영할 수 있는지 대학에 의견을 물어본 것”이라며 “확정된다면 내년 여름 대교협이 발표하는 2021 대입 기본사항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입구조는 학종과 교과 등 학생부위주전형 중심이다. 두 전형 모두 내신을 통한 학업역량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의 반영을 통해 ‘수업 파행’을 막을 수 있다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 1학년이 지난 다음부터는 소홀히 다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1학년 때만 신경쓰면 되는 과목 정도로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인 ‘융합형 인재 양성’에 가장 부합하는 신설 과목을 이렇게 운영해도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5개정교육과정 담은 새 교과서, 내년부터 도입>
2015개정교육과정은 문이과 통합을 화두로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역시 문/이과 칸막이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으로 개발된 기초과목이다. 일반선택과목과 함께 학생들의 진로에 따른 심화/보충학습과 진로 탐색/체험을 지원하는 진로선택과목도 개발했다. 일반선택과목은 교과별 주요 학습 영역을 일반적 수준에서 다루는 과목으로, 고교 단계에서 필요한 각 교과별 학문의 기본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과목이다. 진로선택과목은 교과 융합학습, 진로 안내학습, 교과별 심화학습, 실생활 체험학습 등이 가능한 과목으로 구성했다. 3년간 이수해야 할 총 이수단위 204단위에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각 8단위를 차지한다. 1단위는 50분 기준, 17회를 이수하는 수업량을 뜻한다.  

새 교육과정을 담은 교과서는 국어의 경우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을 포함시켰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교까지 약 10년간 매학기 실시하며 수업시간에 책 한 권을 읽고 함께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존 국어Ⅰ, 국어Ⅱ의 두 권으로 나눠 총 540쪽 분량이었던 데서 ‘국어’ 한 권으로 통합하고 410쪽 분량으로 줄였다. 

수학의 경우 실생활 속의 다양한 활용 예시를 확대해 수학의 유용성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수학 교과 역량과 사고력을 함양하기 위한 학생 참여 활동과 탐구 활동도 강화했다고 덧붙였다.배운 내용을 다시 학습할 수 있는 ‘나만의 평가 그래프’ ‘자기 평가 코너’ 등 자기주도적 학습 요소도 확대했다.  

이번 공개된 교과서는 교육부로부터 검/인정심사 권한을 위탁/위임받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과학창의재단, 시도교육청에서 실시한 검인정심사에 합격한 교과서다. 대상 교과서는 총 413책 1101도서로, 초등학교 8책 56도서, 중학교 30책 259도서, 고교 375책 786도서다. 이 중 72책은 종이책으로, 342책은 온라인으로 전시한다. 

각 학교 교과서 선정 절차는 교원 의견을 수렴한 뒤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 최종 확정의 단계로 진행한다. 절차를 통해 선정된 교과서는 10월말까지 주문을 완료한 후 12월말부터 내년 2월까지 학교현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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