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취소 철회 가능성 낮아'..반발시위 법적공방 '후폭풍' 예고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지정취소 위기에 놓인 서울 광역자사고 8개교에 대한 청문 절차가 시작된다.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순으로 실시한다. 하루 2,3개교를 대상으로 청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청문은 교육부에 동의를 요청하기 전 학교로부터 소명을 듣는 절차다. 자사고의 지정취소는 청문을 거친 후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으면 확정된다. 전문가들은 8월초까진 교육부가 최종결론을 내릴 것으로 분석한다. 

서울 자사고들에 대한 지정취소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교육부와 교육청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자사고 폐지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행보를 맞추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1기 자사고평가에서 한대부고를 제외한 7개교는 지정취소 혹은 취소유예 처분을 받았었다. 교육계에선 상대적으로 지정취소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산고 대신 서울지역 자사고들을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교육부가 8개자사고에 대한 지정취소를 모두 동의한다면 입시혼란과 교육특구 쏠림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지정취소 결정에 불복한 자사고들이 행정소송을 벌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강북지역 자사고가 폐지되는 영향으로 교육특구를 찾는 수요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도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입시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청문을 마친 자사고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학교들은 행정소송을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청문에서 준비한 내용들이 소송으로 그대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결국 입시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당국이 자사고의 지정취소와 관련된 결정을 신속하게 내린다고 설명해왔던 것이 의미가 없게 됐다. 실제로 자사고의 일방적 폐지가 법정공방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교육당국이 모르진 않았으리라고 본다”며 “교육특구 쏠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사고 폐지로 ‘강남8학군’이 살아날 수 있다는 교육계의 우려를 교육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논박하고 있다. 교육특구 쏠림이 불러오고 있는 폐해는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강남서초학군에 대한 전입이 꾸준했기 때문에 자사고를 폐지해도 특별히 ‘강남8학군 부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애초에 교육특구의 영향력이 약화된 적이 없었다는 '반박을 위한 반박'이다. 대책을 내놓지는 않으면서 책임만 회피하려는 모습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정취소 위기에 놓인 서울 광역자사고 8개교에 대한 청문 절차가 시작된다.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순으로 실시한다. 전문가들은 8월초까진 교육부가 최종결론을 내릴 것으로 분석한다. /사진=경희고 제공

<‘지정취소 위기’ 서울자사고 청문.. 22일 경희고부터 시작>
서울교육청은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한 자사고 8곳에 대한 청문을 22일부터 시작한다. 학교명 순서대로 청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22일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23일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24일 중앙고 한대부고 순이다. 오전9시30분부터 학교당 2시간씩 실시할 계획이다. 서울교육감이 지정한 외부 변호사가 청문을 주재하며, 서울교육청 관계자들과 함께 각 학교 교장과 청문대리인 등이 참석한다. 

학교별 청문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데다 공정성을 헤칠 수 있다는 이유로 서울교육청이 청문 주재 변호사의 신상도 밝히지 않을 것으로 결정하면서 ‘깜깜이 평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재지정평가결과를 발표할 때도 평가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총점 100점 가운데 정성평가의 비중이 57점이나 차지했지만 평가를 실시한 위원들의 중립성을 판단할 근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이 평가지표별 세부점수를 학교에게 공개하려 하지 않았던 부분도 수요자들의 우려를 더했었다. 청문대상인 자사고에게 총점, 영역별 점수, 미흡한 부분에 대한 평가위원의 의견만 전달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사고 관계자들로부터 정보가 부족해 충분히 대비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개별 학교마다 세부 지표별 점수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자사고 가운데 처음으로 청문이 진행된 경희고 관계자들은 변경된 평가지표가 늦게 공개됐다는 점을 비판했다. 평가방식의 변화를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부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피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12점까지 감점이 가능했던 교육청 재량지표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문을 마친 이정규 경희고 교장은 학교 관계자들이 지적한 내용들에 대한 서울교육청의 답변이 부실했다고 밝혔다. 

