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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클리닉] 한의학에서 본 남녀의 차이

기사승인 2019.04.22  0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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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할 때 연필을 잡은 손이 종이에 베이는 환시로 고생하던 여학생이 내원했다. 진료를 해보니 극심한 학업 스트레스가 주원인으로 판단되어 해울환을 처방했다. 만만치 않은 증상이어서 치료에 자신이 없었는데 환약 복용 3일만에 증상이 깨끗하게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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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이 심한 여학생이 한의원을 찾아왔다. 엄마는 “모든 일에 예민하게 반응을 해서 집안이 살얼음판”이란다. 선생님이 심부름을 너무 많이 시킨다. 친구들이 너무 떠들어 공부를 할 수 없다. 배가 아프다 등등 매일 짜증을 부린단다. 스트레스가 꽉 찬 맥이 나와서 역시 해울환을 처방했다. 1주일 후에 전화를 해보니 엄마가 “집안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짜증내는 고3에서 사랑스런 고3으로, 예전의 예쁜 딸로 돌아왔다고 한다. 설사와 변비가 오가는 과민성대장증상도 좋아졌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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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아들을 둔 엄마에게 해울환을 주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고, 대성통곡하고 싶은 기분이 계속되고, 온갖 꿈을 꾸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집중을 할 수 없어 책을 읽기 힘들다”는 증상이었다. 약을 복용한 후 마음이 편해지고 위의 증상이 다 없어졌다. 수축기 혈압이 160까지 올라가서 걱정을 했었는데 혈압도 정상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탁월한 효과를 보는 해울환인데 내가 보기엔 온전한 약이 아니다. 약효에 문제가 있다거나 부작용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양방의 약은 동일한 증상이면 모든 사람에게 처방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울환은 왜 전체 사람의 반에게만 적용이 될까. 여자들에게는 탁효가 있는데 남자들에겐 거의 효과가 없는 이유가 뭘까.

임상 초기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고민도 꽤 했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여자와 남자의 몸이 다르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남자와 여자의 신체구조가 다르고, 호르몬 배출도 다르니 약에 대한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한의학에선 동일한 증상에 다른 처방을 내리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하물며 큰 차이가 있는 남녀에겐 약물반응이 다를 수 있다. 지금에 와서 보면 너무 쉬운 이야기였는데 15년 전에는 나름 고민거리였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긴 바로 사람의 몸은 모두 다르고, 남녀의 병의 양상도 다르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다. 드라마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중년의 남자가 목덜미를 잡으며 쓰러지는 장면이 간혹 나온다. 작가들이 의학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정확히 표현을 한다.

남자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목덜미에 기운이 뭉친다. 한의사들은 기운이 올라가다가 목덜미 즉 대추혈에서 걸린다는 표현을 한다. 남자들이 등이 아닌 배 쪽에서 기운이 걸리는 병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반면에 여자들은 가슴에 있는 전중혈에서 기운이 뭉친다. 유두 정중앙의 전중혈을 눌러보면 아주 쉽게 여자들의 화병을 진단할 수 있다. 전중을 지긋하게 누르면 압통이 나온다. 여자 분이라면 지금 즉시 본인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중을 꾸욱 눌렀는데도 통증이 없다면 스트레스가 없거나, 있더라도 아주 잘 해소하고 있는 분이다. 눌러서 아프다면 나름 가슴에 쌓인 게 있는 분이다. 심한 경우엔 손끝만 살짝 대도 자지러지는 분들도 있다.

남녀는 생식기와 호르몬 대사에서 차이점이 있을 텐데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점이 달라지는 이유는 뭘까. 한의학에선 경락으로 명쾌하게 설명한다. 임독맥은 모든 양경락과 음경락이 중심이다. 독맥은 꼬리뼈 아래인 장강혈에서 시작되어 척추뼈를 따라 올라가 머리의 정중앙을 통과하고, 코 바로 아래의 은교혈까지 흐른다. 임맥은 항문 바로 앞의 회음혈에서 시작되어 복부의 정중앙을 통과해 아랫입술 바로 아래의 승장혈까지 진행한다.

복부를 지배하는 것이 음기라면 등을 지배하는 게 양기이고, 남녀를 비교하면 남자는 양기가 성하고 여자는 음기가 우세하다. 스트레스로 인한 병은 우세한 경락에서 반응이 나타나므로 여자는 임맥의 혈인 전중에서, 남자는 독맥의 대추에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의학에선 노화를 음양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가장 건강한 모습이 뱃속의 따뜻한 기운이 상승하고, 머리와 흉곽의 서늘한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다. 그런데 노년이 되면 순환의 기능이 떨어져 머리 쪽으로 열기가 몰리고, 아랫배로는 차가운 기운이 뭉치게 된다. 대머리인 할머니는 별로 없지만 80이 넘은 할아버지의 머리숱이 거의 없는 것은 음양의 차이 때문이다. 양기가 많은 남자는 머리로 올라가는 열기가 여자에 비해 많으므로 두피가 더 건조해지고 탈모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음양의 차이로 보면 여자는 기운을 쌓아놓기를 잘하고, 남자는 잘 발산시킨다.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화병이 많은 이유다.

해울환은 뭉치고 쌓이는 기운을 잘 풀어내는 약이다. 생리를 시작한 이후의 여성의 스트레스엔 모두 쓸 수 있다. 초경 때에는 없다가 학업 스트레스가 쌓이며 생기는 생리통부터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가슴 답답함과 불면도 개선시킨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심한 증상들도 기운이 울체된 증상이라면 모두 쓸 수 있다. 시험 전에 복용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불안감 없어지고 집중이 잘된다”고 찾는 여대생도 있다.

한방에선 해울환의 주약재인 향부자를 여자들의 성약(聖藥)이라고도 부른다. 남녀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약재이다.

/한뜸 한의원 원장

황치혁 편집위원 hwang@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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