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발원 논문 '대입 공정성의 의미'..“수능, 기회평등한 전형 아냐”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22대입개편에서부터 불거진 ‘공정성’ 개념에 대해 ‘교육적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성 논의가 형식적 공정성에 초점을 둔 사회적, 정치적 관점에 치우쳐 있다는 문제인식에서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간한 한국교육 제46권 제1호에 실린 ‘‘교육적 관점’에서 대입전형 공정성의 의미에 대한 논의‘(김재웅 서강대 교수, 강태중 중앙대 교수, 박상완 부산교대 교수)에 의하면 “객관식 시험인 수능을 대입전형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는 인식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전국에서 무선표집한 고교교사 178명과 입학사정관 62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와, 13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FGI(표적집단면접법)를 통해 도출한 결과다.

교육적 관점에서 공정성은 모든 학생들, 특히 ‘교육적으로’ 소외돼있는 학생들이 교육적으로 충분히 배려받게 될 때 실현될 수 있다고 봤다. “학종은 학생부 기록의 여러 항목을 보완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더 공정한 전형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학종이냐 정시냐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는 '공정성' 논쟁을 두고 교육적 관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의 담론이 형식적 공정성에 치우쳐있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능력의 정의를 수능점수로 보는 경향이 우리 사회에서 지배적이지만, 수능점수가 순전히 수험생 개인이 성취해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수능점수에는 수험생 개인의 독자적인 공으로 돌릴 수 없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도시의 유복한 가정에서 사교육 지원을 풍요롭게 받았던 수험생과 시골의 열악한 가정에서 사교육 기회를 거의 누리지 못했던 수험생 사이의 수능 점수 격차를 온전히 두 수험생 개인의 능력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고 봤다.

논문에서는 표적집단면접에 참여한 입학처장과 고교 교사의 의견을 들어, 정시 확대가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라는 점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제시했다. 한 교사의 발언에 따르면 “수능이 꼭 기회평등한 전형도 아니다. 사실 강남 학생들이 대부분 좋은 성적을.. 저도 교직에 오기 전에는 그렇게(수능 전형에 공정하다고) 생각했는데, 오고 나서 보니 수능이라는 거는 어릴 때부터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사교육을 통한 트레이닝) 아니면 어려운 것, 근데 그걸 잘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구분하며 “(수능 위주 정시의 경우) 배경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정시 제도를 늘리는 게 공정하다는 개념은 공정성 개념을 객관적이고 기준이 명확한 그런 쪽으로 이해를 한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학종을 하면 지역적 요인, 배경적 요인, 기타 학교 요인 그런 걸 다 고려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종이 더 공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입학처장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수능이 가장 공정한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인식부터가 잘못된 것 같다. 3,4,5,6등급은 학교교육가지고 되는지 모르겠지만, 1,2등급은 한 등급 올리는데 돈이 많이 든다. 부모의 경제력과 수능 점수는 일치한다. 그러면 ‘이게 공정한 게임인가?’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학종을 공정하게 개혁한다’는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을 내비쳤다. 학교를 교육기관이 아닌 경쟁 관리 기구로 전락시킨다는 점에서다. 학생부가 ‘공정한’ 자료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학생부 서식을 한 가지로 정하고, 기록 항목도 ‘공정한’ 자료가 되도록 계속 개정하고 있는 상황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만 가져온다는 것이다. 

공정성을 추구하는 정책이 문제를 일으킨 예시로 수능-EBS 연계를 들었다.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과 사교육이 수능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수능 시험 결과를 더 공정하게 만드는 정책으로 도입됐으나, 학교 교육을 교육적이지 않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고교들은 EBS 수능 강의 교재를 사실상 핵심적인 ‘교과서’로 채택하고, 학생들이 그 안의 문제를 빠르게 풀 수 있게 만드는 데 주력한다. 학교 교육과정은 수능과목의 비중에 맞춰 구성되고, 수능 문제 푸는 연습이 수업의 일반적인 모습이 되며, 진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은 방치될 수밖에 없다.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 교과나 주제는 무시되고, 이른바 ‘부진 학생’ 들은 소외되며, 실제 수업은 시험치는 훈련이 된다. 수능을 공정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은 결국 많은 학생들을 ‘교육적으로’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입정책을 공론화 과정을 통해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다수결’을 통한 정치적 정당성을 얻어내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지지하는 대안을 찾아낼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찾아낸 대안이 교육적/도덕적으로 마땅한 것이라고 보장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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