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를 여는 교육
박하식 임호순 공저, 글로세움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새책 ‘미래를 여는 교육’은 교육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이다. 공교육계 ‘마이더스의 손’으로 정평이 난 박하식 충남삼성고 교장과 30년간 삼성전자 인사팀에서 사람 가꾸는 일에 힘써오다 충남삼성고 설립을 함께 한 임호순 학교법인 충남삼성학원 상임이사가 함께 썼기 때문이다.

고교다양화정책에 따라 우후죽순처럼 많은 외고 자사고가 생겼지만 신생학교가 판도를 뒤집고 명문으로 올라선 예는 드물다. 고교설립부문에서 ‘마이더스의 손’이 있다면 단연 박하식 교장이 꼽힌다. 대한민국 대표적인 고교인 민사고 출신으로, 민사고 시절 이미 아이비리그 개척의 장본인이라고 평가받은 박 교장은 교감으로 용인외고(현 한국외국어대학부설용인외고, 외대부고) 출범당시 설립운영 대입실적 학부모관리까지 도맡아 당시 외고정상이었던 대원외고를 위협할 만큼 경쟁력을 다졌다. 민사고의 아이비리그 모델을 신생외고에 맞게 조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대교인수이후 이름을 바꾼 경기외고 교장으로 명지외고 시절 꿈도 꾸지 못했던 경기권 최고의 외고로 키웠다. 국내 처음으로 IBDP(국제표준교육과정)를 도입해 지금도 수능의 대체재로 거론되는 IB논술의 국내 유일한 운영학교로 자리잡게 했다. 이후 다시 신생 충남삼성고 교장으로 부임해 자사고이지만 임직원과 지역학생이 많아 학습편차가 큰 학교특징에도 불구하고 광역단위 자사고 정상의 실적을 일구고 있다.

독특한 점은 탁월한 실적이 스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철학의 현장화에 있다는 점이다. 박 교장과 임 이사는 학교교육에 ‘행복’을 방점찍고 다양한 소질과 개성을 지닌 각 학생이 각자의 행복을 느끼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진짜교육’을 현장에 자리잡게 했다. 학생뿐 아니라 교직원을 아우르는 부드러운 리더십이 특징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진짜 행복한 교육’을 전파하기 위한 책 발행도 꾸준히 해왔다. 이 책은 이러한 충남삼성고 교육의 민낯을 교육과 운영 측면을 아우르며 진솔하게 알리고 있다.

충남삼성고는 충남유일의 광역단위 자사고로 천안/아산 지역에서 근무하는 삼성 임직원들의 자녀교육 문제 해소 차원에서 설립됐다. 삼성이 학교 설립에 100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박 교장을 영입하면서 개교 때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2014학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시작해 2017학년에 대입 원년을 맞았고, 2019년 이제 막 이제 3기의 졸업생을 배출한 신생고이다. 교육의 목표를 대학입시를 겨냥한 선발효과보다는 교육효과에 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결과도 나쁘지 않다. 2017년 입시원년에 수시에서 서울대 등록자 9명을 배출하며 이목을 집중시켰고 2018학년 12명, 2019년에 9명이 수시로 합격해 특별한 교육과정을 입증했다.

‘무학년 무계열 선택형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하는 독특한 교육과정은 자연과학 공학 IT 생명과학 국제인문 사회과학 경제경영 예술체육 총 8개 과정으로 짜여 있으며, 자신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이수할 수 있다. 일방적인 수업이 아닌 토론 실험 등의 활동을 기반으로 한 수업방식을 택해 학습의욕을 고취하고 학생 스스로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2021년부터는 IB과정도 개설하여 국제적인 학교로의 면모도 갖추게 될 것이다.

<3강3무의 학교를 만들다>
학교의 모든 분위기는 학교문화로 만들어진다. 기본이 서는 학교, 가장 진정성 있는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충남삼성고는 학교 문화를 3강3무로 정했다. 3강이란 인성이 강한 학교, 적성개발이 강한 학교, 학습지도가 강한 학교를 말하고, 3무는 학교폭력이 없는 학교, 사교육이 없는 학교, 교사들의 행정잡무가 없는 학교를 말한다.

