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한 절반 정원외 0'.. '사다리 걷어차기냐' 비판론 비등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현 고2가 치를 2019학년 대입부터 치대와 한의대의 정원외선발비율이 10%에서 5%로 축소된다. 2030년 치과의사 한의사가 과잉공급될 것이라는 보건복지부의 인력수급전망에 따른 조치다. 치과의사가 3000명, 한의사가 1400명 수요보다 많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미리부터 정원외선발비율을 줄여 과잉공급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치대 한의대 입시에서 정원외 선발 자체를 꺼려온 상황인데다 이미 선발비율도 5%를 밑도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를 통한 정책의 지향점이 도대체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점이다. 오히려 정원외 선발에 소극적인 대학들을 적극 독려해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실태파악도 없이 수급전망에 따른 안일한 대책을 내놓은데 대한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비판이 만만찮다. 한 교육 전문가는 “정원외선발비율 축소조치는 납득하기 어렵다. 올해 입시에서 치대는 1.62%만 정원외 선발을 실시한다. 한의대는 이보다 사정이 낫지만 5%에 미치지 못하는 4.68% 수준이다. 게다가 치대는 전체 11개교 중 절반이 넘는 6개교, 한의대는 12개교 중 5개교가 정원외에서 단 1명도 선발하지 않고 있다. 이토록 실제 선발이 이뤄지지 않는데도 정원외선발비율을 축소하는 것이 치과의사/한의사의 과잉공급을 막을 수 있는 조치라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며, “오히려 정원외 선발은 지금보다 더욱 늘려줘야 할 여지가 크다. 고입에서도 사회통합전형은 실제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곤 하지만 20%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어려운 여건에 놓인 학생들에게 기회를 열어줘야 할 필요가 있긴 때문이다. 공약집에서부터 ‘교육의 계층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던 새 정부가 실제론 사다리를 걷어차려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인력 과잉공급을 막기 위해 치대 한의대의 정원외선발비율을 기존 10%에서 5%로 줄이기로 했지만, 교육계의 반응은 영 마뜩찮다. 이미 정원외 선발비율이 5%를 밑도는 상황에서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 조치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사진은 경희대 한의대 학생들의 수업 모습/사진=경희대 제공

<치대 한의대 정원외 선발비율 축소.. 10%에서 5%로 하향>
교육부는 치대/한의대의 정원외 입학비율을 5%로 조정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29일 제38회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농어촌지역학생/특성화고 졸업생을 정원의 10% 선까지 선발 가능했던 치대 한의대는 당장 내년 치러질 2019학년 입시부터 5%로 정원외 선발비율을 줄인다. 20%까지 선발이 허용됐던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모집비율 제한이 없던 특성화고졸 재직자도 앞으론 5% 이내에서만 정원외 선발을 실시할 수 있다. 

정원외 축소로 인해 이미 발표된 2019학년 전형계획은 일부 수정된다. 원칙적으로 발표된 전형계획은 수정 불가능하지만, 고등교육법은 예외 사항으로 ‘관계 법령의 개정/재정/폐지’가 있는 경우 전형계획을 수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5%를 상회하는 농어촌/특성화고졸 선발계획을 발표했던 치대 한의대는 내년 5월말까지 발표할 수시 모집요강을 통해 바뀐 선발비율을 공지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보건복지부가 올해 5월 내놓은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에 따른 것이다. 당시 수급전망을 담당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2030년 의사는 7600명, 간호사는 15만8000명, 약사는 1만명이 부족하지만, 치과의사는 3000명, 한의사는 1400명이 과잉공급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처럼 치과의사 한의사가 향후 넘쳐날 것이란 예상이 나오자 보건복지부와 국회는 적정한 인력수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입 정원외 선발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교육부는 이를 반영해 당장 내년 입시부터 치대 한의대의 정원외를 줄이기로 했다. 수험생의 높은 선호도와 의학계열이란 공통점으로 의/치/한으로 한데 묶여 불리곤 하는 의대의 경우 이미 5%의 정원외비율이 정해져 있는 부분도 고려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모집단위 간 형평성도 무시할 수 없었단 이야기다. 

