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동산고 단식농성.. 입시 혼란 확대 '교육감 독단과 불통'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재지정평가와 관련된 학교현장의 반발 움직임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평가대상인 자사고 가운데 상산고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법적 대응 가능성을 제기했다. 상산고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평가절차에는 계속 참여하겠지만 일반고 전환 등의 결과가 발생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거들고 나섰다. 20일 전북 지역 국회의원 20명이 국회에서 전북교육청의 재지정평가 기준 수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21일 정운천(바른미래) 의원은 교육청에서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자사고 재학생 학부모들 역시 꾸준히 집단행동을 펼쳐오고 있다. 상산고와 안산동산고 학부모들은 지난달부터 비대위를 구성해 기자회견과 시위 등을 통해 자사고 재지정평가 기준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청들은 현장의 요구를 외면한 채 계획대로 평가할 방침을 고수하면서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재지정평가가 강행될 경우 입시의 왜곡까지 우려된다.

교육감들의 ‘독단’과 ‘불통’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재지정평가의 기준상향 논란과 함께 고입혼란이 다시 반복되면서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직선교육감의 폐해는 충분히 차고 넘친다. 교육감의 정치 이념에 따라 교육정책이 지역마다 다르고 중앙정부와 엇박자도 발생했다. 수요자를 정책 혼선의 피해자로 만든 셈이다. 최근 재지정평가와 관련된 논란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방적인 평가기준 상향으로 혼란을 가중시킨 것은 물론 교육청별로 평가기준까지 제각각으로 달라지면서 입시왜곡까지 유발하고 있다. 교육감들이 고입정책을 주도하면서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일부 교육감들은 재지정평가를 자사고 폐지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듯한 발언을 반복하며 입시를 앞둔 수요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교육감직선제가 유지된다면 정치적 맥락에 따라 교육감들이 정부의 정책에 반발하거나 힘을 실으면서 엇박자가 확대되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교육정책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수요자에게 외면받는 결과를 초래하기 전에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지정평가와 관련된 학교현장의 반발 움직임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평가대상인 자사고 가운데 상산고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법적 대응 가능성을 제기했다. 상산고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평가절차에는 계속 참여하겠지만 일반고 전환 등의 결과가 발생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논란의 중심’ 상산고.. 일반고 전환시 ‘법적대응’>
상산고는 20일 이사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된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평가 계획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다른 지역의 자사고와의 형평성 문제, 법적 근거의 취약성, 학교운영의 자율권 침해 등을 시정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상산고 관계자는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평가계획이 지정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한지를 판단하는 본래의 목적에서 크게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폐지를 위한 수단으로 남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전북교육청이 합리성과 적법성이 결여된 평가지표와 기준으로 재지정평가를 강행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에 대해 법적구제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상산고 이사회는 자사고 재지정평가는 거부하지 않기로 했다. 이달 말까지 평가를 받는 자사고들이 내야 하는 운영성과보고서를 22일까지 제출할 예정이다. 상산고 관계자는 “자사고 평가계획이 비록 불합리하고 위법하다 하더라도 일단은 교육기관으로서 행정적인 절차는 준수해야 한다는 점과 평가거부에 따른 법적 분쟁 소지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과 상산고 동문 사이에서 먼저 제기됐던 학교의 타 지역 이전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상산고 관계자는 설립 당시의 뜻을 일관되게 구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이 이전을 원치 않았던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지정평가에 대한 논란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정운천 의원은 21일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상산고에 대한 재지정평가 기준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도 맞지 않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에 대해 법률에서 보장한 권리와 교육청 평가는 별개라는 전북교육청의 논리도 ‘괴변’으로 규정했다. 정 의원은 기자회견에 앞서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회견 전날에도 정 의원을 비롯한 20명의 전북 지역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전북교육청의 재지정평가 기준을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의원들은 “전북교육청의 독불장군식 자사고 평가 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평가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평가기준 커트라인을 다른 시/도교육청 수준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 반발’ 본격화.. 전국으로 확대 조짐>
자사고들의 학부모들도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3일 상산고의 학부모들은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며 반발 움직임을 공식화했다. 안산동산고의 학부모들 역시 상산고보다도 먼저 비대위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내왔다. 서울지역에서도 자사고들이 집단행동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사고들은 교육당국에 요청한 평가지표 재검토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재지정평가를 거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 자사고들의 학부모들도 함께 행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산고 비대위는 결성 직후 곧바로 전국에 있는 재학생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며 재지정평가 기준 강화와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학부모들은 전북교육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왔다. 특히 15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상산고 학부모 10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총궐기대회를 진행했다. 학부모들은 상산고에서부터 전북교육청까지 약 2km 거리를 행진하며 김승환 교육감의 재지정평가 평가기준 상향 계획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총궐기대회를 마친 후에 비대위는 시민 2만1000여 명으로부터 받은 탄원서도 전북교육청에 제출했다. 