자사고의 지정취소는 청문을 거친 후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으면 확정된다. 교육감은 청문을 진행한 후 20일 이내로 교육부 장관에게 동의 신청을 해야 한다. 서울교육청은 24일 청문이 끝나는 대로 확인절차와 함께 청문조서 작성에 곧바로 착수한다. 늦어도 다음주에는 교육부에 지정취소 요청서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상산고의 청문과정에서 논란으로 부상한 속기록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요청할 경우 제출한다는 것이 서울교육청의 설명이다. 이후 교육부 장관은 50일 이내로 동의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미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인 만큼 크게 일정이 지연되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8월초까지 최종 동의여부가 나온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울자사고 운명은.. ‘1기 평가 탈락’ 고교 대다수>
교육계에선 서울 자사고들의 지정취소가 철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고 폐지가 현 정부의 대표공약인 만큼 교육부가 교육감의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예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13개자사고를 대상으로 시행했던 올해 재지정평가에서 절반이 넘는 8개교가 탈락해 눈길을 끈다. 게다가 한대부고 이외의 7개자사고들은 지난 1기 평가에서도 지정취소와 취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례가 있었다. 따라서 교육부가 평가의 공정성 비판이 집중되고 있는 상산고 대신 부담이 적은 서울자사고들의 지정취소를 동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현 정부가 내건 대표적인 교육 공약 중 하나인 만큼 전체적인 정책기조를 교육당국이 맞춰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있었던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자사고가 공교육을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유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서울 중심으로 자사고를 급격히 늘려 일반고 황폐화를 가져왔다. 창의성과 다양성, 협업 능력을 가진 미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대입 경쟁과 입시전문학교로 변질된 자사고의 부작용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교육부가 서울 자사고들의 지정취소에 대해서도 동의할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특히 전국단위 자사고인 상산고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크게 확산된 것이 서울 자사고들에겐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전북교육청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상산고는 올해 지정취소 커트라인이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은 80점이었고, 법적의무가 없는 ‘사회통합 대상자 선발’ 지표에서 큰 폭으로 감점됐다. 애초부터 불공정한 평가였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국회의원 151명이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 부동의 요구서’에 서명하면서 유 장관의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고 분석되는 이유다. 자사고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상산고의 지정취소에 대해선 부동의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여론의 반발이 적은 서울 자사고들을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 가중’ 자사고 입시.. ‘내년 외고 국제고까지 혼란확대’>
청문대상인 자사고들은 서울교육청이 지정취소를 결정했을 당시부터 법적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관계자는 교육부가 자사고의 지정취소를 최종적으로 동의한다면 곧바로 가처분 신청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론의 갈등도 극심해지고 있다. 서울 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21일 자사고의 지정취소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행사엔 학부모 학생 교직원 등 5000여 명이 참석해 자사고의 일방적 폐지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일부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교육부가 서울교육청의 지정취소 결정을 번복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장갈등과 고입혼란의 장기화가 불가피한 만큼 수요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사고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입시를 준비해왔던 수요자들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입학전형을 법정공방이 마무리된 이후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고입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수요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입학한 후 졸업 때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본인이 재학 중인 학교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것을 달가워 할 수험생은 없다. 이미 대성고의 사례를 통해 서울지역 자사고의 학부모들은 일반고 전환 시 재학생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교육현장에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원단체들까지 가세하면서 ‘편 가르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이 손을 놓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추기는 면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내년엔 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평가대상인 학교의 수가 늘어나고 고교유형도 상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에선 6개외고가 모두 재지정평가 대상이다. 서울 광역자사고 가운데서도 대광고 보인고 선덕고 세화여고 양정고 장훈고 현대고 휘문고 등 8개교가 평가를 받는다. 지난 평가에서 취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장훈고와 세화여고의 탈락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경문고의 경우 신입생 충원의 어려움을 이유로 자사고를 반납해 현재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고 있다. 다른 지역의 5개국제고와 함께 서울국제고도 내년 재지정평가 대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내년에도 서울은 재지정평가로 인한 입시혼란의 중심이 될 전망”이라며 “특히 교육당국이 공립 위주의 체제를 갖추기 위해 사립학교 위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다면 6개외고 모두 사립인 서울에선 큰 변수”라고 말했다.

<‘강북 집중’ 탈락 자사고.. ‘강남8학군 부활 신호탄’>
현재 재지정평가의 결과대로 일반고 전환이 이뤄진다면 교육특구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역에선 대부분 교육특구가 아닌 곳에 소재한 자사고들이 탈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대입실적이 우수한 자사고와 일반고를 모두 선택할 수 있는 교육특구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비교육특구 지역에서 자사고가 폐지된다면 인근 교육특구로 수요자들이 몰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시가 확대되는 2022대입개편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그동안 정시위주 실적을 내온 ‘강남8학군’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북지역의 자사고들이 대거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상당수 수요자들이 교육특구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교육을 적극 활용할 경제력이 충분하다면 정시확대가 예고된 대입환경에서 수능대비만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부터 수능에 강점을 가진 학생 역시 교육특구 진입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전망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일각에서 학종비중이 매우 높은 현 대입체제의 특성으로 인해 교육특구 쏠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교육특구 자사고들이 정시를 중심으로 대입실적을 내왔다는 점을 간과한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당국이 정시확대를 밀어붙이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 역시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위대학 사이에서도 학종의 비중이 줄고 반대로 정시가 늘어난다. 이에 대응해 일부 수요자들은 이미 교육특구 진입을 최적의 선택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혼란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실적이 우수한 일반고와 자사고들이 집중배치된 '강남8학군 선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교선택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목표로 했던 자사고가 재지정평가로 지정취소된다면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비교육특구 지역에서 내년 평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지역 내 자사고를 목표로 수험을 준비해왔음에도 내년 재지정평가에서 지정취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수험생들에게 재지정평가가 확정된 학교 이외에는 어떠한 조언을 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다. 자사고들이 오히려 교육특구지역 집중배치된 형국에 비교육특구 일반고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면 현재 구도에선 지역간 격차, 일반고간 격차마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적은 우수 일반고와 자사고가 몰린 강남구 서초구 양천구 등을 선호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