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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속 강행’ 한전공대 윤곽.. 1조6112억 소요

기사승인 2019.09.06  15: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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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유수지 기자] 한전공대(KepcoTech) 설립/운영 비용이 2031년까지 1조611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민혈세 낭비 설립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당초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공대 ‘설립비용’ 6000억원만 공개했지만 ‘투자/운영비’ 명목으로 1조원을 추산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적자 폭이 급등한 한전이 ‘공대 설립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전체비용을 공개하지 않는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별법에 의한 과학기술원 형태로 출범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사립대로 설립되는 점도 주목된다. 대학/대학원 모두 ‘에너지공학부’ 단일학부만 개설한다.

곽대훈(자유한국)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2031년까지 13년간의 공대 설립/투자/운영 비용으로 1조6112억원을 추산했다. 단계별로 태동기(2019~2021년, 건설/설립) 5202억원, 육성기(2022~2025년, 편제완성) 4757억원, 성장기(2026~2031년, 추가확장) 6153억원이다. 문제는 대표적 흑자 기업이었던 한전이 탈원전 정책기조로 인해 지난해만 4138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점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 한전의 재무 상태에서 1조6112억이 소요되는 대학 설립은 국민세금 과잉투입의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한다. 국민의 혈세 외에는 재정마련에 대한 뚜렷한 해결안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과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 설립/운영비용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월 한전공대 입지로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부영CC(컨트리클럽)가 확정되면서 전라남도와 나주시가 2022년부터 10년간 각 100억원, 총2000억원을 한전공대에 지원하기로 한 상태임에도 상당한 규모의 재정지원이 예상된다. 설립/유지비용 등의 문제를 놓고 정치권의 갈등이 전망되는 이유다.

한 교육전문가는 “최근 증권가의 전망치(컨센서스)에 따르면 한전은 이미 올해 1분기 6299억원의 영업손실(순손실 7612억원)을 기록했고 2분기엔 5800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현 정권이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세 인상도 요원한 상황인 만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낮은 편”이라며 “한전은 부채감축을 위해 한국전력기술과 한전산업개발 지분매각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의 지분까지 매각할 정도의 상태에서도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이란 이유로 공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8일 이사회가 ‘한전공대(KepcoTech) 설립 기본계획안’을 가결하면서 공대 설립을 본격 추진 중이다. 한전은 이날 바로 한전공대 설립/운영자금을 위한 600억 출연계획도 공시했다. 한전 관계자는 “공대 설립비용은 한전이 우선 부담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후속지원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학교법인 설립 등 초기사업 추진을 위해 600억원을 1차 출연했다"며 "추후 사업의 상세규모가 구체화되면 단계별로 추가자금을 출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에서 가결됐던 기본계획안은 지난달 10일 한전 설립 범정부지원위원회가 확정한 것과 동일한 내용으로 2022년 3월 개교를 위한 법적토대 마련과 정부/지자체 지원규모 확정, 학교체계/교원채용 계획 등 한전공대 설립의 마스터플랜이 담겼다. 다만 한전은 이번에도 기본계획안 상세 내용의 비공개 방침을 유지했다. 한전은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공개에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지만, 재정마련에 대한 뚜렷한 해결안이 없는 상황에서 논란을 피하기 위한 지연책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전공대(KepcoTech) 투자/운영 비용이 2031년까지 1조611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민혈세 낭비 설립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한전공대, 2022년 3월 개교 목표>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한전공대는 예상과 달리 과기원이 아닌 사립대학으로 설립된다. 대학/대학원 모두 공학계열의 ‘에너지공학부’ 단일학부만 개설한다. 연구 프로젝트 참여 기준으로 학위를 인증하는 나노 디그리(Nano-degree) 학제를 도입/편성한다는 계획이다. 

