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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대입개편] '교육특구부활 사교육확대의 신호' 당국발 현장지형 변화

기사승인 2019.06.17  18: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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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서울대가 2022대입에서 정시를 30%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정부 주도로 밀어붙여진 정시30% 확대가 대입전체 판도는 물론 현장지형까지 바꿀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대가 10년만에 정시 비율을 30% 이상까지 확대했고 2021에서 30%를 넘기지 않았던 고려대(18.4%) 중앙대(26.6%) 경희대(25.5%) 숙명여대(25.7%) 역시 2022 정시 30%확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시 비중이 30%를 넘기지 않는 한 사립대학 입학 관계자는 “고교기여대학사업과도 연계돼있다보니 모든 대학이 30%선을 맞추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 우리 대학 역시 2022에서 정시30%를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시 30%확대는 대입의 판도를 새롭게 재편하면서 교육현장 전반을 뒤흔들 전망이다. 학종 중심의 수시확대를 통해 확산되던 고교 현장의 변화가 다시 문제풀이 중심의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된다. 특히 정시에서 두드러지던 교육특구/재수 강세가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최근 입학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정시에서 교육특구 쏠림 현상과 재수생 확대세가 드러나기도 했다. 정시 비중이 더 확대될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교육특구/N수생의 강세는 상대적으로 지방 일반고가 불리해질 것이라는 우려로 귀결된다. 서울대의 경우 학종이 도입된 이후 소외지역 일반고 합격생이 늘어나는 등 일부 학교의 독식체제가 깨지는 추세였지만, 또다시 방향이 급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2019수시에서는 최근 3년간 합격생이 없었던 경북 의성군, 전남 구례군, 충남 태안군에서 서울대 합격자가 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현장에 던진 교육정책의 방향성과 신호다. 교육당국이 나서서 교육격차를 키우고 교육특구 부활의 신호를 던졌다는 게 교육계의 가장 큰 우려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의 방향성이다. 대입 정시 확대는 30%라는 숫자로 보면 적어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수시이월인원과 아직 결론 나지 않은 정원내외에 대한 기준까지 고려하면 50%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학종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서울 강북과 지방 일반고의 기세가 꺾이면서 교육격차가 심화된다는 문제는 불가피하다. 더 심각한 점은 교육부의 전반적 정책이 시장에 주는 신호다. 대입에서 수능을 늘리는 대신 학종을 줄이고 특기자까지 축소시켰다.  자사고는 재지정평가를 통해 압박하고 있다. 결국 사교육 영향력이 강한 강남8학군 일반고로 움직이라는 신호를 교육정책이 던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라고 진단했다.  교육당국이 나서서 교육격차를 확대하고 강남8학군으로 움직이라는, 결국 사교육 확대의 신호를 던졌다는 얘기다.    

정부 주도로 밀어붙여지고 있는 정시30%선이 대학 전반에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사실상 '강제'나 다름없어 예견됐던 상황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정시30%정책의 방향성, ‘강남 8학군으로 가라?’.. 교육특구 전입 러쉬 이미 시작>
서울대까지 정시30%를 맞추기로 선언한 상황에서 다른 대학들이 정시30%룰을 무시하기는 어려워졌다. 2021에서 일찌감치 정시30%비율을 맞춘 대학은 물론이고, 아직 정시30%에 미치지 못한 대학들 역시 2022대입에서는 30%비율을 넘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시비율이 고교기여대학사업과도 연계된 상황이다보니 이를 무시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다. 대입 전반에서 정시 확대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교육계에서는 ‘정시30% 적용’이 곧 8학군(교육특구)으로 옮겨가라는 사인과 다를 바 없다고 풀이한다. 상위대학 입시에서 정시의 교육특구 강세가 데이터로 증명돼왔기 때문이다. 정시에서의 교육특구 고교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시 선발비중을 확대할 경우 교육특구 출신 합격자 비율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특구 거주는 기본적인 재력과 적극적 사교육 뒷받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정시에서 부모의 재력과 사교육의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해석을 반영하듯 현장은 이미 들썩이는 중이다. 최근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 서울로 전학한 학생 중 교육특구 5곳(강남 노원 서초 송파 양천)에 전입한 경우가 2명 중 1명 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확대가 예고되면서 사교육 지원을 받기 쉬운 교육특구로 쏠리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곽상도(자유한국)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2019년 1,2월 서울 초등학교 1학년(2012년생) 전입/전출현황’을 살펴본 결과 교육특구로 불리는 강남 노원 서초 송파 양천에 전입한 경우가 총 2203명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내에서 이동했거나 타시도에서 서울로 전입한 전체 숫자가 4939명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톱5 역시 교육특구가 휩쓸었다. 송파(787명) 강남(468명) 양천(362명) 서초(323명) 노원(263명) 순이었다. 특히 송파 전입자가 많았던 데는 최근 9510가구 규모의 ‘헬리오시티’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세값이 하락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강남3구’로 불리는 강남 서초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았기 때문이다. 송파의 경우 지역구 내에서 이동한 경우도 337명으로 전 지역구 중 가장 많았다. 한 교육 전문가는 “송파 내에서도 강남/서초와 상대적으로 먼 동쪽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대치동 등 사교육 밀집지역으로 다니기 쉬운 서쪽 지역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타 지역구에서 송파로 이동한 경우는 243명, 타 시도에서 전입한 경우는 207명으로, 전 지역구 중 유일하게 각 200명을 넘어섰다.

