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2022대입개편' 재현 우려.. '신중해야'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교육계에서 ‘공론화’가 다시 이슈로 부상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지난 17일 일반고 지원방안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자사고와 외고 폐지 논의를 공론화에 맡기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법률개정을 통한 자사고의 일괄폐지가 어렵다면 국가교육회의가 국민 공론화 의제로 다루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재지정평가를 통한 일반고 전환은 공정성 시비 등 소모적 갈등과 시도 간 ‘평가 비교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정취소되지 않은 학교는 더욱 ‘일류’ 자사고로 여겨지면서 더 가열된 입학경쟁을 촉발한다는 딜레마도 있다”며 “교육부가 법령 개정의 의지가 없다면 자사고 외고의 제도적 폐지 여부에 대한 국민적 공론화를 국가교육회의에서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전에 공론화를 통해 진행했던 2022대입개편의 결과가 결국 교육부의 '정시30%확대' 권고로 귀결된 전례가 있는 만큼 조 교육감의 ‘공론화 발언’ 자체에 대한 교육계의 불신이 높다. 일부에선 현장의 반발이 상당하지만 여론조사 등에선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자사고 폐지를 강행하기 위해 다수결을 따르는 공론화 방식을 선택했다는 정치적 계산도 의심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입개편에서 교육부는 공론화 결과를 무시하고 ‘정시30%이상’을 아무런 근거 제시도 없이 권고해버렸다. 공론화 과정은 정부의 의도대로 대입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정책결정을 위한 ‘공론화’는 책임을 져야할 국가기관이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면서 국민의 뜻임을 내세워 추진하는 정책을 의도대로 관철시키려는 편법, 꼼수에 불과하다. 교육당국에서 추진하는 자사고 폐지를 위한 공론화는 결코 신뢰할 수 있는 정책결정 수단이 아닌 이유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 ‘공론화’가 다시 이슈로 부상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17일 일반고 지원방안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자사고와 외고 폐지 논의를 공론화에 맡기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전에 공론화를 통해 진행했던 2022대입개편의 결과가 결국 교육부가 결정한 정시30%확대로 귀결된 전례가 있는 만큼 조 교육감의 ‘공론화 발언’ 자체에 대한 교육계의 불신이 높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실패한 공론화 모델.. ‘2022대입개편 후폭풍 재현 가능성’>
공론화가 실질적인 정책 결정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게 이미 지난 2022대입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드러났다. 시나리오 방식으로 진행됐던 공론화는 정작 기존에 논의했던 내용과는 다른 제3의 안이 최종 결정되면서 ‘실패한 대입개편’으로 평가받았다. 결과적으로 교육부가 임의로 비율을 확정한 ‘정시30%확대’ 권고 역시 논란이 컸다.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이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 하는 숙의자료집의 오류도 발견되면서 신뢰성의 문제까지 제기됐다. 얼마든지 의도적으로 틀린 자료를 제시해 공론화의 결과마저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답정너’ 정시30%확대.. ‘결론 없는 공론화 지적’
공론화위원회는 4개의 대입개편 시나리오(의제)를 제시했었다. 시나리오는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 비율 ▲수능 평가방법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등 세 가지 쟁점을 조합한 것이다. 공론화는 19세 이상 국민 가운데 선정된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숙의자료 학습과 질의응답, 분임토의, 종합토론 등을 거친 후 각 의제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렇지만 네 가지 공론화의제 중 가장 선호도가 높았던 의제1이나 의제2가 아닌 현상유지에 가까운 전혀 다른 형태의 결론이 나면서 반발이 컸다. 나아가 교육부가 자의적으로 정시확대 비율을 30%로 정하면서 사실상 답을 정해 놓고 공론화를 진행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정시확대 여부’를 중점으로 볼 때 크게 1,4안과 2,3안이 유사한 맥락이었다. 1안의 경우 각 대학이 모든 학과(실기 제외)에서 수능위주전형으로 45% 이상 선발할 것을 제시했다. 반면 4안은 수능확대를 내걸었지만 별도의 비율을 정하지는 않았다. 두 의제 모두 수능은 상대평가이며, 수능최저는 대학의 자율에 맡겼다. 2안과 3안의 경우 기본적으로 학생부전형-수능전형 비율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다른 점은 수능 평가방법이었다. 2안은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3안은 상대평가 유지 원칙을 내세웠다. 수능최저의 경우 2안은 현행보다 기준 강화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3안은 학종과 교과에서만 전공이나 계열별로 적용범위를 제한하도록 권장했다.

