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으로 '정시 확대'나선 한국..'교육격차 심화 앞장선 교육부'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미국 대입에서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학업을 지속한 학생들에게 가산점이 부여된다. 한국의 수능시험과 비슷한 미국 대학입학시험 SAT를 주관하는 대학위원회가 ‘역경점수’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역경점수는 학업역량 이외에 지역, 가정, 고교환경 등을 수치화한 점수다. 대학 입학처에 지원자의 SAT성적과 함께 출신고교와 지역환경에 대한 정보를 기준에 따라 환산한 역경점수까지 같이 제공되는 방식이다. 실제 평가에 활용할지는 대학이 결정한다. 대학위원회는 지난해 예일대를 포함한 50개대학에서 시범적으로 역경점수를 적용했다. 올 가을부터 150개교 이상까지 늘린 후 2021년까지 폭넓게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역경점수'는 대입에서 소득, 환경 및 교육에서 발생하는 학생간 차이를 줄이기 위한 제도다. 반면 국내에선 교육당국이 대학들에게 수능위주인 정시 확대를 주문한 상황이다. 현장에선 곧바로 사교육을 통해 강력하게 떠받쳐온 교육특구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격차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힘을 받는다. 한 교육전문가는 "SAT와 같은 일률적인 평가로 어려운 환경에서 출발한 학생들의 잠재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 대학가의 분위기로 보인다. 최근 입시부정 등으로 일부에서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역경점수'는 충분히 사회적 약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의 경우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정부가 앞장서서 대학들의 정시확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의 경우 국내에선 사교육의 영향력이 막강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정시확대는 사교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특구 출신이나 고소득 계층이 유리해지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대는 정시가 확대될 경우 입학생 가운데 강남3구 출신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진보정권의 문재인정부가 오히려 교육특구를 옹호하고 나서서 결국 교육격차를 심화시키는데 앞장 섰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미국 대입에서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학업을 지속한 학생들에게 가산점이 부여된다. 한국의 수능시험과 비슷한 미국 대학입학시험 SAT를 주관하는 대학위원회가 ‘역경점수’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역경점수는 학업역량 이외에 지역, 가정, 고교환경 등을 수치화한 점수다. /사진=미국 대학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지원자 환경 고려’ 역경점수.. ‘통계자료 기반’ 31개항목>
역경점수는 상대적으로 학업성취수준이 낮더라도 낮은소득 등 불리한 환경과 상관관계가 높다고 여겨지는 요소들을 극복한 학생들을 찾기 위해 도입됐다. 대학은 입학전형과정에서 지원자의 SAT성적, 출신고교에 대한 정보, 지역/고교환경의 맥락적 데이터 등을 함께 제공받게 된다. 지원자가 거주하는 지역과 출신 고교의 환경에 대한 통계자료를 토대로 산출된 표준화된 백분율이 역경점수다. 수험생이 처한 상황에 대한 객관화된 형태의 점수인 셈이다.

