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학술성과로 이익실현'.. '조국 사퇴' 목소리 높이는 대학가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장녀 조모씨가 입학과정에서 취소된 논문을 활용한 점이 입학취소사유가 될 수 있다는 고려대 교수사정관의 발언이 나왔다. 조씨가 입학했던 2010학년 당시 고대 입학사정관이었던 이 관계자는 의학논문을 직접 본 기억은 없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 입학취소가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부당한 과정으로 만들어진 학술성과를 통해 이익을 실현한 경우라는 이유에서다. 문제가 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 논문은 6일 대한병리학회의 결정으로 취소됐다. 이 논문은 한영외고 유학반으로 재학 중이던 2007년 조씨가 약 2주동안 인턴을 하며 참여했음에도 제1저자 등재된 것이 밝혀지면서 입시비리 논란이 확산됐다.

현장에서도 입학취소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으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논문제출 여부가 최근 부각되긴 했지만, 특기자전형의 가장 중요한 서류인 자소서에 이미 관련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고대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음에도 논문이 입시에 활용된 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시각이 많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당초 고대가 전형자료를 모두 폐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문제출 여부가 입학취소와 관련해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학 사정관을 비롯해 입학 실무자들 사이에선 조씨가 고대를 입학하는 과정에서 논문이 활용됐다는 점을 이미 부정할 수 없다는 얘기가 있었다. 특기자 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서류는 자소서이기 때문이다. 학생부 중심으로 자소서가 보완하는 방식인 학종과 반대로 자소서가 최우선인 전형이다. 외고생의 의대논문은 생명과학대 진학의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논문에 조씨가 참여한 사실이 기재된 자소서는 이미 시중에 공개된 상태로 남아있다. 자소서를 놓고 사정관들이 판단한다면 가장 중요한 고리인 단국대 논문이 철회될 경우 자소서에 허위사실을 적었다는 것이 확인되는 만큼 충분히 입학취소가 가능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조씨의 입시비리 정황이 구체화되면서 교수와 학생들을 포함한 대학가 전반에서 조 장관의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장녀 조모씨가 입학과정에서 취소된 논문을 활용한 점이 입학취소사유가 될 수 있다는 고려대 관계자의 발언이 나왔다. 현장에서도 입학취소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으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논문제출 여부가 최근 부각되긴 했지만, 특기자전형의 가장 중요한 서류인 자소서에 이미 관련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고대 사정관교수 “입학취소가 옳은 방향”.. ‘부당한 학술성과 활용’>
고려대 내부 관계자로부터 조씨의 입학취소가 합당한 방향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조씨가 입학했던 고대 생명과학대의 입학사정관이었던 A교수는 16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A교수는 논문 영향력이 결정적이었다는 일부 보도가 과장됐다면서도 조씨의 논문실적이 이례적인 사례임은 인정했다. A교수는 입시뿐 아니라 학술계 전반에서 부당하게 만들어진 성과를 통해 이익을 실현한 경우 전부 취소사유가 된다며 조씨의 입학취소가 바람직하다는 개인적인 의견도 전했다.    

A교수는 당시 고교생이었던 조씨가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시간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A교수는 “석사와 박사의 성과를 내기 위해 1,2년을 반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몇 주만에 결과가 나오는 것은 어느 교수도 동의 못할 사안”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가 된 의학논문은 6일 대한병리학회의 결정으로 취소됐다. 논문취소는 학회가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의 처분이다. 조씨를 비롯한 모든 저자들의 역할이 불분명하고, 단국대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심의를 받지 않았음에도 이를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연구 윤리를 심각하게 위배한다는 점이 취소사유다. 

결과적으로 A교수는 조씨의 입학과정에서 논문이 활용됐기 때문에 입학취소가 옳은 방향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학술계통에서 부당한 성과로 이익을 실현했다면 전부 취소사유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A교수는 검찰조사에서도 “조씨가 합격한 세계선도인재전형은 어학이 전체의 40% 반영되는데, 합격권에 드는 학생은 어학실력도 상당하다. 어학점수에서 당락이 결정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종선발 과정에서 60%를 반영한 자소서 등에서 당락이 결정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류평가 항목 가운데 ‘발전가능성’과 ‘세계문화소양’ 등에서 조씨가 높은 점수를 받았을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국 학회지에서 부당한 성과로 확인되면서 취소된 논문이 입시에 활용된 만큼 입학했던 사실도 취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정할 수 없는’ 논문 영향력.. ‘자소서에 취소된 논문 기재’>
최근 논문제출 여부로 논란이 커졌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조씨가 자소서에 관련사항을 기재한 사실부터 입학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세계선도인재와 같은 특기자전형에선 자소서가 가장 중요한 전형자료이기 때문이다. 학생부 중심으로 서류의 정성평가가 진행되는 학종과 달리 특기자는 자소서에 작성된 내용의 신뢰성에 기반을 둔 전형인 셈이다. 조씨가 자신이 참여했다고 언급한 논문이 학회에서 취소된 사실은 결국 자소서 내용 전체에 대한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대의 학사운영규정 제8조에 의하면 입학사정을 위해 제출한 전형자료에 중대한 문제가 발견된 경우 입학취소 처분이 가능하다. 

