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

새해가 시작됐다. 많은 새로운 것들이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 것이다. 지난해에는 알파고와 포켓몬고가 고고열풍을 일으켰다.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앞에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이라는 화두가 그것이다. 알파고는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해서 이세돌을 이겼다. 수많은 알파고들이 더 똑똑한 머리(?)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을 미래를 위해 어떻게 가르쳐야 우리 후손들이 잘 살 수 있을까? 이 고민은 새 과제를 던져주었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그 과제는 “어떤 고교가 알파고나 포켓몬고보다 좋은 고교일까?”였다. 답은 렛잇고?

연초 교육부 업무보고를 보도한 기사에서 답을 보았다. 기사는 “올해 2학기 시도교육청 5곳에서 미네르바 스쿨을 시범 도입한 뒤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자료를 보니 “학교에서 직접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의 경우 쌍방향 온라인 실시간 수업을 신규 도입(5개 시도 시범운영)해 학생의 학습선택권 확대”한다는 내용에 이어 “해외의 쌍방향 온라인 수업 사례(미네르바 스쿨) : 물리적 교실 없이 100% 실시간 온라인 화상 강의를 통해 토론/협력활동 위주의 수업 실시”라고 설명했다. 내용이 상세하게 제시된 ‘업무계획’을 보니 고교 교육력 제고 사업에 올해부터 3년간 7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인데 이 가운데 ‘쌍방향 온라인 실시간 수업’에 필요한 예산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업무계획’은 미네르바 스쿨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은 미국에서 개교한 ‘혁신’이라는 수사가 붙어 마땅한 대학이다. 2014년 가을 개교한 이 대학은 학력 나이 국적에 관계없이 입학해, 강의실 없이 온라인으로 세미나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매 학기 기숙사를 옮겨 다니며 학습에 참여하고, 기숙사에서 학생들끼리 토론도 하게 된다. 최근 늘고 있는 MOOK 강좌는 일방성 때문에 학습의 깊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방송통신대학도 마찬가지다. 미네르바 스쿨은 쌍방향 학습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한다. 미네르바 스쿨에 대한 기사를 보면 학비는 1천만원 수준이라고 하는데 기숙사비용 등을 합해서 3천만원은 된다고 한다. 온라인 대학이 이 정도면 매우 귀족적 온라인 대학이라 하겠다. 방송통신대학의 학비와 비교해 보면 열 배가 넘는다.

교육부가 실시하려는 ‘쌍방향 온라인 실시간 수업’을 정리해 보면, 이 수업은 미네르바 스쿨이라 불릴지 모르겠다. 어쩌면 미네르바 ‘하이’스쿨이라고 할 수도 있다. 미국 대학과는 구분해야 하니까.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수업의 목적이 학생의 과목 선택권 보장에 있어서 학교에서 개설되지 않은 과목을 들을 수 있으니까. 기존의 EBS 수능 방송 같은 온라인 방법과는 다른 교수/학습 방법이 적용될 것이다. 미네르바 스쿨은 수업 방식 때문에 하버드 대학보다 입학이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 ‘미네르바 스쿨’ 학비는 무료일 것이다. 교과 학습의 일부를 가르치는 것이므로 이미 등록금에 미네르바 수업료도 포함되었다고 해석할 것이다.

보도 며칠 전, 어느 연수원에서 필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강의를 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 중 하나가 학생에게 진로집중과정을 제시하기보다 학생이 다양한 과목 중 자신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서 배우는 것이 포함된다는 말을 했다. 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과정을 제시’하는 것을 총론에 담았는데, 지금 와서는 ‘과정 제시형’과 ‘과정 형성형’ 교육과정이라는 묘한 용어를 쓰고 있다. 과정 형성형 교육과정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벽이 없애주는 것을 말한다. 학생이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게 하는 교육과정 체제다. 현실에서는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이수할 가능성은 적다. 과목의 선택은 대부분 수능의 역기능 때문에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일부 원인은 상대평가 내신 산출에도 있다.

다만 요즘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원하는 과목을 이수하려는 경향은 늘고 있다. 그래서 교과중점학교를 늘린다. 배우고 싶은 교과를 집중해서 이수할 수 있는 학급을 운영하는 학교를 선택하는 제도다. 학교 간 교육과정을 개설해서 이수시킨다. 한 학교가 모든 과목을 감당하기 어려워 이웃 학교끼리 교육과정을 공유하자는 뜻이다. 캠퍼스 공유 학교 역시 같은 취지이다. 거점학교(이것을 교육과정 클러스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지만)는 여러 학교 학생을 한 학교에 모아 가르치는 방식이다. 주중 운영에는 애로가 많아 주로 주말 수업을 한다. 한 걸음 더 나가면 사회시설에서 이수한 것을 인정해주는 방식을 쓸 수도 있다. 학교에서 이수할 수 없어서 자매부대 장병에게 배웠다는 사례도 있다. 그날 연수에서는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어쩌면 온라인으로 이수하는 제도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한 선생님이 그런 계획이 사실이냐며 어두운 얼굴로 물어 오셨다. 물론 발표된 것은 없다고 했다.

강의 며칠 뒤 교육부 업무보고로 온라인 학습이 현실화됐다. 질문하신 선생님의 얼굴과 미네르바가 오버랩됐다. 이제 문제는 미네르바 스쿨이다. 배울 수 없는 과목을 온라인으로 배운다. 열의만 있다면 어떤 과목이라도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 경제학과를 지망하는 똘이는 학교에서는 개설하지 않은 심화수학을 배울 수 있고 공대를 지망하는 철이도 학교에서 개설하지 않은 물리Ⅱ 를 배울 수 있다. 어쩌면 교육과정에 없는 과목도 개설해 달라고 요구할지도 모른다. 언론정보학, 사회복지학 등 배우면 진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과목들이다.

2010년을 전후해 우리 교육계에 스웨덴의 쿤스캅스스콜란 학교가 소개됐다. 기업이 투자하는 이 학교는 모은 학생 수만큼 국가로부터 수업료를 받는다. 학생이 선택하지 않으면 문을 닫는다. 결국 양질의 학습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1999년 설립된 이 학교는 10년 만에 30여 개의 학교를 가진 기업학교군이 됐다. “무학년제로 세분화된 수준별 수업을 제공하는 학교, 교사와 학생이 일대일로 학습하는 학교, 학생들의 학업 능력은 매우 높아지고 만족도도 높다. 교사의 월급도 차등이 있다. 대표교사가 강의를 하면 다른 교사들이 학생의 공부를 도와주고 상담한다.” 이것이 그 당시의 메시지였다. 학교는 스웨덴까지도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 교육도 안일하게 미래에 대처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학교의 변화는 두려움과 함께 다가온다.

올해 우리 교육이 변하기 위해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과 평가 개선 등이 중요한 과제로 추진 중이다. “지식 습득 위주 학습에서 벗어나 지식, 기능, 태도의 삼박자를 갖춘 학습을 제공하기 위해 성취기준을 분석하고 어떤 역량을 길러줄 것인지를 고민한다. 어떤 수업자료를 어떻게 이용해서 학생이 참여하는 학습활동을 제공하고 학습하는 과정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계획한다. 학습 과정을 평가해서 학생부에 기록한다.” 이것이 과제다. 완벽하게 계획된 미네르바강의를 유창성이 뛰어난 선생님이 담당하게 된다면 아마도 이 학교가 알파고, 포켓몬고보다 뛰어난 고가 아닐까? 미네르바 스쿨은 또 하나의 혁신 아이콘이 될 것이다. 교육혁신은 이미 두렵게 시작됐다.

/진동섭
(사)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전 영동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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