역경점수는 크게 학생의 지역환경과 고교환경으로 구분한 31가지 정보를 포함한다. 모든 요인은 학생과 그 동급생들의 환경을 추적한 미국 인구조사국의 ‘지역사회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기초한다. 어떤 요인도 개별 학생의 정보를 직접 반영하지 않고, 인종이나 민족과 관련된 부분도 없다. 지역환경은 지원자의 거주지 혹은 이웃과 관련된 통계를 활용하고 고교환경은 출신학교를 토대로 평가하는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구성된 항목을 거의 동일하다. 중위가구소득, 빈곤가구비율, 편부모가구의 비율, 공실률, 고졸/대졸 미만 학력 성인의 비율, 농업계열 직종 비율, 실업률, 범죄율 등이다. 지역환경만 고려할 경우 빈민지역에 거주하는 중산층 이상 계층에게 유리해질 수 있지만 이들이 자녀를 저소득층이 다수인 지역학교로 보내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고교환경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모든 요소를 합해 1에서 100까지의 척도로 역경점수가 환산된다. WSJ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50점이 ‘평균’으로 간주된다. 학생이 50점 이상을 받을 경우 어려운 환경을 이겨냈다는 평가를 받고, 50점 미만일 경우 상대적으로 특권을 가진 유복한 계층으로 구분된다. 평가된 점수는 대학에만 공지되고 학생을 알 수 없다. 역경점수는 지원자의 SAT성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신 입학처에 지원자의 SAT성적과 함께 제공해 평가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 역경점수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해서는 대학이 결정한다. 대학은 역경점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역경점수 외에도 입학담당관이 확인할 수 있는 고등학교에 관한 정보는 상급반의 규모, 무료/저가 급식 대상 학생의 비율, 도심지역 여부, AP 수업 기회 등에 대한 자료들이다. 학생의 SAT성적도 제공된다. SAT는 언어와 수학 영역으로 나눠 평가하는 표준화된 미국의 대학입학시험이다. 수능과 달리 SAT에선 에세이 작성능력도 평가한다. 수학과 언어 각 영역 800점이 배점되므로 총점은 1600점 만점이다. 에세이는 8점이 만점으로 평가된다. 

<'잠재력 발견' 긍정여론 확산.. '정량평가 보완 시도'>
역경점수는 그동안 SAT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학생의 어려움이나 곤경을 점수로 인정하려는 시도라고 WSJ는 분석했다. 대학위원회는 오래 전부터 소득불평등이 SAT성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해왔다. 여러 차례 평가결과를 분석한 결과 고학력, 고소득 부모를 가진 수험생들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인 학생들의 SAT성적은 흑인에 비해 177점, 히스패닉계 보단 133점이 높았다. 상대적으로 가정환경이 부유한 경우가 다수인 아시아계 학생들은 백인보다도 100점 더 높은 평균점수를 나타냈다. 

대학위원회의 데이비드 콜먼 위원장은 “SAT성적 낮더라도 더 많은 성취를 이룬 학생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며 “부의 불평등이 SAT성적에 반영되는 것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역경점수를 도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예일대는 역경점수를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학 가운데 한 곳이다. 최근 몇 년간 사회경제적 다양성을 높이며 저소득층 학생의 수를 거의 두 배 늘렸다. 예일대 입학처장 예레미아 퀸란은 “역경점수는 우리가 지원자를 평가하는 모든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동안 다양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에 상당히 기여해왔다”고 말했다.

