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이 있다. 두통이나 복통이 나타나기도 하고, 허리가 아프기도 하다. 속이 메슥거리며 온몸이 불쾌하게 찌뿌드드하다. 그것도 한 달에 한 번씩. 바로 생리통이다.

생리통이 있으면 집중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진통제를 먹고 누워 있어야 하는 정도면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시험 전에 생리통이 발생하면 최악이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공부시간이 줄어드니 성적이 뚝 떨어진다. 수능 때에 생리통이 생겨서 시험을 망쳤다는 학생들도 간혹 있다. 호르몬제로 생리 날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걸 모르고 무방비로 수능이나 중간고사 등을 망치는 경우다.

가장 큰 문제는 양방에서 생리통을 질환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고등학교 1학년짜리에게 출산을 하면 생리통이 좋아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병원응급실에서 젊은 의사선생님에게 위와 같은 말을 듣고 여학생의 어머님이 하소연을 했다. 아마도 “생리 때는 생리혈을 배출시키기 위한 근육수축운동이 나타나는데 그 운동이 과도하면 생리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출산 후에 자궁의 근육이 늘어나면 생리통이 나아집니다”라고 해야 할 설명을 너무 간단하게 설명했던 것이리라. 하지만 자녀의 고통을 보기 안쓰러운 어머니에겐 ‘출산’이란 말이 너무 강렬하게 들렸고, 앞으로 결혼하려면 10년은 남아있는 아이에게 ‘아이를 낳으면 좋아진다’는 설명은 무성의하게 들려 화가 났을 것이다.
 

한뜸한의원 황치혁 원장

실제로 양방에선 생리통을 심각한 병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생리통은 불편하지만 생명에는 문제가 없고 출산을 하면 대개 좋아지기 때문이다. 호르몬 치료로도 좋아질 수 있지만 환자들이 꺼리기 때문에 잘 사용하진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환자들은 증상만 없애는 ‘게*린’ 등의 진통제를 쓰게 된다.

그런데 한방에선 생리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여자의 병은 혈(血)의 문제로 많이 생긴다고 보고 생리통을 중요한 증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혈의 문제를 치료하는 사물탕의 구성약물이 동의보감 처방 절반 가까이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이니, 생리에 관한 처방 또한 다양하게 존재한다. 생리통은 물론이고 생리의 양, 생리기간, 늦어지거나 빨라지는 생리주기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생리에 관련된 증상들을 여자들의 병을 진단하는 중요한 자료와 치료의 근거로 본 것이다.
한방적인 진단만 정확하다면 생리통은 쉽게 치료된다. 초경 때에는 없었던 생리통이 학년이 올라가며 생겼다면 아주 쉽게 없어진다. 공부 친구 등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생기며 기운이 울체되어 생긴 경우에는 울증을 풀어주는 칠제향부자환만 써도 간단하게 치료된다.
기가 제대로 운행되지 않아서 울체되어 어혈까지 생긴 상태이라면 치료기간이 조금 더 길어진다. 기울도 풀어야 하고 어혈도 풀어야 하니 환약보다는 탕약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초경 때부터 생리통이 있었다면 몸이 차서 생기는 생리통일 가능성이 높다. 생리 전이나 생리 중 아랫배가 차고 허리까지 아픈데, 따뜻하게 해주면 통증이 완화되는 생리통이다. 얼굴색이 창백하고 손발도 차다. 찬 것은 싫어하고 몸의 여기저기가 아프기도 한 환자들이다. 몸의 대사기능이 약한 사람들이 찬 기운에 오래 노출되면 이런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몸의 신진대사를 전체적으로 높여줘야 하기 때문에 치료시간이 기울형 생리통보다는 좀 더 걸린다.

기혈(氣血)이 모두 부족해서 나타나는 생리통도 있다. 생리 후나 생리 때에 아랫배가 은은하게 아프고 텅 비어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배를 누르면 편안한 느낌이 들고 문지르면 통증이 완화된다. 얼굴색은 창백하고 빈혈증상과 마찬가지로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도 동반된다.

간과 신의 기능이 떨어져도 생리통이 나타난다. 한방에선 간은 혈액을 주관하는 장기여서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대사에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신의 기능 저하는 병이 오래 진행되어 원기가 손상되었다는 것이다. 간신의 문제까지 발생한 경우라면 학업보다는 건강을 먼저 챙겨야 한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체력이 너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공부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여학생들이 학습장애 요인의 첫 번째로 꼽는 생리통이라도 원인에 따라 맞는 치료를 하면 아주 잘 치료가 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고등학교에 들어와 갑자기 생리통이 생겼다면 대개는 스트레스로 기의 운행이 저해되어서 생기는 증상이다. 환약을 보름 정도 먹으면 간단히 해결된다.

간단하게 집에서 생리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생리통이 나타나면 집에선 간단히 핫팩을 사용해 하복부와 허리부위를 찜질해 보는 것이 좋다. 따뜻한 자극은 혈액순환을 개선시켜 대부분의 생리통을 경감시킬 수 있다. 기울은 물론이고 몸이 차거나, 간신의 가능저하로 인한 생리통도 따뜻하게 만들면 우선 완화시킬 수 있다. 몸이 따뜻해지면 혈액순환이 활성화되고 근육이 이완되기 때문이다. 계피차 등의 따뜻한 차를 마시고 핫팩을 하면 더 효과가 좋다.

익모초나 쑥을 달여 마셔도 생리통이 개선되기도 한다. 혹시 집에 좌훈기가 있다면 쑥을 이용해 좌훈을 해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발 안 쪽의 복숭아뼈에서 약 9cm 위에 있는 삼음교라는 혈자리를 엄지손가락으로 지긋이 누르는 지압도 좋다.

생리통이 심한 분들에겐 평소 생활관리도 중요하다. 옷은 무조건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 겨울에 짧은 치마를 입거나 다리를 꽉 조이는 옷을 입어도 하복부의 혈액순환을 저해할 수 있다. 찬 음료도 피해야 한다. 뱃속을 차갑게 하면 자궁의 온도도 당연히 내려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의 순환에 문제가 생기므로 정신적으로 긴장하거나 흥분하는 것도 생리통의 악화요인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수면부족이나 카페인도 생리통을 심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황치혁 한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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