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대체 학종 62.2% 교과 27% ..'수능 절대 평가 신중해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대입의 현장 전문가라고 볼수있는 고교 진학지도 교사와 대학 입학 처장들은 수능 절대평가 실시할 경우 수능 중심의 정시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교 진학지도 교사 272명, 대학 입학처장 38명 등 총 338명을 대상으로 이규민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가 조사한 결과다. 이같은 결과는 26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고교-대학 연계포럼 '2021학년도 수능 개편과 대입전형의 방향'에서 공개됐다.

이규민 교수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등급제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하는 경우 정시 수능전형의 비중이 축소될 것이라는 의견이 71%(220명)로 가장 많았다. 현행 비중이 유지(21.6%)되거나 비중이 확대(7.4%)될 것이라고 본 비율은 29%에 불과했다. 수능 전 영역을 절대평가화해 수능이 자격고사화되는 경우 정시 전형이 실질적으로 폐지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규민 교수는 “등급제 절대평가는 자격고사의 성격으로 개별 대학의 지원 자격을 구별하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동일한 대학에 지원한 학생에 대한 변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수능 정시전형은 동일 대학의 동일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그런 학생들은 유사한 등급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등급만 주어졌을 때는 선발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학생부 중심의 수시 전형 형태로 입시제도가 단일화되거나 대학별 고사가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시 비중이 축소될 경우 정시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형으로는 학생부 위주 전형이 89.2%로 가장 많이 꼽혔다. 세부 전형으로 보면 학종이 62.2%(191명)으로 가장 많았고 학생부교과가 27%(83명)였다. 나머지는 논술 9.8%(30명) 특기자 0.3%(1명) 순이었다. 

이날 서울경인지역 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인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은 인삿말을 통해 "수능개편문제는 대입전형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현재 시행하고 있는 대입제도와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협의회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이해당사자들과 논의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논의가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협의회에서 논의해 공론의 장을 2차, 3차, 4차 마련해 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고교 진학지도 교사와 대학 입학 처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능 등급제 절대평가 적용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절대평가 전면 도입은 신중해야>
응답자 309명 중 전 과목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28.5%에 그쳤다. 반면 일정 영역을 추가 도입한 후 전체 도입 여부를 판단하거나 점차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37.5%로 많았다. 당장 2021학년에 전면 절대평가화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인 셈이다.

현재 절대평가로 실시중인 영어와 한국사까지 상대평가로 전환해 전체를 상대평가로 실시해야 한다는 응답은 13.9%, 현행 절대평가 적용 범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0.1%였다. 

현재 수능은 2017학년 한국사 영역이, 2018학년 영어 영경이 등급제 절대평가로 전환돼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혼용된 상태다. 영어의 경우 “상대평가 체제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사교육비와 학생들의 수험 준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등급제 절대평가 점수 체제가 도입”됐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에 회의적인 입장에서는 변별력 약화를 지적한다. 수능의 대입선발 기능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이규민 교수는 "2008년 수능에서 등급제를 도입했다가 다음해인 2009년에 폐지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 교수는 절대평가가 도입된 후 예측되는 1등급 범위는 현재 수능보다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 수능에서 절대평가화 하게 되면 1등급 비율이 8~10%정도 될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수능난이도를 유지했을 때의 얘기다. 등급제를 절대평가하자는 입장에서는 '상대평가로 인해 수능이 과도하게 어렵다'는 점,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과도한 교육이 실시된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그렇기 때문에 등급제 절대평가를 도입한다면 현재 수능보다는 난이도가 쉬워져야 일관성 있는 주장이 된다. 따라서 수능 난이도가 쉬워질 것을 가정하면 8~10%보다 더 퍼센트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학별 고사가 부활해 오히려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소개했다. 높은 수능 평균 등급이 높은 성취수준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된다. 이 교수는 “자격고사로 쓸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학생을 선발할 때는 문제가 생긴다. ‘저 학생이 나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저 학생은 붙고 나는 떨어졌다’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시/정시 비율 현행 유지 49%>
정시 전형에 대한 입장은 어떨까. 수시/정시의 현행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9%(152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32.3%(100명),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18.7%(58명)로 뒤를 이었다. 

현재 대입 전형에서 2015학년부터 2018학년까지 수시는 증가하고 정시는 감소하는 추세다. 수시의 경우 2015학년 64%에서 2016학년 66.7%, 2017학년 69.9%, 2018학년 73.7%로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학종이다. 학종은 2017학년 60.3%에서 2018학년 63.8%로 증가 추세다. 