반면 역경점수가 또 다른 역차별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평가결과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하버드대 역시 입학지원자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에겐 리더십과 호감도와 같은 정성평가 항목에서 다른 학생들에 비해 낮은 등급을 부여했다는 이유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평균적으로 SAT성적이 높았던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해왔다는 의혹에 휩싸였지만 현재 하버드대는 증거가 없다며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아직 법원으로부터 최종적인 판결은 내려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미국의 전문가들은 역경점수 도입에 대해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부 평가지표가 불완전할 수 있지만 정량평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시도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스탠포드대 숀 리어돈 교수는 “당신이 가난한 지역에 살고 있는 고학력, 고소득층 가정일 경우 역경점수는 당신이 직면하고 있는 불이익을 과장할 수도 있다. 이처럼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평가기준이 완벽한지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이전까지 대학들이 취해왔던 방법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 고려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역경점수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교육특구 강화’ 정시확대.. ‘부모 경제력 영향 커져’>
반면 국내의 경우 미국과는 정반대의 기조로 대입지형이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당국이 나서서 미국의 SAT 격인 수능의 비중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년부터는 대학들의 예산지원과 직결되는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에도 정시확대 항목이 평가에 반영된다. 현장에선 정시확대가 결국 사교육의 강력한 지원으로 뒷받침되는 교육특구를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시의 문호가 넓어진다면 재수나 N수를 결심하는 학생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교육특구 진입이나 재수 모두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는 만큼 정부가 정시확대에 따른 문제를 방관한 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특히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국내여건에선 결국 부모의 소득수준이 높은 수험생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능은 사교육 투자가 많은 교육특구가 유리한 전형이다. 최근 10년간 서울지역 고교의 서울대 등록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시가 확대됐던 시기에 교육특구 출신들의 비율이 늘었다. 정시비중이 절반을 넘겼던 2007학년의 경우 교육특구 출신이 등록자의 42.3%를 차지했다. 반면 수시비중이 82.6%로 대폭 늘어난 2014학년엔 39.5%로 줄었다”며 “정시가 확대될 경우 결국 사교육의 충분한 지원이 가능한 교육특구의 강세로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역경점수’를 도입해 변화를 꾀하는 미국과 달리 문재인 정부의 ‘정시확대’는 교육에 있어 부의 대물림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미 서울 내에서도 교육특구 쏠림현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 서울로 전학한 학생 중 2명 중 1명 꼴로 강남구 노원구 서초구 송파구 양천구 등 교육특구 5곳으로 향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울 내에서 이동한 경우도 포함한 수치다. 곽상도(자유한국)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2019년 1,2월 서울 초등학교 1학년(2012년생) 전입/전출현황’에 따르면 집계된 전체 4939명 가운데 2203명이 교육특구에 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787명) 강남(468명) 양천(362명) 서초(323명) 노원(263명) 순이었다. 가장 전입자가 많았던 송파 내에서도 강남/서초와 상대적으로 먼 동쪽 지역에 비해 대치동 등 사교육 밀집지역으로 다니기 쉬운 서쪽 지역으로 학부모들이 이동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시가 사교육과 부모의 재력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점은 재수생과 N수생의 입학비율에서도 드러난다. 고교 졸업후에도 수능을 대비하기 위해 수험생들이 대부분 사교육을 찾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시 입학생 중 N수생 비중은 연세대의 경우 2016학년 50%에서 2017학년 55.1%, 2018학년 58.3%로 꾸준히 상승해 60%에 육박했다. 고려대 역시 2016학년 50.8%에서 2017학년 53.1%로 소폭 상승했다가 2018학년 64.4%로 뛰어올랐다. 고려대가 정시비중을 대폭 줄인 2018학년은 반복학습이 유리한 수능 특성상 상위권 N수생 비중이 그만큼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재수는 부모의 경제력과 연관이 있다. 정시 등록생 중 재수생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재수생이 양산됐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고소득 계층 ‘수능선호’.. ‘소득 600만원 이상’ 38.2%>
실제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에서 수능선호가 두드러지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일각에선 학종을 ‘금수저 전형’으로 몰아붙이지만 실상은 오히려 고소득 계층에서 정시확대를 지지하는 셈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2월 ‘2018교육여론조사’를 통해 소득계층별로 ‘대입에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할 항목’에 대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대입전형 반영요소 조사는 수능성적 내신성적 특기적성 인성/봉사활동 글쓰기/논술 면접 동아리활동 수상실적 등이 항목으로 제시됐다. 

가장 소득이 높은 계층으로 구분된 월 소득 600만원 이상의 응답자 가운데 38.2%가 1순위로 수능성적을 꼽았다. 뒤를 이어 특기적성 21%, 인성/봉사활동 20.5% 순이었다. 한 단계 아래 소득군인 월 소득 400-600만원 미만에서도 수능성적은 29.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으로 분류된 응답자들 사이에선 조사결과가 달랐다. 월 소득 200-400만원 미만에선 수능성적을 선택한 응답자의 비중이 가장 적었다. 특기적성 30.4%, 인성/봉사활동 23.9%, 수능성적 23.6% 순이었다.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인 응답자들의 경우 특기적성 28.6%, 수능성적 24.9%, 인성/봉사활동 23.0%의 결과를 보였다.

