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인터넷 법·정책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요하이 벤클러의 '네트워크의 부'는 “인터넷이 인간의 삶과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에 대해 인터넷을 단지 정보를 찾는 도구로 한정하지 않고 정보· 지식· 문화를 생산하는 경제적 역량을 중시하고 제도적 시스템으로 인식한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國富論, The Wealth of Nations)'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사회의 진보와 공공선을 가져오는 원동력이라고 파악했지만, 저자는 인간은 이타적이기도 하며 물질적 인센티브와 무관하게 호혜성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는  협업(collaboration)의 놀라운 역량에 주목하고 이 책 제목을 '네트워크의 부(網富論, The Wealth of Networks)'로 정했다. 이 책에는 비시장 기반의  정보·지식·문화 생산 방식은 디지털 환경에서 비즈니스 전략, 법과 정책의 역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자유, 민주주의, 개인적 자율성, 정의와 인류 개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주장이 체계적으로 담겨있다.

인클로저(enclosure) 중심의 제도적 생태를 비판하고 공유재 기반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벤클러는 인터넷 정책 분야의 토머스 피케티(Thomas Piketty)라고 할 수 있고, 그가 주장하는 ‘오픈소스 경제학’과 ‘공유재 기반 전략’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엘리노어 오스트롬(Elinor Ostrom)의 통찰을 온라인 공유지에서 이론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네트워크의 부'는 최근 부상하는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 및 공유경제(sharing economy)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였다. 

안드로이드가 어떻게 스마트폰 운영체제 애플 iOS의 점유율을 넘어설 수 있었고, IBM 같은 기업들은 프리 소프트웨어 전략에 왜 10억 달러를 투자했고, 모질라 재단은 어떻게 파이어폭스 웹브라우저를 계속해서 개발할 수 있었을까? 

이는 모두 동료생산 방식의 우위를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들이다. 느슨히 연결된 다수의 개인들이 대규모로 정보와 지식을 함께 만드는 시대가 열렸고, 기업들은 전통적인 위계적 조직 구조에서 벗어나 자발적 협업을 중시하는 수평적 동료생산 방식을 비즈니스 모델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시장 주체든 비시장 주체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비배타적 정보 생산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개인들의 탈집중화된 협업의 놀라운 힘은 인터넷 작동에 필요한 기본 유틸리티를 대부분 개발했던 프리·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리눅스, 위키피디아(Wikipedia)의 성공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유적 전략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히 분산된 형태의 비시장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 협력적·공조적 활동이 네트워크 정보경제의 특징이다. 

이 책이 유용한 점은 인터넷을 둘러싼 수많은 정책적 이슈들을 통찰할 수 있는 분석의 틀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망 중립성과 mVoIP 허용을 둘러싼 논란도 물리적 레이어, 논리적 레이어, 콘텐츠 레이어로 나누어 접근하면 그 설명과 이해가 명쾌하다. 2000년 이후 인터넷과 IT분야에서 발생한 사법적, 입법적 논쟁들을 망라하고 있으므로 인터넷을 둘러싼 법제도와 정책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은이 요하이 벤클러(Yochai Benkler), 옮긴이 최은창, 2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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