<실효성 있을까.. 이미 치대/한의대 정원외 5% 밑돌아>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원외비율 축소조치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구심을 표현했다. 이미 정원외선발비율이 5%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수급전망에 기민하게 대응한 것처럼 보일 뿐 명확한 실효성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5%로 정원외비율을 축소한들 바뀔 게 없다. 정원외전형을 통한 치대/한의대 선발에 대학들이 소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이라며, “교육부는 이번 조치로 ‘치과의사 한의사의 적정 인력수급’이 가능하단 입장이지만, 과잉공급되는 인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론 크게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실제 치대 한의대의 정원외비율은 정원의 5%를 밑돌고 있다. 특히, 치대의 정원외선발 비율이 낮았다. 올해 입시에서 554명 모집 예정인 치대는 정원외가 9명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겨우 1.6%에 그치는 수준이다. 한의대의 정원외는 치대보단 많았지만, 726명의 모집인원 중 34명으로 4.7%를 기록하는 데 그쳐 동일하게 5%를 밑돌았다. 이미 5% 미만의 정원외선발이 이뤄지는 가운데 굳이 정원외 선발비율을 축소한 교육부의 조치는 실효성과 거리가 멀었던 셈이다. 

치대가 1.6%, 한의대가 4.7%의 비율이나마 보인 것은 정원외선발에 적극적인 일부 대학들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치대의 경우 11개교 중 절반을 넘는 6개교가 정원외에서 단 1명도 선발하지 않았고, 한의대도 12개교 중 5개교가 정원외선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치대의 경우 원광대(4.9%) 연세대(3.3%) 강릉원주대(2.5%) 조선대(1.8%) 단국대(1.4%), 한의대의 경우 동신대(20%) 세명대(10%) 대구한의대(8.3%) 우석대(6.7%) 원광대(5.6%) 동국대(경주)(4.2%%) 대전대(4.1%)가 정원외선발을 실시하는 곳이었다.

이처럼 법적으로 허용돼있는 정원외선발에 대학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정원외입학생들의 학업역량에 대한 의구심 ▲입학 후 학업비용문제 등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대학가의 설명이다. 올해 정원외선발을 실시하지 않는 한 대학 입학처장은 “정원외선발의 경우 정원내선발 대비 상대적으로 학업역량이 낮을 수밖에 없다. 경쟁이 그만큼 덜 치열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입학 후 제대로 대학수업을 쫓을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장학금이 주어지지만, 원체 비용이 많이 드는 의학계열 학업비용에 학생들이 부담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며, “물론 정원외선발을 원천적으로 막아두려는 생각은 없다. 추후 논의를 거쳐 정원외선발 시행 여부를 다시금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명시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선발 시 비용문제가 현재의 소극적 태도를 만든 주 원인이란 의견도 있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특성화고졸/농어촌 등은 해당사항이 없지만,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등은 입학 시 대부분 장학금을 받게 된다. 대학 입장에서 봤을 때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은 정원내 입학생과 동일하게 들어감에도 등록금 수입엔 별 보탬이 되지 않는 정원외 입학생을 환영하기란 어렵다. 특히, 정부지원에 기댈 수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국립대와 달리 등록금 수입이 절대적인 사립대의 경우 비용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정부가 오히려 정원외선발을 적극 독려해야 할 시점임에도 잘못된 선택을 내렸단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과잉공급문제 해소를 위해선 정원내를 축소하는 것이 맞지만, 대학들의 반발을 무마할 자신이 없는 교육부가 괜히 애꿎은 정원외만 손댔다는 것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인력 과잉공급 문제는 정원을 줄이면 간단히 해소될 문제다. 정원외 선발은 정원에 연동돼 비율이 정해지기 때문에 정원을 축소하면 자연스레 따라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대/치대/한의대 등 의학계열 모집단위는 대학들에게 있어 민감한 문제다. 워낙 수험생 선호도가 높고 전문직을 길러내는 곳이다 보니 정원 1명만 줄이더라도 예민하게 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차마 정원내를 건드리진 못하고 우회적으로 정원외 축소를 택한 것”이라며, “오히려 지금은 정원외 선발을 대학들에 독려해야 할 때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학업을 이어나간 기초생활수급권자/차상위계층 학생들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열어주기 위해서는 소극적인 대학들에 페널티를 줘야 하는 상황이다. 정원외비율을 축소해 어려운 학생들이 의학계열에 입학할 기회를 줄여나가는 조치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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