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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클리닉] 대변과 건강

기사승인 2019.08.12  08: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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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대변을 잘 살펴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냄새가 나고, 불결함의 대명사이기에, 변기에서 일어나는 동시에 물을 내려 대변을 없애 버린다. 변비가 아주 심한 분들이나 설사로 고생하는 분들 이외엔 대변을 살펴보지 않는다.

그런데 조선시대 왕들의 대변은 어의들이 자세히 살펴보았다고 한다. 왕이 이동식 변기인 매화틀에 볼일을 보고 나면 시녀들이 매화틀을 전의감으로 보냈고, 어의들은 변의 모양, 색, 농도 등을 자세히 검사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엔 변의 맛을 보기도 했다. 대변을 통해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대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다.

이상적인 대변은 작은 바나나와 같은 굵기로 한 번에 길게 배설되는 것이다. 배변 후에 휴지에 잔변이 거의 묻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 같은 변을 보는 사람은 드물다. 무른 변, 음식물이 다 소화되지 않아 먹은 음식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풀어진 대변, 설사, 과하게 단단한 대변 등 문제가 있는 대변을 보는 사람들이 더 많다.

대변과 관련해 가장 걱정하는 상황은 설사와 변비이다. 설사라는 용어는 한의학과 양의학에서 조금 달리 쓰인다. 한의학에선 무른 변을 설사라고 하는데 양의학에선 무른 변을 하루 3회이상 보거나 대변의 무게가 200g이상인 경우를 설사로 정의한다. 양방에서 말하는 설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한 급성 염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만성염증이나 항암후유증, 우유 등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것 등의 식사요인으로도 나타난다.

한의학에서 보는 설사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다. 여름철 더위 때문에 날 것과 찬 것을 지나치게 먹어서 생기는 설사도 있다. 잠잘 때 배를 덮지 않고 자서 대장이 차져도 설사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설사를 한설(寒泄)이라고 한다. 찬 기운 때문에 나오는 설사라는 뜻이다. 몸이 찌뿌듯하고 무거우며 식욕이 떨어질 때에 보는 물같은 변은 습설(濕泄)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서설(暑泄) 허설(虛泄) 활설(滑泄) 열설(熱泄) 손설(飱泄) 주설(酒泄) 담설(痰泄) 식적설(食積泄)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설사가 유발된다고 본다. 또 장부의 기능이상 때문에 설사가 생긴다고 보아 위설(胃泄) 비설(脾泄) 대장설(大腸泄) 소장설(小腸泄) 신설(腎泄)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배가 차가워져 설사가 나온다면 냉음료를 피하고,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아랫배에 핫팩을 하는 것으로도 쉽게 설사가 잡힌다. 비장의 기능이 약해져서 생기는 습설이라면 비장의 기운을 올려주는 인삼 백출 건강 등의 약과 소변을 잘 배출시켜주는 약재를 처방하면 된다. 이처럼 설사의 원인이 다양하지만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면 치료는 그리 어렵지 않다.

최근 32세의 남자환자가 하루 5회 묽은 변을 본다고 내원했다. 전에도 하루 2~3회 변을 보아 불편했지만 두 달 전부터는 하루 5회이상 대변을 본다는 것. 음식만 먹으면 화장실로 달려가야 해서 업무에도 지장이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증상으로 땀이 너무 많아서 아이를 안아 주기 힘들 정도란다. 환자의 불편함만 들어도 열에 의한 설사라고 생각해 맥(脈)을 보았더니 위장관에 열이 가득 차 있는 맥이 나왔다. 열을 식혀주는 처방을 쓴 후에 대변 횟수가 하루 2회 정도로 줄었다. 땀도 줄은 것은 물론이다.

설사와 반대로 변이 너무 단단하게 나오는 변비도 자주 볼 수 있는 증상이다. 배변이 힘들거나 3~4일에 한 번 미만으로 배변을 하는 경우를 변비라고 하는데, 육류 등으로 식습관이 바뀌면서 15%이상의 한국인이 배변곤란을 겪고 있다.

변비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위장관의 열 때문이다. 위장관이나 삼초(三焦)에 열이 잠복해 있으면 진액이 마르게 되고, 더불어 대변도 단단해져 배변이 힘들어진다. 폐(肺)의 기운이 약해도 대장에 영향을 주어 배변이 어려워질 수 있다. 노인성 변비도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위장관의 운동력이 떨어지는 데다 위장관의 진액도 부족해져 생기는 변비이다.

요즘에 젊은 여성의 변비는 다이어트로 인한 경우가 많다. 음식 섭취량이 적으면 당연히 대변의 양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대변이 직장에 어느 정도 쌓여야 직장의 압력이 올라가고, 그 압력이 배변중추를 자극해야 대변을 볼 생각이 나게 된다. 다이어트로 직장에 모이는 대변양이 줄어 3~4일이 지나야 배변중추를 자극할 정도라면 직장내에 오래 있던 변은 수분이 과도하게 흡수된다. 단단해진 변의 배출도 힘들어지게 된다.

변비로 고생할 때는 육류보다는 야채류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시중에서 파는 유산균도 도움이 된다. 생콩을 식초에 불려 자기 전 3~4개씩 먹어 변비를 해결한 분도 있었다. 한의학에선 변비해결에 씨앗 종류를 많이 쓴다. 일상에서도 땅콩 호두 해바라기씨 아몬드 등을 적절하게 먹어보는 것도 좋은 변비해결책이다.

대변은 색도 중요하다. 선홍 빛 피가 나오면 누구라도 장내에서 출혈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선홍 빛은 직장이나 항문의 출혈이다. 문제는 진득하고 검은 색의 변이다. 위나 소장에서 출혈이 있을 때 나타나는 변의 색이다. 평소에 보는 피의 색과 달라서 간과하기 쉽다. 한 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장면 소스와 같은 색의 변이 나오면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장내의 지속적인 출혈이므로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간혹 아이들이 퍼런 변을 볼 때도 있다. 장관에 열이 있는 상황이다. 흰색의 변은 대장이 찰 때라고 볼 수 있다. 대변이 희면서 소변 색이 콜라 빛으로 나온다면 간에 염증이 심각한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엔 대장의 건강이 면역력과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대장내 다양한 미생물의 역학관계가 건강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위장관을 거쳐 생성되는 대변이 단순한 음식물 찌꺼기가 아니라 건강을 살펴보는 진단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뜸 한의원 원장

황치혁 편집위원 hwang@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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