2010학년 조씨가 합격했던 고대 세계선도인재는 1단계로 서류60% 어학40%를 통해 3배수를 먼저 선발한 후 2단계에서 1단계성적70%와 면접30%을 합산해 최종합격자를 정하는 특기자 전형이었다. 어학성적 기준이 있었고, 수능최저도 적용하지 않았다. ‘2010학년 고려대 모집요강’에 의하면 ▲TOEFL(IBT 110, CBT 270, PBT 637점) 또는 TEPS 857점 이상 제출자 ▲AP(College Board) 3과목 성적 제출자 ▲6개언어(독일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중 2개이상 공인제2외국어성적 제출자 중 하나의 지원자격을 충족해야 한다. 1단계 서류전형은 자소서를 중심으로 증빙서류를 종합평가한다. 어학성적표 뿐만 아니라 학업 외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기타서류를 증빙서류목록과 함께 모두 제출할 수 있었다. 조씨의 증빙서류목록에는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십 관련 논문’ ‘공주대 생명과학과 인턴십 참가 증명서/포스터’ 등이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서류평가요소 가운데 하나인 자소서에 조씨가 논문관련 사항을 기재한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한 온라인 지식거래 사이트에서 최근까지 판매됐던 조씨의 고대 자소서에는 한영외고 재학 당시 참여했던 각종 활동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특히 조씨는 제1저자로 등재됐던 의학논문에 관한 내용도 작성했다. 조씨는 고려대가 자신을 선발해야 하는 이유를 작성한 세 번째 문항에서 “단국대 의료원 의과학연구소에서의 인턴쉽 성과로 내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됐다”고 적시했다. 논문의 취소로 자소서에 기재한 내용이 거짓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서류평가에서 논문의 영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현장에선 고대가 입학취소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학의 입학 관계자는 “고대 특기자인 세계선도인재는 1단계에서 어학성적과 함께 서류평가를 실시했다. 최근 논문제출 여부가 논란이 됐지만 전형의 특성상 자소서의 역할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지원자들 대부분의 어학성적은 차별화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당시 고대 특기자는 미국 사정관제 처럼 자소서가 최우선이고 다양한 교내외 활동 실적의 입증자료를 통해 그 내용의 신뢰를 확보하는 구조였다. 외고출신이었던 조씨가 이공계열 진학을 겨냥한 상황이었던 만큼 단국대 의대의 논문에 대한 내용을 자소서에 기재한 사실부터 입학사정관들의 판단근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논문취소가 입학취소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입시비리 규탄’ 대학가 한목소리.. ‘거세지는 사퇴압박’>
자녀 조씨의 입시비리 논란에 대한 조 장관의 책임을 비판하는 대학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국의 대학교수 3396명이 조 장관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1960년 이래 교수들이 주도한 시국선언 가운데 최대 규모로, 2016년 최순실의 비선실세 논란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던 전국 교수와 연구자들의 시국선언 때보다도 참여인원이 많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선 학생들이 앞장섰다. 19일 세 학교에서 동시에 촛불집회를 열어 10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조 장관의 딸 조모씨의 입시비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에 의하면 18일 오후2시 기준으로 290개대학의 3396명의 교수가 조 장관의 교체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서명했다. 조 장관의 모교 서울대에서 가장 많은 179명이 서명했다. 이어 경북대 연세대 각105명, 고려대 99명, 경희대 94명, 한양대 89명, 이화여대 88명, 영남대 69명, 울산대 67명, 성균관대 62명, 부산대 61명, 동아대 59명, 가톨릭대 강원대 각54명, 명지대 52명 등의 순이다. 정교모 관계자는 “사회정의와 윤리가 무너진 작금의 사태에 대해 교수들마저 외치지 않고 침묵한다면, 힘든 가운데 대학을 다니는 많은 학생들과 이 사회를 향해 큰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서명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정교모는 조 장관과 배우자가 입시비리 의혹의 중심에 있다고 지적했다. 13일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 시국선언문에도 “조 장관 부부는 자신의 지위와 인맥을 이용해 대학 관련 기관에서 쇼핑하듯 부정직하게 스펙을 쌓아 자녀를 대학과 대학원에 입학시켰다. 조 장관은 딸이 불과 2주의 인턴생활로 국제학술지 수준의 논문에 제1저자가 됐다. 이는 오랫동안 연구 생활에 종사하는 교수의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되는 것이며, 수년간 피땀을 흘려서 논문을 쓰는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특권층이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온갖 편법적인 일을 서슴지 않고 행한 후에, 죄책감도 없이 뻔뻔하게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을 법무부장관으로 조속히 임명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전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서 19일 동시에 학생들의 자발적인 촛불시위도 이어졌다. 서울대와 고대는 네 번째 집회였고, 연세대는 첫 번째였다. 학생들은 조 장관의 딸 조씨의 입시부정 의혹이 점차 증폭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의 입시비리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고대의 집행부 한 관계자는 “조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은 병리학회에서 공식적으로 취소됐다. 이 논문이 조씨가 입학할 당시 크게 기여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조작된 자소서 내용으로 사기 입학한 조 장관 딸의 입학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전했다. 세 대학의 집행부는 공동선언문도 발표해 전국 대학생 연합 촛불집회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입시비리 논란에 대한 조 장관의 해명이 계속 뒤집히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논문 제출여부와 관련된 논란이 시작된 지난달 20일 조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비교과와 기타서류 등이 세계선도인재의 평가방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후 당시 고대 모집요강을 입수한 언론들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거짓해명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조 장관 측은 “자소서에 논문의 제1저자라는 내용은 없고 논문 원문도 제출된 바 없다”고 정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KBS 1TV '사사건건' 라디오 방송 중 김후곤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이 조씨가 논문을 제출했다고 발언한 녹취가 공개되면서 당시 조 장관이 다시 해명한 내용도 거짓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일 국회에서 열었던 기자간담회에서도 조 장관은 “당시 고대 입시는 어학 중심이었고 논란이 된 논문은 제출되지 않았다”고 직접 밝혔지만, 논문이 제출된 정황이 나오면서 다시 거짓해명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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