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특구 전국자사고 쏠림 불가피'.. '불확실성 가중' 외고 입시 영향권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올해 광역자사고 14곳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되면서 향후 고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수의 자사고들이 2020고입 신입생 모집에서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전체 모집정원에서 약 3000명 정도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그렇지만 다수의 자사고들이 곧바로 지정취소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당장 올해 입시부터 정원감축으로 인한 지원 기피 등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국단위 자사고들이 모두 유지됐다는 점도 올해 입시에서 수험생들이 충분히 지원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수요자들의 학교선택이 왜곡될 가능성이다. 특히 서울에서 다수의 강북 자사고들이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수요자들의 대안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수험생들을 사교육이 밀집된 교육특구로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전국자사고 사이에서 재지정평가를 통과한 학교를 선호하는 현상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전국자사고 입시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내년 재지정평가가 남은 외대부고와 인천하늘고 대신 민사고나 하나고 등을 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5학년까지 재지정이 확정된 만큼 일반고 전환의 위험이 적어 수요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년의 경우 30개외고의 재지정평가가 예정된 점도 입시를 흔들 변수로 꼽힌다. 교육당국이 사립 위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할 경우 수요자들의 선호가 낮은 공립외고만 다수 남게 되는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 42개교였던 자사고의 수는 28곳까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최종적으로 올해 평가대상인 24개자사고 가운데 10곳이 재지정평가를 통해 강제로 지정취소됐다.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안산동산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해운대고 등이다. 학생충원의 어려움과 재정문제로 자진해서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는 광역자사고도 군산중앙고 경문고 경일여고 남성고 등 4개교다. 반면 올해 재지정평가를 진행했던 전국단위 자사고들은 모두 지위를 유지했다. 광양제철고 김천고 민사고 북일고 포항제철고 하나고 현대청운고 등은 재지정 커트라인을 넘겼다. 다른 지역에 비해 기준점이 10점 높은 80점이었던 상산고는 재지정평가 결과 79.61점을 받아 탈락했지만 교육부가 부동의 결정을 내리면서 자사고의 지위를 잃지 않았다.