공론화 결과 의제1과 의제2간 선호도 차이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제1이 가장 높긴 했지만 의제2의 선호도 역시 오차범위 내로 비슷했다. 내용상 양극단인 두 의제의 선호도가 박빙이었던 셈이다. 1년에 걸친 공론화 논의 끝에 여론대립만 재확인하는 데 그쳤던 셈이다. 그럼에도 국가교육회의는 정시확대를 권고했고, 교육부는 이에 대응해 ‘정시30%확대’ 방침을 정했다.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능위주전형 적정비율 조사결과 누적통계기준으로 응답자의 68.5%가 30%이상을 적정한 수준으로 본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네 차례의 국민대토론회를 실시하며 ‘민주적 절차’라고 강조했음에도 정작 가장 중요한 정시확대 비율은 별도의 논의 없이 추가 실시한 설문의 일부만을 근거로 활용해 임의로 정한 것이다.

- 막기 어려운 ‘의도적 오류’.. ‘의사결정 왜곡될 수 있어’
애초에 공론화 진행하는 과정에서부터 정책 집행자의 의도가 개입될 수 있다는 비판도 많았다. 특정한 목적을 갖고 자료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입개편 공론화에서도 시민참여단에 제공됐던 숙의자료집의 오류가 논란이 됐었다. 문제가 된 것은 의제1과 의제4의 설명자료였다. 학종이 일반고에 불리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됐던 서울대 합격자 수 통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의제 모두 정시확대를 강조하는 입장이었던 만큼 당시 의도됐던 오류일 가능성을 의심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공론화 의제1 설명자료에선 ‘학종이 80% 가까이 늘어나면서 일반고 자공고 학생의 합격자수는 줄어든 상황’이라며 학종의 확대가 일반고 하락세로 이어진 것처럼 표를 제시했었다. 자료집에서는 최종등록자를 기준으로 2007년 일반고 합격자 비중이 72.4%에서 2018학년 55.6%로 크게 줄어든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서울대가 공개한 최초합격자 기준으로 살펴보면 실제로 학종이 도입된 2014학년 49.3%에서 2018학년 53.6%로 일반고 합격자는 오히려 늘었다. 오류의 원인은 학종이 도입되기 이전인 입학사정관제부터 비교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학종 때문에 일반고 합격자수가 줄어든 것으로 제시했지만 정작 통계자료는 학종으로 운영하는 수시모집과 수능중심으로 운영하는 정시의 구분도 없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산출 근거의 엄밀성이 부족하고 세부적인 구분 없이 전체 결과만을 모호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제4 설명자료에서도 문제가 지적됐다. 지균을 때로는 학종에 포함하고 때로는 배제하는 등 일관되지 않은 기준 때문이다. 실제로 ‘서강대/성균관대/서울대의 고교유형별 합격자 비율’ 표에서는 서울대 학종에서 일반전형만을 대상으로 한 반면, ‘최상위권10개대학의 전형별 선발실태’라는 제목의 표에서는 지균과 일반전형을 합산해 표현됐다. 지균이 학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전형이라는 점에서 ‘신설한’ 일반전형만 택한 것이라는 당시 국가교육위원회의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울대는 2012학년 특기자와 지균을 모두 학종으로 전면 운영했던 만큼 자료에 포함됐던 2013학년 일반전형은 신설전형이 아니라 명칭이 변경된 전형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특목/자사고 합격생이 늘고 일반고 학생이 줄었던 2017학년 자료만을 근거로 활용했다는 점도 설명자료의 타당성이 비판받았던 대목이었다.

