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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리그도 감동한 미국 '흙수저'의 땀과 눈물..'세상은 자기 손을 기꺼이 더럽히는 이들이 만든다'

기사승인 2019.05.14  15: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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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YT 선정 대입 자소서 5편..'진솔한 경험과 통찰의 힘'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어려운 경제적 여건에서도 치열한 노력으로 명문대 입학에 성공한 ‘흙수저’ 학생들의 이야기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대표 일간지 뉴욕타임즈 경제팀은 지난 9일 대학진학이 확정된 고교생들의 에세이 가운데 ‘돈, 노동, 사회 계층’과 연관된 주제가 돋보인 다섯 편을 소개했다. 미국에선 대입 지원 시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성적에 드러나지 않는 지원자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의 에세이에선 고된 경험 속에서 얻은 자신만의 통찰과 함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열정과 끈기도 드러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국내의 수험생들은 물론 취업으로 힘겨운 20대 청년들에게도 위로와 힘을 주는 사연들이다.

선정된 다섯 명의 학생들은 모두 저소득층의 자녀였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과 생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빈곤층 가정에서 하버드대에 합격한 빅토리아 오즈왈드는 어려운 환경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삶을 만족할 수 있었던 과정을 담담하게 에세이에 담았다. 멕시코 이민자의 자녀였던 마크 가르시아는 접시닦이로 일하면서도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배관공 소녀’ 켈리 쉴라이즈의 경우 아버지와 함께 배관공사를 하며 깨달았던 특별한 통찰을 소개했다. 홀어머니와 자란 애스트리드 리덴은 어린시절 자신의 힘이 되어준 도서관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전한다. 쓰레기트럭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진 앤디 패트리킨은 청소부로 직접 일한 경험이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는 것에 도움이 됐다고 강조한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억지로 만든 스펙이 아닌 일상 속 진솔한 자신만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에세이가 합격의 비결이었던 것이다.

<‘하버드대 합격’ 빅토리아 오즈왈드.. ‘소박함이 주는 만족’>

극빈층 가정에서 태어난 빅토리아 오즈왈드는 미국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대를 합격했다. 에세이엔 ‘낡고 더러운 식탁’을 소재로 가족이 점차 와해되어 가면서 처했던 어려움이 묘사됐다. 빅토리아는 친할머니 아버지 그리고 두 언니와 살았다. 그녀는 부엌의 갈색 식탁이 자신의 생애 전반기에 있어 가족들의 연결시켰던 중심이었다고 설명했다. 빅토리아는 “내가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정확히 매일 저녁 오후7시에 낡고 더러운 갈색 식탁에 모였다. 다 같이 할머니가 차린 식사를 먹었기 때문이다. 가족 식사에서 나는 재미로 아빠와 논쟁하곤 했다. 때로는 언니들이 싸우거나 농담을 하는 것에 집중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몇 년 후 빅토리아가 8세였을 때 큰 언니가 집을 떠났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함께 언니와 할머니의 갈등이 심했기 때문이다. 3년 뒤엔 할머니가 소세포폐암 진단을 받으면서 둘째 언니도 점차 가정에서 멀어졌다. 할머니마저 암에 걸린지 1년 반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빅토리아는 “아빠와 나는 모든 소비를 줄였다. 우리는 케이블 전화 인터넷을 모두 제거했다. 기름이나 물 등도 더 적게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음식을 낭비하지 않으려고도 했다. 아버지가 사용하던 미니벤 역시 유지가 어렵고 고장도 빈번해 없앴다. 지루하고 힘든 나날이었지만 우리는 헤처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빅토리아는 가정의 어려움 속에서 소박한 것들의 소중함을 배웠다고 전했다. 에세이의 마지막 부분에서 빅토리아는 “나는 Wi-Fi가 설치된 점을 제외하곤 여전히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낡고 더러운 갈색 식탁도 그대로 있다. 우리는 더 이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함께 식사하지 않지만 소파나 작은 탁자 등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빠와 대화를 나누곤 한다. 물론 이전에 가족이 모두 함께 저녁식사를 했던 것과는 같진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아빠와 함께하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매일 오후7시 조명이 꺼진 어두운 부엌에 낡은 갈색 식탁과 두 개의 빈 의자가 있는 것에 만족한다”며 마무리했다.