특기적성은 사실상 학종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다. 따라서 고소득 계층이 수능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은 학종의 확대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능 위주 입시가 사교육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고소득군 수험생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조사결과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반면 학종은 학생부 자소서 면접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사교육을 통해 준비한 학생들의 획일화된 유형을 구별해낼 수 있는 편이다. 특기적성에 무게를 둔, 소득군이 낮은 그룹의 학생과 지방 수험생들이 학종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의 정시확대 정책 역시 고소득층의 여론을 반영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실제로 정부의 정책변화로 당장 대입기조를 바꿔야 하는 고려대 서울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은 강남권 교육특구의 선호대학이다. 그럼에도 이들 대학이 그간 수시 학종확대를 해온 데 대한 반감이 특구 내 교육소비자들 사이에서 생기면서 정부의 공론화 과정에서부터 상당부분 압력이 가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난은 결국 수능 확대를 원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만들어낸 구실에 불과하다. 교육특구나 사교육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수능의 선호도가 높을수 밖에 없다. 단적으로 정시비중이 상당한 의대실적이 사교육을 중심으로 한 교육특구 중심인 점을 봐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교육 키우는’ 수능.. ‘정량평가 한계 인식해야’>
일각에서 정시확대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엔 가장 ‘공정한 평가방식’이라는 믿음이 자리한다. 수험생이 취득한 점수를 통해 줄을 세우고 순위에 따라 대학에 입학하는 구조를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국가 주도 객관식 시험인 만큼 학업역량 측정에 탁월하고 결과에 대해서도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역경점수’의 찬반 유무와 상관없이 SAT의 공정성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는 미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물론 국내에서도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수능의 사교육 유발효과를 지적하고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 등의 영향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일방적인 반발로 건설적인 논의보단 소모적인 논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수능은 국가가 출제에서부터 시행과 관리는 물론 채점까지 일체를 관장한다는 점에서 객관성이 높은 편이다. 특별한 전형대비 없이 기출문제 풀이 등의 학습을 통해 준비할 수 있는 만큼 과거에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역전 기회'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능은 ‘공정성’을 담보하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국가에서 제공한 수능점수를 통해 일괄적 선발을 실시할 수밖에 없어 대학의 특색이나 수험생의 전공적합성, 진로에 대한 확고한 의지 등이 무시될 수밖에 없는 획일적인 전형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시험 대비에만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내신 등 학생부를 소홀히 해 고교현장이 황폐화 되는 문제도 제기되어 왔다.

그렇지만 최근 대입의 공정성이 논란이 되면서 수능이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절차를 갖췄다는 점이 주목됐다. 나아가 대입이 교육문제에 그치지 않고 정치/사회적 화두로 자리잡은 한국 교육현실에서 수능위주인 정시가 그나마 군소리 없는 전형이라는 주장이 현실적인 관점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역경점수’가 도입된 이유가 점수에 드러나지 않은 학생의 다른 역량을 반영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생각하면 단순히 수능점수로만 평가하는 방식의 문제점을 떠올리기 어렵지 않다. 한 고교 교사는 “학교교육은 결국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학생들이 가진 역량은 다양하다. 획일적 교육과정과 단순암기 위주 주입식 수업을 반복해 대비할 수 있는 ‘문제풀이형 시험’으로만 평가한다는 것은 하나의 폭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국내에선 평가방식이 정량평가 중심으로 단순해진다면 사교육이 유리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실제로 대형 사교육업체들은 그동안 학생들을 한 강의실에 모아두고 끊임없는 문제풀이식 교육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입시성과를 내며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대입의 결과 역시 부모가 얼마나 사교육 등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지로 판가름나게 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사교육에 대한 투자가 많을수록 정시의 합격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수년간의 데이터가 말한다. 과거에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동아줄로 여겨졌던 정시가 이제는 고액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수험생들은 넘보기조차 어려운 전형이 됐다는 얘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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