<서울대 정시 확대 시뮬레이션.. 강남3구 특목고 졸업생 ‘유리’>
지난해 서울대가 정시 확대에 따라 나타날 변화상을 예측해 본 결과 역시 강남3구, 특목고, 졸업생(N수생)이 유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도출됐다. 2020 전형계획이 공개될 무렵 교육부 차관이 정시확대를 대학에 주문하면서 논란이 된 때, 서울대가 교육부에 제출한 ‘정시모집 확대(안) 검토 결과’다. 2018정시 일반전형에 지원한 수험생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정시가 확대될 경우 강남3구가 큰 이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정시에서 일반전형으로 입학한 강남3구 출신은 169명이다. 서울대는 정시를 40%로 늘릴 경우 강남3구 출신은 254명, 50%로 늘릴 경우 31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특히 강남3구의 세화고 중동고 휘문고의 정시 합격자는 실제 54명에서 101명까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특목고와 일반고를 비교한 내용도 있었다. 정시를 확대할 경우 서울대 실적을 배출한 일반고가 크게 줄어든다는 예측이다. 2018수시 일반전형을 통해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일반고는 305개교, 특목고는 78개교였다. 정시를 40%로 늘리면 일반고는 227개교로 줄어드는 반면, 특목고는 74개교로 유사한 수준이었다. 정시를 50%까지 늘릴 경우 일반고는 171개교로 크게 줄어들지만 특목고는 71개교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자율고와 비교한 내용도 있었지만 자공고와 자사고를 같은 유형으로 비교한 탓에 유의미한 결과는 없었다. 

<서울대 등록자 추이.. 정시 등록자 중 교육특구 출신 비율 상승세>
2007~2018년 서울지역 고교의 서울대 등록자 현황을 살펴본 결과 정시의 교육특구 쏠림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등록자 중 교육특구 출신이 차지한 비율은 매년 상승세를 기록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제공한 2007~2018학년 서울 소재 고교 서울대 최종 합격자(최종 등록자 기준) 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정시 비중이 절반을 넘기고, 수시는 특기자(논술) 선발을 실시하던 2007학년을 시작으로 수시 전 전형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2012학년, 학종이 본격 도입된 2014학년, 가장 최근인 2018학년을 기준으로 구분해보면 2007학년 정시 등록자의 54.5%를 차지했던 교육특구 비율은, 2012학년 57.7%, 2014학년 61%, 2018학년 63.8%로 꾸준히 늘었다. 

정시의 영향력이 크다보니, 정시 선발비중이 높아질수록 전체 등록자에서 교육특구 쏠림현상도 커졌다. 수시/정시 합산 전체 등록자 기준으로 살펴보면, 교육특구 등록자 비율은 2007년 42.3%에서 2012년 43.2%로 소폭 확대됐다가 2014년 39.5%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2012년 서울대 수시 선발 비중이 60.8%에서 2014년 82.6%로 대폭 확대되면서 정시 비중이 줄어든 것과 영향 있다는 분석이다. 2014년 대폭 확대됐던 수시 비중이 2018년 78.5%로 다시 줄어들면서 교육특구 등록자 비율 역시 42.2%로 확대된 특징이다. 

