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 설치/교육부 역할 축소 의지 있나’

[베리타스알파=유수지 기자] 국가교육위원회(국가교육위)를 출범시켜 권한을 축소하겠다던 교육부가 차관보(1급)를 신설, 서유미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을 임용하면서 교육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의 이번 ‘차관보 임용’ 발표는 ‘상산고 폐지 부동의’라는 초미의 관심사를 터뜨린 당일 오후 늦은 시간, 휴일을 앞두고 슬쩍 이뤄지면서 비난여론을 비켜가려 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부의 차관보 임명 발표시점을 보면 신설에 명분이 떨어지고 여론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교육부는 사회부처간 협업, 사회정책 조정, 현장과의 정책 소통 등 사회부총리의 업무영역을 보좌할 차관보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국가교육위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교육부가 차관보와 같은 고위급 자리를 신설해 규모를 키우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교육위가 신설되면 입시제도 같은 중장기적 교육과제는 국가교육위로, 유아/초중등 업무는 17개 시도교육청으로 이관되며 교육부는 대학업무만 관장하게 된다. 몸집을 크게 줄여야 하는 상황과는 반대로 차관보를 신설해 사회부총리 기능강화에 나서는 것은 교육부 역할 축소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부처이기주의로 읽힌다. 폐지 내지 축소논의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교육부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이를 고치지 않고 차관보 신설을 강행하는 걸 보면 교육부를 축소하거나 국가교육위를 신설하려는 진지한 고민이 없다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

서유미 차관보 /사진=교육부 제공

<신설 교육부 차관보, 무슨 일 하나>
이번에 임용된 서 차관보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보좌해 사회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정책 평생/미래교육 사람투자/인재양성을 중심으로 부처 간의 협력을 주도한다. 사람투자/인재양성 민관전문협의회 공동위원장으로서 주요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사람투자 10대 과제 추진상황도 점검/보완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서 차관보는 1986년 서울대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공직에 입문, 약 31년간 교육부 부산교육청 여성가족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재직한 여성 행정전문가다. 사회/인적자원 정책에 전문성이 높고, 타기관의 협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다고 평가된다”며 “차관보 신설을 계기로 사회정책협력관에 타부처 전문가를 충원하고 사회부처 간 협업/조정, 현장과의 정책 소통을 보다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차관보 신설, 교육계 질타 ‘1급자리 늘리기’>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차관보 신설/임용이 기존의 정책흐름을 역행한 행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교육부의 힘을 빼는 국가교육위 출범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교육부에 차관보와 같은 ‘상층’ 인력의 증대는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관보는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확대하고 교육부 장관을 사회부총리로 승격하면서 처음 도입됐으며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하면서 폐지됐다. 즉 현재 규모 축소를 앞둔 교육부가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신설했던 차관보를 복원, 오히려 조직의 몸집을 키운 상황인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차관보 신설 이전, 교육부 1급 자리는 고등교육정책실장 교원소청심사위원회(위원장) 기획조정실장 서울시부교육감 학교혁신지원실장 등 다섯 자리에 불과하며 본부만 따지면 세 자리뿐일 만큼 고위급”이라며 “이번 교육부의 ‘1급 자리 늘리기’ 조치는 국가교육위 설치는 물론, 역할 축소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상당히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헌법에 기반을 두고 정치논리와 관계없이 일관된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는 국가교육위 설치는 교육계의 오랜 숙원이다. 정권마다 ‘전정권 지우기’ 차원에서 교육 정책방향이 뒤집히면서 교육수요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국가교육위원회법)’은 3월25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등 의원 45명이 공동발의했으나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계류 중이다.

<‘갈길 먼’ 국가교육위.. 중립성 담보방안 모색 필요>
국가교육위 출범이 늦어지고 있는 것뿐 아니라, 현 정부의 국가교육위 위원 구성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3월 내놓은 국가교육위 설치방안에 의하면 위원은 총 19명이다.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8명, 교원단체 추천 2명, 대교협/전문대교협 추천 2명, 당연직 2명(교육부 차관, 시도교육감협의회 대표)의 구성이다. 대통령 지명 인사가 5명인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학부모나 교육 수요자를 대변할 수 있는 위원 구성은 없고 대통령 지명이 많다”고 비판했다.

초안대로 출범하게 될 경우 대통령지명 5명, 여당 4명안팎, 박백범 교육부 차관, 김승환 전북교육감(시도교육감협의회 대표)의 11명이 친정부 인사로 구성된다. 출범하는 정권마다 정권 쪽 인사가 10명 이상 맡게 되는 구조여서 정권마다 ‘정책 뒤집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정치성을 강화한 구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는 하지만 대통령 소속 위원회라는 점에서도 우려가 만만치 않다.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초월적인 기구가 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국가교육위가 명실상부한 초정권적 초당적 기구가 되려면 대통령소속이 아닌 독립기구여야 한다”며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초정권적 비행정기구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안처럼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인 경우 중앙행정기구 성격으로, 실질적으로 국무총리 통제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교총은 구체적 조직/운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부분도 직간접적으로 대통령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보다는 위원회 자체 규칙에 따라 정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교육위는 정책을 집행하는 중앙행정기구가 아니라 교육 비전과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합의제 심의/의결기구임도 분명히했다.

교육부폐지 없이 또 다른 기구를 만드는 셈이 돼 ‘옥상옥’ 형태라는 지적도 대두된다. 국가교육위 설치가 교육부 폐지론과 연결되는 이유다. 교육부 중심 정책결정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대선 전 국가교육위 논의가 왜 있었는지에 대한 배경은 없어지고 대통령 산하 위원회 하나 만든다는 얘기는 수요자들을 우습게 아는 것처럼 비친다. 국가교육위원회를 대통령 산하 위원회로 만들 거면 그동안 국가 교육회의는 왜 만들었던 것인가. 국가교육회의에서도 수요자들은 국가교육위로 가기 이전 교육부와 교육감들의 정책 흔들기를 막아 줄 중립성을 기대했지만 그냥 시간 벌기였다는 게 1년동안의 운영방식에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정권초월 국가교육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함께 논의될 예정인 교육정책 거버넌스 개편과정에서 최소한 교육부의 역할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교육전문가는 “교육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비판은 늘 있었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추진했던 정책들 사이의 취지도 충돌한 경우도 많았다. 사전 부처와 협의도 부족해 매번 ‘불통’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질러보기 식의 정책 발표 이후 ‘현장 반발’로 다시 뒤집어지는 경우도 빈번했다”면서 “자문기구였던 국가교육회의를 ‘여론무마용 피난처’로 활용했던 것으로도 여겨진다. 여론이 불리해지면 국가교육회의 의제로 넘길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론이 가라앉으면 다시 일방적인 정책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국가교육위 출범을 계기로 교육부의 폐지 혹은 역할 축소를 포함한 교육정책 거버넌스의 전면적인 개편논의가 필요한 이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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