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절대평가 3년차.. 난도 하락 예상

[베리타스알파=유수지 기자] 11월14일 실시되는 2020수능에서 EBS 연계율이 70% 수준으로 유지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7일 ‘2020 수능 시행세부계획’을 통해 EBS 수능교재/강의와 수능 출제의 연계도를 지난해와 같이 영역/과목별 문항수 기준 70% 수준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학생들이 학교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연계 교재/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 영역/과목에서 2009개정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할 방침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능이 끝난 후 문항별 교육과정 성취기준 등 교육과정 근거를 공개한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지진 발생을 대비한 예비문항도 준비할 예정이다.

2018수능부터 도입된 영어영역 절대평가는 올해도 유지된다. 필수로 지정된 한국사의 경우 변별이 아닌 우리 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평가한다. 수험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한다는 계획이다. 필수화 취지에 따라 한국사 영역을 응시하지 않는 경우 수능 응시 자체가 무효 처리되며 성적 전체가 공개되지 않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올해 수능 응시원서 접수기간은 8월22일부터 9월6일까지다. 문제와 정답은 시험 당일 시험편의제공대상자 중 중증 시각장애 수험생의 매 교시가 종료된 후 공개된다. 최종정답은 이의 신청기간을 11월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거친 후 11월25일 확정한다. 성적통지표는 12월4일까지 수험생에게 배부할 예정이다. 재학생은 재학중인 학교에서, 졸업생이나 검정고시 수험생은 원서를 접수한 기관에서 받을 수 있다. 재학생을 제외한 모든 수험생은 수능 성적 제공 온라인 사이트에서 수험생 본인 명의 휴대폰이나 아이핀 인증을 통해 성적통지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올해도 수능이 끝난 후 문항별 성취기준을 공개한다. 평가원은 지난해부터 학교 교육과정에 더 충실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의미에서 처음으로 문항별 교육과정 근거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특정 스포츠 상황에서 물리 개념을 물어보는 문항의 경우 ‘뉴턴의 운동법칙을 적용하고, 스포츠 등에서 충격량과 운동량 관계를 이해한다’는 식으로 성취기준을 제시한다. 일각에서 ‘성취기준이 부실해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한 데 대해 관계자는 “문항별 성취기준을 공개하는 것은 수능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나서 출제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것”이라며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수능 준비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20수능에서도 EBS 연계율이 70%로 유지된다. 올해도 수능이 끝난 후 문항별 교육과정 성취기준을공개할 방침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국어 45문항, 수학 30문항, 영어 45문항>
EBS연계 유형은 영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중요 개념이나 원리의 활용, 지문이나 그림/도표 등의 자료 활용, 핵심 제재나 논지의 활용, 문항의 변경 또는 재구성 등으로 연계된다. 연계 대상은 당해 연도 수험생을 위한 교재 중 평가원이 감수한 교재/강의다. 

EBS 연계 교재과목은 총87권이다. 국어 수학(가/나) 영어 한국사 등 주요 4개과목의 연계 교재는 총15권으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국어 4권, 수학(가) 4권, 수학(나) 3권, 영어 4권으로 합산하면 16권이지만, '수능특강 확률과 통계'의 경우 수학(가)와 수학(나)에서 같은 교재가 활용되기 때문에 주요 4개 과목의 연계 교재는 15권이 된다. 

국어는 화법/작문/문법(특강) 독서(특강) 문학(특강) 국어(완성) 등 4권, 수학 가형은 미적분Ⅱ(특강) 확률과통계(특강) 기하와벡터(특강) 수학가형(완성) 등 4권, 수학 나형은 수학Ⅱ/미적분Ⅰ(특강) 확률과통계(특강) 수학나형(완성) 등 3권으로 구성된다. 필수과목인 한국사는 한국사(특강) 1권이다. 절대평가인 영어 연계교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영어(특강) 영어듣기(특강) 영어독해연습(특강) 영어(완성) 등 4권으로 구성된다.

시험영역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과학/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이다. 한국사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은 수험생의 선택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를 응시할 수 있다. 수학을 선택하는 경우 가/나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국어와 영어는 출제범위를 바탕으로 다양한 소재 지문과 자료를 활용해 출제한다. 탐구는 사탐/과탐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나 직탐은 전문계열의 전문교과를 86단위 이상 이수해야 응시할 수 있다. 단 2016년 3월1일 이전 졸업자 중 직탐에 응시하고자 하는 사람은 전문계열 전문 교과를 80단위 이상 이수한 경우 응시할 수 있다. 

사탐은 9개과목 중 최대 2개과목, 과탐은 8개과목 중 최대 2개과목, 직탐은 10개과목 중 최대 2개과목을 각각 선택할 수 있다. 제2외국어/한문은 9개과목 중 1개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시험 시간은 국어 80분(45문항) 수학 100분(30문항) 영어 70분(45문항) 한국사 30분(20문항) 사/과/직탐 과목당 30분(20문항) 제2외국어/한문 40분(30문항)이다. 영어의 경우 듣기평가 문항 17개가 포함된다. 문항 형태는 모두 5지선다형이지만 수학영역은 단답형 문항을 30% 포함한다. 영역별 문항 배점은 문항의 난이도, 문제 해결에 소요되는 시간, 중요도, 사고 수준 등을 고려해 차등 배점한다. 국어 영어 한국사 사/과/직탐의 경우 2, 3점으로, 수학은 2, 3, 4점으로, 제2외국어/한문은 1, 2점으로 각각 배점된다.

