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두 사이트 연동한 데 따른 근본적 문제 해결 어려워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수시원서 접수가 대란 없이 종료됐지만, 여전한 불안감이 남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나 다름없는 공통원서접수 시스템 때문이다. 대학들의 원서접수가 본격화된 19일 밤 트래픽 증가로 인한 서버불안 현상을 보이면서 마감 마지막 날인 21일까지 수험생과 학부모 등 교육수요자들과 고교현장을 원서접수 종료까지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공통원서 접수시스템이 무리한 연동의 결과물임을 고려할 때 올해 수시에서 ‘대란’을 피한 것은 요행일 뿐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원서접수 대행사들과의 법정싸움에서 진 교육부가 자체적인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을 만들 수 없는 이상 별다른 편익이 없는 현 시스템을 고수하기보다는 차라리 두 대행사가 원서접수를 양분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낫다는 의견까지 제기될 정도다. 올해 수시에서 본격적인 원서접수 첫날 문제가 생겨 땜질처방이 가능했기에 망정이지 차후 대입에서 접수 마지막 날 문제가 발생한다면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되는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한 업계 전문가는 “교육부가 무리하게 도입한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은 올해 수시까지 두 번째 적용되는 동안 매번 혼란만 가져다 주었다. 처음으로 도입됐던 지난해 정시에서는 별 탈이 없었다고 하나 두 번째 시스템 적용이자 첫 수시 도입이었던 이번 원서접수에서는 끝내 트래픽 증가를 이기지 못하고 먹통에 가까운 상황으로까지 번졌다”며 “시스템이 가진 유일한 미덕은 공통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정시는 3회, 수시는 6회만 지원 가능한 상황에서 재활용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은 극히 미미하다. 시스템 도입으로 인해 나아진 편의성 정도로는 현재의 불안정성 문제를 상쇄시키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별다른 효용도 없는 장점을 내세워 대입에 불안감을 가져다 주느니 이전의 2개 업체 체제로 회귀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 수시원서 접수가 대란 없이 종료됐지만, 여전한 불안감이 남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나 다름없는 공통원서접수 시스템 때문이다. 사진은 19일 공통원서접수 시스템 접속 시 표시됐던 메세지./사진=베리타스알파DB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의 ‘대란’ 가능성 수면위로.. 19일 서버불안 현상 감지>
지난해 정시에 첫 도입될 당시부터 꾸준히 지적돼온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의 ‘대란’ 가능성이 수면 위로 처음 떠오른 것은 수시 원서접수 기간에 해당하는 19일 밤이었다. 올해 수시원서접수 기간은 12일부터 21일까지지만, 대다수의 대학들이 19일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상황. 서울 상위12개 대학을 기준으로 보면 서울대와 연세대만 12일 원서접수를 시작했고, 나머지 10개 대학은 모두 19일부터 원서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19일이 본격적인 원서접수 시작일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본격적인 원서접수가 시작된 19일 밤11시 경 공통원서 작성을 위해 시스템에 접속했던 수험생들은 접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상에 직면했다. 유웨이어플라이의 경우 접속 자체가 원천 불가능한 상황에 빠졌으며, 진학어플라이도 결제 등에서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일 밤11시 경 원서접수 시스템에 접속한 수험생들은 “DB ERROR" "현재 사용자가 많아 요청을 처리하지 못하였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하여 주십시오. 계속 오류가 발생할 경우, 콜센터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볼 수밖에 없었다. 가슴이 철렁한 순간이었다. 간혹 접속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더라도 페이지가 제대로 넘어가지 않거나 로딩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현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결제에서는 제대로 된 절차진행이 이뤄지지 않은 채 먹통에 가까운 상태가 이어졌다.

다행인 것은 밤11시가 원서접수 마감 임박시점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19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서울대 포스텍 연세대 등은 원서접수를 오후에 이미 마감한 상태였다. 때문에 원서접수 기한을 넘기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시스템의 불안정성이 모습을 드러낸 첫 사례였기에 수험생들은 입시커뮤니티 등에 삼삼오오 모여 시스템 접속 자체가 원천적으로 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버불안 현상은 자정을 넘겨서야 서서히 잦아들어 새벽 중 원상회복됐다.

일찍이 공통원서 접수 시스템의 불안정성이 수없이 지적돼왔으나, 원서접수 마감시간대가 아닌 늦은 밤에 일어난 서버불안 현상은 의문을 표하기에 충분했다. 통상 접속자가 크게 증가할 수 있는 원서접수 마감 시간이 아닌 밤 시간에 트래픽 증가로 인한 서버불안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유웨이중앙교육의 이만기 평가연구소장은 “밤11시 경부터 짧은 시간 동안 트래픽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연동으로 인해 트래픽이 더욱 늘어난 상태다. 대다수 대학들의 원서접수가 19일 시작되다 보니 학교를 마친 수험생들이 인적 사항, 자기소개서 항목 등을 작성하기 위해 공통원서 작성에 한 순간 몰리면서 발생한 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서버불안 현상이 발생하면서 현장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져갔다. 21일 전까지 원서접수를 무조건 끝마쳐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대다수 대학들의 원서접수 마감일정이 21일 오후5~7시에 집중돼있어 예상되는 트래픽 증가를 피해 미리 원서접수를 마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90개교 이상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대학들이 원서접수를 비슷한 시간대에 끝마치는 상황은 아무리 수시에서 경쟁률 추이를 지켜보다 마감시간에 임박해 원서지원을 결정하는 ‘눈치작전’이 적다고 해도 트래픽 증가를 불러올 것으로 보여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상위 8개 사립대학 지원자 중 17.3%가 원서접수 마감직전부터 마감까지 막판 시간대에 원서를 접수한 사정과 수시에서 정시 대비 수십 만 장 이상의 원서접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배경은 빠른 원서접수를 더욱 독려하게 되는 요인이었다. 사실상의 원서접수 ‘대란 주의보’가 발표된 셈이었다.

