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개편안 발표 이후 7개월 만 '공식석상 첫 반발'

[베리타스알파=김경] 상위대학 입학처장들이 정부의 정시확대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20일부터 사흘간 열린 전국 대학입학처장회의에서 서울 상위대학 입학처장들이 "기준 완화"를 요구한 것이다. 중앙대 백광진 입학처장은 "(정부의 정시확대 방침이) 대학엔 매우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에, 교육부에 우리의 합리적 요구를 들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8월 내놓은 '2022학년도 대학 입시 개편안'에는 '정시수능비중을 30%이상으로 확대 권고'의 내용이 담겨있다. 교육부는 '권고'라 표현했지만, 사실상 강제에 다름없다. 정시 수능비중을 30%이상으로 확대 또는 수시 교과전형비중을 30%이상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정부의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에서 배제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주요정부사업인 기여대학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정부의 입김을 강하게 받는 입학처 입장에선 정부 '권고'를 '지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발표 7개월이 지난 지금이라도 교육현장의 '정상화'를 위해 정시확대 기조를 뒤집으라는 요구가 공식석상에선 이제서야 나온 것이다.

교육부는 현장에서 '불가'방침을 밝혔지만, 재고의 여지는 충분하다.

20일부터 사흘간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입학처장회의에서 수능중심의 정시확대 지침을 완화해달라는 상위대학 입학처장들의 요구가 제기됐다. 정부의 정시비중30%이상 확대에 대해 공식석상에선 처음 나온 현장 목소리다. 사진은 지난해 4월27일 여린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 회의 개최 모습. /사진=교육부 제공

<현장 '정시비중30% 과도'>
현 고1 학생들이 치를 2022대입의 개편안에 논쟁이 다시 붙는 이유는 정부의 정시수능30%비중의 지침이 교육현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현장 판단에서다.

대입개편안은 출발부터 난항이었다. 교육부는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는 2015개정교육과정을 2015년 9월에 고시하고, 후속조치로 대입전형개선 등을 발표했다. 개정교육과정에 의해 대입전형개선은 2017년 하반기까지 발표하도록 되어 있었고, 계획에 따라 2021수능개선을 위해 '일부과목 절대평가'와 '전 과목 절대평가'의 2개 안을 명시해 네 차례의 공청회를 개최했다. 당시만 해도 현장에선 2021수능부터 개정교육과정에 적합한 전형이 치러질 것이라 믿었지만 전개는 달랐다. 문재인정부 시작과 함께 그 동안 논의됐던 수능체제 개편을 1년 유예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결정했고, 교육부가 정책자문위원호를 구성해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마련해 작년 4월11일 발표, 국가교육회의는 숙의 공론화를 추진해 최종 권고안을 작년 8월7일에 발표했다.

발표 당시부터 현장혼란은 심각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전형을 30%이상 확대하라는 것이다. 정시전형 30%이상은 사실상 50% 가까운 정시선발을 뜻한다. 해마다 수시이월인원이 더해져 정시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수시 대 정시 비중이 50:50을 말하는 것이어서 "수시도 정시도 아닌, 수시도 정시도 맞는" 식으로 아무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대신 수시 또는 정시확대의 두 의견 모두 들어준 여론에 집착한 결과라는 비난이 일었다.

