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승라파=김하연 기자] 동국대는 사학과 서인범 교수가 중국 황제의 후궁이 되었던 조선시대 한씨 자매 이야기를 다룬 역사서 신간을 출간했다고 6일 밝혔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세워진 명나라와 조선은 확고한 사대교린의 외교 관계를 수립했고, 조선의 왕을 명나라의 황제가 인정해주는 고명을 받는 대가로 조선에서는 각종 공물을 황실에 바쳤다. 이런 공물 중에는 토산품과 진기한 동물 및 식품도 있었지만 사람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몽골의 원나라 시절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조선의 처녀와 고자들이 명나라 황실에 바쳐졌다. 이렇게 명나라에 바쳐진 조선의 처녀들 대부분은 시녀 역할이나 음식 장만 등의 잡일에 투입되었고, 고자들은 환관이 되어 황제와 후궁 등의 시중을 들었다. 하지만 소수의 여인들은 황제의 후궁이나 비빈이 되기도 했고, 환관 중에는 최고위직인 태감에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두 황제의 후궁이 된 조선 출신 한씨 자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먼저 언니 한씨는 명나라 3대 황제인 영락제의 후궁 여비(麗妃)가 되었다. 그러나 여비는 후궁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락제가 죽으면서 순장을 당하는 비운을 맞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동생 한계란이 다시 중국으로 끌려갔다. 그녀가 공녀로 선발되어 중국으로 갈 때 인산인해를 이룬 구경꾼들은 언니의 뒤를 이어 동생마저 순장을 당하게 되었다며 그녀를 ‘산송장’으로 부르고 눈물로 이별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행히도 순장을 당하는 대신 6대 정통제를 거쳐 7대 경태제에 이르기까지 황실에서 어른 대접을 받으며 지냈다. 미색이 뛰어나고 품행이 바른 탓에 공녀로 선발되고, 모두 황제의 후궁이 되었지만 운명은 완전히 엇갈렸던 이들 자매의 이야기는 정사에 단 몇 줄로만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 서인범 교수는 자금성과 향산 등 관련 유적지를 직접 답사하고 조선은 물론 명나라의 역사 기록까지 샅샅이 뒤져 이들 자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국내외의 기록을 집대성한 것은 물론 중국 현지답사 등을 통하여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실제 사실들을 새로이 밝혀내어 이 책에 실었다.

관련 사진과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책은 500년 전 북경 자금성의 생활상을 더없이 정밀하게 보여준다. 암투와 시기가 난무하는 황실 여성들의 이야기, 명나라 초기 황제들의 치적과 삶, 환관들의 위세와 활약상 등이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두 자매의 기구한 운명과 정동을 비롯한 조선 출신 환관들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면서도 소설보다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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