고교 현장에서도 학생들에게 빠른 원서접수를 독려했다. 한 고교 교사는 “19일 밤에 시스템 관련 문제가 생겼다는 점을 인지한 다음 학생들에게 원서접수를 빨리 끝낼 것을 권하고 있다. 간혹 학생부교과전형 등에서 눈치작전이 필요한 경우여도 여타 전형의 결제를 모두 끝마친 후 경쟁률을 살피도록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대학 관계자도 “예년의 사례를 보면 수시 원서접수 결제는 마감일 새벽부터 점차 늘어나 마감 1시간 전 내지는 30분 전까지 계속 추세를 유지한다. 서울 상위대학의 경우 시간당 1000명 이상이 결제를 하는 수준이다. 지금의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이 원활하게 동작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되도록 빠른 시간 내 결제를 마치길 바란다”라고 충고했다.

다만, 시스템 관계자들은 21일 대란의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19일에 비록 서버가 불안정해졌긴 하나 오히려 20일 문제 해결을 위한 집중 관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서버 과부하의 요인들을 20일 낮에 제거하는 데 집중했다. 19일 밤 트래픽 양이 예상을 넘어서면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현재는 트래픽이 늘어나더라도 문제 없도록 조치해둔 상태다. 수험생들이 한 순간 몰리더라도 문제가 재발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정시와 달리 수시에서는 마감 즈음에 학생들이 몰리는 빈도가 크지 않은 편이기도 하다. 물론 관계자 모두 긴장의 끈은 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원서접수 마감일인 21일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발생한 서버불안이 전화위복이 돼 21일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존재했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대란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오히려 19일에 서버불안 때문에 21일에는 별다른 문제 없이 마무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 단순히 서버불안 가능성만 가지고 수험생들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실제 서버불안현상을 체험한 수험생들의 입소문이 가져올 파장은 격이 다르다. 훨씬 효과적으로 수험생을 분산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21일 오전 중에 접수를 끝내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수험생들이 분산돼 대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결국 어느 견해에 따른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21일 별다른 이상 없이 원서접수가 무사히 종료되면서 수요자들과 고교현장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남은 문제는 없을까.. 연동 염두에 없던 현 시스템은 ‘시한폭탄’>
21일 별다른 탈 없이 원서접수가 무사히 종료됐지만 교육계는 여전히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행히 마감일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간 지적돼왔던 시스템 불안정성에 대한 지적이 19일 실체를 드러낸 이상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는 배경 때문이다. 별다른 편익을 찾아보기 힘든 공통원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연동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진 진학어플라이와 유웨이어플라이를 무리하게 연동한 현 시스템은 추후 언제든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시한폭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래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은 2013년 교육부가 '대입전형 종합지원시스템'을 2015년까지 개통하겠다고 공표/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다. 교육부의 종합지원시스템 구축에 대해 국내 원서접수 대행을 양분하고 있는 유웨이어플라이와 진학어플라이가 반대에 나서면서 궁여지책으로 마련된 것에 불과하다.

2010년 7월 대교협과 두 대행사는 ‘대입지원방법 위반자 이중등록 사전방지 시스템 및 수험생 정보보안에 관한 계약’을 맺고 정부가 원서접수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대가로 유웨이중앙은 (주)유웨이어플라이로, 진학사는 (주)진학어플라이로 회사를 분할하고, 회사명/URL명을 통일하는 등의 계약내용을 이행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부와 대교협이 두 대행사가 성실히 계약을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108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원서접수시스템 입찰 공고를 내는 등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자 대행사들은 ‘대입원서접수시스템 구축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원서접수 사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뺏어가는 것은 ‘갑’의 횡포”이며, “사전협의 의무가 있음에도 정부가 권위를 내세워 일방적인 사업을 추진해 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사업의 추진을 금지해 달라는 요구였다. 업체들은 “기존 민간사업자의 접수 시스템을 활용하면 정부예산 낭비 없이 한국형 원서접수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2013년 12월 대행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업체들의 항변이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법원의 결정으로 교육부/대교협은 대입원서접수시스템 구축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결국, 대교협은 결국 2014년 10월 두 대행사와 연계해 2016 정시모집부터 공통원서를 한번만 작성해 여러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한국형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교육부의 급작스런 말 바꾸기를 발단으로 시작된 시스템 도입은 처음부터 문제 일색이었던 셈이다.

이후 대교협은 원서접수시스템 구축에 39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공통원서접수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교육부와 대교협, 전문대교협, 원서접수 대행사 등이 협의를 거쳐 국가-민간 협업체계로 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 시스템이 마련된 후에는 시범운영협력대학을 선정, 1~3차 시범운영을 거친 끝에 지난해 정시 원서접수부터 적용을 시작했다. 본래 따로 운영되던 원서접수 시스템 위에 무리하게 공통원서 시스템을 덧씌운 탓에 본래 대행사들의 시스템보다 트래픽이 과다해진다는 문제점을 태생부터 안고 있어 언제든지 ‘대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드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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