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도 하락' 자사고 외고 국제고.. '불안심리 유발한 폐지논란'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고입을 앞둔 학부모 사이에서 영재학교와 과고의 선호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재학교/과고의 진학실적 상승과 상위권 학생들의 이공계 학과 선호현상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반면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경우 지난해보다 선호도가 낮아졌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고입혼란과 정부의 일방적인 자사고 외고 폐지정책으로 수요자들의 불안심리가 가중된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초중 학부모 입시설명회 참가예약자 78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목자사고 선호도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분석된 자료에 따르면 영재학교와 과고의 선호도는 지난해보다 각각 8.6%p, 4.1%p씩 올랐다. 반대로 자사고는 선호도기 7.7%p 떨어지면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외고 역시 4.2%p 낮아지면서 선호도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고는 0.9%p 하락한 소폭 변화를 보였다.

격차가 이전보다 좁혀지고 있는 추세지만 학부모 전체를 대상으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고교유형은 여전히 자사고였다. 전국단위와 광역단위 자사고를 합해 40.7%의 선호도를 보였다. 이어 영재학교 23.6%, 과고 18.2%, 외고 12.4%, 국제고 5.1% 순이었다. 중학생 학부모 사이에서는 전국자사고 선호도가 33.5%로 가장 높았다. 영재학교 20.3%, 과고 14.9%, 외고 13.1% 순으로 뒤를 이었다.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영재학교를 가장 선호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28.5%의 비중이었다. 이어 전국자사고 27.7%, 과고 23%, 외고 11.4% 순이었다.

영재학교 가운데 선호도 1위는 32.7%를 차지한 서울과고였다. 경기과고가 20.7%,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한국영재)가 12.3%로 뒤를 이었다.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 외대부고(28.4%) 하나고(27.5%) 상산고(12.2%) 순으로 톱3를 형성했다.

고입을 앞둔 학부모 사이에서 영재학교와 과고의 선호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재학교/과고의 진학실적 상승과 상위권 학생들의 이공계 학과 선호현상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반면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경우 지난해보다 선호도가 낮아졌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7년간 상승’ 영재학교.. 과고도 ‘2년 연속 상승반전’>
올해 특목자사고 가운데선 영재학교와 과고에 대한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7년간 상승세를 이어온 영재학교는 올해 23.6%를 기록했다. 지난해 15%에 비해 8.6%p나 상승했다. 2013년 7.4%, 2014년 8.5%, 2015년 9.3%, 2016년 11.9%, 2017년 13.3%, 2018년 15%, 2019년 23.6%의 추이다. 자사고에 이어 두 번째로 선호도가 높은 학교유형으로 올라섰다. 과고 역시 지난해 14.1%보다 4.1%p 오른 18.2%의 선호도를 보였다. 2년 연속 선호도 상승을 기록하며 영재학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과고는 2016년 13.2%에서 2017년 11.5%로 선호도가 하락했으나 2018년과 2019년 각각 14.1%, 18.2%로 상승한 추세를 나타냈다. 