<‘이민자 3세’ 마크 가르시아.. ‘변화를 만든 자기확신’>
웨스트LA 칼리지 합격한 마크 가르시아는 14세 때 LA부촌의 고급 일식당에서 설거지를 했던 기억에서부터 에세이를 풀어나갔다. 멕시코 이민 3세로였던 마크에게 저소득의 굴레와 불우한 가정환경은 벗어나기 어려운 난관으로 여겨졌다. 마크는 “설거지를 하던 중에 깨진 접시는 내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싸우던 걱정 중 하나였다. 다음날 치러야 하는 미국사 AP 시험, 기대보다 낮은 미적분학 성적, 퇴거 통보, 곤경에 처한 남동생뿐 아니라 10여 개의 작지만 압박이 되는 다른 고민들도 있었기 때문이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럼에도 마크는 머리를 비우기 위해 쉬어야 한다거나 시험 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일을 멈추지 않았다. 생계를 위해서는 그만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일을 모두 끝마친 후 틈틈이 공부를 해나갔다. 마크는 “자정이 넘어서야 근무는 마무리될 수 있었다. 나는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노트를 꺼냈다. 나는 술집에서 방금 나왔거나 파티를 마친 다른 승객들의 관심을 받곤 했다. 늦은 밤까지 일하면서 옷에서 악취가 나기도 했고, 한밤중의 버스에서 정열적으로 플래시카드를 넘기며 스스로에게 중얼거렸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마크는 목표만을 생각하며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대학합격의 결실까지 이어진 셈이다. 마크는 “주변의 시선은 나를 전혀 괴롭히지 않았다. 나는 그것들에 익숙해 있었다. 주변사람들은 내가 목표를 성취하는 길의 또 다른 과속방지턱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고, 나는 그 변화를 시작하는 게 나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며 “다행히도 나는 LA에 정착했던 첫 번째 이민자였던 할아버지 세대로부터 받은 헌신과 성장을 위한 내적 동기, 끈기 등을 갖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멕시코 교외의 옥수수밭에서 지켜왔던 집안의 엄격한 노동윤리는 부모를 거쳐 나에게로도 전달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배관공 소녀’ 켈리 쉴라이즈.. ‘배관공사는 세계의 축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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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쉴라이즈는 위스콘신주립대를 합격했다. 대학에 지원하면서 켈리가 냈던 에세이는 아버지를 도와 배관공으로 일했던 자신의 경험이 있는 그대로 담겼다. 배관작업을 하는 다른 동료들도 꺼리는 남성용 중고 청바지를 입고 하수관을 납땜하는 등 거친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켈리는 “배관공사들은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작업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근성과 경건함을 갖고 끊임없이 사투를 벌여야 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까지 그 자세를 이어오고 있다. 나는 배관공의 딸이자 작업 보조담당이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와 함께 5년간 배관 작업을 했던 만큼 구체적인 경험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먼지로 덮인 마스크와 얼룩진 작업복을 입은 채 고된 일에 집중하다 보면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생각과 함께 무력감까지 느껴진다고 밝힌 부분도 있다. 실제로 켈리는 “배관작업을 했던 다른 동료들과 교대를 하게 되면 아빠와 나는 쉽게 다루기 힘들 정도로 큰 공구상자와 튼튼한 톱을 갖고 집으로 들어간다”며 “우리는 종종 호수 전망이 있는 고급 저택의 금도금 된 마스터 욕실에서 작업을 시작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어둡고 곰팡이가 핀 지하실에서 마무리하게 된다”고 자신의 경험을 에세이에 썼다.

특히 배관작업을 하면서 갖게 된 자신만의 삶의 태도에 대한 설명이 눈에 띈다. 켈리는 "우리는 배관이라는 소우주에 혼돈을 일으켰다가 다시 질서를 창조한다"며 "인생은 오물을 받아들이고 그걸 청소하는 일련의 과정임을 배웠다. 세상은 자기 손을 기꺼이 더럽히는 이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썼다. 켈리는 “배관공사는 혼란스러운 세계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때로 내가 작업과정을 경멸하기도 했던 이유다. 그렇지만 배관의 혼란 만큼이나 사소한 가책에 영향 받고 무질서에 쉽게 약해지는 나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며 “배관공으로서 나는 항상 엉망진창에 대처한다. 십대로서 내가 가진 불확실성과 모순은 배관작업의 모든 연장선들보다 훨씬 더 얽혀있지만 나는 그것을 제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생은 배관공사와 마찬가지로 그런 엉망진창을 받아들이고 청소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배관작업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고 전했다.