한전공대 설립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 시절 대선 지역 공약으로 건의해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확정 발표한 사안이다. 공약에 따르면 2022년 3월 개교가 목표다. 설립 규모는 부지 120만 제곱미터, 설립 비용은 621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학교 규모를 나타내는 학생수는 대학원600명 학부400명이며 정원외 30%로 외국인학생 300명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학생 대비 교수비율을 ‘10대1’로 해 국내외 최고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우수인재 육성을 위해 학생 전원에게 입학금과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고 아파트형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우수 교수진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과기원의 3배 이상의 연봉을 보장하는 방안도 담겼다. 국내대학 2배 규모의 연구 시드머니도 10억원 이상 제공할 방침이다. 총장은 당초 노벨상급 국제상 수상 경력자로 초빙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최근 진행 중인 모집공고에는 ‘노벨상급’이라는 내용이 삭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계획이던 '미국 최고수준 연봉인 10억원 이상'을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연봉과 혜택도 명시하지 않아, 당초 발표가 대선공약을 위한 포장이었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한전은 한전공대 설립을 통해 미래 에너지 산업의 기틀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신재생 에너지, 에너지 효율 제고 사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1경4000조 정도로 추산된다. 한전은 한전공대를 통해 해당 분야의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미래 유망 산업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김종갑 한전사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에너지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이 바뀐 상황에서 에너지특화대학 설립은 한전과 한국의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한전공대를 특화된 교육방법과 산학연방식 등을 통해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한전 적자.. 재정부담 해결 관건>
하지만 한전의 적자 문제로 공대 설립에 관한 부정적 여론이 큰 상황이다.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한전공대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전의 적자는 탈원전정책기조에 따른 전력구입비 증가 때문이다. 한전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발전 단가가 저렴한 원자력 발전을 멈췄다. 당장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은 탓에 발전 원가가 비싼 LNG와 석탄 발전의 구입 비중은 높아졌다. 전기세를 인상했다면 적자의 폭이 지금처럼 커지진 않았겠지만 여론 악화 등의 이유로 정부는 전기세를 고정했다. 결과적으로 2017년 1조 44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던 한전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448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찬반논쟁이 이어진 이유다. 야당은 탈원전 이후 한전의 재무 상태에서 대학을 설립한다면 국민세금 과잉투입의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전공대를 운영을 위해서는 한해 '유지 운영비'로만 700억원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의 지난해 전체 경상운영비 예산 4381억100만원에서 16% 정도의 수치다. 최근 한전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면 한전공대 유지 운영비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박맹우(자유한국당) 의원은 “탈원전 정책 실행 과정에서 한전의 재정 악화라는 부작용이 도출됐다”며 “한전공대 설립이 대통령 공약이기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도그마에서 벗어나 급변한 현실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열린 용역 중간보고회에서도 재정부담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제시되지 않았던 상황이다. 용역사 관계자는 “성공적인 대학 설립을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과 함께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 측 패널로 참석한 교육부 전문가협의회 최승호 위원(동신대 공대학장)은 “한전공대가 앞으로 대학 설립 후 어떤 식으로 재정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담보가 있어야 설립이 가능하다”며 “다양한 대안과 검토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교육계, 안정적 재정지원체계 긴요>
교육 관계자들은 한전공대의 설립 자체는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스트대학과의 유기적 협력, 안정적 재정지원체계, 의대열풍상황에서의 인재 확보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전공대는 충청권 KAIST, 영남권 포스텍 등과 함께 지역균형 발전의 축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호남권에 이미 지스트대학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광주 소재 GIST는 1993년 연구중심기관으로 출발해 2010년 학부교육을 시작했다. 광주과기원 전반을 GIST, 학부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을 지스트대학으로 구분해 부른다. GIST내 지스트대학이 설립돼있는 셈이다. 최초 설립연도만 놓고 보면 1971년 설립된 KAIST, 1986년 개교한 포스텍에 이어 세 번째다.
GIST는 미래 신산업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선도를 목적으로 2015년 융합기술원을 신설한 바 있다. 광주전남 지역의 융합인재를 양성하고 연구성과 융합/실용화의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설립 배경이었다. 현재 융합기술원은 융합과정으로 에너지, 문화기술, 지능로봇 등 총 3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GIST 융합기술원이 운영하는 에너지 프로그램의 운영 취지를 살펴보면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대비해 “미래의 에너지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복지사회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자”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역핵심산업이자 미래 성장산업인 에너지, 문화기술, 의료, 인공지능 등에 특화”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에너지 부분과 관련해 한전공대와의 설립 취지가 중복되는 셈이다. 

자연계 수험생들의 의대 선호현상 역시 신설 이공계 대학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예산 대비 효과를 얻어내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과고/영재학교는 이공계특성화고라고 불리는 만큼 이들 고교의 대학 진학실적을 살펴보면 이공계열 수험생들의 진학경향을 대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2019학년 과고/영재학교의 카포디지(KAIST 포스텍 지스트대학 DGIST) 진학률은 영재학교 8곳 평균 27.7%, 과고 20곳 평균 37.5%에 불과했다. 서울대와 UNIST는 2019 고교별 등록자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카포지디’만으로 산출했다. 

이공계 수험생들의 이공계특성화대 진학포기는 대부분 의치한수 중복합격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의치한수 진학은 지원이 많은 이공계특성화대 진학을 포기할 만큼 가치있는 선택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공계특성화대 등록을 포기한 모든 인원이 의대를 중복합격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과고/영재학교의 의대진학이 매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다는 점에서 대책이 필요한 지점이다. 

현재 이공계특성화대학은 KAIST 포스텍 지스트대학 DGIST UNIST로 총 5개교다. KAIST 지스트대학 DGIST는 특별법에 의해 설치된 과학기술원으로 출범했고 UNIST는 국립대 법인에서 2015년 과학기술원으로 전환했다. 포스텍은 사립대학으로 일반대로 분류된다. 

KAIST 지스트대학 DGIST UNIST는 특차 성격으로 수시 지원 6회 제한, 군외 모집 등 대입 제한에서 자유롭다. 즉 수시에서 6개 대학에 원서를 접수하고도 별도 지원이 가능하고 정시에서 가/나/다군 외에 추가 응시가 가능한 셈이다. 반면 포스텍은 포스텍 재단의 사립대학이다. 일반대학과 동일하게 수시 6회 제한을 받는다. 한전공대도 사립대로 설립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반대학과 동일한 대입제한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유수지 기자 sj@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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