출제범위는 국어의 경우 화법과 작문, 독서와 문법, 문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재의 지문과 자료를 활용해 출제한다. 수학(가)는 미적분Ⅱ 확률과통계 기하와벡터, 수학(나)는 수학Ⅱ 미적분Ⅰ 확률과통계 등이다. 사탐의 9개 선택 과목은 생활과윤리 윤리와사상 한국지리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세계사 법과정치 경제 사회/문화다. 과탐의 8개 선택과목은 물리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물리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다. 제2외국어는 독일어Ⅰ 프랑스어Ⅰ 스페인어Ⅰ 중국어Ⅰ 일본어Ⅰ 러시아어Ⅰ 아랍어Ⅰ 베트남어Ⅰ 한문Ⅰ의 9개 과목 중 선택할 수 있다.

수능 문제지는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는 홀수형 짝수형으로 제작해 배부된다. 사/과/직탐과 제2외국어/한문은 단일 문형으로 제작된다. 가/나형으로 나눠 실시하는 수학 영역은 유형별로 각각 홀수형 짝수형으로 제작된다.

<EBS 연계 둘러싼 논란여전>
수능 EBS 연계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여전하다. 논란이 지속 중인 가운데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는 EBS 연계 출제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2017년 수험생 2명, 교사 2명, 학부모 1명으로 구성된 청구인단이 헌재에 EBS 연계 내용을 담은 ‘2018학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이 교육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한 데 대한 결과다. 헌재는 연계 출제가 교육 수요자의 기본권인 교육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교육과정의 중요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EBS를 별도로 공부하지 않더라도 수능을 치르는 데 큰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EBS 연계 출제가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고 봤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관련 공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18년 2월 열린 4차 대입정책포럼에서는 EBS 연계의 부정적 효과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사교육비 경감을 목적으로 시행된 EBS연계 정책은 그간 ‘고교 수업 파행’, ‘기형적 사교육 유발’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공교육을 파괴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EBS만을 ‘달달 외우는’ 수업방식으로 변질됐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평가원이 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EBS 연계의 부정적 효과로 응답자의 49.8%가 ‘기계적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 증가’를 꼽기도 했다. 

2022대입개편 결과 수능 EBS연계율은 50%로 축소될 방침이지만 교육계에서는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연계율 축소와 더불어, 간접연계로 전환한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대책으로는 문제풀이식 수업파행을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간접연계 방식으로 인해 변형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학습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연계출제를 둘러싼 반론도 만만치 않다. EBS 연계율이 달라질 때마다 사교육 주가가 출렁일 정도로 EBS 연계율 축소는 사교육을 확대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2015년에는 EBS 연계를 70%로 고정하지 않고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는 교육부 장관의 발언 이후 모 사교육 업체 주식이 주당 5만15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EBS 연계율의 축소/폐지가 사교육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이는 사례다. 

EBS 연계 정책 이후 사교육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교육비 억제액은 EBS 70% 연계 이전인 2009년 3492억원에서 2014년 1조1374억원의 3배 이상 증가했다.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면 2011년 5301억원에서 2014년 8925억원으로 올랐다는 조사결과도 제시됐다. 

<영어 절대평가 3년차.. 지난해 수능 1등급 5.3% ‘반토막’>
올해 절대평가 3년차를 맞은 영어영역 난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10.03%에서 반토막 난 5.3%가 1등급으로 나타나면서 들쭉날쭉 난이도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당시 평가원장은 “영어의 경우 작년(2018수능) 1등급이 많이 나오다보니 올해 좀 가벼이 본 것이 아닌가 싶다”며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준비도가 약간 떨어졌다고 본다. 학생들이 과거보다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었고, 시험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 앞으로 모집단 특성 파악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올해 출제 방침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6월, 9월모평뿐 아니라 학교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과 지속적으로 10월까지 의견을 들으면서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지난해 영어가 유난히 어려운 수준이었던 만큼 올해는 다소 난도가 하락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영어영역이 너무 어렵게 출제될 경우 절대평가 도입 의미를 상실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너무 어렵게 출제될 경우 수능최저 만족에도 비상이 걸릴 우려가 있다. 특히 반복학습의 요소가 많은 수능 특성상 재수상이 좋은 점수를 받기가 유리해, 재학생이 수능최저 불충족으로 대거 탈락하는 현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부 대학은 수능영어가 절대평가로 인해 쉬워질 것을 예상하고 등급합 기준을 높인 대학도 있다. 특히 영어에서 특정 등급 이내 비율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수능최저 충족이 어려워진다. 

지난해 서울대 수시 지균에서는 요강상 모집인원 756명보다 144명 줄어든 612명을 선발하는 데 그치기도 했다. 불수능의 여파로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탈락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서울대는 지균 수능최저로 3개영역 2등급 이내를 요구한다. 

하지만 무조건 올해 ‘쉬운 영어’만을 예상하는 것도 금물이다. 지난해와 같은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영어의 난도를 속단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영어 난도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수험생들은 ‘어려운 수능’을 예상하고 공부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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