영재학교와 과고의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배경에는 장기간의 경기침체 속에서도 이공계가 취업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취업난에 4차 산업혁명 등 이공계 인력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더해져 상위권 학생들의 자연계열 선호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재학교와 과고의 진학실적이 우수한 점도 선호도가 상승한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영재학교 출신 학생의 서울대 최종 등록자는 2017학년 214명에서 2019학년 293명으로 늘었다. 전체 등록자 가운데 비중도 6.6%에서 8.8%로 증가했다. 과고 역시 같은 기간 116명에서 143명으로 등록실적이 늘면서 비중 역시 3.5%에서 4.3%까지 높아졌다. 영재학교와 과고가 전체 고교유형 가운데 약 1%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특차모집 성격의 영재학교와 전기고 모집을 하는 과고가 고입에서 가지는 유리함이 선호도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설명도 있다. 영재학교는 보통 선발체제 고교유형 중 가장 빠른 4월부터 접수를 시작해 7월이면 대부분 전형이 마무리된다. 따라서 영재학교의 불합격자는 물론 합격자까지도 이후에 진행되는 과고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 특목자사고 입시에 지원할 수 있다. 광역모집을 실시하는 전국 20개과고 역시 전기모집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영재학교 입시가 끝난 후인 8월 원서접수를 시작해 11월말과 12월초 합격자발표로 일정이 마무리된다. 수험생의 입장에선 과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하더라도 여전히 후기모집의 자사고를 노릴 수 있는 셈이다. 입시의 일정에서부터 최상위권 학생들이 영재학교와 과고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하락’.. ‘입시 불확실성과 폐지논란 영향’>
반면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선호도는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특히 자사고의 하락세가 뚜렷했다. 지난해 48.4%에서 올해 40.7%로 7.7%p가 떨어졌다. 지난 7년 사이 최저수준이다. 2013년 41%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던 자사고에 대한 선호도는 2017년 51.7%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했다. 외고에 대한 선호도 역시 16.6%에서 12.4%로 떨어졌다. 지난해 자사고에 이어 두 번째로 선호도가 높았지만 올해는 영재학교와 과고에게도 밀렸다. 국제고 역시 지난해 6%에서 올해 5.1%로 0.9%p가 하락한 양상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선호도 하락은 교육당국이 유발한 고입혼란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개정을 통해 ‘고입 동시실시’와 ‘이중지원 금지’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법정공방과 함께 고입의 불확실성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고의 경우 올해 재지정평가 기준 상향과 관련된 현장의 갈등도 확산되고 있다. 교육청마다 기준도 달라지면서 평가의 형평성과 함께 입시왜곡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선 학교와 학부모들의 집단반발도 거세다. 수험생들이 1년을 바라보고 입시를 대비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선호도가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교육당국이 자사고와 외고에 대해 강경한 폐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도 선호도 하락 요인으로 여겨진다. 자사고 혹은 외고에 진학한 경우에도 일반고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수험생의 대입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인 만큼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임성호 종로하늘교육 대표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선호도 하락은 이들 학교의 폐지논란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 일반고 이중지원이 가능해졌지만 자사고와 외고의 존폐 자체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학부모들의 불안심리가 여전하면서 선호도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폐지 논란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자사고와 외고 선호도가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재학교 선호도 1위’ 서울과고.. 전국자사고 외대부고 하나고 ‘양강체제’>
전국의 8개 영재학교 가운데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학교는 ‘최강 영재학교’ 서울과고였다. 전체의 32.7%의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경기과고와 한국영재가 각각 20.7%, 12.3%의 비율로 톱3를 차지했다. 전국단위 자사고 10곳 중에선 외대부고와 하나고가 돋보였다. 외대부고는 28.4%, 하나고는 27.5%의 선호도였다. 두 학교는 최근 3년 동안 1,2위를 다투는 양상을 보였다.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영재학교는 서울과고였다. 최상위권의 진학실적과 함께 영재학교 가운데 서울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이 더해진 결과로 보인다. 2018대입에서 수시51명 정시6명 등 57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며 예능계열로 ‘다른 무대’인 서울예고를 제외한 순위에서 전국1위를 차지했다. 지난 4년동안 영재학교는 물론 서울지역 고교 가운데서도 최고의 서울대 수시실적을 기록하며 교육경쟁력도 입증했다. 2018년 51명, 2017학년 59명, 2016학년 65명, 2015학년 53명 등 228명이다. 화려한 실적은 탄탄한 교육과정이 뒷받침한다. 무학년제 졸업학점이수제 교과교실제 등을 운영해 학생 스스로 수업선택이 가능하다. ‘융합’을 주제로 하는 서울과고만의 교육과정도 특별하다는 평가다. 전문교과에서 융합과학과 융합과학탐구를 필수과정, 창의융합특강을 심화선택과정으로 도입해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사고를 체득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경기과고 역시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꾸준히 높은 영재학교다. 2017년에는 서울과고를 제치고 선호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983년 개교한 '국내최초' 과고였던 만큼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한 교육과정에 대한 신뢰가 상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최상위권을 다투는 진학실적 역시 선호도를 높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2018학년 서울대 등록실적은 수시50명 정시1명 등 51명으로 전국6위, 2017학년은 54명(전원수시)으로 전국5위였다. 또 다른 잣대인 이공계특성화대 진학실적도 상당하다. 2019학년 배출한 KAIST 등록자는 32명이었다. 2018학년 28명보단 4명이 늘면서 KAIST 등록실적을 기록한 학교 가운데 4위였다.

‘영재학교 효시’인 한국영재는 영재학교 사이에서 3년 연속 선호도 3위를 지키고 있다. 2003년 국내최초 영재학교로 1기를 모집한 후 2009년 KAIST 부설로 전환해 최고의 이공계 인재 양성학교로 자리매김한 점이 학부모들의 선호 이유로 꼽힌다. 한국영재만의 자유로운 학습 분위기가 가장 큰 특징이다. 1학년 교과과정에서 속진으로 고교 필수과목을 이수하고 나면 2학년부터는 대학처럼 직접 시간표를 짜고 공강시간을 활용하면서 자신만의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원하는 교과목을 집중적으로 이수하는 것은 물론 KAIST에서 직접 지도교수를 선택해 연구를 할 수도 있다. 상당수 졸업생이 KAIST로 진학하고 있다. 2019학년 62명, 2018학년 61명, 2017명 80명의 실적을 보이며 전국 과고 영재학교 가운데 독보적인 수준이다. 서울대 등록자도 상당하다. 2018대입에서는 수시22명 정시1명으로 23명이 서울대에 진학했다. 

2005년 용인외고로 출발했던 외대부고는 탄탄한 교육경쟁력으로 압도적인 실적을 기록하면서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규과정인 RT(Regular Track)와 선택과정 ET(Elective Track)뿐 아니라 독서토론, 창의연구논문, 자연과학 학생들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 등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강점이다. 2011년 자사고 전환 이후 입학한 1기 학생들이 실적을 낸 2014대입에서 서울대 96명의 합격자를 내며 전국 정상에 등극했다. 최근까지도 수시정시 등 국내대학은 물론 해외대학에서도 고른 실적을 내며 정상급 고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3년간 서울대에 합격해 등록까지 마친 학생 수는 2018대입 수시31명 정시24명 55명(전국3위), 2017대입에 수시39명 정시35명으로 74명(전국2위), 2016대입에 수시44명 정시33명으로 77명(전국1위)에 달한다. 

전국단위 자사고 가운데 꾸준히 압도적인 수시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하나고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고는 전교생 기숙사 체제로 ‘무학년무계열제’를 운영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관심사에 따라 수강 과목을 정할 수 있는 환경이다. 꾸준히 운영돼온 하나고의 특색프로그램도 독보적인 학종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상당수 교과가 발표와 토론 위주로 진행되고, 과정 중심의 형태로 교육하다보니 학종대비가 저절로 이뤄지면서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등록실적은 2018년 52명, 2017학년 48명, 2016학년 53명, 2015학년 46명이었다. 매년 50명 내외의 실적을 기록하며 총 199명이다. 다른 학교들에 비해 작은 규모임에도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이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이유로 보인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