결론을 내야할 시민참여단에게 제공됐던 가장 중요한 데이터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었던 만큼 공론화 자체가 정책결정의 수단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당시 의제1과 의제4 모두 정시확대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특히 의제1은 정시선발인원을 45%이상 선발해야 한다는 시나리오였다. 학종의 단점만 부각하기 위한 의도를 가진 오류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며 “숙의자료집 자체는 올바른 통계를 객관적으로 제시했어야 한다. 각자의 관점에 따라 자료를 왜곡한다면 객관적인 판단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 이미 대입개편에 대한 공론화 과정에서 자료의 오류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마찬가지로 갈등이 첨예한 자사고 폐지와 같은 사안에서도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자료를 왜곡해 제시하는 행태가 얼마든지 반복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 문제 유발한 ‘방법적 한계'.. ‘시민참여단 대표성 결여’
대입개편의 과정에서 무분별한 공론화가 오히려 혼란만 키운 것으로 평가된다. 조 교육감 역시 대입 공론화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급박했던 당시의 상황과 달리 '자사고 외고 폐지 공론화'는 장기간에 걸쳐 논의가 가능해 국민적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공론화 방식의 실질적인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 시민대표단의 선정에서부터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소외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과정에서의 적절한 설문방식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결국 조 교육감이 공론화를 제안하기에 앞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먼저 내놨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의 대표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던 점이 눈에 띈다. 한국정책학회가 지난해 공론화위원회에 제출한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시민참여형 조사 검증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소득 분포를 따져봤을 경우 시민참여단 40% 이상이 월 가구 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반면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응답자는 3.87%로 나타났다. 2017년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연 가구소득 1000만원 미만인 가구가 11.7%였음을 고려하면 시민참여단이 국민 전체의 가구소득 분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수준을 보였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대입개편 공론화에서 소득이 높은 계층의 주장이 과도하게 반영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5점척도 설문문항의 적절성에 대한 연구자들의 의문도 있었다. 5점척도를 활용할지, 7점척도를 활용할지 신중히 고려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입개편 공론조사처럼 시민들이 비교적 장기적인 숙의와 숙고를 통해 의견을 형성하는 경우 5점척도는 시민 의견을 정확히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에서도 “일반 설문조사의 경우 설문 응답자들이 설문 참여에 관심이나 성실도가 높지 않을 수 있고, 사안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반면 숙의토론 후 실시하는 공론조사처럼 사안에 대한 의견 형성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이뤄져 있는 경우엔 5점 척도보다는 응답 범주의 수가 많은 7점 또는 10점, 11점 척도를 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무책임 전형’ 공론화 실체.. ‘정치적 계산의 산물’>
결국 조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의 정치적 부담을 덜면서 손쉽게 이뤄내기 위한 방편으로 ‘공론화’를 꺼내든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실상 자사고와 외고를 없애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마치 민주적 과정을 통해 합의가 가능하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공론화를 거친다는 건 시민의 의견이라는 명분을 얻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조희연 교육감의 경우 대표적인 ‘자사고 폐지론자’다. 누가 봐도 자사고를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교육감 본인도 지난 대입개편 공론화가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숙의민주주의’ 운운하며 자사고와 외고의 폐지를 공론화에 맡기자고 하는 것은 무책임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공론화 방식을 선택할 경우 장기적 가치를 고려한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여론수렴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대입개편 공론화가 진행되던 당시 진보 교육운동단체 44개가 연대한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언뜻 민주적 절차로 보이는 이와 같은 공론화 절차는 모든 결정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겨 정부와 교육부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정치적 계산의 산물이다. 교육을 정치의 수단으로 삼으려 했던 박근혜 정권과 교육을 오로지 정치적 계산으로 접근하는 문재인 정부가 과연 얼마나 다를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재지정평가를 통한 일반고 전환이 난항을 겪게 되면서 제기되기 시작한 자사고 폐지 공론화도 다르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전의 대입 공론화에서 빚어졌던 결과와 마찬가지로 수요자가 양극단으로 갈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자사고의 폐지는 현재 교육계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이 나타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대입개편 공론화 과정에서도 4개로 압축됐던 시나리오를 두고 보수와 진보 성향의 교원단체들이 모두 불만을 제기했었다. ‘정시확대’를 놓고 찬성 혹은 반대하는 입장의 여론전도 극심한 갈등으로 치닫는 양상도 보였다. 