3강의 제1덕목은 인성이다. 건학이념의 제1이 바로 ‘바른 품성’이고, 우리가 세상을 위해서, 이웃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항상 고민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2강은 적성개발이 강한 학교로 적성에 맞는 맞춤형의 진로 교육과 다양성 교육에 힘을 쓰겠다는 것이다. 3강은 학습지도가 강한 학교로 개인의 특성과 진로를 바탕으로 학습지도가 진행된다. 교사의 철저한 책임수업제에 더하여 학생의 자율과 자기주도 학습이 기본이 된다.

3무의 1무는 학생 간 폭력이 없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폭력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입학과 동시에 66일의 용광로 프로그램을 실시함과 동시에 1학년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하였는데 이를 통해 모든 것을 함께 하는 의식이 생기게 된다. 2무는 바로 사교육이 없는 학교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1학년 입학과 동시에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고, 그중 66일 동안은 집에도 갈 수가 없다. 66일 동안에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습관을 바꿔준다. 3무는 교사들의 행정잡무가 없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교사는 수업지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학생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관심을 가진다. 교사의 열정이나 시간을 오로지 학생이나 수업에 둘 수 있다.

<66일 기적의 용광로에 열정을 태우다>
박 교장과 임 이사는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잘 마칠 뿐만 아니라 일생을 살아가면서 기본이 되는 태도와 습관을 갖게 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프로그램이 바로 입학 전 일주일부터 시작하여 66일 동안 좋은 습관 형성을 위하여 합숙하는 프로그램 MSMP(Miracle of Sixty-six days Melting Pot) 즉 66일 기적의 용광로 프로젝트이다.

학생들에게 최적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차단하고, 교육하기 가장 좋은 ‘청정지역화’로 만드는 일이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점 요소는 학생들의 사고방식이나 습관을 바꾸는 것인데 66일 동안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되 핸드폰 소지도 안 되고,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 채팅, 흡연도 절대 불가다. 대신 친구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홀로서기를 선언해야 한다. 학생들의 바른생활습관 기르기를 목표로 기본습관, 학습습관, 생활습관 등 세 가지 영역에서 총 27개의 실천해야 할 과제를 수행한다. 시간지키기, 식사예절, 규칙적인 운동 습관, 인사 잘하기, 고운 말 쓰기, 취침시간 꼭 지키기, 주변 정리 정돈 잘하기, 스스로 학습플래너를 작성하기, 공부하는 습관기르기 등 다양하다.

66일이라는 험난한 MSMP 여정의 막바지에 이르면 학생이나 교사 모두가 고된 일정에 지치고 힘이 다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잘 이겨내고 수료식을 앞둔 자랑스러운 학생들을 격려하고 그간의 고생을 보듬어 주기 위해 세족식을 준비한다. 세족식은 타인의 발을 씻어주는 예식이다. 선생님이 학생의 발을 닦아주며 그간의 노력과 위로의 마음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참된 사제관계가 형성된다. 학생은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과 송구함에서 더욱 더 열심히 학교생활을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동시에 교사는 이 아이들을 제대로 길러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게 된다.

<비욘드 유니버시티, 미래를 가르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세상 어느 학교가 오직 대학의 문턱만을 바라보며 교육을 하고, 학교답지 않은 학교를 원하며, 교육답지 않은 교육을 해야 하는가? “공부만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미래를 가르칩니다!” “실력보다는 인성이 먼저입니다.” “지식보다는 지혜를 가르칩니다.” “진학보다는 진리를 탐구합니다.” 여기에 충남삼성고 학교 교육의 기본 마음이 담겨 있다.

저자들은 아예 “공부를 가르치지 않습니다”로 하고 싶었지만, 오해로 인한 학부모의 반대와 파급효과를 우려하여 조금 부드럽게 표현했다고 할 정도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미래형 인재 만들기에 고심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는 대학 입시를 넘어, 미래 사회에 걸맞은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을 넘어(비욘드 유니버시티)’를 지향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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