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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한의사 배재원의 건강한 공부] 공부의 성패를 가름하는 집중력 높이기

기사승인 2019.08.05  17: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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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좋은데'
“우리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집중을 못해요.” 학습 클리닉 진료 중 부모님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이야기다. 표현은 조금씩 달라도 학교와 학원 선생님들도 유사한 내용의 고충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집중력이 문제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학습의 외형과 내실 양쪽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업이든 자율학습이든 학생이 전력을 다해 공부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흐뭇함과 기특함을 느끼게 만든다. 과일 한 조각, 차 한 잔이라도 더 가져다 주고 싶어진다. 학습 태도를 평가할 때 당연히 높은 점수를 얻기 마련이다. 시간과 환경이 비슷하게 주어질 때 공부의 성과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 또한 집중력이다. 합격과 불합격으로 운명과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는 중대한 시험 결과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프로 골프 선수로 세계 4대 대회를 3번이나 석권해 골프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잭 니클라우스는 '집중력이 불안을 해소하는 훌륭한 치료제'라고 했다. 중요한 타이틀이 걸린 마지막 퍼팅의 순간 불안과 긴장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때 결국 이를 극복하고 황홀한 우승의 영광을 가져다 주는 것은 경쟁자보다 조금 더 나은 집중력이라는 이야기다.

집중력이란?
집중력에 대한 정의는 다양할 수 있다. 사전에서는 마음이나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힘으로 집중력을 설명한다. 공부와 시험에 유용한 집중력을 두고 의학적으로는 외부의 여러 자극 중에서 중요한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힘인 선택적 주의력으로 기술한다. 주의력이 부족한 대표적 질병이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로서 10대 청소년 정신과 질환 중 1위를 차지한다. 청소년기 학습과 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므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성인이 돼 자살 비율이 6배까지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집중력이 부족해 ADHD로 의심받는 학생들 대부분은 다행히도 진짜 ADHD 환자가 아니다. 질병 상태가 아니므로 ADHD 약물 없이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고 무난히 극복할 수 있다. 이를 바르게 이해한다면 시험을 잘 보기 위해 ADHD 치료약을 Smart drug(공부 잘하는 약)으로 복용하는 등의 불필요하고 위험한 오남용을 피할 수 있다.

'좋은 머리'만으로 부족한 이유
시속 백마일 즉 16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있다. 하지만 공을 원하는 위치로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이 형편없다. 중요한 순간마다 타자를 맞추거나 포수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공을 던지기 일쑤다. 이런 투수는 절대로 좋은 투수가 되지 못한다. 반대로 류현진 선수의 경우를 살펴보자. 평균 구속은 150Km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원하는 곳에 자유자재로 공을 던져 넣을 수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대접받고 있지 않는가? 좋은 머리가 강속구를 던지는 능력이라면 집중력은 투수의 제구력과 같다.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는 것처럼 중요한 것에만 마음과 주의를 모을 수 있어야 한다.

집중력을 높이려면?
어렸을 때 수백 가지 공룡 이름을 줄줄 외우고, 구구단과 한글을 남들보다 일찍 깨우칠 만큼 머리 좋았던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고전하는 이유는 기억력의 틀을 벗어나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다. 기억력은 분명히 지능의 중요한 일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기억력은 다른 지적 능력보다 어린 시절 먼저 발달하는 기초적인 능력에 불과할 수 있다. 지적 능력에는 이보다 고차원적인 판단력, 이해력, 종합사고력, 응용력, 창의력, 지구력 등 기억력을 초월하는 다양한 능력이 있다. 이 모든 힘들을 적재적소에 불러 모으는 도깨비 방망이가 바로 집중력이다. 집중력은 비용을 지불하고 사오거나 외부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 단지 내가 가진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도록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 연습하면 된다.

선택적 주의력인 집중력을 쉽게 비유하자면 돋보기로 종이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다. 먼저 햇빛을 모을 한 점을 표적으로 정한다. 다음으로 표적에 돋보기의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불이 붙을 때까지 초점을 유지한다. 아무리 좋은 머리를 가졌어도 필요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면 공부의 불꽃은 피어 오르지 않는다.

표적 설정
집중력을 발휘하려면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 공부를 시작하기 앞서 지금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상과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아프리카 초원에 늘어져 있던 사자가 정작 사냥을 시작하면 강한 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무섭게 사냥감을 쫓아가는 것처럼 공부에서 지금 이순간의 사냥감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바로 집중의 시작이다. 이번 수업의 주제는 무엇인지, 지금 풀고 있는 문제는 무엇을 묻고 있는 것인지 먼저 숙고하고 확인하는 습관을 기른다.

