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계 불허 10개교.. '세부 가이드라인 필요'

[베리타스알파=최희연 기자] 김영란법 시행으로 조기취업자의 졸업이 불가능해지자 교육부가 학칙 개정을 통한 졸업 가능성을 열었지만,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학교의 자율에 맡기면서 여전히 많은 조기취업자들이 혼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취업자에 대한 성적인정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일부 대학들은 취업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송기석(국민의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2016학년 재학생 취업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4년제 대학 가운데 자료를 제출한 62개교의 조기취업자는 2462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학이 196곳 임을 감안하면 실제 조기 취업(예정)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권 상위대학을 시작으로 많은 대학이 학칙 개정을 결정한 가운데, 일부 대학들은 조기 취업자의 취업계를 인정할 경우 일관된 학사 진행이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학이 학칙 등을 통해 취업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면 결국 대학이 취업사관학교로 변질된 점을 인정하는 격이라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재학생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일면서, 취업계에 대한 논의 보다 보다 근본적으로 기업이 '졸업 예정자'가 아닌 '졸업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 교육부가 조기 취업자의 졸업을 위해 학칙을 개정할 수 있도록 각 대학에 권고했으나, 출석 인정 여부를 대학 자율에 맡기면서 현장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학교 자율에 맡긴 학칙 개정..일부 학교 난색>
지난달 26일 김영란법 시행을 이틀 앞두고 교육부는 각 대학에 '학칙 개정을 통해 조기 취업자의 학점을 인정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내 조기 취업자의 졸업 가능성을 열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출석을 하지 않고 교수에게 성적을 요구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으로 간주, 조기 취업자들이 취업과 졸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된 때문이다.

청년 실업이 심각하고 취업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조기 취업자의 졸업이 제한되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혼란이 가중됐고, 교육부가 '특례규정 마련' 공문을 보내면서 논란이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허나 교육부가 조기 취업자에 대한 출석 인정을 전면적으로 대학의 자율에 맡기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취업계가 불허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별로 조기 취업자에 대한 출석 인정 방식이 다르게 적용되면서 현장의 혼란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교육부 조사 결과, 취업계에 대한 의견을 제출한 4년제 대학 42개교 가운데 조기 취업자의 출석을 인정하겠다고 답한 학교는 58개교(중복 응답 포함)였다. 교육부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대답한 7개교를 비롯해 대부분의 학교가 출석기준 완화(23개교), 현장실습(11개교), 대체수업(16개교), 집중학기제(1개교) 등으로 출석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10개 학교는 취업계를 인정하지 않거나, 기업 등에 임용유예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외대 선문대 계명대는 취업계를 불허하겠다고 답했으며, 국민대와 인천대를 비롯한 7개교는 기업에 임용유예를 요청하겠다고 대답했다. 교육부에 의견을 제출한 곳은 42개교로 전체 4년제 대학(196곳)의 20%에 불과해 취업계를 인정하지 않는 대학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교육부에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대학 가운데 중앙대 성균관대 등은 학칙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는 "총장단으로부터 학칙 개정에 대한 의견이 나온 상황"이라며 "성적 인정 여부는 교수 재량에 따르는 방향으로 학칙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성균관대는 "조기 취업자의 출석인정을 4학년2학기에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임시방편을 만들었다"며 "학칙 개정은 교육부나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든 이후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학칙 개정까지는 아니지만 '학생이 아닌 교무처가 교수에게 취업 학생에 대한 정보를 제공, '청탁'의 여지를 제거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며 '이후 출석 인정은 교수 재량에 맡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연세대 한국외대 등은 학칙 개정을 두고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각 대학은 자율적으로 학칙에 취업자에 대한 특례규정 마련 가능'이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보다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송 의원은 "대학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교육부에서 관리감독 매뉴얼을 더욱 철저하게 만들거나 강한 권고조항을 만들어 제도화해야 한다"면서 "취업한 졸업예정자의 수업 일수와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4년제 대학 조기 취업자 2천명 이상..대졸자 취업 불리 인식에 일찍부터 취업 시도>

송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2016년 재학생 취업(예정)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62개 4년제 대학의 조기 취업(예정)자는 246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4년제 대학이 196개교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기 취업자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학기 취업자가 91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여름방학(7~8월) 중 취업한 학생이 675명으로 뒤를 이었다. 조기 취업자 가운데 마지막 학기에 취득할 학점이 10학점 이상인 학생은 1392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취업(예정)한 기업 유형은 사기업이 1844명으로 제일 많았으며, 공공기관을 포함한 공무원이 271명으로 뒤를 이었다.

대학에 조기 취업자가 상당 수를 차지하는 이유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학생들이 일찍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탓도 있지만, 대학 졸업자가 재학생에 비해 취업에서 불리하다는 오해가 졸업 전에 취업을 해야한다는 부담으로 작용해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기업에서는 졸업 여부에 따라 채용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겹치며 빠르면 3학년부터 취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조기 취업자의 취업계를 마련하는 것 보다 기업이 채용시 '대학 졸업자'만 지원하게 하는 제도적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25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58.6%의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시 졸업여부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대답했으며, 30.7%는 오히려 '졸업자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기업이 채용시 지원 자격을 '졸업자'로 한정하면 대학의 조기 취업자가 발생할 일도 거의 없으며, 대학 역시 '취업자 양성소'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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