지난 15일부터 안산동산고 학부모들도 비대위를 중심으로 평가를 시행하는 경기교육청 앞에서 1인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재지정평가 지표와 관련해 제기한 교육감 면담과 학부모 질의에 대한 교육청의 회신이나 답변이 있을 때까지 시위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이전부터 기자회견과 성명서 등을 통해 평가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해오고 있다. 교육청 재량지표로 최대 12점까지 감점이 가능하고 일부항목은 ‘0점 처리’가 될 수 있어 많은 항목에서 최고점수를 받아도 재지정 기준점수인 70점을 넘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비대위는 재지정평가의 평가지표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지역구 국회의원인 전해철(더불어민주) 의원에게 전달했고, 이재정 경기교육감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 위한 법률적 사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지정평가를 받는 24곳의 자사고 가운데 13개교가 몰린 서울지역 학교들 역시 집단반발을 예고했다. 서울자사고연합회는 지난달 13일과 14일 각각 서울교육청과 교육부에 평가지표의 재검토를 요청한 공문을 보냈다. 요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자사고들은 ‘운영성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사실상 집단적으로 평가를 거부할 의사도 내비친 셈이다. 자사고들은 예고 없이 평가기준을 변경하면서 평가를 대비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지표들이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실제 평가계획을 토대로 올해 통과할 학교가 있는지 자체적으로 예비평가를 해본 결과 모든 학교들이 일방적으로 상승한 기준점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오 교장은 서울의 학부모들도 본격적으로 반대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만 키운 ‘평가기준 상향’.. ‘자사고 재지정 막는 도구’>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자사고들의 불만도 매우 높다. 평가 실시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기준이 상향되면서 변경된 기준에 맞춰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당국이 평가기준 상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평가대상인 자사고들의 의견수렴을 하지 않았다는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학교의 교육/경영활동의 개선이나 교육수요자들을 위한 정보공개라는 학교평가 본래의 취지와 어긋난 상태로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자사고의 한 관계자는 “교육청들은 매년 학교운영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할 기회가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개선할 사항을 미리 논의했다면 지금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상 자사고 재지정을 막기 위해 평가를 진행하는 것처럼 여겨진다”고 전했다.

교육계에선 특히 예고 없이 평가기준을 변경한 점이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많다. 5년 단위로 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학교들이 이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민사고의 한 관계자는 “이전 평가에서 통과한 결과를 통해 지금까지의 방향이 크게 어긋나지 않다고 판단해 학교운영의 방침을 정해왔는데 지금 와서 기준점수와 평가지표를 변경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교육당국이 계획이 있었다면 5년전에 미리 말했어야 했다”며 “관할청이 이전부터 매년 중간에 학교운영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 막판에 몰아서 재지정평가의 평가기준을 일방적으로 강화한 점은 자사고 폐지를 위한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 역시 “올해 재지정평가를 받는 자사고들은 기존 평가에 비추어 지난 5년간의 학교운영 평가를 준비해왔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런 평가 변경과 기준 강화로 자사고를 무더기 지정취소 한다면 이로 인한 갈등과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평가기준 상향을 추진한 방식 역시 자사고 관계자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학교평가의 취지와 맞도록 평가기준을 상향할 계획이었다면 자사고들에게 먼저 알려 사전에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수순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통합 선발과 관련해서도 미리 학교들과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지만 관여하지 않다가 재지정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자사고들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민사고의 관계자는 “기준을 변경하기 전에 평가를 받는 자사고와 미리 협의가 있는 것이 당연한 절차다. 전혀 논의하지 않다가 평가를 앞두고 갑자기 기준을 강화한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부적인 평가지표들까지 교육당국이 일방적으로 확정하면서 학교현장의 여건과 맞지 않는 기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상산고 한 관계자는 “교육당국은 2013년 일반고만 해당한다는 ‘일반고 역량강화 추진계획’의 붙임에 있었던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비율을 연차적으로 10%까지 확대 권장’이라는 내용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후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법령의 수정되지 않았고 교육부와 전북교육청으로부터도 변경 사항이 있다는 통보를 받은 바가 전혀 없다. 공문이나 구두로라도 권장사항에 대한 언급 없이 과거 자립형사립고였던 자사고에 대해 의무선발 10%를 판단기준으로 삼은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강조했다. 오세목 교장도 “재지정평가를 받는 자사고들의 감사주기가 교육청의 여건에 따라 제각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학교들마다 다른 일시에 진행된 감사 자료를 토대로 일괄적으로 재지정평가가 이뤄지게 된다. 다른 평가지표들도 세부적인 부분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사전에 평가를 받는 자사고들과 충분한 조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입시 흔드는 현장혼란.. ‘수요자 피해 가중’>
학부모들과 정치권은 물론 학교 관계자들까지 교육당국의 일방적인 재지정평가 기준 상향에 대해 반발하면서 결국 입시의 혼란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사고들의 재지정여부가 불투명해진 데다 반대여론이 확산되면서 정책방향도 가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수요자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더 커진 셈이다. 올해 고입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동시실시의 위헌여부를 묻는 헌재의 판결을 기다려야하는 동시에 당장 진학할 학교의 재지정 가능성까지 다양한 변수들을 따져야 한다. 최근 자사고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부 교육청들이 평가지표를 수정한 부분도 수요자들의 학교선택을 왜곡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해는 전국단위 자사고가 다수 포함되면서 재지정평가가 입시에 미칠 영향력이 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광양제철고 김천고 민사고 북일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하나고 현대청운고 등 8개교의 전국자사고가 상향된 기준의 재지정평가를 받는다. 모두 전국모집인 만큼 학생들은 진로와 수험성향에 맞춰 지원할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재지정평가 기준의 상향이 변수가 되면서 수험생들은 지정취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사고를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교가 일반고로 전환될 위험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청마다 평가기준의 엇박자를 빚고 있는 점도 수요자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대목이다. 명확한 근거 없이 다른 교육청들보다도 기준점수를 더 높이면서 형평성 문제를 일으킨 전북교육청은 상산고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반발에도 평가계획의 수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강원교육청과 울산교육청 등은 자사고들의 문제제기를 수용해 올해 재지정평가에서 평가지표를 일부 변경했다. 결과적으로 학교들마다 다른 기준으로 평가가 진행되면서 자사고의 소재지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평가기준 완화가 확정된 민사고와 현대청운고의 쏠림현상이 예견되면서 교육청이 전국단위 자사고 입시자체를 왜곡하고 수요자선택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입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교육당국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무리하게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면서 재지정평가와 관련된 논란도 확산됐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 폐지는 단순히 학교유형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입시의 틀도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수요자의 충격을 완화하고 현장의 학교들도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둘 필요가 있다. 입시정책에서 상위의 대입을 중심으로 방향을 사전예고 함으로써 수요자들과 학교가 충분히 대비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 현재와 같이 자사고 폐지를 위해 고입부터 흔든다면 정책의 영향까지 고려하며 힘겹게 입시를 준비한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로 진학하지 못하는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감의 ‘독단과 불통’.. ‘교육감직선제가 근본원인’>
교육청이 고교정책을 주도하는 현 상황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힘을 받으면서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재지정평가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겨냥한 교육청들의 행동이 수요자들의 직접적인 피해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관성 없이 정치적 고려에 의한 정책을 남발하면서 수요자는 물론 현장의 학교들까지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세목 교장은 “교육당국이 입맛대로 기준을 변경해놓고 이전까지 재지정평가가 ‘봐주기 식’으로 진행되어 이를 강화했다고 밝힌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전까지 설립취지에 부합하도록 운영하며 평가기준을 잘 지켜왔던 자사고들의 입장에선 황당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독단적인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자사고 재지정평가와 관련된 논란을 촉발한 전북교육청의 기준점수는 모든 평가지표에서 ‘우수’ 등급을 받아야 가능한 80점으로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70점은 전북 일반계 고교도 받을 수 있는 평이한 수준”이라며 다른 교육청보다 기준점을 10점 올린 것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격화되는 학부모들의 반발에도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상향된 자사고 평가 기준점이 일반고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본래의 계획대로 평가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청의 강경한 태도의 배경에는 김 교육감의 강한 의지가 관철됐다는 평가다.

