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기록 없이 심의 진행.. 재지정평가 절차 문제 지적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내일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여부가 확정된다. 교육부는 26일 상산고 안산동산고 군산중앙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요청에 대한 최종 동의여부를 발표한다고 25일 밝혔다. 25일 열린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이하 지정위)’에서 심의를 마치고 현재 교육부 장관의 최종 동의만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상산고의 일반고 전환 가능성에 대한 교육계의 관측을 엇갈린다. 그동안 교육부가 부동의로 결정해 상산고가 자사고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재지정 기준점수가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은 80점이었던 만큼 애초부터 불공정한 평가였다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교육부가 심의결과에 대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면서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관계자들의 분석도 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상산고에 대해 어떠한 결정을 내려도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자사고 지정취소를 동의한다면 학교뿐 아니라 재학생과 동문 등으로부터의 소송이 불가피하다. 특히 상산고가 다른 지역의 재지정 통과 기준인 70점을 넘겼음에도 일반고로 전환된 만큼 형평성 논란의 중심에 교육부가 얽히게 된다. 반면 유 장관이 지정취소를 동의하지 않을 경우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권한훼손을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협의회 차원의 반발로도 확산된다면 현장의 혼란까지 가중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교육부는 26일 상산고 안산동산고 군산중앙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요청에 대한 최종 동의여부를 발표한다고 25일 밝혔다. 상산고의 일반고 전환 가능성에 대한 교육계의 관측을 엇갈린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상산고에 대해 어떠한 결정을 내려도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이목집중’ 상산고 심의결과.. 교육부 ‘노코멘트’>
교육부는 26일 상산고 군산중앙고 안산동산고의 지정취소 심의 결과와 교육부 장관의 동의여부를 발표한다. 당초 29일 정도는 돼야 교육부 장관의 동의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렇지만 교육부는 박백범 차관이 26일 오후2시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최종결과에 대해 발표한다고 전했다. 25일 중으로 지정위의 심의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교육부 장관의 결재만 남은 상황이다. 특히 유 장관은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정위 심의 결과를 존중할 생각”이라고 밝힌 만큼 교육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심의 결과에 대해 현재까지 교육부 관계자들은 철저히 언급을 피하고 있다. 교육부는 25일 진행됐던 지정위 심의와 관련된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도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지정위 위원명단 역시 비공개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지정위는 교육부 장관 자문기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8월에 구성된 현 2기 지정위는 올해 8월까지 활동한다. 당연직인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관과 교육과정정책관을 포함한 10명의 위원들로 구성된다. 민간위원은 교육인 4명, 전문가 3명, 언론/시민단체 관계자 1명이 위촉됐다.

전북교육청이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요청서와 함께 제출하지 않아 논란이 됐던 ‘속기록’에 대해 교육부는 별도로 요청하지 않았다. 제출된 진술서와 청문주재자 의견서 등에 각자 주장하는 바가 충분히 담겨 있고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당시 평가의 부당함에 대한 학교 관계자의 지적이 상세하게 기술된 속기록을 교육청이 불리한 자료로 판단해 배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청문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등 투명하지 않은 정보공개와 평가절차로 ‘깜깜이 평가’라는 우려도 높다. 결국 상산고의 일반고 전환에 동의한다면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교육부로까지 향할 수 있는 셈이다.

<'교욱부 부동의' 요구.. 여야 국회의원 151명 동참>
여야 국회의원 151명이 상산고의 자사고 유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운천(바른미래) 의원은 국회의원 151명의 서명을 받은 ‘상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부동의 요구서’를 지난 18일 교육부에 전달했다. 교육부에게 상산고에 대한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요청을 동의하지 말아달라는 뜻을 전한 것이다. 정 의원은 이번 '상산고 사태'에 대해 “전북교육감의 재량권 일탈 남용과 법령위반, 독단적 평가기준의 적용 등 짜인 각본대로 움직인 부당한 결과”라며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과정의 공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해 전북교육청의 공정성 결여된 독단적인 평가를 바로잡아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에 대한 반대 의사는 여야를 막론하고 나왔다. 전달한 서명엔 더불어민주당6명 자유한국당106명 바른미래당23명 민주평화당10명 우리공화당1명 무소속5명 등 151명이 이름을 올렸다. 국회 재적의원 수인 297명의 절반을 넘긴 결과다. 정 의원은 부담을 느껴 서명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전북교육청의 평가방식이 불공정했다는 점을 공감했던 여당 의원들이 더 있었다고 전했다.