올해 광역자사고 14곳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되면서 향후 고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수의 자사고들이 2020고입 신입생 모집에서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의 학교선택이 왜곡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자사고 정원 ‘3000명 감축 가능성’.. 가처분 신청 인용 ‘변수’>
전체적으로 광역자사고 14곳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되면서 자사고 입시가 위축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전체 자사고들의 모집정원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입시에 충격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2020학년 전국 28개자사고의 모집정원은 9338명으로 예측된다. 2019학년 42개교에서 1만2322명을 모집했던 것에 비해 약 3000명 가량이 줄어든 셈이다. 다만 자사고들이 제기할 예정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한다면 최종 모집정원은 예측치보다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국단위 자사고들은 재지정평가의 위기를 올해 비껴간 만큼 고입에 미치는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모집정원 감축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일반고 전환이 확정된 자사고들이 교육청의 처분에 대해 제기하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변수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소송의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들은 자사고의 지위를 유지한 채 학생을 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는 “지정취소된 학교들도 법률 소송에 따른 가처분 인용으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도 있어 최종 전체 모집정원은 유동적”이라며 “당분간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자사고 전형이 후기고로 이동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10월까지 학교의 지정취소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 수험생들은 12월초 후기 전형일정에 따라 자사고 최종 지원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선 전국단위 자사고들이 모두 유지된 만큼 극심한 혼란은 피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반면 광역단위 자사고의 경우 재지정평가 결과에 따른 경쟁률 격차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 이사는 “교육당국의 자사고폐지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만큼 전국단위 자사고의 지원 경쟁률 자체는 전기고 선발 때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올해 재지정평가에 따른 불확실성은 해소됐기 때문에 상당한 인기를 유지할 전망이다”며 “법률소송이 예상되는 광역단위 자사고들은 최종적인 결론을 보고 지원하는 편이 안전하다. 지정취소 논란을 겪는 자사고는 일반고 전환이 철회되더라도 지원자 감소를 피하긴 어렵다고 본다. 반대로 이번에 살아남은 광역자사고는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전년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일부 학교를 제외하면 광역자사고의 경쟁률이 크게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8학군 부활’ 현실화.. ‘수요자 학교선택 왜곡’>
전체적인 지원경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수요자들의 학교선택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는 높은 상황이다. 교육당국이 결과적으로 ‘입시양극화’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재지정평가 결과 서울지역에선 대부분 교육특구가 아닌 곳에 소재한 자사고들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됐다. 결국 대입실적이 우수한 자사고와 일반고를 모두 선택할 수 있는 교육특구 선호 경향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비교육특구 자사고가 다수 폐지되면서 인근 교육특구로 ‘쏠림현상’까지 빚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수도권에서 올해 재지정평가를 통과한 하나고의 인기가 급상승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하나고는 사실상 서울 소재 학생들 지원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만큼 경기, 인천 등의 지역에서 서울로 전입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강북 자사고들이 무더기로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수요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학교의 수 자체를 줄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에서 지정취소된 자사고 9곳 가운데 6개교가 강북에 위치한다. 경희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등이다. 한 입시전문가는 “단적으로 서울의 북부지역에선 선덕고와 신일고가 공교육의 영역에서 수월성교육 수요를 흡수해왔다. 그렇지만 신일고가 지정취소되면서 선덕고로 수험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두 학교 모두 지난해 모집에서 상당한 선호도를 보였던 자사고들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일방적인 폐지를 밀어붙이면서 수요자들의 학교선택 폭이 좁아진 셈”이라며 “동대문구 역시 마찬가지다. 뉴타운이 형성되면서 급격하게 인구가 증가해 주민 사이에서 우수한 학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그럼에도 올해 경희고까지 일반고 전환이 확정됐다. 자사고는 대광고 한 곳만 남은 상황이다. 10년 넘게 고교를 유치하기 위해 서울시가 매입한 부지가 방치되고 있는 데다 현재 학교가 신설되더라도 ‘혁신고교’일 가능성이 높다. 주민들의 교육수요를 전혀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재지정평가 결과 ‘강남8학군’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에서 지정취소된 9개자사고 가운데 강남서초학군에 위치한 고교는 세화고 한 곳뿐이다. 결국 자사고의 ‘교육특구 집중화’가 심화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재지정평가 결과 전반적으로 강남구 서초구 양천구 등 교육특구 소재 자사고들의 비중이 높아졌다. 일부 학군은 자사고가 모두 없어지면서 학생들이 교육특구 진입을 적극적으로 타진할 것이다. 특히 대입의 정시확대의 흐름과 함께 수요자들이 다시 교육특구와 사교육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학교 운영상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면 지정이 취소되는 것이 맞지만 그동안 자사고 체제가 교육수요의 지역적 분산을 유도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수요자들의 선택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정되고 있던 자사고 체제에 교육당국이 인위적으로 개입하면서 ‘강남8학군’과 사교육이 강화되는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하나고 쏠림’이 서울 전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전국단위 자사고 가운데서도 상산고 민사고 하나고 등 자사고폐지의 불안심리가 해소된 고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다수의 서울권 자사고들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된 만큼 하나고의 인기 상승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나고는 사회통합전형중 다문화가정자녀, 군인자녀에 국한해서만 전국단위로 선발해 사실상 서울소재 학교 학생들만 지원이 가능한 학교로 간주된다. 따라서 일부 경기권 소재 지역 학생들 사이에서 서울 전학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서울권 지역 자사고 대거 지정취소돼 ‘하나고 쏠림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내년에 외대부고마저 재지정평가를 통해 탈락한다면 경기권의 자사고는 전무하다. 경기권에 소재하고 있는 8개외고와 3개국제고까지 대거 특목고 지정이 취소될 경우 서울로 전학을 선택하는 경기권 학생들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재지정평가.. ‘외고 입시도 영향권’>
내년에도 재지정평가가 이어지는 만큼 고입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국의 30개외고가 모두 재지정평가 대상이다. 외대부고와 인천하늘고 등 전국자사고 2곳과 대건고 대광고 대성고(대전) 보인고 선덕고 세화여고 양정고 장훈고 현대고 휘문고 등 광역자사고 10곳의 평가도 시행된다. 서울지역에서 지난 2015년 평가에서 취소유예를 받은 장훈고와 세화여고가 내년에 지정취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문고 경일여고 군산중앙고 남성고의 4개교는 신입생 충원의 어려움을 이유로 올해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군산중앙고와 경문고는 교육부 동의까지 받았다. 전국의 7개국제고 가운데 세종국제고를 제외한 고양국제고 동탄국제고 부산국제고 서울국제고 인천국제고 청심국제고 등 6개교의 재지정여부도 결정된다.

2022년엔 대전대신고의 재지정평가가 실시된다. 대전대신고는 2012년 광역단위 자사고로 전환되면서 2017년에 재지정평가를 받았던 유일한 학교였다. 세종국제고와 충남삼성고는 2023년 재지정평가를 받는다. 두 학교 모두 2013년 개교하면서 2018년 첫 재지정평가를 통과했다. 

실질적으로 내년 외고 국제고에 대한 재지정평가도 교육청이 실시하는 만큼 현장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외고들의 재지정여부에 따라 입시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청들이 특목고 가운데서도 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겨냥하고 있다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공립 중심으로 개편을 시도한다면 공교육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내년에는 전국 외고 30개교에 대한 재지정평가가 일제히 실시된다. 외고의 경우 그동안 수요자들의 선택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호도가 나눠지고 있었다. 올해 자사고의 평가와 마찬가지로 정부 개입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교육당국이 공립 중심의 체제를 갖추기 위해 사립외고 위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장에선 순환근무 체제인 공립외고의 경쟁력이 대체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한 학교에서 오래 근무하며 진학노하우와 데이터를 쌓아온 사립외고와 다른 환경이기 때문이다. 결국 재지정평가를 통한 인위적 개편이 교육의 질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재지정평가가 초래하는 입시혼란이 반복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 대표는 “수요자의 입장에서 내년에 재지정평가를 받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지원하는 것이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올해의 혼란이 컸던 점을 고려해 평가결과의 발표시기 등을 앞당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애초에 재지정평가된 학교도 5년후 다시 평가를 받는 상황이 문제일 수 있다. 초등 5,6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이 지원할 무렵에는 또다른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고교 진학 문제의 3,4년 후를 내다볼 수 없는 상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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