초점 맞추기
핸드폰이나 디카로 사진 찍을 때 유용한 아웃포커스 기능이 있다. 촬영 대상 이외에는 초점이 맞지 않고 흐려 보이는 상태로 만들어 피사체를 강조하는 기법이다. 외부의 여러 자극 중에서 불필요한 자극이 되는 방해 요인은 공부 환경에서 미리 제거한다. 공부 시작 전 필요한 물건들은 미리 준비해 놓는다. 문제집, 교과서, 사전, 필기도구, 물 등을 책상 위에 갖추고 공부를 시작한다. 한참 공부 중에 필요 물품을 찾느라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손해가 크다. SNS, 이메일 등의 알람이 오는 핸드폰은 미리 전원을 꺼두거나 멀리 치워 버린다. 오직 눈 앞의 목표에 집중한다. 공부 시작 전 벽면이나 책상의 한 포인트를 정해 1분 정도 지긋이 응시하거나 멍때리기를 할 수 있다. 복잡하게 엉켜있는 머리 속을 차분하게 정리해 무엇이든 새로 쓰기 쉬운 백지 상태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한발 떨어져 관찰자의 입장에서 내 의식의 흐름을 바라볼 수 있는 명상 기법을 집중력의 준비 과정으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불필요한 자극과 대상을 제거해 초점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작업들이다.

감각 통합
불필요한 외부 자극이 쉽게 사라지지 않거나 여러 사건들로 머리 속이 복잡해 집중이 곤란할 때가 있다. 이때는 오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입출력의 경로를 다양하게 늘린다. 눈으로 읽어 이해하고 외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손으로 쓰고 입으로 소리내어 읽는다. 맘껏 소리내어 읽을 수 있는 공간에서 내가 다시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읽는다. 때로는 책을 덮고 핵심 내용을 옆의 친구나 가족에게 설명해 본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 이해시키는 아웃풋의 작업은 내 이해와 기억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풋 과정보다 더 많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길러진다.

시간 목표 정하기와 인센티브
2020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준으로 각각의 교시는 80분, 100분, 70분, 102분, 40분으로 구성돼 있다. 수능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좋은 상태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단위 시간이 100분 이상 필요하다. 중요한 시험일수록 시험은 길고 늘 시간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난해한 문제 풀이의 연속은 고도의 집중력 유지를 요한다. 턱걸이를 못하던 사람도 반복하다 보면 점차 개수가 늘어나듯이, 평소 집중력 유지 목표 시간을 100분 이상으로 설정하고 꾸준히 반복해 훈련한다. 공부 사이 쉬는 시간은 수능 시간표를 참고해 20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다.

집중이 잘 돼 공부가 수월한 날은 하루 전체 목표 시간을 채우지 않더라도 정해진 분량을 일찍 끝낸 다음 자유 시간을 갖거나 푹 쉰다.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것이다. 잘 되는 공부는 효율이 좋아서 이해의 깊이가 깊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상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반면에 공부가 안 될 때에는 정해진 분량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정해진 시간은 반드시 채운다.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찝찝함이 남는다. 어찌 됐든 계획한 시간은 채웠다는 안도와 성취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에 더욱 집중해 다시 도전하거나 합리적인 수준으로 목표량을 재설정하면 된다. 중요한 점은 주어진 시간에 충분히 집중한다는 것이다.

'やればできる子(야레바 데키루 코)' 하면 할 수 있는 아이
분명히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는데 성과가 신통치 않은 아이들을 가리키는 일본어 표현이다. 우리만큼 입시가 치열한 일본에서 '머리는 좋은 데'와 같이 부모들의 아쉬움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문구로 쓰인다. 그저 한탄에 그친다면 영원히 '할 수 있었던 아이'로만 남을 것이다. 아이의 집중력 향상을 위해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 함께 노력해야 한다. 골프 선수로서는 물론 성공한 사업가로 유명한 아놀드 파머는 집중력은 자신감과 열정이 결합해 생긴다고 했다. 무엇이 됐든 조금씩 변화하려는 작은 도전과 한걸음의 전진에도 과할 정도로 칭찬한다. 우리 아이의 자신감을 길러주어야 한다. 실현 가능성을 어른의 시각으로 미리 재단해 피어나는 꽃을 꺾지 말아야 한다. 정말로 바라는 꿈을 점점 크고 아름답게 키워가도록 끊임없이 응원하고 격려해 올바른 열정을 북돋우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이다.

뉴턴의 집중력
공부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나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앞서 골프 선수들의 격언을 인용한 것처럼 공부와 운동을 가리지 않고 우리가 하는 중요한 일 들에서 성공하고 최고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열쇠는 집중력에 달려 있다. 만유인력을 포함한 역학의 체계를 확립하고 미적분학을 창시한 근대과학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을 만든 것은 바로 끓는 물에 계란 대신 시계를 삶았던 집중력이었다. 공부와 시험에서 누가 승리의 트로피를 들어올리게 될지 미리 알 수는 없다. 그가 집중력을 지배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의원/한의원 배재원 원장 medi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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