여론과 달리 현장에선 "정시확대가 공교육을 황폐화시킨다"는 의견이 강하다. 대입 최전선에 서 있는 고교 진학지도교사와 대학 입학처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정시수능전형이 공교육을 황폐화하고 있다는 근거도 나온다. 베리타스알파가 종로학원하늘교육으로부터 입수, 2007~2018년 서울지역 고교의 서울대 등록자 현황을 살펴본 결과 정시의 교육특구 쏠림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등록자 중 교육특구 출신이 차지한 비율은 매년 상승세를 기록했다. 정시에서의 탄탄한 영향력 탓에 서울대 정시 선발비중이 확대될수록, 전체 등록자 중 교육특구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확대됐다. 정시비중이 절반을 넘겼던 2007학년의 경우 교육특구 출신이 등록자의 42.3%를 차지했다. 수시비중이 82.6%로 대폭 늘어난 2014학년에 교육특구 출신은 39.5%로 줄었다가 수시비중이 78.5%로 줄어든 2018학년에 교육특구 출신은 42.2%로 다시 늘었다. 정시비중이 늘어날수록 교육특구 출신이 많아진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고려대 연세대에도 같은 맥락으로 나타났다. 베리타스알파가 입수한 2016~2018학년 고려대 연세대의 등록자 현황을 살펴보면, 수능이 재학생보다는 재수생을 비롯한 N수생에 유리한 전형이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정시 입학생 중 N수생 비중은 연대의 경우 2016학년 50%에서 2017학년 55.1%, 2018학년 58.3%로 꾸준히 상승해 60%에 육박했다. 2016학년 50.8%에서 2017학년 53.1%로 소폭 상승했다가 2018학년 64.4%로 뛰어올랐다. 고대가 정시비중을 대폭 줄인 2018학년은 반복학습이 유리한 수능 특성상 상위권 N수생 비중이 그만큼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재수는 부모의 경제력과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정시 등록생 중 재수생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재수생 양산현상이 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시수능30%가 불러올 미래다.

대학가는 정시확대를 기여대학사업에 연계해 추진하겠다는 정부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기여대학사업을 통해 고교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명목아래 수시확대 정시축소를 권장해온 정부가 그간의 행보에서 갑자기 180도 돌변해 정시확대로 후진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기여대학사업의 초기 명칭인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사업'에서 알 수 있듯 수시학종 확대가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발상이었다. 본격화한 2014년의 결과를 2015년 발표하면서 정상화사업의 성과로 ▲학생부위주전형의 선발비율 확대 ▲(어학)특기자전형 선발인원 축소 ▲논술고사 선발인원 축소 ▲적성고사 선발인원 축소 등이 제시된 것도 정상화사업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업비 수주현황은 교육부의 '학종확대 수능축소'의 사인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사업 첫해인 2014년 중앙대 한양대(서울) 각 30억, 서울대 20억의 파격 지원을 받았다. 세 대학의 입시설계는 수시비중 70%가량, 수능최저 폐지, 전형 간소화 등의 특징이었다. 2015년엔 서울대 25억, 국민대 19억, 건국대 17억, 경희대 15억 등이다. 역시 수시확대와 학종운영이 돋보이는 대학들이다. 2016년엔 서울대 20억, 경희대 19억5000만, 고려대(서울) 16억6300만 등이다. 고려대가 2018학년에 수시80%가량으로 확대를 선언하며 수혜 톱3에 들었던 특징이다. 2017년엔 고려대가 22억7230만으로 최고액을 수혜했고 서울대 20억6800만, 경희대 19억2800만 등이다. 역시 수시확대와 학종운영에 방점을 찍었다. 가장 최근인 2018년엔 서울대 20억6600만, 고려대 15억6200만 등이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2019학년 정원내 기준 각 78.5% 84%를 수시로 선발했다. 지금껏 교육부가 기여대학사업 선정으로 준 사인이 학종확대 수능축소에 방점이 찍혀있던 결과다.

결국 '수시확대 정시축소=공교육정상화'라는 발상을 교육부 스스로 뒤집은 결과, 즉 학원가에 편승한 교육특구 중심의 정시수능 확대가 공교육에 기여한다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현장에선 "그렇다면 수능확대가 공교육에 기여한다는 근거를 대보라"며 반발하고 있다. 