2월 발간된 교육감협의회의 대입제도개선연구단 1차 연구보고서도 역시 교육특구 쏠림 현상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거대한 사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강남과 목동 지역의 2016~2018학년 서울대 정시 입학생 수는 서울 전체의 59.67%에 달한다”며 “2016~2018학년 서울대 정시 입학생 전체(전국)의 24.58%, 즉 서울대 정시 입학생 4명 중 1명이 강남 또는 목동 출신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용산구의 경우 2017대입에서 단 한 명의 정시 입학생도 배출하지 못했다. 

<재학생보다 N수생이 유리한 정시>
반복학습이 유리한 정시의 특성상 N수생의 강세도 뚜렷했다.  최근 3년간 고려대 연세대의 입학생 현황을 살펴본 결과, 정시 입학생 중 N수생 비중이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재학생보다 N수생이 더 많았던데다 2018학년에는 N수생 비중이 고대 64.4%, 연대 58.3%로, 10명 중 6명 꼴에 달했다. N수생 수능 응시자가 현역 재학생의 3분의1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재수는 상대적으로 비용 문제에서 자유로운 환경에서 택하기 쉬운 선택지인 만큼 부모의 경제력과도 연관이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재수를 위해서는 학원비, 교재비, 인터넷 강의 수강료 등 연 2000만원 가량, 기숙학원일 경우 3000만원까지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력이 재수여부를 가늠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시에서 재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재수생을 양산하는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재수생 양산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정시 실적이 교육특구 중심으로 쏠리는 현상과도 연관 깊다”고 분석했다. 

베리타스알파가 단독 입수한 ‘2016~2018학년 고려대 연세대 정시 입학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고대 연대 정시 입학생 중 N수생 비율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대의 경우 N수생 비율이 2016학년 50%에서 2017학년 55.1%, 2018학년 58.3%로 꾸준히 상승해 60%에 육박했다. 고대는 N수생 강세가 더 뚜렷했다. 2016학년 50.8%에서 2017학년 53.1%로 소폭 상승했다가 2018학년 64.4%로 뛰어올랐다. 2018학년은 고대가 정시 비중을 대폭 줄여 입시 지형에 큰 변화를 준 해다. 반복학습이 유리한 수능 특성상 상위권 N수생 비중이 그만큼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N수생 확대 양상은 서울대 입시에서도 드러난다. 서울대가 1월 발표한 ‘2019 서울대 정시모집 선발결과’에 따르면 서울대 정시 합격자 중 N수생 합격 비중은 55.4%로 2017학년 이후 2년 연속 확대 추세였다. 2017학년 46.4%(451명), 2018학년 55%(477명), 2019학년 55.4%(504명) 순의 증가세다. 2019학년 수치는 서울대가 졸업연도별 현황을 공개한 2014학년 이래 최고 수치다. 일명 ‘SKY'로 불리며 국내 최고 선호대학으로 군림하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현역‘정시로 입학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웠던 셈이다. 

<고소득층일수록 정시 선호도 높아>
교육특구/N수생이 정시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방증이라도 하듯 지난해 고소득층의 수능 선호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2018교육여론조사' 내 ‘대입에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할 항목’ 조사에서 고소득층의 경우 ‘수능성적’을 선택하는 현상이 뚜렷했다. 대입전형 반영요소 조사는 △수능성적 △특기적성 △인성봉사 △내신성적 등의 항목으로 구성됐다.

월 소득 600만원 이상의 응답자는 △수능성적 38.2% △특기적성 21.0% △인성봉사 20.5% 순의 선택비율이었다. 수능성적 선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모습이다. 전년 수치와 비교해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2017조사결과에서는 △수능성적 29.7% △특기적성 22.9% △인성봉사 22.4%의 선택비율을 보였다. 

반면 400만원 미만 그룹군의 경우엔 특기적성 선택 비중이 더 높았다. 월 소득 200~400만원 미만은 △특기적성 30.4% △인성봉사 23.9% △수능성적 23.6%,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은 △특기적성 28.6% △수능성적 24.9% △인성봉사 23.0% 순의 선택 비율이었다. 