수시전형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학종 활성화로 인한 고교 교육 내실화를 꼽는다. 다양한 교내 활동 내역, 비교과 활동, 진로교육 등을 실시해 학생 참여를 높여 학교 교육이 내실화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런 효과는 일선 교사들 대부분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부분이다. 긍정효과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또한 일반고/비수도권 학생에게도 대학 진학의 기회를 제공하는 통로로 기능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논술/서술형 도입에는 신중해야”>
수능에 논술형이나 서술형 문항을 도입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충분한 도입 기반을 갖춘 후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45.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아예 수능에 도입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응답 또한 42.8%로 회의적인 의견이 다소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능 시험에 논술형/서술형을 도입하는 경우 사교육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4.04점(5점 만점)으로 높은 점수를 매겼다. 반면 ‘창의적 인재 양성에 기여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2.8점, ‘채점 결과를 신뢰하고 공정하고 타당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하는가’에는 2.41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였다. 

도입에 회의적인 이유는 채점자의 주관이 개입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채점의 객관성/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통합사고능력과 고등정신능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범교과 문항이 출제될 가능성이 있어 사교육을 유발한다고도 봤다. 논술/서술형 문항을 수능이 아닌 고교나 대학 평가에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능에 선택교과까지 출제해야” 63.2%>
현재 2021학년 수능의 기본 유형에 관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수능은 공통교과만 치르거나 공통교과에 더해 선택교과까지 출제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설문조사 결과 공통교과+일반선택교과로 구성하자는 의견이 63.2%(192명)로 더 높았다. ▲공통교과만으로 구성하자는 의견은 36.8%였다. 공통교과와 선택교과를 모두 치르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공통교과와 선택교과를 함께 출제에 하루에 시행하거나 ▲따로 분리해 이원화하는 방식이다. 선택교과까지 수능에서 평가하자는 근거로는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공통교과만 수능에 출제될 경우 고교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소지가 크다” 등이 있었다.

어느 방안을 택하든 공통교과(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는 모두 포함된다. 공통교과 의 수능 출제범위는 교과 구성 방식은 ▲1학년 교육과정인 공통과목(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만 구성하는 방안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공통과목(1학년 교육과정)으로 출제하고 국어 수학 영어는 현행 수능과 같이 공통과목과 선택과목(2, 3학년 교육과정)을 포함하는 출제범위로 구성하는 방안으로 나뉜다. 

현행 수능의 경우 ▲국어는 화법과 작문, 독서와 문법, 문학 ▲수학 가형의 경우 미적분Ⅱ, 기하와 벡터, 확률과 통계 ▲나형은 수학Ⅱ,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영어는 영어Ⅰ, 영어Ⅱ를 출제범위로 하고 있다.

공통과목으로만 구성하는 방안의 경우 학생의 시험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선택 과목이 수능에서 제외되면서 고교 교육과정 전반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어/수학/영어에서 선택 과목까지 포함하는 경우 6개 공통 과목만을 중심으로 한 반복학습 문제를 완화하고 고교 교육과정 전반적인 내용을 반영한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공통수능의 경우 사탐/과탐의 선택 과목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공통과목인 통합사회와 통합과학만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직탐/제2외국어/한문 폐지 의견 높아>
직업탐구(직탐) 영역에 대해서는 폐지하자는 의견이 41.4%로 가장 높았다.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30.5%, 수능 출제 과목으로 포함하되 ‘성공적인 직업생활’ 1과목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28.1%였다. 직탐은 2017학년 탐구영역 응시자 중 1.2%에 불과한 6273명이었다. 응시 학생수는 적은데도 출제 과목은 10개로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아랍어, 베트남어로 몰리는 왜곡 응시 현상이 계속해 발생하고 있다. 정규 교육 과정에 아랍어를 편성해 가르치는 학교는 2개교, 베트남어는 1개교다. 왜곡된 응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폐지하거나 절대평가화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제2외국어/한문을 폐지하자는 의견은 43.5%,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의견은 40.4%로 각각 높았다. 이 교수는 “아랍어의 경우 모든 학생이 공부를 안 한 상태에서 운이 좋아 몇 개 맞히면 등급이 올라가는 상태다. 절대평가로 전환한다는 의미는 ‘90점 이상이어야 1등급이다’하는 식으로 정해 왜곡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규민 교수의 발제문 발표가 끝난 뒤 토론자 5명이 각자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참여한 토론자는 김선희 좋은학교 바른교육 학부모회 대표, 강요식 여의도고 교장,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소장, 안성진 성균관대 입학처장,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이다. 첫번째 토론자 김선희 대표는 학종 전면 도입에 따른 학종 변별력 우려를 나타냈지만 이와 반대로 강요식 교장은 학종이 많이 정착되고 있으며 신뢰도 제고 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진 소장은 수능 절대평가의 전면 도입을 주장했으나 안성진 처장은 절대평가화된 수능의 변별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임진택 사정관은 통합사회/통합과학을 공통수능으로 치른다는 전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통합과목영역은 학생부에 맡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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