좋은교사운동본부는 대입개편방안이 발표된 직후 "문제풀이식 수업과 점수로 한줄 세우는 정시확대가 어떤 부분에서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있는지 밝히라"며 "기여대학사업 지원대학을 선정하기 위한 평가지표로 전형방법 간소화, 대입전형 사전예고, 학교교육 중심의 전형 운영, 고른기회 입학전형 확대 노력, 대학별고사의 적절한 운영 등이 활용됐다. 즉 이 사업은 고교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이 입시로 인해 왜곡/파행되는 것을 막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예산이다. 고교교육 왜곡에 영향을 미치는 입시요인을 줄이고 정상적인 고교생활에 중점을 둔 입시전형을 늘리는 대학에 지원하던 예산이다. 정시가 어떤 부분에서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지 밝히지 못하면 기여대학사업 예산을 활용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산하 대입제도개선연구단 역시 "정시 수능위주 전형 30%를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과 연계하는 것은 수능시험이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근거로 수능시험을 강화하는 것이 고교교육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2021대입이 교육과정과 일치하지 않는 수능시험으로 인해 학교 현장이 황폐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2022대입까지 정시확대 기조로 바뀌게 된다면 고교 수업은 교육과정과 수능준비 사이에서 갈등하는 구조로 변한다"며 "고교 교육이 대학입시에 종속돼 교육적 자율성이 훼손되는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상위선호대학, 고려대 서울대 이화여대 중앙대 '비상'>
교육부가 이번 정시30%이상 선발을 권고하면서 구체적인 조건을 붙이지 않아 초기 반발은 크지 않았지만, 20일 열린 전국 입학처장회의에서 정시 비율을 산정할 때 총 모집정원에서 재외국민이나 특성화고 출신 재직자, 실기 등 수능을 보지 않는 전형까지 포함해 정시비중을 정한다는 교육부 지침이 알려지면서 반발은 더욱 심해졌다. 이들 전형까지 모수에 포함시키면, 대학이 예상했던 30%를 훨씬 상회해야 하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시이월인원까지 더하면 사실상 50%는 된다는 현장 지적이다.

특히 정부주도 혹은 자발적 필요에 따라 수시학종을 확대해온 대학들은 뒷통수를 맞은 격이다. 그간 수시학종 확대가 고교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지원금까지 받아왔는데, 이제 와서 수시를 확대한 게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은 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 대학관계자는 "학종을 확대하라고 해서 꾸준히 확대해왔더니, 이제 도리어 정시를 늘리라니 말이 되나. 학종확대를 위해 사정관 숫자를 대폭 늘린 대학들은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학종확대에 소극적이었던 대학이 오히려 긍정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부의 정시확대방침으로 인해 당장 기조를 확 바꿔야 하는 대학은 고려대 서울대 중앙대 이화여대다. 모두 강남권 교육특구의 선호대학이다.

지방권 대학들은 대부분 이미 정시30%이상의 구조다. 서울권 대학 중에서도 일부 대학은 이미 정시30%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대교협의 2020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보도자료에 의하면, 서울권 대학 기준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은 30.4%로 수능위주전형(26.5%)보다 크게 높지 않다. 경희대 숙명여대 연세대 한양대는 2020학년 전형계획상 정시비율이 26%를 넘기기 때문에 교육부의 제시 기준인 30%를 맞추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려대(17.4%) 서울대(21.5%) 이화여대(17.3%) 중앙대(21.9%)는 정시수능비중이 20%내외다. 부모학력이 높고 경제력이 뒷받침된 교육특구, 즉 수능위주 재수가 유리한 측에서의 선호대학들이 그간 수시학종확대를 해온 데 대한 반감이 특구 내 교육소비자들에 형성되면서 정부의 공론화 과정에서 상당부분 압력이 가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고개를 들 정도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여론에 휩쓸린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대선 공약 당시부터 우려되어 온 사안이다. 당시 대선 공약으로 '교육개혁에 대한 범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선에 그쳤다. 타 후보들이 '초정권적 국가교육위 설립'을 논할 당시 문재인 대통령만 '초정권적'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공약만이 '초정권'보다는 여론에 집중된 '범사회적 합의'에 방점이 찍혔고, 당시 보좌관들의 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문제는 범사회적 합의가 아닌 전문가들에 의한 합의로 정책을 결정하는 게 맞다. 물론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기구여야 한다. 공약대로 '범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국가교육위라 할지라도 엄연한 공약인데, 정권 3년차인 지금도 국가교육위를 세우지도 못한 채 비전문가로 구성된 공론화로 결정된, 즉 국가교육의 미래보다는 당장 내 자녀의 입시만 바라보는 학부모 또는 학종확대 때문에 겨우 움츠러들었던 사교육계의 각자 이익에만 급급한 목소리까지 반영해 결정된 공론장의 수능확대안을 실제 정책으로 밀어붙인 건 분명한 잘못이다. 지금이라도 실제 교육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기울고 실제 데이터를 근거로 한 이성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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