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청문도 '비공개'..'의대 275명?' '교육감 의지개입'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로 인한 갈등의 중심인 김승환 전북교육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올해 상산고의 의대진학자가 275명에 달한다며 교육과정의 다양성 부족을 지적했던 김 교육감의 발언부터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틀린 내용을 밝힌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기준점수 상향 등 평가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교육감의 의중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전북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에서 평가계획안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전북교육청 관계자가 교육감의 의지를 언급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8일 예정된 청문을 공개해달라는 상산고의 요구도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으면서 '깜깜이 평가'에 대한 우려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교육계에선 김 교육감의 ‘무리수’가 오히려 상산고의 지정취소에 대한 불공정성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국회에서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의대진학자 수를 부풀려 말한 것이 하루 만에 들통났다. 게다가 기준점수를 80점으로 높이는 과정에서 교육감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결국 김 교육감이 교육활동의 개선이나 수요자들을 위한 정보공개라는 학교평가의 취지와는 별개로 이미 자사고 폐지를 염두에 뒀던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며 ”실제로 상산고는 지난해 대입에서 11명의 포스텍 등록실적으로 전국의 모든 고교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KAIST 등록자도 3명 배출했다. 특히 포스텍은 100% 수시 학종으로만 선발한다. 의대진학을 위한 수업만으로는 나올 수 없는 성과인 셈이다. 전북교육청이 실시했던 재지정평가에서도 상산고는 다양한 선택과목을 편성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지표에서 만점을 받기도 했다. 상산고가 다양한 교육과정을 갖추지 못해 자사고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김 교육감의 논리는 전북교육청의 재지정평과와도 모순됐던 셈“이라고 말했다.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로 인한 갈등의 중심인 김승환 전북교육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올해 상산고의 의대진학자가 275명에 달한다며 교육과정의 다양성 부족을 지적했던 김 교육감의 발언부터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기준점수 상향 등 평가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교육감의 의중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사진=상산고 제공

<거짓으로 드러난 ‘의대진학자 275명’.. ‘궁색한 해명 지적’>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교육감이 지나치게 많은 상산고 학생들이 의대로 진학한다고 지적하며 밝혔던 내용이 틀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육감은 당시 자사고 정책의 취지를 묻는 박찬대(더불어민주) 의원의 질문에 대해 “상산고 졸업생들은 압도적으로 의대에 가고 있다. 올해만 해도 한 학년 360명인데 졸업생 포함 275명이 의대에 갔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올해 상산고의 의대진학자의 수는 이전 졸업생들을 모두 포함해도 119명으로 드러났다.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를 두고 공정성 논란으로 비판받아온 김 교육감에 대한 ‘거짓말 논란’까지 확산되고 있다.

상산고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386명의 졸업생 가운데 의대에 진학한 학생은 48명이었다. 전체 졸업생 가운데 약 12% 정도다. 재수나 삼수를 통해 올해 대학에 진학한 이전 졸업생 71명을 포함해도 의대에 진학한 학생은 모두 119명이다. 치대와 한의대 등 의약계열을 모두 포함해도 김 교육감이 말한 것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었다. 치대의 경우 2019학년 졸업생 19명과 이전 졸업생 23명을 합한 42명, 한의대도 2019학년 졸업생 9명과 이전 졸업생 8명 등 17명이 진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올해 상산고에서 의치한으로 진학한 모든 학생은 총 178명으로 김 교육감이 제시했던 275명에 비해 100명 가까이 차이가 났던 셈이다.

합격자수와 등록자수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해 김 교육감이 오류를 범한 것으로 보인다. 상산고 관계자도 김 교육감이 학교게시판에 봤다는 수치는 상산고가 공식적으로 게재한 내용이 아니며 여러 대학에 중복합격한 결과가 모두 포함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입실적은 기준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합격자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수시와 정시에서의 최초합격자와 추가합격자가 모두 포함된다. 지원자가 여러 대학에 합격했다면 중복집계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등록자수는 합격자 중에서 실제 대학에 등록을 마친 인원만을 뜻한다. 따라서 통상 진학실적의 대소를 따질 때는 등록자수를 기준으로 한다. 다만 고교 현장에서는 학교의 경쟁력을 과시하기 위해 합격자수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 김 교육감이 근거로 제시한 275명의 진학실적도 합격자수가 기준이었던 것이다.