전북교육청의 일방적인 기준점수 상향에 대한 형평성 문제부터 제기됐다. 상산고와 함께 대표적 자사고로 자리하는 민사고(강원)의 경우 올해 평가에서 79.77점을 받아 2025학년까지 자사고 타이틀을 유지한다. 후발 전국단위 자사고인 김천고(경북)는 78.2점, 북일고(충남)는 78.4점을 받아 역시 2025학년까지 자사고로 운영된다. 모두 기준점 70점을 넘었기 때문이다. 상산고는 79.61점으로 타 지역이라면 통과점수이지만, 기준점을 80점으로 잡은 전북교육청 탓에 재지정 탈락의 위험에 봉착했다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사회통합 관련 지표의 법적 정당성이 취약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상산고처럼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한 학교는 사회통합대상자 선발의무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비공개 실시’ 상산고 청문.. ‘기준점수 상향, 평가오류 논쟁’>
지난 8일 전북교육청은 지정취소 처분에 대한 상산고의 청문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학교 청문을 공개적으로 진행해달라는 상산고의 의견을 장소가 좁다는 이유로 전북교육청이 거부하면서 ‘비밀주의’ 행태에 대한 비판까지 나왔었다. 상산고는 청문을 통해 전북교육청의 일방적인 기준점수 상향과 평가기간 외 감사결과가 반영되는 등 평가과정의 오류를 문제 삼았다. 반면 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 평가가 적법하게 이뤄졌으며 상산고가 다른 일반고들도 받을 수 있는 70점보다 높은 기준으로 평가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형평성을 잃은 평가기준이 평등원칙을 위반했다는 점이 청문에서 강조됐다. 상산고 관계자는 “동일 평가 목적을 위해 교육부가 마련한 ‘자사고 평가 표준안’에서는 기준점을 70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북을 제외한 다른 10곳의 교육청들은 모두 표준안에 따라 평가계획을 수립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자사고 평가에선 모든 시/도교육청들이 60점으로 동일한 기준을 따랐다. 교육부와 교육청들이 평가표준안을 공동으로 마련한 의도는 자사고의 평가 기준은 전국적으로 균일성이 유지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올해 재지정평가에선 전북교육청만 기준점을 대폭 상향해 80점이다. 결국 강원의 민사고와 전북의 상산고는 똑같이 79점대를 받았는데도 상산고만 지정취소 사전처분이 내려졌다. 전국적으로 볼 때 다른 시/도의 자사고들 가운데 상산고보다 낮은 점수 받은 학교들도 있었다. 상산고만 다른 기준으로 평가받은 합리적 차별의 근거를 도저히 찾을 수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일반 사립고의 사례와 비교해 상산고에 대한 재지정평가 기준을 상향한 것이 정당하다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주장에 대한 반박도 제기했다. 학교 관계자는 “김 교육감의 주장은 상황에 따라 적용해야 할 원칙이 다른데도 이를 혼동하여 적용한 ‘원칙 혼동의 오류’로 보인다. 두 집단을 비교 평가할 때에는 같은 조건 하에서, 즉 동일한 평가단이 동일한 평가지표를 사용해 동일한 평가방식으로 동시에 평가했을 때 의미가 있다”며 “만일 일반고 2개교를 평가할 때에 자사고에만 적용할 수 있는 지표들은 모두 빼고 일반고에 적용할 수 있는 지표들만으로 평가했다면 일반고 운영성과를 평가한 것일 뿐이다. 자사고 평가와는 관련이 없는 전혀 별개의 평가다. 따라서 그러한 일반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를 근거로 자사고 평가의 기준점을 80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억지”라고 말했다.

상산고 관계자는 평가가 부당하게 진행된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법적으로 의무사항이 아니며 권장의 근거조차 미약한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를 임의로 의무사항으로 둔갑시켜 무리하게 2.4점을 감점했다고 설명이다. 실제로 전북교육청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사회통합관련 지표의 평가기준을 강화한 부분도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법적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총 정원의 10%를 사회통합 대상자로 선발해야 하는 지표가 별다른 예고도 없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평가대상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시기의 지적사례로 부당한 감점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입학전형 운영의 적정성’ 지표에선 당초 평가계획의 문언과 관련 없었던 ‘입학전형 영향평가’ 자료를 평가자료로 활용해 1.6점의 감점이 부당하게 이뤄졌고, 같은 자료를 근거로 ‘고교입학전형 영향평가 충실도’ 지표에서도 중복감점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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