교육전문가들은 학종이 고소득층의 대입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현재의 '오해'를 증명하는 조사결과라고 분석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능 위주 입시가 사교육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고소득군 수험생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조사결과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학종이 학부모 경제력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오해로 인해 정시 확대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학종은 학생부/자소서/면접을 통해 꿈과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한 학생을 선별하는 전형이기 때문에, 사교육을 통해 준비한 학생들의 획일화된 유형을 구별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기적성에 무게를 둔, 소득군이 낮은 그룹의 학생과 지방 수험생들이 학종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사실 금수저에게는 모든 전형이 유리하다. 마치 학종만 금수저전형이라는 비난은 교육특구와 사교육측이 수능 확대를 위해 만들어낸 구실에 불과하다. 교육특구나 사교육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수능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학종중심의 수시체제 입장에서 보면 대입을 왜곡시키는 의대실적이나 정시실적은 대부분 사교육을 중심으로 한 교육특구 중심인 점을 봐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적 측면 고려해야.. ‘공정성’의 함정>
특정 계층의 유불리를 떠나 교육적 측면에서도 수능의 줄세우기가 바람직하느냐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객관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획일적인 선발방식과 지나친 점수경쟁 등의 문제를 덮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수험생의 개별적인 특성은 무시하고 단 1회의 시험으로 석차를 나눠 진학대학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천편일률적인 전형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한국의 수능시험과 유사한 미국의 SAT는 오히려 정량평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역경점수를 도입하는 상황이다. 역경점수는 학업역량 이외에 지역, 가정, 고교환경 등을 수치화한 점수다. 대학 입학처에 지원자의 SAT성적과 함께 출신고교와 지역환경에 대한 정보를 기준에 따라 환산한 역경점수까지 같이 제공되는 방식이다. 한국의 정시는 이 같은 보완책 없이 반대로 정량평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회귀한다는 지적이다. 

‘공정성’의 개념을 두고 논쟁도 여전하다. ‘공정하다’는 정의를 어떤 관점에서 내리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열린 제4차 대입정책포럼에서도 공정성의 의미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김평원 인천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저마다 대입제도는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입시에서 무엇이 공정한 것인가를 정의하기도 쉽지 않고, 대입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담론을 단일선상의 인과관계로 명확히 정리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입 전형의 공정성을 각자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판단할 뿐이고, 교사들의 생각도 진학지도 경력과 교육철학에 따라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사교육 기관들도 자신들에게 특화된 대입 전형은 공정한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불공정한 것이라고 치부하기 쉽다”고도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전형방법이 단순한 것이 공정하다’는 입장과 ‘다양한 것이 공정하다’는 입장이 대립한다고 짚었다. 수능에 찬성하는 집단의 경우 전형방법이 단순해서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수능을 비판하는 경우 전형 방법이 획일화되어 불공정하다고 보는 식이다. 즉 동일한 전형을 두고도 ‘단순한 것’으로 보느냐, ‘획일적인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갈리는 것이다. 

또 다른 발제자로 참여한 안성환 대진고 교사 역시 ‘공정성’의 개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공정성’이란 ‘나한테 유리하면 공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하고 싶다”며 “자신의 입장에서만 공정성을 외칠 것이 아니라 정책 결정을 위한 과정에서는 각자의 이익여부에 관계없이 학생을 교육한다는 입장을 중심으로 어른으로서의 성숙함과 더 나은 선택을 위한 합리적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서 말하는 ‘수능의 공정성’은 ‘신뢰도’와 ‘타당도’ 중 신뢰도만을 강조하는 경우라고 분석했다. 안 교사는 “예를 들어 양궁선수가 과녁에 화살 세 발을 쐈다고 가정했을 때, 세발 모두가 거의 동일 지점에 꽂혔다는 것은 신뢰도가 높다는 의미다. 반복해서 발사된 화살이 거의 오차 없이 비슷한 지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화살 세발이 과녁의 만점지역이 아닌 0점에 해당하는 지점에 다 들어간 것이라면 신뢰도는 높지만 타당도는 낮다고 봐야한다”며 신뢰도만을 강조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시는 오히려 대학 입장에서는 ‘성적순’으로 뽑을 수 있는 단순/명료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입장에서 정시 확대를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는 수시에 비해 정시 입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대학에 대한 ‘충성도’가 낮기 때문이다. 적성보다는 성적에 맞춰 대학에 들어오다보니, 반수 등을 통해 타 선호대학 또는 의대로 빠져나가는 정도가 다른 전형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17년 서울10개사립대(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의 2015~2016 입학생 중도탈락률을 전형별로 분석한 결과 수능위주전형(정시)의 중도탈락률이 6%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학생부교과(3.1%) 학생부종합(2.5%) 논술(1.9%) 특기자(1.9%) 순이었다. 

