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정재찬(54) 입학처장(국어교육과 교수)은 ‘착한 대학’ 한양대 입학처 수장으로 적임자다. 고교교사 출신인 정 처장의 이력이 철저히 교육수요자 입장에서 입시를 설계하고 소통행보를 이어온 한양대의 철학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정 처장은 서울대 사대 국어교육과 졸업 이후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를 마치고 창덕여고에서 87년부터 92년까지 교편을 잡았다. 92년 서울대 대학원 박사과정 이후 97년 청주교대 교수로 자리했고, 2008년부터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난해 한양대 입학부처장을 거쳐 올해 입학처장에 자리한다. 말 그대로 ‘현장과 강단을 아우르는’ 이력이다. 초등교사를 양성하다 지금은 중등교사를 양성하고 있고, 지방의 국립대와 서울의 사립대 경험을 끌어안는다. 고교교과서 집필에 수능 검토위원장까지 교육 전반에서 활약상이 크다. 입학처와 연이 닿기 이전부터 수많은 교사연수를 통해 수업의 전문성을 강조해온 정 처장은 교단에 대한 이해가 남다른 입학처장으로 자리한다.

- 한양대는 단순명쾌한 입시를 통해 ‘착한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대일 상담으로 진행되는 설명회는 마감 없는 걸로 유명하다. 4월 설명회의 경우 새벽1시까지 진행하는 파격도 선보였는데
“착한 걸로 끝나면 안 된다. ‘착해서 복 받는다’로 마치고 싶다. 한양대 입시를 ‘착한 입시’라 한다는 데 대해 사실 오해도 있었다. ‘착해서 손해 본다’ 또는 ‘착한데 깜깜이다’ 식이다. ‘착하다’라고 하는 게 그 자체로 무조건 선한 건 아니라고 본다.

한양대 입학처가 생각하는 ‘착하다’의 기본은 ‘우리한테 오는 분들은 쉽게 오고, 우리가 힘들자’는 것이다. 대학 입장에선 다양한 전형요소가 있을수록 선발하기 쉽다. 다만 지원하고자 하는 분들이 힘들고 우리가 편한 게 그런 식이라면, 반대로 지원하고자 하는 분들이 쉽게 지원하고 우리가 힘들게 선발하면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한양대가 학종에 자소서 추천서 면접 없이 학생부100%만으로 선발하는 이유다. 다만 이를 위한 상호간에 신뢰가 필요하다. ‘착하다’는 선의에만 기댈 게 아니라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하고 실질적으로 고교와 신뢰를 쌓아가면서 고교와 동반해 성장하고 싶다.

/사진=최병준 기자

대학이 ‘착한 척’할 게 아니라 솔직해질 필요도 있다. 한양대의 ‘착한 입시’는 고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출발한 게 아니다. 한양대 인재상은 어떠해야 하고, 그래서 어떤 사람을 선발해야 하나 했더니 이런 방향이었고 마침 고교교육 정상화에도 잘 들어맞는다면 그 결과로써 좋은 것이다. 대학은 대학의 이기적인 목표가 있다. 목표가 이기적인데 공리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 ‘착한 것’이 되는 것이고, 이기적인데 공리에 위배되는 것이면 ‘악한 것’이 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판단하건대 우리한테 이롭고 옳다면 그 길을 찾아가는 게 착하다고 보는 것이다.

한양대가 정시를 줄이고 수시 학종을 확대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량 있는 인재를 선발하려다 보니 학종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수능 정량평가를 잣대로 선발한다는 건, 너무나 ‘동종’의 아이들을 양산하는 셈이 된다. 그간 우리나라 입시가 확인한 것은 얼마나 근면성실한지를 재인 재생해냈나 하는 것밖에 재지 못한 것 같다. 수능은 취지가 그렇진 않았지만, 현재로선 반복에 비례하는 교육을 야기하는 전형요소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한 번이라도 먼저 반복하자’는 생각에 선행학습을 하고, ‘한 번이라도 더 반복해 유리하다’는 생각에 재수를 한다. 그래서 수능은 선행학습한 자, 재수한 자, 공교육에서 수업 받고 사교육에서 한 번 더 반복한 자에게 유리한 구조를 가져왔다. 점수를 잘 받는 사람이 과거엔 맞는 인재상이었을지 모르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 있을 인재가 필요한 현재엔 맞지 않다.