<‘한부모 가정’ 애스트리드 리덴.. ‘도서관이 열어준 가능성’>
아이비대학 가운데 한 곳인 컬럼비아대에 합격한 애스트리드 리덴은 미네소타주의 시골 도서관에서 사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애스트리드의 에세이는 어린시절과 현재의 자신을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연결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어린 딸을 맡길 곳을 찾지 못했던 홀어머니가 자신을 도서관에 두고 일하러 가면서 도서관과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애스트리드는 회상한다. 애스트리드는 “9살이었던 나는 책을 빌려보고 싶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도서관 카드가 없었고, 대출 연체료가 너무 높아 새로운 책을 빌릴 수 없었다. 간신히 모은 전 재산으로 연체료를 낸 후 ‘어린이를 위한 재테크’라는 책을 빌렸다. 나의 ‘부’ 대부분이 곧바로 도서관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고 에세이에 쓴 대목도 있다.

도서관에서 홀로 지낸 애스트리드는 주로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했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실업이 길어지면서 점차 함께 도서관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애스트리드가 학교 숙제를 하는 동안에도 그녀의 어머니는 도서관 컴퓨터를 통해 구직활동을 이어갔다. 나중에는 애스트리드도 함께 어머니의 직업을 찾아보기도 했다. 애스트리드는 “엄마와 내가 살 곳이 없었을 당시 나는 세계의 열쇠라고 생각했던 도서관 컴퓨터를 몇 시간씩 사용하며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은 우리가 머물렀던 농장에서 약 60km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도서관에 있을 때 항상 안정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어린시절 도서관 카드를 잊어버리곤 했던 애스트리드는 거꾸로 시골 도서관에서 이용자들이 잃어버린 도서관 카드를 찾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애스트리드는 도서관의 아르바이트가 자신의 과거를 잊지 않게 할 뿐 아니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애스트리드는 “엄마가 직장을 구한 이후에도 도서관은 내게 안정감과 편안함의 원천이었다.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내가 받은 것들을 다시 돌려주는 방법을 배웠다. 도서관이 어린시절 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던 것처럼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며 에세이를 마무리한다.

<‘쓰레기트럭 마니아’ 앤디 패트리킨.. ‘열정이 이끈 길’> 앤디 패트리킨의 에세이는 열정이 가득하다. 레들랜즈대에 합격한 앤디는 매사추세츠주 휴양지 채텀시의 쓰레기 청소부다. 에세이의 첫 문단부터 앤디는 “땀과 구정물에 젖고 벌레에 물리기 일쑤지만 이 일을 하는 것이 더없이 행복하다”고 밝힌다. 특히 쓰레기트럭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앤디는 “많은 아이들처럼 나는 쓰레기트럭을 좋아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아이들과 달리 나는 쓰레기트럭에 끝까지 매달렸다. 나는 거의 모든 쓰레기트럭의 제조사 모델 연도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쓰레기트럭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6000명이 넘는 구독자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대학진학을 준비하면서도 앤디는 쓰레기트럭과 관련된 직업경험을 원했다. 미국에선 18세 미만의 학생을 고용하는 운송회사가 거의 없지만 앤디는 끈질기게 찾았다. 마침내 조부모가 거주하는 지역 근처인 동부 해안에 위치한 한 회사를 발견했다. 회사에 채용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여러 차례 보낸 끝에 앤디는 청소부가 될 수 있었다. 앤디는 “다른 친구들에겐 작은 어촌에서 온종일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그리 즐거운 것으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그 일은 가장 큰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 경험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쓰레기트럭에 대한 열정으로 해볼 수 있었던 경험은 앤디가 진로를 결정하는 것에도 도움이 됐다. 앤디는 “쓰레기는 채텀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렌즈였다. 내가 살던 지역의 사람들과 여름방학 기간에 채텀시로 몰린 군중이 비슷한 점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그들이 버렸던 쓰레기를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샌디에고 전역의 다양한 배경을 지녔던 우리들과 달리 채텀시엔 백인과 부유층이 대부분이었다”면서 “나는 대학에서 형법이나 정치학 등을 전공하고 싶다. 내가 어떠한 진로를 나아갈지라도 청소부로 일하며 얻었던 통찰과 경험은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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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람 기자 sooram@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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