<기여대학사업 연계.. ‘권고’ 아닌 ‘강제’>
교육부의 정시30% 권고안이 사실상 권고안이 아닌 강제사항인 이유는 전형비중을 고교교육기여대학사업(이하 기여대학사업)과 연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기여대학사업은 각 대학이 수주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핵심 지원사업으로, 대학입장에서는 결코 무시하기 어렵다. 기여대학사업 지원금을 포기하고 소신대로 입시 틀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설사 지원금을 포기할 수 있다 하더라도 독자행동에 나설 경우 교육부에 ‘미운털’이 박힐까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최근 고대가 2021전형계획에서 정시 대신 교과를 30%수준으로 확대한 것을 두고 교육부 당국자가 직접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고대를 기여대학사업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교육부 송근현 대입정책과장은 '2022대입개편' 방안 발표에 포함됐던 정시30%확대의 예외조항, 즉 ‘(수능위주전형 30%이상 확대에서)교과전형을 30% 이상 모집하고 있는 대학은 자율’로 한다는 문구가 ‘지방대’에만 해당된 사항이란 설명을 내놓았다. 돌연 수도권대학은 어떤 예외없이 ‘정시확대’만 가능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교육부의 ‘협박’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즉각 터져나왔다. 32개 교육단체와 시민단체가 모인 ‘학교교육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이하 교육혁신연대)는 교육부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당간섭에 대해 규탄하는 성명을 5월 발표하기도 했다. 교육혁신연대는 고대 입학전형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간섭 할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대학의 자율성 측면에서 부당하다는 것이다. “대학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신입생 선발방법을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는데도, 교육부 핵심인사가 ‘고려대에게 재정지원 연계를 중단하겠다’는 위협을 하면서 수능위주전형을 30%이상 확대하라고 한 것은 실정법을 교육부가 어기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당간섭을 중지하고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하며, 미래교육에 대비하는 일에 더 힘을 쏟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사업비를 인질로 삼아 대학에 압력을 넣는다는 점도 문제지만 기존 사업의 방향성을 정반대로 돌렸다는 점에서도 현장의 비난이 만만치 않다. 기여대학사업은 그간 고교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학종 확대를 강조해온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수능 성적 중심의 대입제도로 인해 지식암기 위주인 고교교육을 개선하고 학생들의 창의적/융합적인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바꾸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실제로 교육부가 이전에 제시했던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학생부를 활용한 전형의 비율, 학생부를 평가하기 위한 인력의 안정성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학종’을 얼마나 많이 운영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한 지표다. 실제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수능위주전형을 축소하고 학종 비율을 늘리면서 고교교육정상화에 기여한 측면이 컸다고 평가받아왔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8월 2022대입개편 직후 좋은교사운동본부는 “문제풀이식 수업과 점수로 한줄 세우는 정시확대가 어떤 부분에서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있는지 밝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똑같은 이름의 재정지원사업으로 수시를 늘렸다가, 다시 정시를 늘리는데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부정과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정시가 어떤 부분에서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지 밝히지 못하면 기여대학사업 예산을 활용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기여대학사업 예산은 취지에 맞게 고교교육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한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교교육 정상화는 교육과정 목적에 맞게 다양한 수업이 진행되고 수업을 통해 일어난 배움과 성장이 평가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좋은교사본부는 “기여대학사업 지원대학을 선정하기 위한 평가지표로 전형방법 간소화, 대입전형 사전예고, 학교교육 중심의 전형 운영, 고른기회 입학전형 확대 노력, 대학별고사의 적절한 운영 등이 활용됐다. 즉 이 사업은 고교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이 입시로 인해 왜곡/파행되는 것을 막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예산이다. 고교교육 왜곡에 영향을 미치는 입시요인을 줄이고 정상적인 고교생활에 중점을 둔 입시전형을 늘리는 대학에 지원하던 예산”이라고 말했다. 

 

권수진 기자 ksj@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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