물론 학종은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과거 객관성의 신화를 믿는 이들은 물리적인 수치로 양화된 기록을 사람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있다. 95점과 객관적으로 동일한 것은 95점이다. 그러나 동일한 것은 점수이지 사람이 아니다. 95점을 받은 두 사람은 정작 천양지차로 다르다. 한눈에 봐도 다르고 아무리 봐도 다르며 들여다볼수록 다르다. 사람마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그 일생, 그 마음의 갈피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입학 전형은 복잡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것일 뿐이다.

공정성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어떤 입시 제도이든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편에서 유불리의 문제로 접근하는 한, 누구에게나 공정한 답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게 마련인 탓이다. 가령, 높이뛰기 1미터 기록을 보유한 신장 2미터의 학생과, 90센티미터를 기록한 신장 1.7미터의 학생 중 과연 누구를 선발해야 공정하다고 할 것인가. 한 가지 동일한 능력을 비교할 때도 이러한데, 원래가 같지 않은 종류의 능력을 재야 할 때는 어찌 해야 할까. 그럼에도 그 차이를 무시하고 그저 한 번에 한 줄로 세워놓고 특정한 기준에 따라 재단하는 것이야말로 공정하지도 타당하지도 않은 일이 아니겠는가. 다른 능력은 다르게 평가하는 것이 옳다.

한양대 학종 선발은 시대변화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려다 보니 학종이었던 것이고, 기본적으로 한양대를 방문하는 분들을 편하시도록 해야겠다는 방침이다 보니 제출서류의 부담을 줄이고 학생부만으로 평가하게 된 것이다. 다만 이렇게 하려면 대학도 눈 밝아서 학생부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하고 고교도 충실한 자료를 제공해줘야 한다. 이에 대해 고교간 차이 교사간 차이가 논란이 되는데, 그 문제는 인정한다. 다만 그래서 도출한 답은 ‘그러니 하지 말자’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끌고 가자’이다. 수십 명의 교사가 학생 한 명에 대해 3년간 기록해준 기록이 학생의 면모를 가장 잘 말해주리라 믿는다. 과거처럼 정량지표만을 가지고 선발하다간 우선 대학이 발전하지 못한다. 국가도 발전하지 못한다. 우리가 고교에 신뢰를 갖고 먼저 정보공개로 다가가야 고교도 발전하고 선순환하리라 본다.

새벽1시까지 일대일 상담을 하며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 역시 ‘착해서 복 받은’ 결과다. 그저 ‘착하다’는 칭찬만 받는 게 아니라 정보를 얻으려는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우리 역시 전문성을 가져간다는 이로운 측면까지 냈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들도 일대일 상담 현장에서 돌발질문에 대처하다 보면 그 동안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측면도 고민하게 된다. 집중적인 상담을 통해 자신감과 성취감에 전문성까지 얻게 되면 그 다음 학생부가 훨씬 더 잘 보인다. 착한 일을 통해 전문성까지 만들어지는 이로운 결과로 피드백되는 것이다.

현재는 실험처럼 시작했던 걸 안정화해야 할 단계다. 당분간은 현 기조를 유지하려 한다. 물론 항상 자성적인 질문은 던진다. ‘우리가 옳은가?’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잘 조성돼 자소서 추천서도 믿을 수 있는 전형자료가 되고 면접이 필요하게 된다면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는 방법론적 측면인 거고, 철학적 측면에선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질, 미래역량을 보겠다는 것으로 유지될 것이라 본다. 우리가 착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호간 이로워지기 위해서다.”