다른 시/도교육청의 교육감들도 절차보다는 자사고 폐지에 목적을 두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됐다. ‘탈락 목표치’ 먼저 제시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이후에도 재지정평가의 결과에 따라 일반고 전환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입장을 계속 내보이며 다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2017년 성과평가를 통해 도내 외고 자사고를 모두 폐지하겠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당장 성과평가 악용 논란 일었다. 이 교육감의 발언이 탈락을 공언한 뒤 요식행위마냥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로 읽혔기 때문이다. 평가결과 운영성과가 미흡한 경우에 한해서만 지정취소를 하도록 돼있는 법 규정을 무시하는 ‘월권행위’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합의를 통해 문제를 풀기보다는 현장의 반발에 대응하지 않는 ‘불통’도 비판받는 대목이다. 최근 상산고나 안산동산고 학부모들의 반발 역시 교육청이 의견수렴에 나서지 않으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상산고는 여러 차례 전북교육청에 시정요구서를 제출했지만 관련된 공문이나 의견을 받지 못했다. 상산고의 한 관계자는 “그간 상산고는 자사고 평가가 애초의 평가목적에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법적 사회적 논란이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유념해 발송한 공문을 공개하지 않고 기다려왔다. 그렇지만 선의와 기다림에 대해 당국은 무관심과 일방통행으로 일관해 왔다”며 지난달 14일 시정요구서를 공개한 배경을 설명했었다. 

수요자들의 피해로 직결되는 교육감의 독단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교육감직선제의 당위성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까지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민선 교육감들에 의한 교육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지난 정부에서 교육부와 정책 엇박자를 빚으며 교육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던 교육감들이 올해에도 자사고 재지정평가로 입시왜곡을 주도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평가기준을 상향했고 교육청마다 기준마저 달라지면서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만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며 “결국 교육감직선제가 문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성향에 따라 정책 수명이 5년을 넘지 못하고 뒤집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색깔’로 당선된 민선교육감은 교육부와 정책의 엇박자는 물론 시도지사 지방의회와의 정치적 갈등을 반복하며 수요자들의 피로감만 누적되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다. 교육감직선제 폐지에 대한 요구가 교육계에서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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