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잠에서 깨어 보니 거대한 외계 비행선이 지구 궤도에 정박해 있다? 외계 문명을 맞이한다는 설렘도 잠깐. 외계 생명체는 우리에게 단지 인사만 건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문명에 예측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아시아 최초의 ‘휴고상’ 수상작가 류츠신이 소설집 '우주 탐식자'를 통해 지구 문명이 더 강력한 외계 문명을 맞았을 때 인류가 무엇을 할 것인지 탐색해 본다. 

지구보다 몇 배 큰 우주 비행선을 타고 지구를 삼키러 오는 탐식제국. 그들의 전령사 큰이빨은 유엔에 모여 대책회의를 하는 각국 대표자 가운데 하나를 삼키고 뼈를 발라낸다. 그리고 곧 들이닥칠 탐식제국의 존재를 알리며 경고한다. 탐식제국은 지구로 오는 동안 닥치는 대로 행성을 먹어 치우는 식욕을 자랑한다. 그들의 잔혹함에 사람들이 거칠게 항의하자 “인간이 탐식자만큼 기술력이 있었다면 이보다 더 야만적이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큰소리치는데... 진격하는 탐식자 앞에 위태로운 먹잇감이 된 지구. 탐식자는 곧 지구를 삼키고 다시 장엄한 여정을 떠날 계획을 세운다. 기술적으로 열세에 있는 인간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류츠신 SF 유니버스’ 시리즈는 세계적인 SF 작가 류츠신이 자신의 소설 가운데 청소년이 흥미롭게 읽을 만한 작품을 골라 다듬은 단편 시리즈다. 다섯 권으로 엮인 총 스무 편의 다채로운 이야기에는 류츠신만의 한계를 넘어서는 상상,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감각이 담겨 있다.

각 이야기는 과학 이론에 근거해 이루어졌으며 최신 연구 사례도 다수 인용됐다. 책의 말미에는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스승으로 알려진 이론물리학자 리먀오의 과학 해설이 첨부돼 있어 내용 이해를 돕는다.

외계 문명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과학 기술로 어떻게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는지 등 한 번쯤 생각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지점들이 이야기 곳곳에 존재한다. 더불어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류는 미약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류츠신 특유의 설정으로 인해 인문학적 성찰까지 하게끔 만드는 ‘영어덜트 SF’ 시리즈다. (저자 류츠신, 역자 김지은, 13000원)

<책 속으로>

“크기는 얼마만 하지”
대원 가운데 한 명이 물었다.
“탐식자의 전체 지름은 5만 킬로미터, 너비는 1만 킬로미터, 내부 원의 지름은 3만 킬로미터다.”
“킬로미터라면 지구의 길이 단위를 말하는 거야”
“물론이지! 워낙에 커서 가운데 빈 공간에 행성 하나쯤을 끼울 수 있어. 너희 지구인이 사용하는 타이어 사이에 축구공이 낀 모습을 상상하면 될 거다. 그렇게 행성을 끼우고 즙을 짜듯 자원을 모두 빨아낸 다음 껍데기만 남은 행성을 뱉어 버리지. 지구인이 과육만 먹고 씨를 뱉어 내듯이 말이야.”
-「우주 탐식자」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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