- 현 정부 출범 이후 대입 전형에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논술과 특기자를 폐지해 학종 학생부교과 수능의 세 가지로 더 단순화한다는 것인데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겠지만, 현재의 전형 수를 유지한다는 것은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일 것이다. 전형이 4개이면 ‘4중고’라 표현되기도 하는데, 답답한 현상이다. 이에 대한 소통이 자리잡아야 할 것 같다. 여러 능력을 고려하고 인정해 네 번의 기회를 만들었다고 보시면 된다.

특히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는 논술의 경우, 사교육영향이 크니 폐지해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에 대해 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사교육영향을 거론하기 이전에 ‘논술역량이 필요한가 아닌가’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논술을 제외하곤 모든 전형의 기록이 이해역량이고 결과중심이다. 과정을 알 수 없다. 논술은 과정을 볼 수 있는 전형이다. 미래역량 가운데 의사소통능력이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손꼽히지만 교육현장에 이를 측정할 장치가 마땅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면 고교교육에 논술을 강화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할 텐데 사교육영향이 크니 없애자고 한다. 사교육영향이 어떤 것은 논술, 어떤 것은 수능, 어떤 것은 내신 식으로 구분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게다가 논술은 사교육이 실패한 대표적인 영역이다. 최근 10년 사이 배출된 모든 교사들은 모든 교과의 교직 필수과목으로 ‘논리 및 논술’을 이수했다. 미래역량에 논리 및 논술이 중요해 제도를 마련했다면, 이를 공교육현장에서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지 못한 데 대한 자성부터 하고 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본다. 현재 입시에서 논술은 많은 수험생들에 ‘두 번째 기회’이기도 하다. 늦게 철든 많은 학생들이 놓친 학생부를 만회할 유일한 수시 전형이기 때문이다.

프레임을 ‘공교육 대 사교육’으로 가져갈 게 아니라 ‘좋은 교육 대 나쁜 교육’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현실은 ‘좋은 사교육’도 있고 ‘나쁜 공교육’도 있다. 사교육이 꼭 필요한 분야도 분명 있다. 우리가 고민할 것은 ‘어떻게 하면 공교육을 좋은 공교육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교육을 좋은 사교육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여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가 싸워야 할 건 ‘사교육’이 아니라 ‘나쁜 사교육’이다. 자소서 대신 써주는 나쁜 사교육, 엄마들에 위기감 주면서 헛된 것 주는 나쁜 사교육과 싸워야 한다. 정책은 ‘나쁜 사교육’과의 전쟁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나쁜 사교육’이 발을 못 디디게 하는 게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방향이라 본다. 사교육 자체를 나쁜 것으로 몰아가단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

- 지난 4월 한양대의 첫 입학설명회에서 소개한 시인 정현종의 시 <방문객>은 한양대 입학처의 철학을 제대로 말해준 듯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부서지기 쉬운 /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학종은 바로 저 시와 같은 것이라고 믿는다. 학생부도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그런가 하면 고은 시인의 <그 꽃>처럼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내려갈 때 보게도 된다. 때때로 그 중에 하나를 취해야 하는 선택이 고통스럽고 잔인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내 눈과 마음에 들지 않은 꽃은 나와 취향이 다른 이가 고르리라 믿으면 된다. 긴 호흡으로 그렇게 가다 보면 어느덧 우리 학교와 사회가 모두 예쁜 꽃밭으로 변해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환대하는 마음으로 꽃다운 학생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다행하고 희망적이며 중요한 사실은 대학이 입시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이라는 점이다. 부족한 인재도 훌륭한 인재로 키우며, 훌륭한 인재를 뽑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훌륭한 인재로 길러내야 대학다운 대학인 것이다. 그러기에 대학 또한 과거에 얽매인 기준과 이기적인 욕망을 내려놓고 미래지향적인 기준에서 다음 세대의 행복을 위한 착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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