김 교육감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당시로써는 틀린 정보라고 볼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교육청 차원에선 별도로 입시결과를 수집하지 않지만 의대진학실적이 찍힌 학교게시판의 캡쳐사진과 함께 민원이 제기되면서 알게 된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김 교육감의 발언이 널리 퍼진 만큼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전북교육청의 해명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국회에서 공식적인 답변으로 준비한 내용의 사실여부를 한번 더 확인하지 않았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평소에 입시결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지 않더라도 관련된 답변을 할 계획이었다면 전반적인 대입실적을 확인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비판했다.

<‘교육감 의지’ 개입 논란.. ‘평가과정 불신 확산’>
전북교육청이 재지정평가 기준점수를 80점으로 높이는 과정에 김 교육감의 의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절차의 공정성 논란까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12월19일 있었던 ‘전북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 회의의 내용이 담긴 회의록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는 상산고를 대상으로 실시할 재지정평가의 평가기준 변경에 대해 위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자리였다. 현재 정운천(바른미래) 의원실과 일부 언론을 통해 회의 당시의 상황이 전해지면서 위원장과 간사를 맡은 전북교육청 위원들이 사실상 자사고 폐지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변경된 평가계획안을 상정하고 안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실제로 회의록에선 위원회 간사였던 전북교육청 관계자가 김 교육감의 의중을 전했다고 여겨지는 대목들이 나온다. 당시 기준점수를 상향하고 평가기준을 변경하는 것에 대한 “기관장의 강한 의지”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은 80점도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입장”이라며 “기본의도는 자사고 폐지지만 학부모 반발이나 교육부 장관의 동의 등 현실적 문제점을 감안해 최소 80점 이상은 돼야 한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간사는 대통령 국정과제의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점과 다른 일반고들도 70점을 넘겼다는 평가결과도 함께 이유로 들었다. 

회의록에 의하면 당시 위원들은 부족한 점수상향의 근거에 대해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은 전북교육청이 제시한 ‘80점 기준안’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외부로부터 공격대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자사고의 지정취소가 이뤄질 경우 정치적인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동안 전북교육청이 재지정 기준점수를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은 80점까지 상향한 것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도 여야 의원 모두 전북교육청의 평가기준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여당 간사인 조승래(더불어민주) 의원마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과정이나 절차가 공정하고 납득 가능한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 일반고를 평가했더니 70점 넘어서 자사고엔 80점을 설정했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도 회의록에 언급된 내용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안건의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교육감의 의지를 표명했지만 위원들에게 결정을 강요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그렇지만 교육계에선 절차적 민주성과 공정성이 훼손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상산고에 대한 재지정평가의 신뢰 자체가 깨질 수 있는 사안인데도 전북교육청의 대응이 안일하다고 본다. 김 교육감은 그동안 자사고 폐지를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만큼 교육청은 재지정평가를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했다”며 “지정/운영위원회는 교육감의 독단이나 일방적인 행정을 견제하기 위한 심의기구다. 교육청이 기준점수를 80점으로 상향하는 계획안을 동의를 받기 위해선 학교의 교육이나 운영과 관련된 정확한 근거를 대야 했다. 대통령의 국정과제 혹은 교육감 의지 등을 운운한 것부터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소가 좁아’ 청문 비공개.. ‘깜깜이 평가 우려’>
8일 있을 상산고에 대한 청문을 전북교육청이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알려지면서 ‘깜깜이 평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상산고는 지난달 28일 학교 청문을 공개적으로 진행해달라는 의견을 전북교육청에 전달했다. 그렇지만 교육청은 청문이 열리는 장소가 좁다는 이유를 들면서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문은 교육부에 동의를 요청하기 전 평가결과에 대해 학교에 학교로부터 소명을 듣는 절차다. 자사고의 지정취소는 청문을 거친 후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으면 확정된다. 

교육청의 비공개 방침을 놓고 재지정평가에 대한 공정성 논란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지정취소 결정을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산고가 청문과정에서 재지정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할 것으로 예측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산고 한 관계자는 “청문과정을 통해 이번 평가에 대한 불합리성, 부적법성을 적극적으로 지적하면서 성실한 자세로 충분한 소명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었다. 

청문의 공개는 상산고가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다. 행정절차법 30조에 따르면 청문은 당사자가 신청하거나 주재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언론 등을 통해 평가의 공정성을 비판하는 내용이 즉각적으로 공개될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교육청이 비공개 방침을 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장소가 좁다는 것은 청문을 공개할 수 없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장소를 옮겨 청문을 하는 게 그렇게 곤란하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산고 관계자는 청문을 통해 재지정평가의 불합리한 점을 상세하게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그럼에도 비공개 방침을 고수한다면 ‘깜깜이’ 논란을 더욱 키울 뿐이다. 평가의 공정성에 확신이 있다면 청문을 공개하는 것이 신뢰를 얻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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