재지정평가에 대한 공정성을 두고 이미 논쟁이 격렬한 상황에서 공론화로 자사고 폐지를 결정하게 되면 교육계 내부의 갈등과 반목이 겉잡을 수 없게 번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책방향의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교육전문가는 “2022대입개편 공론화의 결과는 ‘엇박자’ 그 자체다. 오차범위 내로 의견이 모였던 의제1과 의제2는 완전히 상반된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교육부의 최종 결론은 공론과 결과의 선호도가 높았던 두 안과 다른 ‘정시30%확대’ 권고였다. 현 정부가 기본 입장으로 내세우고 있는 학종확대와도 정반대인 셈이다.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조차도 지속적으로 학생부 중심 전형으로 개선돼왔던 성과마저 뒤집는 셈”이라며 “자사고 폐지도 마찬가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기자간담회에서 조 교육감은 자사고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다니기 어려운 ‘부자학교’라고 몰아붙였다. 애초부터 비현실적인 모집규모로 누적되고 있던 사회통합전형의 지원 미달을 그 근거로 들은 것은 어처구니 없지만 ‘공론화’를 통한 자사고 폐지가 약자배려를 위한 정책라고 주장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렇지만 실제로 자사고와 외고가 일괄적으로 폐지될 경우 교육특구 과열은 불 보듯 뻔하다. 사교육을 찾는 수요자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결과적으로 약자들을 더욱 소외시킬 우려가 높다. 심지어 조 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 확대마저도 교육특구 쏠림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 조 교육감이 이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선거와 다른 교육.. ‘다수결 폐해 인식해야’>
전문가들은 교육현안을 다수결로 결정하려 하는 접근부터 문제라고 지적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의 일관성에 대한 고려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여론에 편승해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포퓰리즘적 정책이 횡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감직선제부터 문제라는 비판도 상당하다. 정치적 성향을 기준으로 당선되면서 교육감들이 지지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교육정책의 방향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반복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학생인권 무상급식 등의 과도한 교육복지를 통한 포퓰리즘 논란은 물론 자사고 외고 폐지에 따른 입시혼란 역시 전형적인 ‘정치적 색깔’로 당선된 민선교육감의 폐해로 여겨진다.

실제로 조 교육감은 기자간담회에서도 여론을 근거로 자사고 폐지가 정당성을 주장했다. 다수가 지지하는 만큼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유승민 심상정 등 대권주자들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은 시민들의 뜻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2018년 12월에 발표한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를 보면 ‘외고 자사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등 고교체제 개편’에 대해 찬성은 47.2%, 반대는 15.2%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고 밝혔다. 자사고가 ‘입시전문기관’에 매몰됐다며 “소수의 부유한 아이들을 위한 입시교육”이 아닌 “20만 명의 모든 일반고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결국 조 교육감이 ‘공론화’를 자사고 폐지의 방법으로 제시한 이유 역시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한 교육전문가는 “조 교육감은 노골적으로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고 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 논란마저 ‘편 가르기’로 활용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가 ‘진정한’ 수월성교육기관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소수의 뛰어난 학생들에게 엘리트교육을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기자간담회에서 있었던 다른 발언들과 비슷한 맥락이다. 결국 자사고를 ‘부자학교’ ‘특권학교’로 몰아붙이고 있는 셈”이라며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전체를 나누고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전략이 기본이다. 애초에 수월성교육과 평등성교육을 대립시키는 구도에선 평등성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상대적으로 수월성교육의 받는 수요자들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일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조 교육감은 교육수요자들을 자사고와 일반고를 기준으로 나누고 있다. 자사고보단 일반고를 다니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 정치적으로 유리한 지형을 계속 가져가려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다수결을 통한 의사결정 방식이 모든 분야에서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전문가는 “다수결이 반드시 참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 교육감은 전교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다수의 고교교사들이 자사고가 고교서열화를 조장해 일반고가 황폐화됐다고 응답한 결과를 사실로 취급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들은 자사고 자체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부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제기한 우려처럼 학교의 순위를 매기는 것에 크게 박탈감을 느끼지도 않는다는 얘기도 했다. 얼마든지 다수의 생각과 다른 진실이 밝혀질 수 있다”며 “교육의 기본 철학의 문제도 보인다. 다수결에 의지하는 방식은 결국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옳다는 사고방식으로 흐른다. 이 같은 공리주의적 발상이 실제 교육에도 바람직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특히 교육의 중요한 기능은 사회화다. 학생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나가면서 배움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욕구만 좇는다면 동물과 다르지 않다. 인내와 절제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교육에서 다수결만 따른다면 모두 놓치기 쉬운 덕목들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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