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건강 클리닉]

설사시키는 것도 좋은 치료법이다 한방에서 가장 잘 알려진 치료법은 보법(補法) 즉 보약의 사용이다. 한방 하면 보약을 떠올릴 정도로 한의학의 대명사는 보약이다. 심하면 한방엔 보약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보약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체력이 저하되고 면역력에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사용하면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식생활이 개선되고 영양상의 문제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요즘, 한의원에서 쓰는 치료방법은 보약보단 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법이 더 자주 사용되는 추세다.

“두드러기가 2년간 계속되고 속이 거북합니다.”
담마진 즉 두드러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라고 호소하는 29세의 남자환자는 지난 2년간 병원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었다. 약을 먹으면 증상이 없어지지만 약을 끊으면 하루도 안 되어 증상이 재발된다는 것. 담당의사선생님이 평생 약을 복용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말해 한의원을 찾아왔다는 설명이었다.

“변비는 없습니까?”
이 환자에게 던진 첫 질문이었다. “심하면 4일에 한 번 변을 볼 정도이고, 변비가 심해지면 두드러기가 심해진다”는 대답을 한 95kg의 건장한 이 환자는 “의사선생님에게 대변을 잘 보지 못하면 증세가 심해진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 별 상관이 없다고 대답하시던데요”라고 되물어왔다.

변비를 치료하면 증세가 좋아지리란 판단을 한 후 “한방에선 피부병과 변비는 상관성이 있다고 봅니다”라고 설명하고 한 달 정도 치료를 받게 했다. 결과는 아주 좋았다. 보름이 지나자 두드러기는 거의 없어졌고, 몸무게도 줄기 시작했다. 한 달 후엔 2년간 먹던 약을 끊고도 전혀 두드러기가 나타나지 않았다. 치료를 종료한 후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혀 재발이 되지 않고 있다. 이 환자에서 사용한 치료법은 다름아닌 하법(下法)이었다. 한의학 치료법 중의 하나인 하법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설사법이다. 변비로 인해 체내의 노폐물이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아서 병이 나타났다고 생각해 매일 변을 볼 수 있는 처방을 썼고, 동시에 피부로 노폐물이 잘 발산될 수 있는 약재도 포함시킨 결과였다. 물론 이 환자의 식생활도 개선시켰다. 육류위주의 식단을 채식위주로 바꾸었고, 그 동안 두드러기로 고생을 한 탓에 식단변화를 잘 수용해주었다. “부패될 때에 채소에 비해 고기가 더 악취를 많이 발생시킨다. 변을 제대로 배출시키지 못하는 상태에서 육류 위주의 식사를 하면 몸에 나쁜 기운이 더 많이 쌓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에 동의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현대인들에겐 보법이 아닌 설사법이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한다. 변이 막히면 몸이 탁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 이상으로 열이 생겨난다. 소화, 흡수되고 남은 음식물이 뱃속에서 부패될 때에 나타나는 열은 몸에 좋을 리가 없다. 특히 평소에도 열이 많은 소양인이나 열태음인들에겐 변이 막히는 상황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이제마 선생님은 “소양인들의 건강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변”이라고 파악했다. 일주일 이상 변을 보지 못하면 광증 즉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변통을 시킨 후 집중력이 아주 높아져 중간권의 성적이 최상위권으로 올라간 학생도 보았다. 고등학교 1학년 말에 내원했던 남학생은 첫눈에 문제가 있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다. 광대뼈 주의가 붉게 상기된 이 학생은 보통사람이 보기엔 혈색이 아주 좋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었겠지만 한의사의 눈에는 이상신호였다. 진료를 해가며 소양인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변의 상태를 물었을 때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본다”는 대답. 이 말을 듣는 순간 치료에 자신이 생겼다. 소양인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변을 보지 못했다면 그 증상은 묻지 않아도 뻔했다. 학생을 잠시 내보낸 뒤 엄마에게 물었다.

“혹시 정신과 진료는 받아 본 적이 없으세요”
어떻게 알았느냐는 눈빛.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도 받았지만 먹이지는 않았다는 대답이었다. “공부할 때에 5분도 앉아있지 못하죠”란 질문에 역시 옳다는 응답. 그 다음의 질문에도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위를 많이 타고 속이 답답하단 말을 많이 하냐는 질문엔 “겨울에도 선풍기를 켤 정도로 열이 많고 냉수도 많이 마신다”고 답했다. 눈이 잘 충혈되는 것은 물론이고 성격도 급하고, 화도 잘 내고… 소양인에게 열 배출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 나타나는 증상은 모두 나타나는 학생이었다.

열을 배출시키지 못한 것이 문제란 설명을 한 후 치료기간은 오래 걸릴 것이라 설명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를 시작한 후 학생의 상태는 놀랄 정도로 좋아졌다. 5분도 못 앉아있던 이 남학생은 “너무 차분해졌다”는 엄마의 표현대로 공부시간과 집중력이 아주 좋아졌다. 열이 너무 많아 정신이 산만했던 걸 치료한 당연한 결과였지만 학생도 부모님도 모두 놀라고 있었다. 하루에 몇 시간 공부도 못하고, 10분도 채 안 되던 집중시간이 이젠 12시간 이상으로 늘어 공부를 한다며 너무 좋아했다. 3개월 후 치료를 종료했다. “중위권이던 성적이 6개월 만에 모의고사 전교 1등을 했다”고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한방에는 이처럼 보약 이외의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토하게 만드는 토법(吐法)과 같이 이젠 거의 안 쓰는 치료법도 있지만 발한법(發汗法) 등과 같이 현대인에게 의미 있는 치료법도 존재한다. /황치혁 한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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